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만 떠들썩”…사회적 약자 보호법안 뒷전으로

입력 2024.05.29 (21:14) 수정 2024.05.29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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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21대 국회가 오늘(29일)로 막을 내립니다.

지난 4년 동안 역대 최다인 2만5천여 건의 법안이 발의됐는데, 이 가운데 3분의 2인 만 6천여 건이 그대로 폐기됩니다.

친부모 상속권을 제한하는 '구하라법', '모성보호 3법' 같은 민생 법안은 물론,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특별법, 반도체 산업을 지원하는 'K칩스법' 등 경제 법안까지 사라지게 됐습니다.

무엇보다 사회적 약자를 위한 최소한의 보호 장치마저 제때 만들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오는데요.

21대 국회 문예슬 기자가 돌아봤습니다.

[리포트]

전 남자친구 폭행으로 숨진 19살 이효정 씨, 가해자가 뒤늦게 구속되면서 45일 만에 장례를 치렀습니다.

[고 이효정 씨 삼촌/음성변조 : "효정아, 하늘에서는 부디 아프지 말고 편안하고 더 행복하기를 기원하마."]

'교제 폭력'으로 숨진 여성은 지난 해 알려진 것만 138명, 그때마다 국회는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박광온/전 민주당 원내대표/지난해 5월 : "책임을 통감합니다. 반드시 대책 법안을 통과시켜야 합니다."]

[양금희/국민의힘 의원/지난 2021년 : "다시는 이런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장관님은 물론 여기 계시는 동료 위원분들께서도 적극 나서 주시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교제 폭력에 대한 공권력 개입을 담은 법안들은 상임위에만 멈춰있고 더 이상 노력은 없었습니다.

[허민숙/국회 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 : "법률로 완성이 됐더라면 올해 많이 발생한 교제 폭력 희생을 막을 수 있었다, 대단히 아쉽고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거동이 불편한 아버지를 10살 때부터 돌봐온 홍민기 씨, 취업 준비가 한창이지만 잠깐의 외출도 쉽지 않습니다.

[홍민기/가족 돌봄 청년 : "스터디 카페나 이런 데 갈 수 있는 상황도 아니고 (아버지가) 뭐 하나라도 잘못되지 않게 하려고 계속 집에 붙어 있는 거죠."]

가족 돌봄을 떠안은 아동, 청년 10만 명을 보호하자는 법안들이 잇따라 나왔지만 법 제정을 위한 절차들은 단 한 번도 진행되지 않았습니다.

[국회 보건복지위 담당 보좌관/음성변조 : "합의하기 어려운 쟁점 법안들이 너무 과도하게 다뤄지는 측면이 없지 않아 있고 정쟁 때문에 국민 삶에 필요한 법안들이 소홀히 다뤄지는 거죠."]

고령자와 장애인 등의 디지털 정보 접근을 돕는 법안, 악성 민원에 시달리는 공무원 보호 법안들까지, 21대 국회는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최소한의 법적 보호마저 외면했습니다.

KBS 뉴스 문예슬입니다.

촬영기자:김태현 조형수/영상편집:조완기/그래픽:김성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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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약속만 떠들썩”…사회적 약자 보호법안 뒷전으로
    • 입력 2024-05-29 21:14:15
    • 수정2024-05-29 22:11:17
    뉴스 9
[앵커]

21대 국회가 오늘(29일)로 막을 내립니다.

지난 4년 동안 역대 최다인 2만5천여 건의 법안이 발의됐는데, 이 가운데 3분의 2인 만 6천여 건이 그대로 폐기됩니다.

친부모 상속권을 제한하는 '구하라법', '모성보호 3법' 같은 민생 법안은 물론,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특별법, 반도체 산업을 지원하는 'K칩스법' 등 경제 법안까지 사라지게 됐습니다.

무엇보다 사회적 약자를 위한 최소한의 보호 장치마저 제때 만들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오는데요.

21대 국회 문예슬 기자가 돌아봤습니다.

[리포트]

전 남자친구 폭행으로 숨진 19살 이효정 씨, 가해자가 뒤늦게 구속되면서 45일 만에 장례를 치렀습니다.

[고 이효정 씨 삼촌/음성변조 : "효정아, 하늘에서는 부디 아프지 말고 편안하고 더 행복하기를 기원하마."]

'교제 폭력'으로 숨진 여성은 지난 해 알려진 것만 138명, 그때마다 국회는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박광온/전 민주당 원내대표/지난해 5월 : "책임을 통감합니다. 반드시 대책 법안을 통과시켜야 합니다."]

[양금희/국민의힘 의원/지난 2021년 : "다시는 이런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장관님은 물론 여기 계시는 동료 위원분들께서도 적극 나서 주시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교제 폭력에 대한 공권력 개입을 담은 법안들은 상임위에만 멈춰있고 더 이상 노력은 없었습니다.

[허민숙/국회 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 : "법률로 완성이 됐더라면 올해 많이 발생한 교제 폭력 희생을 막을 수 있었다, 대단히 아쉽고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거동이 불편한 아버지를 10살 때부터 돌봐온 홍민기 씨, 취업 준비가 한창이지만 잠깐의 외출도 쉽지 않습니다.

[홍민기/가족 돌봄 청년 : "스터디 카페나 이런 데 갈 수 있는 상황도 아니고 (아버지가) 뭐 하나라도 잘못되지 않게 하려고 계속 집에 붙어 있는 거죠."]

가족 돌봄을 떠안은 아동, 청년 10만 명을 보호하자는 법안들이 잇따라 나왔지만 법 제정을 위한 절차들은 단 한 번도 진행되지 않았습니다.

[국회 보건복지위 담당 보좌관/음성변조 : "합의하기 어려운 쟁점 법안들이 너무 과도하게 다뤄지는 측면이 없지 않아 있고 정쟁 때문에 국민 삶에 필요한 법안들이 소홀히 다뤄지는 거죠."]

고령자와 장애인 등의 디지털 정보 접근을 돕는 법안, 악성 민원에 시달리는 공무원 보호 법안들까지, 21대 국회는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최소한의 법적 보호마저 외면했습니다.

KBS 뉴스 문예슬입니다.

촬영기자:김태현 조형수/영상편집:조완기/그래픽:김성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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