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양삼 도둑’ 멧돼지에 망연자실…피해 보상은 막막

입력 2024.06.13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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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홍천의 한 야산에 있는 산양삼밭. 초록색 줄기와 이파리가 파릇파릇하게 돋아 있고, 주변까지 쌉싸름한 향이 납니다.

얼핏 보기엔 인삼과 비슷해 보이지만 '산양삼'은 인삼과 달리 인위적인 토양 개량, 차광막 같은 인공 시설물 없이 재배합니다.

자연 상태에서 재배하다 보니 일반 인삼보다 성장 속도가 느리고 손도 더 많이 갑니다. 그런 만큼 사포닌 성분이 풍부해 염증과 당뇨에 좋은 약재로 알려져 있습니다.

뽑힌 산양삼이 땅에 널브러져 있다뽑힌 산양삼이 땅에 널브러져 있다

그런데 산양삼밭 곳곳이 파헤쳐졌습니다. 누군가 일부러 뽑아두기라도 한 듯 꼿꼿이 서 있어야 할 산양삼이 곳곳에 널브러져 있습니다. 어떻게 된 일일까요?

■ '야생 멧돼지' 습격에 초토화된 산양삼밭

산양삼밭에 멧돼지 발자국이 선명하게 남아있다산양삼밭에 멧돼지 발자국이 선명하게 남아있다

"밭이 온통 멧돼지 발자국으로 가득해요. 어른 주먹만 하다니까요."

산양삼밭을 엉망으로 만든 건 다름 아닌 '야생 멧돼지'였습니다. 바닥에 널브러진 산양삼 주변에는 성인 주먹만 한 크기의 멧돼지 발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습니다. 멧돼지가 다녀간 자리는 그야말로 초토화가 됐습니다. 땅에 떨어진 산양삼을 주워보니 금세 양손이 가득 찰 정도입니다.

뿌리가 사라진 산양삼이 널려있다.뿌리가 사라진 산양삼이 널려있다.

멧돼지는 33만 제곱미터에 달하는 산양삼밭을 절반 넘게 헤쳐놓았습니다. 올해 추석 출하를 앞둔 7~8년 된 산양삼만 골라서 먹어치웠습니다. 그것도 줄기와 이파리는 먹지 않고 뿌리만 먹어버렸습니다.

다 자란 산양삼을 파먹으면서 밭을 온통 헤집어놓은 탓에 산양삼밭은 그야말로 쑥대밭이 됐습니다.

■ 삼만 골라 먹는 멧돼지…"20년 동안 이런 경우는 처음"

멧돼지 피해를 막기 위해 그물망이 설치돼 있다멧돼지 피해를 막기 위해 그물망이 설치돼 있다

"멧돼지가 산양삼을 먹는 건 살면서 처음 봤어요."

짧게는 5년, 길게는 20년 넘게 산양삼을 길러온 밭 주인들이 하나같이 이런 경우는 처음 본다고 말합니다.

그동안 밭에 멧돼지가 종종 나타났지만, 지렁이를 먹기 위해 땅을 파헤치거나 나무 밑에 떨어진 잣을 주워 먹을 뿐 산양삼에 직접적인 피해는 주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멧돼지가 다 자란 산양삼만 골라 먹으면서 비상이 걸렸습니다.


이번에 피해를 본 산양삼밭 근처에는 산양삼을 재배하는 10여 개의 농가가 모여있습니다. 먹이를 찾을 때면 수십 킬로미터도 이동하는 멧돼지의 습성을 고려했을 때 멧돼지는 곧 다른 산양삼밭에도 나타날 가능성이 큽니다.

밭 주인들은 급한 마음에 밤낮을 가리지 않고 멧돼지를 막기 위한 울타리와 그물망을 설치하고 있습니다.

■ "수억 원 날릴 판"…피해보상은 어려워

"밤에 순찰 돌면 눈물이 계속 나요. 정말 자식처럼 키웠거든요."

10년 가까이 애지중지 키워온 산양삼이 단 며칠 만에 초토화되면서 밭 주인 조재훈 씨는 망연자실합니다.

멧돼지 습격으로 인한 피해액은 10억 원을 넘을 것으로 보입니다. 얼마 남지 않은 산양삼을 지키기 위해 그물과 울타리를 설치했지만, 안심이 되지 않아 조 씨는 밤을 새워가면서 순찰하고 있습니다.

올해 추석에 맞춰 출하를 시작할 계획이었는데, 멧돼지의 습격에 산주에게 낼 연간 임대료 1,500만 원도 마련하기 어려워졌습니다.

멧돼지로 인해 뿌리가 사라진 산양삼멧돼지로 인해 뿌리가 사라진 산양삼

일반적으로 멧돼지나 고라니 등 야생동물로 인해 농작물 피해를 볼 경우 최대 500만 원을 지원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멧돼지 피해를 본 조 씨의 산양삼밭은 보상받을 수 없습니다.

특용작물인 산양삼은 재배 면적이 광범위하고 정확한 피해액 집계가 어려워 야생동물 피해 지원대상에 포함돼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조 씨가 모든 피해를 감수해야 할 처지입니다.

"정말 피가 말라요. 하루라도 빨리 멧돼지가 잡혔으면 좋겠어요."

지금 조 씨의 바람은 하나입니다. 하루빨리 산양삼밭을 파헤친 멧돼지가 잡히는 겁니다. 관할 군청은 멧돼지로 인한 산양삼 피해를 지원해주기는 어렵지만, 유해동물 포획단을 투입해 추가 피해를 막겠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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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양삼 도둑’ 멧돼지에 망연자실…피해 보상은 막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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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홍천의 한 야산에 있는 산양삼밭. 초록색 줄기와 이파리가 파릇파릇하게 돋아 있고, 주변까지 쌉싸름한 향이 납니다.

얼핏 보기엔 인삼과 비슷해 보이지만 '산양삼'은 인삼과 달리 인위적인 토양 개량, 차광막 같은 인공 시설물 없이 재배합니다.

자연 상태에서 재배하다 보니 일반 인삼보다 성장 속도가 느리고 손도 더 많이 갑니다. 그런 만큼 사포닌 성분이 풍부해 염증과 당뇨에 좋은 약재로 알려져 있습니다.

뽑힌 산양삼이 땅에 널브러져 있다
그런데 산양삼밭 곳곳이 파헤쳐졌습니다. 누군가 일부러 뽑아두기라도 한 듯 꼿꼿이 서 있어야 할 산양삼이 곳곳에 널브러져 있습니다. 어떻게 된 일일까요?

■ '야생 멧돼지' 습격에 초토화된 산양삼밭

산양삼밭에 멧돼지 발자국이 선명하게 남아있다
"밭이 온통 멧돼지 발자국으로 가득해요. 어른 주먹만 하다니까요."

산양삼밭을 엉망으로 만든 건 다름 아닌 '야생 멧돼지'였습니다. 바닥에 널브러진 산양삼 주변에는 성인 주먹만 한 크기의 멧돼지 발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습니다. 멧돼지가 다녀간 자리는 그야말로 초토화가 됐습니다. 땅에 떨어진 산양삼을 주워보니 금세 양손이 가득 찰 정도입니다.

뿌리가 사라진 산양삼이 널려있다.
멧돼지는 33만 제곱미터에 달하는 산양삼밭을 절반 넘게 헤쳐놓았습니다. 올해 추석 출하를 앞둔 7~8년 된 산양삼만 골라서 먹어치웠습니다. 그것도 줄기와 이파리는 먹지 않고 뿌리만 먹어버렸습니다.

다 자란 산양삼을 파먹으면서 밭을 온통 헤집어놓은 탓에 산양삼밭은 그야말로 쑥대밭이 됐습니다.

■ 삼만 골라 먹는 멧돼지…"20년 동안 이런 경우는 처음"

멧돼지 피해를 막기 위해 그물망이 설치돼 있다
"멧돼지가 산양삼을 먹는 건 살면서 처음 봤어요."

짧게는 5년, 길게는 20년 넘게 산양삼을 길러온 밭 주인들이 하나같이 이런 경우는 처음 본다고 말합니다.

그동안 밭에 멧돼지가 종종 나타났지만, 지렁이를 먹기 위해 땅을 파헤치거나 나무 밑에 떨어진 잣을 주워 먹을 뿐 산양삼에 직접적인 피해는 주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멧돼지가 다 자란 산양삼만 골라 먹으면서 비상이 걸렸습니다.


이번에 피해를 본 산양삼밭 근처에는 산양삼을 재배하는 10여 개의 농가가 모여있습니다. 먹이를 찾을 때면 수십 킬로미터도 이동하는 멧돼지의 습성을 고려했을 때 멧돼지는 곧 다른 산양삼밭에도 나타날 가능성이 큽니다.

밭 주인들은 급한 마음에 밤낮을 가리지 않고 멧돼지를 막기 위한 울타리와 그물망을 설치하고 있습니다.

■ "수억 원 날릴 판"…피해보상은 어려워

"밤에 순찰 돌면 눈물이 계속 나요. 정말 자식처럼 키웠거든요."

10년 가까이 애지중지 키워온 산양삼이 단 며칠 만에 초토화되면서 밭 주인 조재훈 씨는 망연자실합니다.

멧돼지 습격으로 인한 피해액은 10억 원을 넘을 것으로 보입니다. 얼마 남지 않은 산양삼을 지키기 위해 그물과 울타리를 설치했지만, 안심이 되지 않아 조 씨는 밤을 새워가면서 순찰하고 있습니다.

올해 추석에 맞춰 출하를 시작할 계획이었는데, 멧돼지의 습격에 산주에게 낼 연간 임대료 1,500만 원도 마련하기 어려워졌습니다.

멧돼지로 인해 뿌리가 사라진 산양삼
일반적으로 멧돼지나 고라니 등 야생동물로 인해 농작물 피해를 볼 경우 최대 500만 원을 지원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멧돼지 피해를 본 조 씨의 산양삼밭은 보상받을 수 없습니다.

특용작물인 산양삼은 재배 면적이 광범위하고 정확한 피해액 집계가 어려워 야생동물 피해 지원대상에 포함돼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조 씨가 모든 피해를 감수해야 할 처지입니다.

"정말 피가 말라요. 하루라도 빨리 멧돼지가 잡혔으면 좋겠어요."

지금 조 씨의 바람은 하나입니다. 하루빨리 산양삼밭을 파헤친 멧돼지가 잡히는 겁니다. 관할 군청은 멧돼지로 인한 산양삼 피해를 지원해주기는 어렵지만, 유해동물 포획단을 투입해 추가 피해를 막겠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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