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 골프가 부진에 빠진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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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회 U.S 여자 오픈 10위 안에 0명
올 시즌 13개 대회째 한국 선수 무승
부진 이유는 정신력 저하와 향수병
고덕호 KBS 해설위원, "3년 지나면 미국 생활 지쳐"
■ 단체 무기력증에 빠진 한국 여자 골프 왜?
여자 골프 대회 중 가장 권위 있다는 U.S 여자오픈에서 한국 선수들이 또 무기력증에 빠졌다. 상위 10명 안에 우리 국적 선수들이 전무하다. 우승은 필리핀에서 일본으로 국적을 바꾼 사소 유카가 차지했다. 우리 선수 중에 가장 높은 순위는 김효주와 임진희가 기록한 공동 12위다. U.S 여자오픈에서 한국 선수가 상위 10위 안에도 못 들어간 건 1997년 이후 27년 만이다. 박세리가 IMF 시절 '맨발 투혼'으로 온 국민들에게 감동을 안겼던 그 대회에서 이번에도 승전보는 전해지지 않았다. 올시즌 LPGA가 개막한 이후 13개 대회째 한국 선수들은 무승에 허덕이고 있다.
■ 한국 여자 골프의 부진 이유는 정신력 저하와 향수병
한 시대를 호령했던 한국 여자 골프가 최근 몇년간 부진에 빠진 이유는 무엇일까? 고덕호 KBS 골프 해설위원은 선수들의 정신력 저하를 첫번째 이유로 꼽았다. 고 위원은 "선수들의 집중력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며 정신적인 부분에서 나태해 지기 시작했다고 진단했다. 과거 고진영의 스윙 코치를 맡은 적도 있는 고덕호 위원은 "선수들의 근성이 떨어져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공을 치는 결정적인 순간 미친 집중력이 필요한데 대부분의 선수들이 이를 못 따라간다고 전했다. 고진영과 박성현, 전인지, 김세영 등 한때 LPGA 무대를 호령했던 선수들이 하향세를 타고 있는 것도 문제지만 선수들의 정신력이 예전만 못하다는 지적이다. 기술적인 부분에선 과거와 현재 활동하는 선수들의 차이가 크지 않지만 정신력에서 큰 차이가 난다는게 현장의 진단이다.
■"미국 생활이 지치고 힘들어요" 메이저퀸 전인지의 고백
고덕호 해설위원은 그러면서 한국 여자 골프 선수들의 향수병도 부진의 이유라고 분석했다. 고 위원은 작년 KLPGA 대회인 하이트진로 챔피언십에 참가하기 위해 국내에 들어왔던 전인지와의 대화 내용을 들려줬다. 2022년 KPMG 여자 PGA 챔피언십 우승 이후 다시 부진에 빠진 전인지가 고덕호 위원에게 "미국 생활이 지치고 싶들다"며 "결혼하고 싶은데 어디 괜찮은 사람 없나요?"라는 말을 건낸 것으로 전해진다. 고 위원은 이어 "선수들이 미국 진출 초반에는 설레고 그러는데 3년 이상 우승을 못하고 호텔 생활을 전전하다 보면 지친다"고 말했다. 그 이상이 지나면 권태기에 빠진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비교적 최근에 미국 무대에 진출한 임진희나 안나린 같은 동기부여가 잘 된 선수들이 상위권에 포진하는 이유가 설명된다.
■ 출구 전략을 찾고 있는 스타들
그런 면에서 전인지나 박성현 같은 스타들의 부진이 길어지는 이유는 명확하다. 긴 이동거리 외로움, 향수병이 겹치면서 마음이 힘들어진 것이다. 매주 대회장을 찾느라 짐을 싸고 비행기로 긴 거리를 이동하고 연습 경기를 하고 컷오프를 당하고 다시 짐을 싸고 하는 일상이 반복되는 악순환에 빠진 것이다. 이런 스타들은 내심 국내 무대로 다시 돌아오고 싶어하는 선수도 있지만 자존심 때문에 외부에 말하지도 못하고 속으로 끙끙 앓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 역시 이들을 다시 품고 싶지만, 풀시드를 주자니 특혜론이 불거질 것 같아서 쉽사리 결정하지도 못하고 있다. 그렇다고 전인지나 박성현 같은 스타들이 군산 C.C로 내려가서 시드전에 출전하는 것도 상상하기 힘들다. 과연 한국 선수들의 부진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모르겠지만 당면 과제는 기술적인 면보다는 정신적인 면에서 재무장하고 도전 정신을 재고하는 수 밖에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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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여자 골프가 부진에 빠진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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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4-06-03 17:46:34
- 수정2024-06-03 17:49:32
■ 단체 무기력증에 빠진 한국 여자 골프 왜?
여자 골프 대회 중 가장 권위 있다는 U.S 여자오픈에서 한국 선수들이 또 무기력증에 빠졌다. 상위 10명 안에 우리 국적 선수들이 전무하다. 우승은 필리핀에서 일본으로 국적을 바꾼 사소 유카가 차지했다. 우리 선수 중에 가장 높은 순위는 김효주와 임진희가 기록한 공동 12위다. U.S 여자오픈에서 한국 선수가 상위 10위 안에도 못 들어간 건 1997년 이후 27년 만이다. 박세리가 IMF 시절 '맨발 투혼'으로 온 국민들에게 감동을 안겼던 그 대회에서 이번에도 승전보는 전해지지 않았다. 올시즌 LPGA가 개막한 이후 13개 대회째 한국 선수들은 무승에 허덕이고 있다.
■ 한국 여자 골프의 부진 이유는 정신력 저하와 향수병
한 시대를 호령했던 한국 여자 골프가 최근 몇년간 부진에 빠진 이유는 무엇일까? 고덕호 KBS 골프 해설위원은 선수들의 정신력 저하를 첫번째 이유로 꼽았다. 고 위원은 "선수들의 집중력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며 정신적인 부분에서 나태해 지기 시작했다고 진단했다. 과거 고진영의 스윙 코치를 맡은 적도 있는 고덕호 위원은 "선수들의 근성이 떨어져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공을 치는 결정적인 순간 미친 집중력이 필요한데 대부분의 선수들이 이를 못 따라간다고 전했다. 고진영과 박성현, 전인지, 김세영 등 한때 LPGA 무대를 호령했던 선수들이 하향세를 타고 있는 것도 문제지만 선수들의 정신력이 예전만 못하다는 지적이다. 기술적인 부분에선 과거와 현재 활동하는 선수들의 차이가 크지 않지만 정신력에서 큰 차이가 난다는게 현장의 진단이다.
■"미국 생활이 지치고 힘들어요" 메이저퀸 전인지의 고백
고덕호 해설위원은 그러면서 한국 여자 골프 선수들의 향수병도 부진의 이유라고 분석했다. 고 위원은 작년 KLPGA 대회인 하이트진로 챔피언십에 참가하기 위해 국내에 들어왔던 전인지와의 대화 내용을 들려줬다. 2022년 KPMG 여자 PGA 챔피언십 우승 이후 다시 부진에 빠진 전인지가 고덕호 위원에게 "미국 생활이 지치고 싶들다"며 "결혼하고 싶은데 어디 괜찮은 사람 없나요?"라는 말을 건낸 것으로 전해진다. 고 위원은 이어 "선수들이 미국 진출 초반에는 설레고 그러는데 3년 이상 우승을 못하고 호텔 생활을 전전하다 보면 지친다"고 말했다. 그 이상이 지나면 권태기에 빠진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비교적 최근에 미국 무대에 진출한 임진희나 안나린 같은 동기부여가 잘 된 선수들이 상위권에 포진하는 이유가 설명된다.
■ 출구 전략을 찾고 있는 스타들
그런 면에서 전인지나 박성현 같은 스타들의 부진이 길어지는 이유는 명확하다. 긴 이동거리 외로움, 향수병이 겹치면서 마음이 힘들어진 것이다. 매주 대회장을 찾느라 짐을 싸고 비행기로 긴 거리를 이동하고 연습 경기를 하고 컷오프를 당하고 다시 짐을 싸고 하는 일상이 반복되는 악순환에 빠진 것이다. 이런 스타들은 내심 국내 무대로 다시 돌아오고 싶어하는 선수도 있지만 자존심 때문에 외부에 말하지도 못하고 속으로 끙끙 앓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 역시 이들을 다시 품고 싶지만, 풀시드를 주자니 특혜론이 불거질 것 같아서 쉽사리 결정하지도 못하고 있다. 그렇다고 전인지나 박성현 같은 스타들이 군산 C.C로 내려가서 시드전에 출전하는 것도 상상하기 힘들다. 과연 한국 선수들의 부진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모르겠지만 당면 과제는 기술적인 면보다는 정신적인 면에서 재무장하고 도전 정신을 재고하는 수 밖에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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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기성 기자 son@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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