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마다 다르게 생긴 매력 “덩어리 같은 이 식물 키워볼까”

입력 2024.06.04 (08:00) 수정 2024.06.05 (11:21)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외계 생명체인가? 다른 별에서 왔나? 싶은 모양새입니다.

"이거 살아있어요?" "한번 만져봐도 돼요?" 전시회를 찾은 방문객마다 탄성과 질문을 쏟아냅니다.

국립세종수목원 사계절전시온실 중앙홀에서 열리고 있는 반려식물 기획전시 <넌 어느 별에서 왔니> 입니다.

■ '괴근식물'을 아시나요?


괴근식물은 '덩어리 괴(塊) 뿌리 근(根)' 자를 씁니다. 생김새가 이상하다고 해서 '괴상할 괴(怪)'라고 오해하시면 안 됩니다.


'괴근' 즉 덩이뿌리를 갖는 식물을 가리키는데, 식물의 뿌리가 영양분을 저장하기 위해 뚱뚱해진 식물을 통칭합니다.


아프리카 남동부의 섬 마다가스카르에서 서식하는 파키포디움 그락실리우스. 두꺼운 줄기 속에 물과 양분을 저장해 건조한 기후에 대비한다.아프리카 남동부의 섬 마다가스카르에서 서식하는 파키포디움 그락실리우스. 두꺼운 줄기 속에 물과 양분을 저장해 건조한 기후에 대비한다.


이렇게 덩이뿌리를 갖게 되면 건조하거나 추운 환경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고, 덩이뿌리를 통한 영양번식도 가능합니다.

국립세종수목원 측은 우리 주변에 익숙한 괴근식물로 고구마를 꼽았습니다.

케냐, 탄자니아, 소말리아 등에 사는 아데니아 글로보사. ‘글로보사’는 라틴어로 ‘구형’을 뜻한다고 한다.  줄기를 구부리거나 말아놓으면 그 모양대로 자란다케냐, 탄자니아, 소말리아 등에 사는 아데니아 글로보사. ‘글로보사’는 라틴어로 ‘구형’을 뜻한다고 한다. 줄기를 구부리거나 말아놓으면 그 모양대로 자란다

반려식물로 인기가 있는 괴근식물은 주로 아프리카, 중동, 중앙아메리카 등에서 자라는 식물입니다.

고온 건조한 아프리카 기후에 살기 위해 부푼 덩이뿌리 식물이 된 겁니다. 몸통과 줄기, 뿌리가 한 덩어리가 된 모습을 하기도 합니다.

이런 특성 탓에 물을 거의 주지 않아도 죽지 않는 강인한 생명력을 자랑합니다.

마다가스카르에 사는 파키푸스. 마다카스카르 현지에서는 건축자재나 숯으로 쓰기 위해 벌채하고 있어 개체 수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마다가스카르에 사는 파키푸스. 마다카스카르 현지에서는 건축자재나 숯으로 쓰기 위해 벌채하고 있어 개체 수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또 뿌리와 줄기가 한 덩어리가 되어 땅 위에 드러나 있는 독특한 생김새 덕분에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반려식물을 가만히 바라본다는 '식멍'에 딱이라는 표현을 하는 분도 있더군요.

국립세종수목원은 이런 괴근식물을 수집하고 돌보는 동호회와 협업해 기획전시를 열었습니다.

옆으로 비스듬히 자라기도 하고, 저마다 생긴 모습이 달라 더욱 독특하다.옆으로 비스듬히 자라기도 하고, 저마다 생긴 모습이 달라 더욱 독특하다.

■ 저마다 다르게 생겨 매력도 제각각

우리나라에서 괴근식물이 알려진 것은 3~4년 정도라 합니다.

코로나 19 와중에 일어난 반려식물 붐 속에 '좀 더 특이한 식물'을 찾는 이들이 있었는데요.

저마다 모양이 제각각이고, 구하기 쉽지 않은 괴근식물이 이런 이들에게 딱 맞았던 거죠.

괴근식물이 알려지면서 이를 전문적으로 수입하는 업체도 생기고, 가게도 문을 열었습니다.

독특한 생김새에 어울리는 화분까지 맞춤 제작해 하나의 작품으로 키우는 문화도 생겨났습니다.


생긴 모양 그대로 자라게 돌보는 게 괴근식물의 매력이라고 말한다.생긴 모양 그대로 자라게 돌보는 게 괴근식물의 매력이라고 말한다.

■ "젊은이들의 분재" 괴근식물

이번 기획전시에 참여한 권민석 에이스트리맨 대표는 괴근식물이 '젊은이들의 분재'라고 말합니다.

드라마나 영화에 보면 중년의 대기업 회장님이 화분에 심은 소나무 분재를 소중하게 가꾸던 모습을 볼 수 있었죠.

'중년의 고급스런 취미'로 여겨지는 분재에 비해, 30~40대 사이에서 인기 있는 괴근식물은 '젊은이들의 분재'라고 할만하다는 겁니다.

대신 분재가 사람의 뜻을 담아 '만들어가는' 것이라면, 괴근식물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살리는 차이가 있다고 설명합니다.

권민석 에이스트리맨 대표는 괴근식물에 어울리는 화분이나 가드닝 도구를 제작하고 있다.권민석 에이스트리맨 대표는 괴근식물에 어울리는 화분이나 가드닝 도구를 제작하고 있다.

괴근식물은 아프리카나 중앙아메리카 등지에서 사는 식물이기 때문에 까다로운 검역을 거쳐서 수입해야 합니다.

병원균이나 해충이 함께 들어올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식물을 가수면 상태로 만들어 수입해야 하기 때문에, 국내에 들어와서 다시 살려내는 과정에서 실패하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합니다.

이런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거래가 많지 않고 가격도 비교적 높게 형성돼 있다고 말합니다.

국립세종수목원과 동호인들이 함께 기획한 <넌 어느별에서 왔니?> 전시회. 괴근식물과 아가베 등 아프리카 식물을 전시하고 있다국립세종수목원과 동호인들이 함께 기획한 <넌 어느별에서 왔니?> 전시회. 괴근식물과 아가베 등 아프리카 식물을 전시하고 있다

식물이 생육하기 힘든 환경에 적응한 식물이 또 하나 있죠. 바로 선인장입니다.

선인장은 줄기에 수분을 효과적으로 저장하기 위한 형태를 띤 '석죽목 선인장과'로 분류합니다.

이에 비해 괴근식물은 뿌리가 팽창한 식물을 통칭하는 개념이라서, 침엽수나 활엽수 등 다양한 과ㆍ목의 식물이 포함돼 있는 차이가 있습니다.

용의 혀를 닮았다고 해서 '용설란'이라 불리는 아가베. 건조한 기후에서 살아남은 남다른 생명력을 보여준다.용의 혀를 닮았다고 해서 '용설란'이라 불리는 아가베. 건조한 기후에서 살아남은 남다른 생명력을 보여준다.

이번 전시가 열리고 있는 국립세종수목원은 2020년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문을 연 '도심형 수목원'입니다.

세종시 한가운데 위치한 수목원'답게 시민들이 찾아 휴식하며 식물을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전시를 열고 있습니다.

■ 식물을 좋아한다면? 수목원으로 오세요

사계절 전시온실에서는 피노키오를 주제로 한 전시가 열리고 있었는데, 초등학생과 중학생들을 많이 볼 수 있었습니다.

시기 별로 식물을 가깝게 느낄 수 있는 주제를 잡아 다양한 전시를 열고, 궁궐정원이나 담장정원은 이미 '사진맛집'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습니다.

창덕궁 후원을 모델로 한 ‘궁궐정원’. 야간개장과 공연으로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창덕궁 후원을 모델로 한 ‘궁궐정원’. 야간개장과 공연으로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수목원을 연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나무들이 어리고 그늘이 부족하다는 단점이 있지만, 수목원 곳곳에서 무지개 우산을 빌려주고 있습니다.

또 유아부터 학생, 장년층에 이르기까지 식물에 대해서 배울 수 있는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합니다.

특히 6월 9일까지는 축제마당에서 <2024 대한민국 정원식물 전시·품평회>가 열리고 있어 내 정원에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습니다.

6월 6일부터 나흘 동안은 다양한 식물과 용품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정원 장터' 도 열립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저마다 다르게 생긴 매력 “덩어리 같은 이 식물 키워볼까”
    • 입력 2024-06-04 08:00:04
    • 수정2024-06-05 11:21:46
    심층K

외계 생명체인가? 다른 별에서 왔나? 싶은 모양새입니다.

"이거 살아있어요?" "한번 만져봐도 돼요?" 전시회를 찾은 방문객마다 탄성과 질문을 쏟아냅니다.

국립세종수목원 사계절전시온실 중앙홀에서 열리고 있는 반려식물 기획전시 <넌 어느 별에서 왔니> 입니다.

■ '괴근식물'을 아시나요?


괴근식물은 '덩어리 괴(塊) 뿌리 근(根)' 자를 씁니다. 생김새가 이상하다고 해서 '괴상할 괴(怪)'라고 오해하시면 안 됩니다.


'괴근' 즉 덩이뿌리를 갖는 식물을 가리키는데, 식물의 뿌리가 영양분을 저장하기 위해 뚱뚱해진 식물을 통칭합니다.


아프리카 남동부의 섬 마다가스카르에서 서식하는 파키포디움 그락실리우스. 두꺼운 줄기 속에 물과 양분을 저장해 건조한 기후에 대비한다.


이렇게 덩이뿌리를 갖게 되면 건조하거나 추운 환경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고, 덩이뿌리를 통한 영양번식도 가능합니다.

국립세종수목원 측은 우리 주변에 익숙한 괴근식물로 고구마를 꼽았습니다.

케냐, 탄자니아, 소말리아 등에 사는 아데니아 글로보사. ‘글로보사’는 라틴어로 ‘구형’을 뜻한다고 한다.  줄기를 구부리거나 말아놓으면 그 모양대로 자란다
반려식물로 인기가 있는 괴근식물은 주로 아프리카, 중동, 중앙아메리카 등에서 자라는 식물입니다.

고온 건조한 아프리카 기후에 살기 위해 부푼 덩이뿌리 식물이 된 겁니다. 몸통과 줄기, 뿌리가 한 덩어리가 된 모습을 하기도 합니다.

이런 특성 탓에 물을 거의 주지 않아도 죽지 않는 강인한 생명력을 자랑합니다.

마다가스카르에 사는 파키푸스. 마다카스카르 현지에서는 건축자재나 숯으로 쓰기 위해 벌채하고 있어 개체 수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또 뿌리와 줄기가 한 덩어리가 되어 땅 위에 드러나 있는 독특한 생김새 덕분에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반려식물을 가만히 바라본다는 '식멍'에 딱이라는 표현을 하는 분도 있더군요.

국립세종수목원은 이런 괴근식물을 수집하고 돌보는 동호회와 협업해 기획전시를 열었습니다.

옆으로 비스듬히 자라기도 하고, 저마다 생긴 모습이 달라 더욱 독특하다.
■ 저마다 다르게 생겨 매력도 제각각

우리나라에서 괴근식물이 알려진 것은 3~4년 정도라 합니다.

코로나 19 와중에 일어난 반려식물 붐 속에 '좀 더 특이한 식물'을 찾는 이들이 있었는데요.

저마다 모양이 제각각이고, 구하기 쉽지 않은 괴근식물이 이런 이들에게 딱 맞았던 거죠.

괴근식물이 알려지면서 이를 전문적으로 수입하는 업체도 생기고, 가게도 문을 열었습니다.

독특한 생김새에 어울리는 화분까지 맞춤 제작해 하나의 작품으로 키우는 문화도 생겨났습니다.


생긴 모양 그대로 자라게 돌보는 게 괴근식물의 매력이라고 말한다.
■ "젊은이들의 분재" 괴근식물

이번 기획전시에 참여한 권민석 에이스트리맨 대표는 괴근식물이 '젊은이들의 분재'라고 말합니다.

드라마나 영화에 보면 중년의 대기업 회장님이 화분에 심은 소나무 분재를 소중하게 가꾸던 모습을 볼 수 있었죠.

'중년의 고급스런 취미'로 여겨지는 분재에 비해, 30~40대 사이에서 인기 있는 괴근식물은 '젊은이들의 분재'라고 할만하다는 겁니다.

대신 분재가 사람의 뜻을 담아 '만들어가는' 것이라면, 괴근식물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살리는 차이가 있다고 설명합니다.

권민석 에이스트리맨 대표는 괴근식물에 어울리는 화분이나 가드닝 도구를 제작하고 있다.
괴근식물은 아프리카나 중앙아메리카 등지에서 사는 식물이기 때문에 까다로운 검역을 거쳐서 수입해야 합니다.

병원균이나 해충이 함께 들어올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식물을 가수면 상태로 만들어 수입해야 하기 때문에, 국내에 들어와서 다시 살려내는 과정에서 실패하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합니다.

이런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거래가 많지 않고 가격도 비교적 높게 형성돼 있다고 말합니다.

국립세종수목원과 동호인들이 함께 기획한 <넌 어느별에서 왔니?> 전시회. 괴근식물과 아가베 등 아프리카 식물을 전시하고 있다
식물이 생육하기 힘든 환경에 적응한 식물이 또 하나 있죠. 바로 선인장입니다.

선인장은 줄기에 수분을 효과적으로 저장하기 위한 형태를 띤 '석죽목 선인장과'로 분류합니다.

이에 비해 괴근식물은 뿌리가 팽창한 식물을 통칭하는 개념이라서, 침엽수나 활엽수 등 다양한 과ㆍ목의 식물이 포함돼 있는 차이가 있습니다.

용의 혀를 닮았다고 해서 '용설란'이라 불리는 아가베. 건조한 기후에서 살아남은 남다른 생명력을 보여준다.
이번 전시가 열리고 있는 국립세종수목원은 2020년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문을 연 '도심형 수목원'입니다.

세종시 한가운데 위치한 수목원'답게 시민들이 찾아 휴식하며 식물을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전시를 열고 있습니다.

■ 식물을 좋아한다면? 수목원으로 오세요

사계절 전시온실에서는 피노키오를 주제로 한 전시가 열리고 있었는데, 초등학생과 중학생들을 많이 볼 수 있었습니다.

시기 별로 식물을 가깝게 느낄 수 있는 주제를 잡아 다양한 전시를 열고, 궁궐정원이나 담장정원은 이미 '사진맛집'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습니다.

창덕궁 후원을 모델로 한 ‘궁궐정원’. 야간개장과 공연으로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수목원을 연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나무들이 어리고 그늘이 부족하다는 단점이 있지만, 수목원 곳곳에서 무지개 우산을 빌려주고 있습니다.

또 유아부터 학생, 장년층에 이르기까지 식물에 대해서 배울 수 있는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합니다.

특히 6월 9일까지는 축제마당에서 <2024 대한민국 정원식물 전시·품평회>가 열리고 있어 내 정원에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습니다.

6월 6일부터 나흘 동안은 다양한 식물과 용품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정원 장터' 도 열립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