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온난화, 항공기를 뒤흔들다…“동아시아도 난기류 급증” [특파원 리포트]

입력 2024.05.31 (10:00) 수정 2024.06.04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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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온난화 영향이 폭염, 폭우에 그치지 않고 대기층까지 흔들 만큼 점점 더 무서운 파괴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최근 잇따른 난기류 사고도 지구 온난화와 무방하지 않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전 세계 여러 지구물리학 연구팀은 지구 온난화와 난기류의 연관성에 주목하고, 관련 논문을 내놓고 있습니다.

■ "지구 온난화로 40년간 난기류 50% 증가

영국 레딩 대학교 연구팀은 지난해, 1979년부터 2020년까지 대기 데이터를 비교한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조사 결과, 지구 온난화로 인해 지난 40년 동안 난기류가 5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레이더에 잘 감지되는 뇌우나 구름으로 인한 난기류와 달리, 예고 없이 발생하는 '맑은 하늘' 난기류와 관련이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보면, 북대서양 상공을 비행할 경우 그 정도에 따라, 가장 심한 난기류의 지속 시간은 1979년 17.7시간에서 2020년 27.4시간으로 55% 증가했습니다. 중간 정도의 중등도 난기류도 70시간에서 96.1시간으로 37% 증가했으며, 가벼운 난기류는 17% 증가했습니다. 북대서양은 유럽과 북미를 오가는 항공편이 하루에 약 2,000편에 달하는, 세계에서 가장 바쁜 항로 중 하나입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미국에서도 비슷한 증가 추세를 보였습니다.

연구팀은 지구 온난화로 인해 이런 일이 더 자주 일어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지구의 기온 상승이 10킬로미터 상공에서 불어오는 고도의 바람인 제트 기류에 변화를 일으키고, 이로 인해 기류의 흐름이 더욱 구불구불하고 복잡해져 난기류가 더 많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 연구 결과는 지구물리학 연구 저널 '레터스'에 실렸습니다.

전직 항공사 조종사인 제라드 펠저는 프랑스 시사주간지 '르 뿌앙'과의 인터뷰에서 지구온난화가 난기류를 일으키는 과정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난기류는 속도, 열, 방향이 다른 두 기류가 만날 때 발생한다. 지상의 공기는 뜨거워지면서 동시에 상승한다. 반면 구름 속의 더 차갑고 무거운 공기는 가라앉는다. 이 둘의 교차점을 '윈드 시어'라고 한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공기가 따뜻해질수록 '윈드 시어'도 커진다. 이런 상황은 맑은 하늘에서만 발생한다. "

■ "동아시아도 심한 난기류 급증"

지구물리학연구 저널 '대기'에 조만간 실릴 다른 연구는 항공 교통량이 늘고 있는 동아시아와 중동 및 북아프리카 지역에서도 중등도 또는 심한 난기류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합니다. ' 기후 변화가 항공 난기류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논문'의 제1 저자인 모하메드 푸다드는 프랑스 일간 '르 몽드'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동아시아와 중동 등지의 난기류 증가는 기후 변화와 관련이 있는 반면, 북대서양과 북태평양 상공의 난기류 증가는 지구 온난화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고 말합니다.

모하메드 푸다드는 온난화 정도가 증가할 때마다 맑은 공기에서 난기류의 빈도와 강도가 증가한다고 분석합니다. 특히 이러한 상관관계는 극지 제트 기류(북위 50°~65°)보다 북위 20~40도 사이에 위치한 아열대 제트 기류에서 더 뚜렷하게 나타납니다. 푸다드는 기후 변화로 인해 극지방과 적도 사이의 온도 구배(100 미터 단위로 측정되는 고도에 따른 온도의 변화율)가 10~12km 고도에서 증가하여 제트 기류가 강화되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또 지구 온난화로 뇌우가 더 심해지면 대기의 불안정성도 덩달아 심화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프랑스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 최신 보고서를 보면 공기가 따뜻해질수록 더 많은 수분을 함유해 강수량이 더 많아질 수 있다고 돼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단계에서는 뇌우가 난기류를 심화시킨다는 직접적인 증거는 없다고 보고서는 설명합니다.

■ 난기류 증가하면 비행 위험해지나?

연구자들은 이러한 추세로 인해 항공기의 비행이 중단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전직 항공사 조종사인 제라드 펠저는 과거 CNN과의 인터뷰에서, 난기류 현상이 반드시 항공의 안전성을 떨어뜨리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펠저는 "비행기는 매우 높은 사양으로 제작돼,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최악의 난기류를 견딜 수 있어서 하늘에서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영국 레딩 대학교의 연구원인 폴 윌리엄스도 '네이처지'와의 인터뷰에서, 난기류가 심해진다 해도 "항공기가 하늘에서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과거에는 심한 난기류에 10분이 걸렸다면, 앞으로는 20분 또는 30분이 걸릴 수 있다"고 말합니다.

또 소르본 대학교 항공 및 기후 의장의 연구원인 니콜라스 벨루인은 항공기가 "더 강한 충격을 견디도록 설계"되었기 때문에 난기류의 증가로 인한 "구조적인 위험은 없다"고 말합니다.

다만, 전문가들은 항공사가 난기류 증가를 어떻게 관리할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합니다. 난기류로 인해 미국에서만 연간 1억 5천만 달러~5억 달러(우리 돈 2,062억~6,875억 원)의 비용이 발생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난기류를 뚫고 비행하는 시간이 1분 더 늘어날 때마다 항공기의 마모와 파손은 물론 승객과 승무원의 부상 위험도 증가합니다.

최근 미국의 연구 기관인 국립 대기 연구 센터는 조종사에게 최대 18시간 전에 난기류 예보를 매시간 업데이트하여 제공하기 시작했습니다. 또 항공기에 탑재되어 대기의 분위기를 실시간으로 측정하는 'EDR(에너지 손실률)'이라는 센서를 통해 15분마다 데이터가 업데이트되는 새로운 도구를 개발 중입니다.

또 항공사가 승무원들이 안전벨트 착용이나 비행 중 기내 이동과 같은 특정 절차에 대해 검토할 필요성이 커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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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구온난화, 항공기를 뒤흔들다…“동아시아도 난기류 급증” [특파원 리포트]
    • 입력 2024-05-31 10:00:18
    • 수정2024-06-04 09:5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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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온난화 영향이 폭염, 폭우에 그치지 않고 대기층까지 흔들 만큼 점점 더 무서운 파괴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최근 잇따른 난기류 사고도 지구 온난화와 무방하지 않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전 세계 여러 지구물리학 연구팀은 지구 온난화와 난기류의 연관성에 주목하고, 관련 논문을 내놓고 있습니다.

■ "지구 온난화로 40년간 난기류 50% 증가

영국 레딩 대학교 연구팀은 지난해, 1979년부터 2020년까지 대기 데이터를 비교한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조사 결과, 지구 온난화로 인해 지난 40년 동안 난기류가 5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레이더에 잘 감지되는 뇌우나 구름으로 인한 난기류와 달리, 예고 없이 발생하는 '맑은 하늘' 난기류와 관련이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보면, 북대서양 상공을 비행할 경우 그 정도에 따라, 가장 심한 난기류의 지속 시간은 1979년 17.7시간에서 2020년 27.4시간으로 55% 증가했습니다. 중간 정도의 중등도 난기류도 70시간에서 96.1시간으로 37% 증가했으며, 가벼운 난기류는 17% 증가했습니다. 북대서양은 유럽과 북미를 오가는 항공편이 하루에 약 2,000편에 달하는, 세계에서 가장 바쁜 항로 중 하나입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미국에서도 비슷한 증가 추세를 보였습니다.

연구팀은 지구 온난화로 인해 이런 일이 더 자주 일어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지구의 기온 상승이 10킬로미터 상공에서 불어오는 고도의 바람인 제트 기류에 변화를 일으키고, 이로 인해 기류의 흐름이 더욱 구불구불하고 복잡해져 난기류가 더 많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 연구 결과는 지구물리학 연구 저널 '레터스'에 실렸습니다.

전직 항공사 조종사인 제라드 펠저는 프랑스 시사주간지 '르 뿌앙'과의 인터뷰에서 지구온난화가 난기류를 일으키는 과정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난기류는 속도, 열, 방향이 다른 두 기류가 만날 때 발생한다. 지상의 공기는 뜨거워지면서 동시에 상승한다. 반면 구름 속의 더 차갑고 무거운 공기는 가라앉는다. 이 둘의 교차점을 '윈드 시어'라고 한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공기가 따뜻해질수록 '윈드 시어'도 커진다. 이런 상황은 맑은 하늘에서만 발생한다. "

■ "동아시아도 심한 난기류 급증"

지구물리학연구 저널 '대기'에 조만간 실릴 다른 연구는 항공 교통량이 늘고 있는 동아시아와 중동 및 북아프리카 지역에서도 중등도 또는 심한 난기류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합니다. ' 기후 변화가 항공 난기류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논문'의 제1 저자인 모하메드 푸다드는 프랑스 일간 '르 몽드'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동아시아와 중동 등지의 난기류 증가는 기후 변화와 관련이 있는 반면, 북대서양과 북태평양 상공의 난기류 증가는 지구 온난화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고 말합니다.

모하메드 푸다드는 온난화 정도가 증가할 때마다 맑은 공기에서 난기류의 빈도와 강도가 증가한다고 분석합니다. 특히 이러한 상관관계는 극지 제트 기류(북위 50°~65°)보다 북위 20~40도 사이에 위치한 아열대 제트 기류에서 더 뚜렷하게 나타납니다. 푸다드는 기후 변화로 인해 극지방과 적도 사이의 온도 구배(100 미터 단위로 측정되는 고도에 따른 온도의 변화율)가 10~12km 고도에서 증가하여 제트 기류가 강화되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또 지구 온난화로 뇌우가 더 심해지면 대기의 불안정성도 덩달아 심화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프랑스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 최신 보고서를 보면 공기가 따뜻해질수록 더 많은 수분을 함유해 강수량이 더 많아질 수 있다고 돼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단계에서는 뇌우가 난기류를 심화시킨다는 직접적인 증거는 없다고 보고서는 설명합니다.

■ 난기류 증가하면 비행 위험해지나?

연구자들은 이러한 추세로 인해 항공기의 비행이 중단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전직 항공사 조종사인 제라드 펠저는 과거 CNN과의 인터뷰에서, 난기류 현상이 반드시 항공의 안전성을 떨어뜨리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펠저는 "비행기는 매우 높은 사양으로 제작돼,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최악의 난기류를 견딜 수 있어서 하늘에서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영국 레딩 대학교의 연구원인 폴 윌리엄스도 '네이처지'와의 인터뷰에서, 난기류가 심해진다 해도 "항공기가 하늘에서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과거에는 심한 난기류에 10분이 걸렸다면, 앞으로는 20분 또는 30분이 걸릴 수 있다"고 말합니다.

또 소르본 대학교 항공 및 기후 의장의 연구원인 니콜라스 벨루인은 항공기가 "더 강한 충격을 견디도록 설계"되었기 때문에 난기류의 증가로 인한 "구조적인 위험은 없다"고 말합니다.

다만, 전문가들은 항공사가 난기류 증가를 어떻게 관리할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합니다. 난기류로 인해 미국에서만 연간 1억 5천만 달러~5억 달러(우리 돈 2,062억~6,875억 원)의 비용이 발생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난기류를 뚫고 비행하는 시간이 1분 더 늘어날 때마다 항공기의 마모와 파손은 물론 승객과 승무원의 부상 위험도 증가합니다.

최근 미국의 연구 기관인 국립 대기 연구 센터는 조종사에게 최대 18시간 전에 난기류 예보를 매시간 업데이트하여 제공하기 시작했습니다. 또 항공기에 탑재되어 대기의 분위기를 실시간으로 측정하는 'EDR(에너지 손실률)'이라는 센서를 통해 15분마다 데이터가 업데이트되는 새로운 도구를 개발 중입니다.

또 항공사가 승무원들이 안전벨트 착용이나 비행 중 기내 이동과 같은 특정 절차에 대해 검토할 필요성이 커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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