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7] ‘천연기념물’ 잡는 ASF 울타리…대책은 ‘눈 가리고 아웅’

입력 2024.05.29 (19:44) 수정 2024.05.30 (09:37)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환경부가 '아프리카돼지열병', ASF를 막겠다며 설치한 이른바 'ASF울타리'를 철거해달라는 요구가 전국에서 빗발치고 있습니다.

정작 질병은 예방하지 못하면서, 공연히 경관만 해치고, 애꿎은 야생동물에게까지 피해를 준다는 겁니다.

조휴연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철제 울타리 앞에 야생동물이 죽어 있습니다.

뿔을 보니, 천연기념물 '산양'으로 추정됩니다.

또 다른 곳에서 울타리와 마주친 산양.

사람 키만한 철책에 막혀 어쩔 줄 몰라합니다.

최근 6개월 동안 ASF울타리 안쪽에서 발견된 산양 폐사체만 750구에 이릅니다.

[정인철/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사무국장 : "산양을 이동하지 못하게 하고 고립시키고 탈진과 아사가 되게 하는."]

울타리가 설치된 건 2019년부터 21년 사이.

멧돼지의 이동을 막아 ASF의 남하를 막겠다는 취지였습니다.

강원도 고성에서 경기도 파주까지, 한반도 중부를 가로질렀습니다.

하지만 효과는 없었습니다.

설치 이후에도 ASF가 부산까지 내려간 겁니다.

예방 효과는 없이 산양 같은 야생동물만 해친다는 비판이 잇따랐습니다.

[오연수/강원대학교 수의학과 교수 : "울타리가 이제 더는 물리적으로 막아내는 데 효과가 있을 것 같지 않으니, 이제는 효용을 다했으니 철거를 하자는 입장이고."]

한발 물러선 환경부는, 울타리를 철거하는 대신 일부를 개방해 생태계 영향평가를 벌이고 있습니다.

[송동복/환경부 야생동물질병관리팀 사무관 : "중앙사고수습본부에서 ASF 비상 대응은 심각 단계에 해당되기 때문에 울타리 철거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개방구간은 전체 천 8백 킬로미터 가운데 고작 백 미터 남짓해, 개방에 따른 평가가 제대로 이뤄질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KBS 뉴스 조휴연입니다.

촬영기자:최혁환/화면제공: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한반도야생동물연구소

[앵커]

방금 보신 것처럼 아프리카돼지열병 차단 울타리, 이른바 ASF울타리를 둘러싸고 논란이 가열되고 있습니다.

이번엔 구체적으로 뭐가 문젠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취재기자 나와 있습니다.

조휴연 기자, 이 ASF 울타리의 길이가 1,800킬로미터나 된다고 하는데요.

이게 도대에 얼마나 긴 건지 잘 가늠이 안될 정돕니다?

[기자]

네, 정말 긴 겁니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400킬로미터 정도 됩니다.

그러니까, 이 ASF울타리를 직선으로 쫙 펴 놓으면, 서울에서 부산을 너댓 번은 갈 수 있을 정도로 긴 울타리가 쳐져 있는 겁니다.

지역별로 보면, 강원도에 제일 많이 설치돼 있습니다.

1,100킬로미텁니다.

그리고, 경기도가 350킬로미터, 경상북도가 230킬로미터, 충북이 60킬로미터입니다.

울타리의 길이만큼, 돈도 많이 들었는데요.

총사업비가 1,100억 원이나 됩니다.

[앵커]

돈도 정말 많이 들었네요.

돈이 이렇게 많이 들었더라도 효과가 있으면 다행일텐데요.

지금 그렇지도 않다는 거지요?

[기자]

네, 맞습니다.

바로 그 문제 때문에 논란이 가열되고 있는 건데요.

해당 시도와 시민단체들은 한목소리로 당장 철거하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한 마디로, 효과도 없는 사업에 세금만 낭비했다는 건데요.

강원도의회에서도 이런 비판의 목소리가 꽤 거세게 나왔는데요.

"천연기념물인 산양이 떼죽음을 당하고 있다."

"ASF가 경남까지 내려갔는데, 도대체 무슨 효과가 있다는 거냐?"

"강원도는 산림과 경치가 자원인데 울타리가 질병은 예방도 못하면서, 괜히 경관만 망치고 있다."

이런 분위기는 다른 시도에서도 마찬가집니다.

그래서, 경기도와 강원도의 시군이 만든 접경지역 시장군수협의회가 울타리를 당장 철거하고 정부에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그럼, 환경부의 입장은 뭔가요?

[기자]

물론, 환경부도 이런 문제를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당장 철거는 곤란하다는 입장입니다.

일단 설치비가 워낙 많이 든 데다, 이걸 철거하려면 또 적지 않은 예산을 써야 합니다.

그리고, 이 많은 울타리를 한꺼번에 다 걷어내면 처리 방안도 골칫거리가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정책 실패를 자인하는 셈이 됩니다.

그래서, 이번에 환경부가 내놓은 대안이 바로 울타리 부분 개방입니다.

[앵커]

그런데, 그 개방되는 구간이 얼마 안된다면서요?

[기자]

네, 그래서 또다른 논란을 부르고 있습니다.

울타리 시범 개방 구간은 우선, 인제와 고성 사이 미시령옛길에 5개, 44번국도 한계령 인근 5개, 이런 식으로 해서 강원도의 개방구간이 21갭니다.

그런데 개방 구간의 길이가 각각 2미터에서 4미터 정도밖에 안됩니다.

21개 개방구간을 다 합쳐봐야 채 100미터도 안된다는 얘깁니다.

전국에 쳐진 울타리가 1,800km니까. 개방 구간은 0.005%.

어딜 개방한건지 아닌지도 알기 힘들 정돕니다.

그러다보니, 지역에선 이걸로 무슨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겠냐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산양을 비롯한 야생동물 피해가 벌써 심각한 수준이고, 경관도 훼손될대로 훼손된 상태다 보니 부분 개방은 환경부가 당장의 비판을 모면하기 위한 면피용 대책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환경부는 뭐라고 합니까?

[기자]

환경부의 입장은 울타리 철거는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겁니다.

울타리가 질병 확산을 막진 못해도 그 속도를 늦출 수는 있다고 주장합니다.

다만, 워낙 비판이 거세니, 계획대로 내년 봄까지 시범 개방을 한번 해 보고 울타리를 정말 어떻게 할지는 나중에 결정하겠다는 게 환경부의 현재 입장입니다.

[앵커]

네, 잘 들었습니다.

영상편집:김수용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취재파일7] ‘천연기념물’ 잡는 ASF 울타리…대책은 ‘눈 가리고 아웅’
    • 입력 2024-05-29 19:44:54
    • 수정2024-05-30 09:37:06
    뉴스7(춘천)
[앵커]

환경부가 '아프리카돼지열병', ASF를 막겠다며 설치한 이른바 'ASF울타리'를 철거해달라는 요구가 전국에서 빗발치고 있습니다.

정작 질병은 예방하지 못하면서, 공연히 경관만 해치고, 애꿎은 야생동물에게까지 피해를 준다는 겁니다.

조휴연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철제 울타리 앞에 야생동물이 죽어 있습니다.

뿔을 보니, 천연기념물 '산양'으로 추정됩니다.

또 다른 곳에서 울타리와 마주친 산양.

사람 키만한 철책에 막혀 어쩔 줄 몰라합니다.

최근 6개월 동안 ASF울타리 안쪽에서 발견된 산양 폐사체만 750구에 이릅니다.

[정인철/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사무국장 : "산양을 이동하지 못하게 하고 고립시키고 탈진과 아사가 되게 하는."]

울타리가 설치된 건 2019년부터 21년 사이.

멧돼지의 이동을 막아 ASF의 남하를 막겠다는 취지였습니다.

강원도 고성에서 경기도 파주까지, 한반도 중부를 가로질렀습니다.

하지만 효과는 없었습니다.

설치 이후에도 ASF가 부산까지 내려간 겁니다.

예방 효과는 없이 산양 같은 야생동물만 해친다는 비판이 잇따랐습니다.

[오연수/강원대학교 수의학과 교수 : "울타리가 이제 더는 물리적으로 막아내는 데 효과가 있을 것 같지 않으니, 이제는 효용을 다했으니 철거를 하자는 입장이고."]

한발 물러선 환경부는, 울타리를 철거하는 대신 일부를 개방해 생태계 영향평가를 벌이고 있습니다.

[송동복/환경부 야생동물질병관리팀 사무관 : "중앙사고수습본부에서 ASF 비상 대응은 심각 단계에 해당되기 때문에 울타리 철거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개방구간은 전체 천 8백 킬로미터 가운데 고작 백 미터 남짓해, 개방에 따른 평가가 제대로 이뤄질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KBS 뉴스 조휴연입니다.

촬영기자:최혁환/화면제공: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한반도야생동물연구소

[앵커]

방금 보신 것처럼 아프리카돼지열병 차단 울타리, 이른바 ASF울타리를 둘러싸고 논란이 가열되고 있습니다.

이번엔 구체적으로 뭐가 문젠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취재기자 나와 있습니다.

조휴연 기자, 이 ASF 울타리의 길이가 1,800킬로미터나 된다고 하는데요.

이게 도대에 얼마나 긴 건지 잘 가늠이 안될 정돕니다?

[기자]

네, 정말 긴 겁니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400킬로미터 정도 됩니다.

그러니까, 이 ASF울타리를 직선으로 쫙 펴 놓으면, 서울에서 부산을 너댓 번은 갈 수 있을 정도로 긴 울타리가 쳐져 있는 겁니다.

지역별로 보면, 강원도에 제일 많이 설치돼 있습니다.

1,100킬로미텁니다.

그리고, 경기도가 350킬로미터, 경상북도가 230킬로미터, 충북이 60킬로미터입니다.

울타리의 길이만큼, 돈도 많이 들었는데요.

총사업비가 1,100억 원이나 됩니다.

[앵커]

돈도 정말 많이 들었네요.

돈이 이렇게 많이 들었더라도 효과가 있으면 다행일텐데요.

지금 그렇지도 않다는 거지요?

[기자]

네, 맞습니다.

바로 그 문제 때문에 논란이 가열되고 있는 건데요.

해당 시도와 시민단체들은 한목소리로 당장 철거하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한 마디로, 효과도 없는 사업에 세금만 낭비했다는 건데요.

강원도의회에서도 이런 비판의 목소리가 꽤 거세게 나왔는데요.

"천연기념물인 산양이 떼죽음을 당하고 있다."

"ASF가 경남까지 내려갔는데, 도대체 무슨 효과가 있다는 거냐?"

"강원도는 산림과 경치가 자원인데 울타리가 질병은 예방도 못하면서, 괜히 경관만 망치고 있다."

이런 분위기는 다른 시도에서도 마찬가집니다.

그래서, 경기도와 강원도의 시군이 만든 접경지역 시장군수협의회가 울타리를 당장 철거하고 정부에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그럼, 환경부의 입장은 뭔가요?

[기자]

물론, 환경부도 이런 문제를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당장 철거는 곤란하다는 입장입니다.

일단 설치비가 워낙 많이 든 데다, 이걸 철거하려면 또 적지 않은 예산을 써야 합니다.

그리고, 이 많은 울타리를 한꺼번에 다 걷어내면 처리 방안도 골칫거리가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정책 실패를 자인하는 셈이 됩니다.

그래서, 이번에 환경부가 내놓은 대안이 바로 울타리 부분 개방입니다.

[앵커]

그런데, 그 개방되는 구간이 얼마 안된다면서요?

[기자]

네, 그래서 또다른 논란을 부르고 있습니다.

울타리 시범 개방 구간은 우선, 인제와 고성 사이 미시령옛길에 5개, 44번국도 한계령 인근 5개, 이런 식으로 해서 강원도의 개방구간이 21갭니다.

그런데 개방 구간의 길이가 각각 2미터에서 4미터 정도밖에 안됩니다.

21개 개방구간을 다 합쳐봐야 채 100미터도 안된다는 얘깁니다.

전국에 쳐진 울타리가 1,800km니까. 개방 구간은 0.005%.

어딜 개방한건지 아닌지도 알기 힘들 정돕니다.

그러다보니, 지역에선 이걸로 무슨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겠냐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산양을 비롯한 야생동물 피해가 벌써 심각한 수준이고, 경관도 훼손될대로 훼손된 상태다 보니 부분 개방은 환경부가 당장의 비판을 모면하기 위한 면피용 대책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환경부는 뭐라고 합니까?

[기자]

환경부의 입장은 울타리 철거는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겁니다.

울타리가 질병 확산을 막진 못해도 그 속도를 늦출 수는 있다고 주장합니다.

다만, 워낙 비판이 거세니, 계획대로 내년 봄까지 시범 개방을 한번 해 보고 울타리를 정말 어떻게 할지는 나중에 결정하겠다는 게 환경부의 현재 입장입니다.

[앵커]

네, 잘 들었습니다.

영상편집:김수용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춘천-주요뉴스

더보기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