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안 4.8 지진에 40여 km 떨어진 한빛원전 수명 연장 제동?
입력 2024.06.13 (17:19)
수정 2024.06.17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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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안 지진 피해 신고 현장(사진 출처 : 전북소방본부)
■ '부안 지진'에 한빛원전 "정상 가동"…환경단체 "엄중한 경고"
전북 부안에서 어제(12일) 규모 4.8 지진이 발생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올해 들어 발생한 지진 중 최대 규모면서, 역대 8번째로 강한 지진입니다.
지진이 난 뒤 모두의 눈이 쏠린 시설물이 있습니다. 전남 영광 한빛원전입니다. 한빛원전은 지진이 난 곳으로부터 40㎞ 정도 떨어져 있습니다. 멀지 않은 거리입니다. 기상청은 이번 지진으로 전남에 많은 사람이 느낄 정도인 진도 4의 진동이 있었다고 분석했습니다. 영광군 주민들도 "진동을 느꼈다"고 말했습니다.
부안 지진 피해 신고 현장(사진 출처 : 전북소방본부)
다행히 원전엔 이상이 없었습니다. 한국수력원자력 한빛원자력본부 관계자는 "원전의 경우 규모 4.8보다 큰 지진도 견딜 수 있도록 설계가 돼 있다"며, "피해 없이 정상 가동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환경단체는 곧바로 "지진의 경고를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성명을 냈습니다. 한빛핵발전소대응 호남권 공동행동은 "이번 지진은 호남 역시 지진으로부터 안전하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 주고 있다"며, "사고가 일어나면 책임질 수 없는 끝 모를 재앙을 불러오는 것이 핵발전소"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수명연장 절차 중지'를 요구했습니다.
전남 영광 한빛원전
한수원은 지난해부터 설계 수명 만료를 앞둔 한빛원전 1, 2호기 수명연장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한 절차 가운데 하나가 원전 주변 지자체 주민 의견 수렴입니다. 추가 가동이 주변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방사선 환경영향평가서 초안'을 공개해 의견을 받는 '주민 공람'은 끝났고, 공청회만 남겨두고 있습니다.
환경단체는 "기존 원전도 위험하지만, 설계수명 만료를 앞둔 원전은 더 위험하다"며, "공청회를 비롯한 수명연장 절차를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 "읽어도 모르겠다"…한빛원전 수명연장 절차 중지 가처분 제기
전북에서 지진이 나기 하루 전, 전남에서도 '수명연장'이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함평 주민 100여 명은 그제(11일) 함평군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수원을 상대로 수명연장 절차 중지를 요청하는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습니다. 원고로는 주민 1,400여 명이 이름을 올렸습니다. 구체적으로는 '공청회 중단과 방사선 환경영향평가서 초안 재작성'을 요구했습니다.
지난 11일 전남 함평군청에서 열린 주민소송단 기자회견
주민들의 소송을 진행하는 김영희 변호사는 "한빛 1·2호기 수명연장에는 여러 위법한 점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김 변호사는 "한수원이 1,2호기를 가동한 지 오랜 시간이 지난 만큼 설계 당시 기준이 아닌 최신 기술 기준을 적용해야 하는데 적용하지 않았고, 다발적으로 사고가 나는 상황 등도 고려하지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주민들도 "초안에 전문 용어가 너무 많아 읽어도 무슨 내용인지 모르겠다"며, "의견을 내고 싶어도 낼 수 없는 만큼 더 쉽게 작성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주민들은 소송을 한수원 본사가 있는 대구지법 경주지원에 냈습니다. 가처분 신청인 만큼 결과가 나오기까지 상대적으로 짧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전남 함평 주민소송단 팻말
이번 소송은 함평 주민들만 참여했지만, 사실상 대표 소송으로 봐야 합니다. 수명연장 과정에서 의견을 수렴하는 지역은 원전 반경 최대 30㎞인 방사선 비상계획구역에 포함된 지자체 6곳입니다. 전북 고창과 부안, 전남 영광과 함평, 무안 장성입니다. 모두 같은 평가서 초안으로 주민 공람을 했습니다. 김 변호사는 "함평 주민들이 소송에서 이기게 되면 다른 지역도 당연히 절차를 다시 해야 하는 등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 논란…논란…논란…"절차적 정의 필요"
지진과 소송 이전에도 논란은 있었습니다. 이른바 '김 선물 논란'입니다.
전북 고창과 전남 영광 농민회는 "주민 공람의 경우 지자체 소관인데 한수원 직원들이 마을을 돌며 주민들에게 수명연장 필요성을 설명하고 김을 선물했다"고 주장했습니다. 한수원은 이에 대해 "지자체 요청으로 이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을 위해 찾아가는 설명회를 한 것이고, 김은 선물이 아닌 기념품"이라고 반박했습니다.
갈등이 불거지면서 농민들이 항의의 뜻으로 한빛원전을 찾아 '김'을 던지기도 했습니다.
지난 4월 한빛원전에 김 던지는 농민회원들
한수원은 "경제적인 전력 공급 등을 위해 수명 연장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원전 주변 주민들은 "40년 가까이 돌린 원전을 더 가동하려면 최소한 주민들의 이해를 구하거나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맞섭니다.
우리나라에는 원전 신규 건설이나 수명연장과 관련해 주변 주민들에게 찬반을 묻는 절차가 없습니다. 한수원도 주민 의견 수렴 절차이기는 해도 찬반을 묻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합니다. 갈등이 불거질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이런 방식으로는 수명연장이 이뤄지더라도 반발이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서로가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과 새로운 절차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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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안 4.8 지진에 40여 km 떨어진 한빛원전 수명 연장 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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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4-06-13 17:19:57
- 수정2024-06-17 11:09:18
■ '부안 지진'에 한빛원전 "정상 가동"…환경단체 "엄중한 경고"
전북 부안에서 어제(12일) 규모 4.8 지진이 발생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올해 들어 발생한 지진 중 최대 규모면서, 역대 8번째로 강한 지진입니다.
지진이 난 뒤 모두의 눈이 쏠린 시설물이 있습니다. 전남 영광 한빛원전입니다. 한빛원전은 지진이 난 곳으로부터 40㎞ 정도 떨어져 있습니다. 멀지 않은 거리입니다. 기상청은 이번 지진으로 전남에 많은 사람이 느낄 정도인 진도 4의 진동이 있었다고 분석했습니다. 영광군 주민들도 "진동을 느꼈다"고 말했습니다.
다행히 원전엔 이상이 없었습니다. 한국수력원자력 한빛원자력본부 관계자는 "원전의 경우 규모 4.8보다 큰 지진도 견딜 수 있도록 설계가 돼 있다"며, "피해 없이 정상 가동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환경단체는 곧바로 "지진의 경고를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성명을 냈습니다. 한빛핵발전소대응 호남권 공동행동은 "이번 지진은 호남 역시 지진으로부터 안전하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 주고 있다"며, "사고가 일어나면 책임질 수 없는 끝 모를 재앙을 불러오는 것이 핵발전소"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수명연장 절차 중지'를 요구했습니다.
한수원은 지난해부터 설계 수명 만료를 앞둔 한빛원전 1, 2호기 수명연장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한 절차 가운데 하나가 원전 주변 지자체 주민 의견 수렴입니다. 추가 가동이 주변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방사선 환경영향평가서 초안'을 공개해 의견을 받는 '주민 공람'은 끝났고, 공청회만 남겨두고 있습니다.
환경단체는 "기존 원전도 위험하지만, 설계수명 만료를 앞둔 원전은 더 위험하다"며, "공청회를 비롯한 수명연장 절차를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 "읽어도 모르겠다"…한빛원전 수명연장 절차 중지 가처분 제기
전북에서 지진이 나기 하루 전, 전남에서도 '수명연장'이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함평 주민 100여 명은 그제(11일) 함평군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수원을 상대로 수명연장 절차 중지를 요청하는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습니다. 원고로는 주민 1,400여 명이 이름을 올렸습니다. 구체적으로는 '공청회 중단과 방사선 환경영향평가서 초안 재작성'을 요구했습니다.
주민들의 소송을 진행하는 김영희 변호사는 "한빛 1·2호기 수명연장에는 여러 위법한 점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김 변호사는 "한수원이 1,2호기를 가동한 지 오랜 시간이 지난 만큼 설계 당시 기준이 아닌 최신 기술 기준을 적용해야 하는데 적용하지 않았고, 다발적으로 사고가 나는 상황 등도 고려하지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주민들도 "초안에 전문 용어가 너무 많아 읽어도 무슨 내용인지 모르겠다"며, "의견을 내고 싶어도 낼 수 없는 만큼 더 쉽게 작성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주민들은 소송을 한수원 본사가 있는 대구지법 경주지원에 냈습니다. 가처분 신청인 만큼 결과가 나오기까지 상대적으로 짧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번 소송은 함평 주민들만 참여했지만, 사실상 대표 소송으로 봐야 합니다. 수명연장 과정에서 의견을 수렴하는 지역은 원전 반경 최대 30㎞인 방사선 비상계획구역에 포함된 지자체 6곳입니다. 전북 고창과 부안, 전남 영광과 함평, 무안 장성입니다. 모두 같은 평가서 초안으로 주민 공람을 했습니다. 김 변호사는 "함평 주민들이 소송에서 이기게 되면 다른 지역도 당연히 절차를 다시 해야 하는 등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 논란…논란…논란…"절차적 정의 필요"
지진과 소송 이전에도 논란은 있었습니다. 이른바 '김 선물 논란'입니다.
전북 고창과 전남 영광 농민회는 "주민 공람의 경우 지자체 소관인데 한수원 직원들이 마을을 돌며 주민들에게 수명연장 필요성을 설명하고 김을 선물했다"고 주장했습니다. 한수원은 이에 대해 "지자체 요청으로 이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을 위해 찾아가는 설명회를 한 것이고, 김은 선물이 아닌 기념품"이라고 반박했습니다.
갈등이 불거지면서 농민들이 항의의 뜻으로 한빛원전을 찾아 '김'을 던지기도 했습니다.
한수원은 "경제적인 전력 공급 등을 위해 수명 연장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원전 주변 주민들은 "40년 가까이 돌린 원전을 더 가동하려면 최소한 주민들의 이해를 구하거나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맞섭니다.
우리나라에는 원전 신규 건설이나 수명연장과 관련해 주변 주민들에게 찬반을 묻는 절차가 없습니다. 한수원도 주민 의견 수렴 절차이기는 해도 찬반을 묻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합니다. 갈등이 불거질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이런 방식으로는 수명연장이 이뤄지더라도 반발이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서로가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과 새로운 절차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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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윤덕 기자 duck@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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