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회 ‘연임제한’ 폐지 추진…왜?

입력 2024.05.29 (23:22) 수정 2024.05.29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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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대한민국 스포츠의 총본산이라고 할 수 있는 대한체육회가 체육 회장들의 임기를 무한 연장할 수 있는 정관 개정을 추진해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최근 축구 대표팀 사태로 책임론에 휩싸인 정몽규 축구협회장 등이 3선을 넘어 4선 도전까지 할 수 있는 길이 열렸기 때문인데요.

스포츠 취재부 김기범 기자와 자세한 소식 알아보겠습니다.

일단 체육회 정관 개정이 어떻게 바뀐다는 건가요?

[기자]

네 한마디로 앞으로 야구와 축구 등 각 종목 단체를 이끄는 회장들이 회장 선거에 마음만 먹으면 무한대로 나올 수 있다는 규정을 새로 만든다는 것입니다.

체육회가 모레 정기 이사회에 정관 개정을 안건으로 올렸습니다.

현재 규정대로라면 3선 이상 회장 선거에 나가기 위해서는 스포츠 공정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하지만, 체육회 정관이 개정되면 아무런 제한없이 4선 도전이 가능합니다.

그러니까 원래 체육회 규정은 스포츠 종목 회장은 한 차례만 연임이 가능하고, 3선 이상 도전은 예외적으로 봐서 공정위원회 승인을 받아야 하는 취지였습니다.

특정인의 협회 연맹의 독점을 예방하기 위한 장치였는데, 대한체육회가 이런 최소한의 제한, 견제 장치를 아예 없애버린 거죠.

그래서 회장들이 더 오래동안, 쉽게 회장직을 유지할 수 있도록 만든 특혜 규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체육회는 지방 체육회의 경우 회장할 적임자를 못 찾는 구인난이 있고, 이 협회장들이 무보수 봉사직인데 이렇게 피선거권을 제한하는 건 옳지 못하다.

그래서 정관을 바꾸겠다는 취지인데요.

이기흥 체육회장의 설명 들어보시겠습니다.

[이기흥/대한체육회장 : "체육단체 임원들은 무보수 비상근 봉사직입니다. 이와 같은 상황들을 고려할 때 연임 제한 규정으로 피선거권을 과도하게 제약하는 건 위헌의 소지가 있다는 걸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앵커]

그런데 이 정관 개정이 지금 이 시점에 왜 나온 겁니까? 시기적으로 적절한지 여부도 논란이 일고 있는데요?

[기자]

그렇습니다.

일단 최근 스포츠계에서는 이른바 종목 단체 회장 책임론이 거세게 일고 있는 상황이잖습니까.

정몽규 축구협회장이 아시안컵 내분 사태, 올림픽 출전 실패 등으로 축구팬들로부터 연일 비판을 받고 있는데.

중도 사퇴는 커녕, 아예 임기를 한번더 보장해주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기 때문에 이런 국면에서 정관 개정이 국민적 호응을 받을 수가 없는 상황입니다.

더 중요한 포인트는, 각 종목 협회장 선거가 올 연말에 있다는 겁니다.

지금 정관이 개정되면 이 개정의 주체가 되는 이기흥 체육회장 본인부터 3선 도전에 아무런 제약을 받지 않게 되는건데요.

그래서 체육계 일각에서는 임기 연장을 위한 수단으로 정관 개정에 나선 거 아니냐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앵커]

그러면 체육회가 모레 이사회에서 이걸 통과시키면, 체육회장 무한 연임은 그대로 확정되는 건가요?

[기자]

그렇지는 않습니다.

정관 개정의 최종 승인 기관이 있습니다.

바로 문화체육관광부인데요.

문체부는 이 정관 개정에 강한 반대 의사를 밝히고 있습니다.

반대의 가장 큰 이유는 현 정관이 10여년 전 체육계의 고질적 병폐였던 협회장의 조직 사유화를 방지하고자 만든 제도였기 때문입니다.

체육단체장들이 너무 오래 집권하게 되면 당연히 전횡과 각종 비리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에 국민적 공감대 없는 정관 개정은 승인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문체부 이정우 체육국장의 인터뷰 들어보시죠.

[이정우/문체부 체육국장 : "한국 체육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냐에 대해서는 판단이 다를 수가 있습니다. 문화체육부에서 정관으로 승인받기 어렵습니다."]

[앵커]

이번 정관 개정 결국 실패로 끝날 것 같긴 한데, 최근 대한체육회의 무리한 정책 추진이 체육계의 비판을 많이 받고 있는 상황이라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체육회가 국내 스포츠의 저변확대와 성장이 아닌 엉뚱한 곳에 힘을 쓰고 있다는 비판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작년 연말에 체육회는 올림픽을 앞둔 선수들을 한꺼번에 모아서 해병대 캠프 훈련을 실시했습니다.

정신력 강화를 한다는 취지였는데 구시대적 행정이란 비판이 쏟아졌죠.

또 올초부터 이기흥 체육회장은 주무 부처인 문체부를 상대로 거친 발언을 쏟아내는 등 갈등을 키우고 있는 모습이 자주 나타났는데요.

지금이 어떤 시기냐면요, 파리올림픽을 두 달 남겨놓고 있는데요.

올림픽에 집중해도 모자랄 판에 다른 엉뚱한 데 체육행정을 소모한다는 비판이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습니다만, 체육회장은 언론과 체육계의 비판에 이렇다할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어서, 아쉬운 대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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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24-05-29 23:3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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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스포츠의 총본산이라고 할 수 있는 대한체육회가 체육 회장들의 임기를 무한 연장할 수 있는 정관 개정을 추진해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최근 축구 대표팀 사태로 책임론에 휩싸인 정몽규 축구협회장 등이 3선을 넘어 4선 도전까지 할 수 있는 길이 열렸기 때문인데요.

스포츠 취재부 김기범 기자와 자세한 소식 알아보겠습니다.

일단 체육회 정관 개정이 어떻게 바뀐다는 건가요?

[기자]

네 한마디로 앞으로 야구와 축구 등 각 종목 단체를 이끄는 회장들이 회장 선거에 마음만 먹으면 무한대로 나올 수 있다는 규정을 새로 만든다는 것입니다.

체육회가 모레 정기 이사회에 정관 개정을 안건으로 올렸습니다.

현재 규정대로라면 3선 이상 회장 선거에 나가기 위해서는 스포츠 공정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하지만, 체육회 정관이 개정되면 아무런 제한없이 4선 도전이 가능합니다.

그러니까 원래 체육회 규정은 스포츠 종목 회장은 한 차례만 연임이 가능하고, 3선 이상 도전은 예외적으로 봐서 공정위원회 승인을 받아야 하는 취지였습니다.

특정인의 협회 연맹의 독점을 예방하기 위한 장치였는데, 대한체육회가 이런 최소한의 제한, 견제 장치를 아예 없애버린 거죠.

그래서 회장들이 더 오래동안, 쉽게 회장직을 유지할 수 있도록 만든 특혜 규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체육회는 지방 체육회의 경우 회장할 적임자를 못 찾는 구인난이 있고, 이 협회장들이 무보수 봉사직인데 이렇게 피선거권을 제한하는 건 옳지 못하다.

그래서 정관을 바꾸겠다는 취지인데요.

이기흥 체육회장의 설명 들어보시겠습니다.

[이기흥/대한체육회장 : "체육단체 임원들은 무보수 비상근 봉사직입니다. 이와 같은 상황들을 고려할 때 연임 제한 규정으로 피선거권을 과도하게 제약하는 건 위헌의 소지가 있다는 걸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앵커]

그런데 이 정관 개정이 지금 이 시점에 왜 나온 겁니까? 시기적으로 적절한지 여부도 논란이 일고 있는데요?

[기자]

그렇습니다.

일단 최근 스포츠계에서는 이른바 종목 단체 회장 책임론이 거세게 일고 있는 상황이잖습니까.

정몽규 축구협회장이 아시안컵 내분 사태, 올림픽 출전 실패 등으로 축구팬들로부터 연일 비판을 받고 있는데.

중도 사퇴는 커녕, 아예 임기를 한번더 보장해주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기 때문에 이런 국면에서 정관 개정이 국민적 호응을 받을 수가 없는 상황입니다.

더 중요한 포인트는, 각 종목 협회장 선거가 올 연말에 있다는 겁니다.

지금 정관이 개정되면 이 개정의 주체가 되는 이기흥 체육회장 본인부터 3선 도전에 아무런 제약을 받지 않게 되는건데요.

그래서 체육계 일각에서는 임기 연장을 위한 수단으로 정관 개정에 나선 거 아니냐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앵커]

그러면 체육회가 모레 이사회에서 이걸 통과시키면, 체육회장 무한 연임은 그대로 확정되는 건가요?

[기자]

그렇지는 않습니다.

정관 개정의 최종 승인 기관이 있습니다.

바로 문화체육관광부인데요.

문체부는 이 정관 개정에 강한 반대 의사를 밝히고 있습니다.

반대의 가장 큰 이유는 현 정관이 10여년 전 체육계의 고질적 병폐였던 협회장의 조직 사유화를 방지하고자 만든 제도였기 때문입니다.

체육단체장들이 너무 오래 집권하게 되면 당연히 전횡과 각종 비리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에 국민적 공감대 없는 정관 개정은 승인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문체부 이정우 체육국장의 인터뷰 들어보시죠.

[이정우/문체부 체육국장 : "한국 체육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냐에 대해서는 판단이 다를 수가 있습니다. 문화체육부에서 정관으로 승인받기 어렵습니다."]

[앵커]

이번 정관 개정 결국 실패로 끝날 것 같긴 한데, 최근 대한체육회의 무리한 정책 추진이 체육계의 비판을 많이 받고 있는 상황이라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체육회가 국내 스포츠의 저변확대와 성장이 아닌 엉뚱한 곳에 힘을 쓰고 있다는 비판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작년 연말에 체육회는 올림픽을 앞둔 선수들을 한꺼번에 모아서 해병대 캠프 훈련을 실시했습니다.

정신력 강화를 한다는 취지였는데 구시대적 행정이란 비판이 쏟아졌죠.

또 올초부터 이기흥 체육회장은 주무 부처인 문체부를 상대로 거친 발언을 쏟아내는 등 갈등을 키우고 있는 모습이 자주 나타났는데요.

지금이 어떤 시기냐면요, 파리올림픽을 두 달 남겨놓고 있는데요.

올림픽에 집중해도 모자랄 판에 다른 엉뚱한 데 체육행정을 소모한다는 비판이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습니다만, 체육회장은 언론과 체육계의 비판에 이렇다할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어서, 아쉬운 대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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