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동의 없는’ 폭로 경쟁…“부작용 우려”

[앵커]

최근 일부 유튜버들이 20년 전 밀양 성폭행 사건 가해자들의 신상을 잇따라 공개하면서, 사적 제재와 2차 가해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데요.

관련자로 지목된 이들의 진정과 고소가 잇따르는 가운데, 엉뚱한 신상 공개 탓에 피해를 호소하는 이들도 나오고 있습니다.

김민지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지난 1일, 밀양 성폭행 사건 가해자들의 신상을 처음 공개했던 유튜브 채널입니다.

지난 7일 관련 영상을 모두 내렸지만, 하루 만에 다시 복구했습니다.

사건 피해자 지원단체가 피해자 의사를 반영하지 않았다며, "유튜브 콘텐츠를 위해 피해자가 희생된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지만, 새로운 가해자 신상 공개에 나선 것입니다.

피해자 입장과 상관없이, 다른 유튜버들도 경쟁하듯 가해자 신상 공개에 나섰습니다.

[△△△유튜브 채널 : "성폭행 사건의 가해자 ○○○를 최초 공개하도록 하겠습니다."]

유튜버들은 당시 고교생 44명이 여중생을 1년 동안 성폭행하고도 단 한 명도 형사 처벌을 받지 않았다며, 정의구현을 명분으로 내세웠습니다.

하지만 무차별 신상 공개에 피해를 호소하는 이들도 늘고 있습니다.

최근 가해자로 지목된 조 모 씨는 자신의 결백을 호소하며, 경찰에서 발급받은 범죄·수사경력 자료까지 공개했습니다.

20년 전 가해자들과 같은 학교에 다녔을 뿐인데 범죄에 가담한 것처럼 낙인이 찍혔고, 회사에서도 대기발령을 받았다는 것,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보고 있다고 호소했습니다.

[조○○/신상 공개자/음성변조 : "이렇게 많은 사람들한테 정말 내가 아니다라고 어떻게 해명을 해야 될지도 지금 막막한 상황입니다."]

현재 경찰에 접수된 밀양 가해자 신상공개 관련 명예훼손 고소와 진정은 16건입니다.

[정성원/변호사 : "죄가 있지 않은 사람들을 잘못되게 처벌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이 발생할 수 있고, 사회적으로 매장시키거나 처벌할 수 있는 악용 사례도 발생할 여지가 높습니다."]

한편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밀양 사건 가해자 신상을 공개한 유튜브 채널들에 대해 심의 규정 위반 여부를 심의할 예정입니다.

KBS 뉴스 김민지입니다.

촬영기자:김대현/영상편집:김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