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증금 1,000원 다회용컵, 제주에서도 볼 수 없나?

입력 2024.05.30 (17:16) 수정 2024.05.31 (10:30)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스타벅스가 2021년 7월  ‘일회용 컵 없는 매장’을 시행하면서 도입한 폴리프로필렌(PP) 소재 리유저블컵(다회용 컵).스타벅스가 2021년 7월 ‘일회용 컵 없는 매장’을 시행하면서 도입한 폴리프로필렌(PP) 소재 리유저블컵(다회용 컵).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겠다며 제주의 대형 커피전문점 등에서 시범적으로 시작한 '보증금 1,000원' 다회용 컵이 다음 달부터 제주 매장에서 사라집니다. 다회용 컵이 철수한 자리는 3년 만에 일회용 컵이 다시 차지하게 됩니다.

제주도 등에 따르면 2021년부터 다회용 컵 시범사업을 맡아온 사회적 기업 행복커넥트가 다음 달 4일로 제주에서 철수합니다. 행복커넥트는 SK행복나눔재단이 출연해 세운 사회적 기업으로, 다회용 컵 순환 서비스를 통해 플라스틱컵 사용을 줄이는 서비스를 펼치고 있습니다.

■ 컵 공급부터 수거, 세척, 재공급까지…"물류비·인건비 많이 드네"

행복커넥트 측이 첫 시범 사업지 제주에서 사업을 접는 이유는 표면상으로는 컵 수거와 세척, 공급 등에 드는 물류비와 인건비 등 재정 부담 때문입니다. 날마다 제주도 각지에 흩어져 있는 매장에서 수거해 온 다회용 컵을 세척공장에서 깨끗이 씻고, 다시 이 컵을 각 매장으로 공급하는 데에 적지 않은 비용이 드는 탓입니다.

여기에 제주도는 부속 도서도 있는 데다 지역도 넓어서, 뿔뿔이 흩어져 있는 매장에서 쓴 컵을 수거하고 다시 공급하는 게 쉽지만도 않았습니다. 제주에서만 지난해 8월 기준 100여 개에 달하는 매장에서 이 '해빗컵'을 썼습니다. 세척공장에선 하루 약 8천~1만 개에 달하는 다회용 컵을 씻어왔습니다.

4월 말 기준 제주도에서 다회용 컵 보증금제를 사용하는 매장은 제주지역 스타벅스 30개 전 매장을 포함해 모두 48곳. 이 가운데 우도 내 12개 식음료 매장을 제외한 나머지 36곳에서 다음 주부터 다회용 컵이 사라집니다. 스타벅스 매장 30곳을 비롯해 제주지역 관공서나 공공시설, 일부 호텔·리조트에 있는 카페 등입니다.

2021년 7월 6일 스타벅스커피 제주 서해안로DT점에서 한 고객이 음료를 다 마신 뒤 매장 내에 설치된 ‘반납기’를 통해 보증금을 되돌려받고 있다.2021년 7월 6일 스타벅스커피 제주 서해안로DT점에서 한 고객이 음료를 다 마신 뒤 매장 내에 설치된 ‘반납기’를 통해 보증금을 되돌려받고 있다.

다만 '청정 우도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별도의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 사업을 해오고 있는 제주 우도에서는 다회용 컵 보증금제가 유지됩니다. 우도에 국비와 지방비 23억을 들여 세운 세척시설 운영을 민간에 위탁해, 올해부터 이 업체가 우도 내 12개 매장의 컵 수거와 세척, 공급 등을 맡고 있습니다. 제주도 측은 "우도 다회용 컵 세척시설 민간위탁사업자 공모에 해피커넥트도 지원서를 냈지만, 다른 업체가 운영사로 최종 선정됐다"고 말했습니다.

■ 제주 다회용 컵 사용 매장, 1년도 안 돼 128개→48개로 '뚝'

일회용품 보증금제가 시범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제주에선 다회용 컵 사용에 동참한 식음료 매장이 한때 많게는 128개에 달한 적도 있었습니다. 지난해 제주에서 사용된 다회용 컵은 약 400만 개. 컵 반환율은 1년 평균 80%를 기록해 나쁘지 않은 성적표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지난해 9월부터 다회용 컵 이용 매장 수가 서서히 감소하더니 12월에는 62곳으로 반 토막이 났습니다.

이들 다회용 컵을 포기한 매장에선 더는 포장판매가 불가능한 것일까. 답은 '아니오' 입니다. 여전히 일회용 컵 보증금제를 적용받기 때문에 제주 내 식음료 매장 밖으로 음료 등을 들고 나갈 땐 보증금으로 300원을 더 내야 합니다. 이 돈도 컵을 반납하면 돌려받습니다.

제주도 관계자는 "(테이크아웃 시) 다회용 컵을 제공하는 매장에선 일회용 컵 보증금제를, 일반 일회용 컵을 계속 쓰는 매장은 다회용 컵을 각각 이용하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 "다회용 컵 유지 관리 불편해" 일회용 컵 보증금제로 선회하기도

사정이 이렇자 처음에 보증금 1,000원을 받고 다회용 컵을 내주던 매장들이 지난해 가을부터 점점 '일회용 컵 보증금제'로 돌아서기 시작했습니다. 비용과 관리 문제 등으로 참여를 꺼리게 된 것으로 보입니다.

올해 4월 기준 제주 도내 다회용 컵 운영 매장은 48곳으로 더 줄었습니다.



■ '일회용 컵 보증금제' 참여율도 하락…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제주도

제주에서 다회용 컵 사용이 중단된다고 해서 다른 지역처럼 '공짜로(?)' 투명한 일회용 컵에 든 커피를 받아들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제주에서 시행되는 일회용 컵 보증금제에 따라 여전히 가맹점 100개 이상인 프랜차이즈 매장에서 주문한 커피를 밖으로 가지고 나갈 때, 개인 컵이 없으면 앞으로는 자원순환보증금 300원을 더 내야 합니다.

제주에서 다회용 컵 보증금제를 그만 두는 매장이 늘면, 반대로 일회용 컵 보증금제를 도입하는 매장은 늘고 있을까. 제주도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보증금제 적용 대상 매장 502곳 중 96.8%가 시행에 동참했습니다. 일회용 컵 반환율은 78.4%를 기록했습니다.

그러나 올해 1월 가입률이 54.7%로 거의 반 토막이 난 뒤, 지난 4월 말 기준 적용 대상 매장 511곳 중 제도 이행 매장은 49.7%로 더 낮아졌습니다.

컵 회수율도 지난해 11월 78.4%로 최대치를 찍은 이래 올해 1월 60.7%, 4월 53%로 저조한 성적표를 받아들었습니다.

일회용 컵 보증금제 전국 확대를 미뤄오던 환경부가 지난해 9월 전국 의무화를 사실상 철회하고 지자체 자율에 맡기도록 방침을 정하면서, 제주도 차원에서 밀고 있던 '탈 플라스틱' 정책 추진에 힘이 빠지게 된 점도 있습니다.

제주도 관계자는 이번 행복커넥트 다회용 컵 철회에 대해 "민간 사업으로 '탈 플라스틱'에 일조하는 것이 계속 유지되기를 바랐는데, 철수하게 되어 무척 아쉽다"면서 "다만 앞으로도 공공기관 행사에서 다회용 컵과 용기를 사용하고, 다회용 컵을 세척·공급하는 업체를 지원하는 등 제주도 차원의 플라스틱 사용 줄이기 정책 추진은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보증금 1,000원 다회용컵, 제주에서도 볼 수 없나?
    • 입력 2024-05-30 17:16:27
    • 수정2024-05-31 10:30:17
    심층K
스타벅스가 2021년 7월  ‘일회용 컵 없는 매장’을 시행하면서 도입한 폴리프로필렌(PP) 소재 리유저블컵(다회용 컵).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겠다며 제주의 대형 커피전문점 등에서 시범적으로 시작한 '보증금 1,000원' 다회용 컵이 다음 달부터 제주 매장에서 사라집니다. 다회용 컵이 철수한 자리는 3년 만에 일회용 컵이 다시 차지하게 됩니다.

제주도 등에 따르면 2021년부터 다회용 컵 시범사업을 맡아온 사회적 기업 행복커넥트가 다음 달 4일로 제주에서 철수합니다. 행복커넥트는 SK행복나눔재단이 출연해 세운 사회적 기업으로, 다회용 컵 순환 서비스를 통해 플라스틱컵 사용을 줄이는 서비스를 펼치고 있습니다.

■ 컵 공급부터 수거, 세척, 재공급까지…"물류비·인건비 많이 드네"

행복커넥트 측이 첫 시범 사업지 제주에서 사업을 접는 이유는 표면상으로는 컵 수거와 세척, 공급 등에 드는 물류비와 인건비 등 재정 부담 때문입니다. 날마다 제주도 각지에 흩어져 있는 매장에서 수거해 온 다회용 컵을 세척공장에서 깨끗이 씻고, 다시 이 컵을 각 매장으로 공급하는 데에 적지 않은 비용이 드는 탓입니다.

여기에 제주도는 부속 도서도 있는 데다 지역도 넓어서, 뿔뿔이 흩어져 있는 매장에서 쓴 컵을 수거하고 다시 공급하는 게 쉽지만도 않았습니다. 제주에서만 지난해 8월 기준 100여 개에 달하는 매장에서 이 '해빗컵'을 썼습니다. 세척공장에선 하루 약 8천~1만 개에 달하는 다회용 컵을 씻어왔습니다.

4월 말 기준 제주도에서 다회용 컵 보증금제를 사용하는 매장은 제주지역 스타벅스 30개 전 매장을 포함해 모두 48곳. 이 가운데 우도 내 12개 식음료 매장을 제외한 나머지 36곳에서 다음 주부터 다회용 컵이 사라집니다. 스타벅스 매장 30곳을 비롯해 제주지역 관공서나 공공시설, 일부 호텔·리조트에 있는 카페 등입니다.

2021년 7월 6일 스타벅스커피 제주 서해안로DT점에서 한 고객이 음료를 다 마신 뒤 매장 내에 설치된 ‘반납기’를 통해 보증금을 되돌려받고 있다.
다만 '청정 우도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별도의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 사업을 해오고 있는 제주 우도에서는 다회용 컵 보증금제가 유지됩니다. 우도에 국비와 지방비 23억을 들여 세운 세척시설 운영을 민간에 위탁해, 올해부터 이 업체가 우도 내 12개 매장의 컵 수거와 세척, 공급 등을 맡고 있습니다. 제주도 측은 "우도 다회용 컵 세척시설 민간위탁사업자 공모에 해피커넥트도 지원서를 냈지만, 다른 업체가 운영사로 최종 선정됐다"고 말했습니다.

■ 제주 다회용 컵 사용 매장, 1년도 안 돼 128개→48개로 '뚝'

일회용품 보증금제가 시범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제주에선 다회용 컵 사용에 동참한 식음료 매장이 한때 많게는 128개에 달한 적도 있었습니다. 지난해 제주에서 사용된 다회용 컵은 약 400만 개. 컵 반환율은 1년 평균 80%를 기록해 나쁘지 않은 성적표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지난해 9월부터 다회용 컵 이용 매장 수가 서서히 감소하더니 12월에는 62곳으로 반 토막이 났습니다.

이들 다회용 컵을 포기한 매장에선 더는 포장판매가 불가능한 것일까. 답은 '아니오' 입니다. 여전히 일회용 컵 보증금제를 적용받기 때문에 제주 내 식음료 매장 밖으로 음료 등을 들고 나갈 땐 보증금으로 300원을 더 내야 합니다. 이 돈도 컵을 반납하면 돌려받습니다.

제주도 관계자는 "(테이크아웃 시) 다회용 컵을 제공하는 매장에선 일회용 컵 보증금제를, 일반 일회용 컵을 계속 쓰는 매장은 다회용 컵을 각각 이용하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 "다회용 컵 유지 관리 불편해" 일회용 컵 보증금제로 선회하기도

사정이 이렇자 처음에 보증금 1,000원을 받고 다회용 컵을 내주던 매장들이 지난해 가을부터 점점 '일회용 컵 보증금제'로 돌아서기 시작했습니다. 비용과 관리 문제 등으로 참여를 꺼리게 된 것으로 보입니다.

올해 4월 기준 제주 도내 다회용 컵 운영 매장은 48곳으로 더 줄었습니다.



■ '일회용 컵 보증금제' 참여율도 하락…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제주도

제주에서 다회용 컵 사용이 중단된다고 해서 다른 지역처럼 '공짜로(?)' 투명한 일회용 컵에 든 커피를 받아들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제주에서 시행되는 일회용 컵 보증금제에 따라 여전히 가맹점 100개 이상인 프랜차이즈 매장에서 주문한 커피를 밖으로 가지고 나갈 때, 개인 컵이 없으면 앞으로는 자원순환보증금 300원을 더 내야 합니다.

제주에서 다회용 컵 보증금제를 그만 두는 매장이 늘면, 반대로 일회용 컵 보증금제를 도입하는 매장은 늘고 있을까. 제주도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보증금제 적용 대상 매장 502곳 중 96.8%가 시행에 동참했습니다. 일회용 컵 반환율은 78.4%를 기록했습니다.

그러나 올해 1월 가입률이 54.7%로 거의 반 토막이 난 뒤, 지난 4월 말 기준 적용 대상 매장 511곳 중 제도 이행 매장은 49.7%로 더 낮아졌습니다.

컵 회수율도 지난해 11월 78.4%로 최대치를 찍은 이래 올해 1월 60.7%, 4월 53%로 저조한 성적표를 받아들었습니다.

일회용 컵 보증금제 전국 확대를 미뤄오던 환경부가 지난해 9월 전국 의무화를 사실상 철회하고 지자체 자율에 맡기도록 방침을 정하면서, 제주도 차원에서 밀고 있던 '탈 플라스틱' 정책 추진에 힘이 빠지게 된 점도 있습니다.

제주도 관계자는 이번 행복커넥트 다회용 컵 철회에 대해 "민간 사업으로 '탈 플라스틱'에 일조하는 것이 계속 유지되기를 바랐는데, 철수하게 되어 무척 아쉽다"면서 "다만 앞으로도 공공기관 행사에서 다회용 컵과 용기를 사용하고, 다회용 컵을 세척·공급하는 업체를 지원하는 등 제주도 차원의 플라스틱 사용 줄이기 정책 추진은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