“악성 민원 ‘홀로’ 참는다”…공무직은 보호 ‘사각지대’?
입력 2024.05.29 (17:59)
수정 2024.05.29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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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김포시의 한 9급 공무원이 악성 민원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이후 공무원들이 겪는 '악성 민원' 사례가 쏟아지며 정부에선 종합 대책도 내놨습니다.
앞으로는 민원인이 욕설하거나, 이유 없이 장시간 통화를 하면 공무원이 먼저 전화를 끊을 수 있고 공공기관 홈페이지에 공개된 공무원의 이름과 전화번호, 업무 등을 비공개로 바꿀 수 있도록 한 겁니다.
그런데, 비슷한 민원에 시달리지만 종합 대책 논의에서 빠진 이들이 있습니다.
바로 공공기관에서 함께 업무를 수행하는 '공무직 노동자'들입니다.
■ "부모님 욕에 목 조르고 협박까지"…'공무직'도 견뎌내 온 악성 민원
법적으로 '공무원이 반드시 수행하지 않아도 되는 일' '공무원을 보조하는 사무'를 담당하는 공무직들은 2021년 기준 71만 명에 이릅니다. 이들은 공공기관 인력의 3분의 1을 차지하지만, 공무원은 아닙니다.
환경미화원과 도로보수원, 주민센터 방문 간호사, 사회복지사, 사서, 산불재난특수진화대, 경찰청 공무직 등이 모두 '공무직 노동자'에 해당됩니다.
이들은 공무원보다 '더 낮은 지위'에서 일하지만, 관련 대책은 모두 적용받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는 오늘(2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전화 상담과 방문서비스 등 민원인 접촉이 더 많은데도 정부의 범정부 종합대책으로 보호받을 수 없다"며, 차별 없는 적용을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차별 적용의 예시로는 ▲민원공무원 승진 가점 부여 ▲민원수당 가산금 지급 ▲'악성 민원 피해를 본 경우'를 6일 이내 공무상 병가 사유로 명시 ▲공무원 마음건강센터 이용 등에서 배제된 점을 꼽았습니다.
노조 측은 지난 16일부터 22일까지 공무직 노동자 25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악성 민원 실태조사 결과'와 이들이 실제 경험한 사례도 공개했습니다.
A 씨 / 정부민원안내콜센터 직원 "한번은 민원인이 이미 세상을 떠난 부모님을 언급하며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저급한 욕설로 부모님을 모욕했습니다. 그 말에 충격을 받고 전화를 끊은 후 깊은 상처와 서러움에 한참 동안 울었습니다." B 씨 / 정부민원안내콜센터 직원 "범위와 권한을 넘어서는 요구에 대해 '권한 밖입니다'라고 답변하면, 즉각적으로 상담사를 향한 욕설, 성희롱, 비아냥 등 인격적인 모욕까지 이어집니다." C 씨 / 주민센터 방문 간호사 "주민센터 내에서 기초수급인 민원인과 상담 중에 민원인이 갑자기 달려들더니, 저를 벽으로 밀치고 목을 졸랐습니다. 다른 직원들이 말리며 잠깐 분리조치는 되었지만, 이후에도 그 민원인을 계속 상대해야 했습니다." |
■ "공무직 10명 중 9명 악성 민원 경험"..절반은 "참아냈다"
실태 조사 결과를 요약해 보면, 지난 1년간 대부분(89.4%)의 공무직 노동자들이 악성 민원을 경험했고, 절반 가량(43.8%)은 악성 민원을 개인적으로 참아냈으며, 절반 이상(60.2%)은 악성 민원 발생 시 소속기관에서 아무런 조치도 해주지 않았습니다.
악성 민원을 경험한 공무직 노동자의 대다수는 업무 몰입에 어려움을 겪고(82%), 직무 스트레스가 증가했습니다(87%).
이 때문에 수면장애 등 건강 이상이 생겼고(65.5%), 심리상담과 병원 치료를 받은 경우도 전체 응답자의 34.9%에 달했습니다.
이들이 원하는 악성 민원 예방 조치로는 ▲악성 민원인 통화 종료와 상담거부 등 민원 담당자 권한 강화 ▲기관 차원의 법률 대응 ▲피해 시 휴게 시간 부여와 업무 전환배치 등이었습니다.
이윤희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은 "공무직에 대한 언급은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정부의 악성민원 대책 발표 후 공무직 노동자들은 ‘악성 민원 대책에서도 차별을 당하는 거냐’는 박탈감과 ‘모두가 기피하는 민원 업무가 공무직에 전가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위험이 아래로 흐르듯 악성 민원도 아래로 흐른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습니다.
■ 행안부 "민원 처리 담당자 보호 위해 상호 협조할 것"
이에 행정안전부는 "이번 대책은 공무직과 계약직 근로자 등 민원을 처리하는 모든 담당자에게 적용된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민원 수당과 가산금 지급, 공무상 병가 사유 명시 등의 내용은 공무원 인사제도 관련이기 때문에 공무직에 적용이 어렵고, 추가 예산이 필요해 기재부 등과 협의가 필요한 사항"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행안부는 "지난 23일 공공운수노조와 만나 이 같은 내용을 설명했다"며 "앞으로도 공무직 등 민원처리담당자 보호를 위해 노조 측과 상호협조할 것을 협의했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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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악성 민원 ‘홀로’ 참는다”…공무직은 보호 ‘사각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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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4-05-29 17:59:44
- 수정2024-05-29 19:52:37
지난 3월 김포시의 한 9급 공무원이 악성 민원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이후 공무원들이 겪는 '악성 민원' 사례가 쏟아지며 정부에선 종합 대책도 내놨습니다.
앞으로는 민원인이 욕설하거나, 이유 없이 장시간 통화를 하면 공무원이 먼저 전화를 끊을 수 있고 공공기관 홈페이지에 공개된 공무원의 이름과 전화번호, 업무 등을 비공개로 바꿀 수 있도록 한 겁니다.
그런데, 비슷한 민원에 시달리지만 종합 대책 논의에서 빠진 이들이 있습니다.
바로 공공기관에서 함께 업무를 수행하는 '공무직 노동자'들입니다.
■ "부모님 욕에 목 조르고 협박까지"…'공무직'도 견뎌내 온 악성 민원
법적으로 '공무원이 반드시 수행하지 않아도 되는 일' '공무원을 보조하는 사무'를 담당하는 공무직들은 2021년 기준 71만 명에 이릅니다. 이들은 공공기관 인력의 3분의 1을 차지하지만, 공무원은 아닙니다.
환경미화원과 도로보수원, 주민센터 방문 간호사, 사회복지사, 사서, 산불재난특수진화대, 경찰청 공무직 등이 모두 '공무직 노동자'에 해당됩니다.
이들은 공무원보다 '더 낮은 지위'에서 일하지만, 관련 대책은 모두 적용받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는 오늘(2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전화 상담과 방문서비스 등 민원인 접촉이 더 많은데도 정부의 범정부 종합대책으로 보호받을 수 없다"며, 차별 없는 적용을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차별 적용의 예시로는 ▲민원공무원 승진 가점 부여 ▲민원수당 가산금 지급 ▲'악성 민원 피해를 본 경우'를 6일 이내 공무상 병가 사유로 명시 ▲공무원 마음건강센터 이용 등에서 배제된 점을 꼽았습니다.
노조 측은 지난 16일부터 22일까지 공무직 노동자 25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악성 민원 실태조사 결과'와 이들이 실제 경험한 사례도 공개했습니다.
A 씨 / 정부민원안내콜센터 직원 "한번은 민원인이 이미 세상을 떠난 부모님을 언급하며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저급한 욕설로 부모님을 모욕했습니다. 그 말에 충격을 받고 전화를 끊은 후 깊은 상처와 서러움에 한참 동안 울었습니다." B 씨 / 정부민원안내콜센터 직원 "범위와 권한을 넘어서는 요구에 대해 '권한 밖입니다'라고 답변하면, 즉각적으로 상담사를 향한 욕설, 성희롱, 비아냥 등 인격적인 모욕까지 이어집니다." C 씨 / 주민센터 방문 간호사 "주민센터 내에서 기초수급인 민원인과 상담 중에 민원인이 갑자기 달려들더니, 저를 벽으로 밀치고 목을 졸랐습니다. 다른 직원들이 말리며 잠깐 분리조치는 되었지만, 이후에도 그 민원인을 계속 상대해야 했습니다." |
■ "공무직 10명 중 9명 악성 민원 경험"..절반은 "참아냈다"
실태 조사 결과를 요약해 보면, 지난 1년간 대부분(89.4%)의 공무직 노동자들이 악성 민원을 경험했고, 절반 가량(43.8%)은 악성 민원을 개인적으로 참아냈으며, 절반 이상(60.2%)은 악성 민원 발생 시 소속기관에서 아무런 조치도 해주지 않았습니다.
악성 민원을 경험한 공무직 노동자의 대다수는 업무 몰입에 어려움을 겪고(82%), 직무 스트레스가 증가했습니다(87%).
이 때문에 수면장애 등 건강 이상이 생겼고(65.5%), 심리상담과 병원 치료를 받은 경우도 전체 응답자의 34.9%에 달했습니다.
이들이 원하는 악성 민원 예방 조치로는 ▲악성 민원인 통화 종료와 상담거부 등 민원 담당자 권한 강화 ▲기관 차원의 법률 대응 ▲피해 시 휴게 시간 부여와 업무 전환배치 등이었습니다.
이윤희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은 "공무직에 대한 언급은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정부의 악성민원 대책 발표 후 공무직 노동자들은 ‘악성 민원 대책에서도 차별을 당하는 거냐’는 박탈감과 ‘모두가 기피하는 민원 업무가 공무직에 전가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위험이 아래로 흐르듯 악성 민원도 아래로 흐른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습니다.
■ 행안부 "민원 처리 담당자 보호 위해 상호 협조할 것"
이에 행정안전부는 "이번 대책은 공무직과 계약직 근로자 등 민원을 처리하는 모든 담당자에게 적용된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민원 수당과 가산금 지급, 공무상 병가 사유 명시 등의 내용은 공무원 인사제도 관련이기 때문에 공무직에 적용이 어렵고, 추가 예산이 필요해 기재부 등과 협의가 필요한 사항"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행안부는 "지난 23일 공공운수노조와 만나 이 같은 내용을 설명했다"며 "앞으로도 공무직 등 민원처리담당자 보호를 위해 노조 측과 상호협조할 것을 협의했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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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지현 기자 veteran@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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