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미성년자에 알고리듬 금지”…미국에선 SNS 연령 제한 왜 어려울까? [특파원리포트]

입력 2024.06.15 (08:00) 수정 2024.06.1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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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 주에서 미성년자의 소셜미디어(SNS) 접근에 대한 새로운 규제 법안이 통과됐습니다. SNS들은 이용자의 체류 시간을 늘리기 위해 알고리듬을 통해 이용자가 관심 있어 할 만한 게시물을 계속 제공하는데, 이를 방해하는 방식입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이렇습니다. SNS 회사가 18세 미만의 미성년자에게 알고리듬으로 게시물을 제공하려면 부모의 허락을 받아야 합니다. 또 자정부터 새벽 6시까지는 미성년자에게 중독성 있는 게시물에 대해 알림을 보내선 안 됩니다. 이렇게 하려면 부모의 명시적인 동의가 필요합니다.

물론 미성년자가 부모의 동의 없이 자신이 원하는 계정을 팔로우하는 데는 문제가 없습니다. 다만 SNS는 위 제한 조치에 따라서 알고리듬을 이용하지 않고, 게시된 시간순으로만 게시물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 "SNS가 아이들을 죽인다"

올해 1월 미 의회에서 나온 발언입니다. 이날 페이스북, X, 틱톡 등 주요 SNS 최고경영자들을 불러내 진행된, '온라인상의 성 착취'를 주제로 한 청문회에서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이 한 말입니다.

이날 청문회는 성 착취로 피해를 입었거나, 이를 위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자녀를 둔 부모들의 발언으로 시작됐습니다. 의원들은 SNS를 거세게 질타하면서 피해자들과 그 부모들에게 '사과(apology)'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결국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는 당황한 표정을 짓다 일어나, 뒤에 자리하고 있던 피해자들과 부모들에게 당신들은 겪어서는 안 될 일들을 경험했다며 '유감(sorry)'을 표했습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가 올해 1월 31일 의회 청문회에서 페이스북으로 인한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들에게 유감을 표하고 있다.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가 올해 1월 31일 의회 청문회에서 페이스북으로 인한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들에게 유감을 표하고 있다.

그만큼 미국 내에서도 SNS로 인한 피해가 부각되고 있고, 특히 알고리듬으로 인한 청소년들의 정신적 피해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40개 주는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의 모 회사인 메타가 자사의 수익을 위해 의도적으로 어린이의 정신 건강에 해를 끼치는 중독성 기능을 사용하고 있다며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 그런데 규제할 법이 없다.

미국에는 아동 온라인 개인정보 보호법(Children's Online Privacy Protection Act. COPPA)이 있습니다. 전국적으로 적용되는 연방법입니다. 상업용 웹사이트나 온라인 서비스 운영자는 13세 미만 어린이의 개인 정보를 수집하려면 부모의 동의를 받아야 합니다. 이 정보를 다른 데 팔아도 안 됩니다.

그런데 SNS에 대해서는 연방법이 없습니다. 소셜미디어 아동 보호법(Protecting Kids on Social Media Act)이 추진되고 있지만, 아직 통과는 되지 않았습니다. 이 법안에는 SNS를 이용할 수 있는 최소 연령을 13세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연령을 증명할 수 있는 확실한 조치를 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게티이미지게티이미지

또 어린이 온라인 안전법(Kids Online Safety Act. KOSA)도 추진되고 있습니다. SNS는 미성년자가 자해 동영상이나 약탈적 마케팅, 괴롭힘 등과 관련된 영상을 보지 못하도록 조치해야 합니다.

■ 연방법이 없으니 각 주법으로?

뉴욕주는 알고리듬을 겨냥한 반면, 다른 주들은 시간 제한이나 연령 제한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다른 주에서도 이런 법안들을 추진하고 있지만, 의회에서 통과되거나, 통과 후에도 제때 시행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미 전국주의회협의회(National Conference of State Legislatures)의 자료를 보면 2023년에 35개 주와 미국령인 푸에르토리코에서 관련 법안이 논의됐습니다.

아칸소 주에선 SNS를 사용할 때 연령 확인과 18세 미만 가입자는 부모의 동의가 필요하도록 하는 '소셜미디어안전법'을 제정했습니다. 하지만 연방 판사에 의해 시행이 정지됐습니다.

유타 주는 '유타 소셜미디어 규제법'을 지난해 통과시켰습니다. 역시 18세 미만 가입자에게는 알림 기능 등 일부 기능을 제한해야 합니다. 올해 1월 시행 예정이었는데 10월로 연기됐습니다.

게티이미지게티이미지

캘리포니아 주는 미국 최초로 어린이 온라인 안전법을 통과시켰지만, '중독성 있는 디자인'을 한 회사를 상대로 고소할 수 있다는 조항은 삭제됐습니다.

그나마 루이지애나 주는 16세 미만의 가입자를 미성년자로 분류해야 하는 '어린이의 안전한 온라인 상호작용과 연령 제한법' 을 통과시켰는데, 다음 달부터 시행 예정입니다.

다른 많은 주에선 관련 법안이 보류 중이거나 실패했고, 관련 규제를 촉구하는 결의안만 통과됐습니다.

■ 왜 시행이 어려울까?

미성년자의 SNS 사용 제한은 부모들로부터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워싱턴DC에 있는 싱크탱크인 퓨 리서치 센터(Pew Research Center)가 지난해 조사한 걸 보면, 성인의 80% 이상이 자녀의 SNS 사용에 부모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데 찬성했습니다. 하지만 좀처럼 시행되지 않고 있습니다.

여기엔 물론 SNS 회사들의 로비와 압박이 있었을 겁니다. 앞서 말씀드린 올해 1월 청문회에서도, SNS 최고경영자들을 향해 "로비하지 말라"는 공개 발언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또 하나는 연령 확인과 개인 정보 보호 간의 충돌입니다. 뉴욕 주가 해당 법안을 통과시킨 후 구글과 메타, 스냅 등과 같은 주요 SNS 기업을 대변하는 테크넷(TechNet)은 연령 확인을 어떤 식으로 할 거냐는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SNS 업체들은 이와 관련해 유타 주와 캘리포니아 주에서도 소송을 제기했고, 미성년자 가입에 부모의 동의를 얻도록 하는 조항이 삭제되기도 했습니다. 미성년자가 가입하기 위해 부모의 동의를 받는 과정에서 과도한 개인정보를 입력해야 한다는 이유에서입니다.

■ 미국의 연령 확인 방법의 한계

미국에서도 이 문제를 잘 알고 있습니다. 미 의회 조사국이 이 문제를 정리해놨을 정도입니다.

미국은 먼저 우리나라와 같은 주민등록제가 없습니다. 그래서 운전면허증이 이를 대신하는 경우가 많은데, 운전면허증은 일괄 지급이 아니라 취득해야 하는 겁니다. 2020년 기준으로 19세에 운전면허증을 보유하고 있는 비율이 70%가 되지 않습니다. 16세는 네 명 가운데 한 명만 면허증이 있었습니다. 운전면허증을 연령 확인 기준으로 삼는다면 운전면허증이 없으면 온라인 서비스를 제대로 이용할 수 없으니 이를 기준으로 할 수도 없습니다.

뉴욕 주가 새로운 운전면허증 디자인으로 제시한 샘플 이미지. 운전면허증엔 사진과 함께 생년월일(DOB)가 표기돼 연령 확인에 적합한 신분증이다.뉴욕 주가 새로운 운전면허증 디자인으로 제시한 샘플 이미지. 운전면허증엔 사진과 함께 생년월일(DOB)가 표기돼 연령 확인에 적합한 신분증이다.

태어나서 성인이 될 때까지 자기가 사는 주에서 잘 벗어나지도 않는 미국인들에게 '여권'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운전면허증이나 여권이 없으면, 사진이 있는 신분증으로 학생증이 있지만, 미국엔 학교가 13만 개가 넘고, 통일된 학생증 기준도 없습니다. 그러니 이를 인증할 기술을 개발하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위조 가능성을 막을 길이 없는 겁니다.

우리의 주민등록번호에 해당하는 사회보장번호(SSN)가 있지만, 이 번호만으로는 사는 곳이나 나이 등의 정보를 전혀 담고 있지 않습니다. 다른 정보와 추가로 결합해야만 나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와 별도로 정부의 통합된 디지털 신분증이 거론되기도 하지만, 이 역시 정보 집중의 문제가 발생하고, 이를 어느 기관에서 책임을 지고 담당할지에 대한 여지가 남습니다.

우리보다 개인정보에 훨씬 민감한 미국(실제로는 많은 정보가 떠돌아다닙니다만)에서 SNS 회사가 개인정보를 확인하고 저장하는 것 자체가 문제 되는 겁니다.

X(옛 트위터)의 가입 화면. 생년월일을 임의로 입력해도 확인 없이 다음 단계로 진행된다. 13세 미만으로 생년월일을 입력할 경우 가입이 차단된다.X(옛 트위터)의 가입 화면. 생년월일을 임의로 입력해도 확인 없이 다음 단계로 진행된다. 13세 미만으로 생년월일을 입력할 경우 가입이 차단된다.

그래서 연령확인을 위해 신용카드 등을 요구하는 유튜브와 달리 옛 트위터인 X는 (뉴욕 주에서 시도했을 때) 본인이 입력하는 생년월일 정보가 연령 확인 방법입니다. 온전히 가입자에 대한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방식으로, 그만큼 조작의 가능성도 많습니다.

■ 뉴욕의 규제는 시행될 수 있을까?

해당 규제가 실행 단계로 들어가게 되면 뉴욕 주도 다른 주와 마찬가지로 소송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그에 앞서 뉴욕 주가 규제와 관련해 해결해야 할 문제도 남아 있습니다. 규제 내용을 어떻게 구현할지가 아직 불분명하기 때문입니다.

주 법무장관실이 이 문제를 담당할 예정인데 연령 확인 방법, 부모의 동의를 확인하는 방법 등은 아직 드러나지 않았습니다. 다른 주의 사례 등을 비교해 방안을 찾겠지만, 그 과정에서 지속적인 논란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마침 이 기사를 쓰는 중에 미 연방 대법원이 '총기 자동 연발 사격 장치', 즉 '범프 스톡(bump stock)' 금지 조치를 폐기했습니다. 이 장치는 반자동 소총에 자동 연사 기능을 쓸 수 있도록 하는 장치입니다.

2017년 미국 라스베이거스 총격 참사 때 총격범은 이를 이용해 11분간 천 발 이상의 총알을 쐈고 60여 명이 숨졌습니다. 총기 난사 사건의 주범으로 지목됐고, 트럼프 당시 정부가 금지시켰지만 다시 허용된 겁니다.

미국에서 미성년자의 SNS 사용이나 총기 모두 미국 사회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문제를 인식한 만큼 당연히 규제가 이뤄질 것 같지만, 실제 규제 적용은 쉽지 않습니다. 주 의회, 주 정부, 연방 의회, 연방 정부, 법원 등 관련된 기관도 많고 생각도 다 다릅니다. 그래서 미국의 제도 변화는 우리가 보기에 따라 너무 느립니다. 문제가 심각해도 쉽게 고치지 못하는 게 미국의 한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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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욕 “미성년자에 알고리듬 금지”…미국에선 SNS 연령 제한 왜 어려울까? [특파원리포트]
    • 입력 2024-06-15 08:00:25
    • 수정2024-06-15 08:0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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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 주에서 미성년자의 소셜미디어(SNS) 접근에 대한 새로운 규제 법안이 통과됐습니다. SNS들은 이용자의 체류 시간을 늘리기 위해 알고리듬을 통해 이용자가 관심 있어 할 만한 게시물을 계속 제공하는데, 이를 방해하는 방식입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이렇습니다. SNS 회사가 18세 미만의 미성년자에게 알고리듬으로 게시물을 제공하려면 부모의 허락을 받아야 합니다. 또 자정부터 새벽 6시까지는 미성년자에게 중독성 있는 게시물에 대해 알림을 보내선 안 됩니다. 이렇게 하려면 부모의 명시적인 동의가 필요합니다.

물론 미성년자가 부모의 동의 없이 자신이 원하는 계정을 팔로우하는 데는 문제가 없습니다. 다만 SNS는 위 제한 조치에 따라서 알고리듬을 이용하지 않고, 게시된 시간순으로만 게시물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 "SNS가 아이들을 죽인다"

올해 1월 미 의회에서 나온 발언입니다. 이날 페이스북, X, 틱톡 등 주요 SNS 최고경영자들을 불러내 진행된, '온라인상의 성 착취'를 주제로 한 청문회에서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이 한 말입니다.

이날 청문회는 성 착취로 피해를 입었거나, 이를 위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자녀를 둔 부모들의 발언으로 시작됐습니다. 의원들은 SNS를 거세게 질타하면서 피해자들과 그 부모들에게 '사과(apology)'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결국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는 당황한 표정을 짓다 일어나, 뒤에 자리하고 있던 피해자들과 부모들에게 당신들은 겪어서는 안 될 일들을 경험했다며 '유감(sorry)'을 표했습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가 올해 1월 31일 의회 청문회에서 페이스북으로 인한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들에게 유감을 표하고 있다.
그만큼 미국 내에서도 SNS로 인한 피해가 부각되고 있고, 특히 알고리듬으로 인한 청소년들의 정신적 피해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40개 주는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의 모 회사인 메타가 자사의 수익을 위해 의도적으로 어린이의 정신 건강에 해를 끼치는 중독성 기능을 사용하고 있다며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 그런데 규제할 법이 없다.

미국에는 아동 온라인 개인정보 보호법(Children's Online Privacy Protection Act. COPPA)이 있습니다. 전국적으로 적용되는 연방법입니다. 상업용 웹사이트나 온라인 서비스 운영자는 13세 미만 어린이의 개인 정보를 수집하려면 부모의 동의를 받아야 합니다. 이 정보를 다른 데 팔아도 안 됩니다.

그런데 SNS에 대해서는 연방법이 없습니다. 소셜미디어 아동 보호법(Protecting Kids on Social Media Act)이 추진되고 있지만, 아직 통과는 되지 않았습니다. 이 법안에는 SNS를 이용할 수 있는 최소 연령을 13세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연령을 증명할 수 있는 확실한 조치를 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게티이미지
또 어린이 온라인 안전법(Kids Online Safety Act. KOSA)도 추진되고 있습니다. SNS는 미성년자가 자해 동영상이나 약탈적 마케팅, 괴롭힘 등과 관련된 영상을 보지 못하도록 조치해야 합니다.

■ 연방법이 없으니 각 주법으로?

뉴욕주는 알고리듬을 겨냥한 반면, 다른 주들은 시간 제한이나 연령 제한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다른 주에서도 이런 법안들을 추진하고 있지만, 의회에서 통과되거나, 통과 후에도 제때 시행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미 전국주의회협의회(National Conference of State Legislatures)의 자료를 보면 2023년에 35개 주와 미국령인 푸에르토리코에서 관련 법안이 논의됐습니다.

아칸소 주에선 SNS를 사용할 때 연령 확인과 18세 미만 가입자는 부모의 동의가 필요하도록 하는 '소셜미디어안전법'을 제정했습니다. 하지만 연방 판사에 의해 시행이 정지됐습니다.

유타 주는 '유타 소셜미디어 규제법'을 지난해 통과시켰습니다. 역시 18세 미만 가입자에게는 알림 기능 등 일부 기능을 제한해야 합니다. 올해 1월 시행 예정이었는데 10월로 연기됐습니다.

게티이미지
캘리포니아 주는 미국 최초로 어린이 온라인 안전법을 통과시켰지만, '중독성 있는 디자인'을 한 회사를 상대로 고소할 수 있다는 조항은 삭제됐습니다.

그나마 루이지애나 주는 16세 미만의 가입자를 미성년자로 분류해야 하는 '어린이의 안전한 온라인 상호작용과 연령 제한법' 을 통과시켰는데, 다음 달부터 시행 예정입니다.

다른 많은 주에선 관련 법안이 보류 중이거나 실패했고, 관련 규제를 촉구하는 결의안만 통과됐습니다.

■ 왜 시행이 어려울까?

미성년자의 SNS 사용 제한은 부모들로부터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워싱턴DC에 있는 싱크탱크인 퓨 리서치 센터(Pew Research Center)가 지난해 조사한 걸 보면, 성인의 80% 이상이 자녀의 SNS 사용에 부모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데 찬성했습니다. 하지만 좀처럼 시행되지 않고 있습니다.

여기엔 물론 SNS 회사들의 로비와 압박이 있었을 겁니다. 앞서 말씀드린 올해 1월 청문회에서도, SNS 최고경영자들을 향해 "로비하지 말라"는 공개 발언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또 하나는 연령 확인과 개인 정보 보호 간의 충돌입니다. 뉴욕 주가 해당 법안을 통과시킨 후 구글과 메타, 스냅 등과 같은 주요 SNS 기업을 대변하는 테크넷(TechNet)은 연령 확인을 어떤 식으로 할 거냐는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SNS 업체들은 이와 관련해 유타 주와 캘리포니아 주에서도 소송을 제기했고, 미성년자 가입에 부모의 동의를 얻도록 하는 조항이 삭제되기도 했습니다. 미성년자가 가입하기 위해 부모의 동의를 받는 과정에서 과도한 개인정보를 입력해야 한다는 이유에서입니다.

■ 미국의 연령 확인 방법의 한계

미국에서도 이 문제를 잘 알고 있습니다. 미 의회 조사국이 이 문제를 정리해놨을 정도입니다.

미국은 먼저 우리나라와 같은 주민등록제가 없습니다. 그래서 운전면허증이 이를 대신하는 경우가 많은데, 운전면허증은 일괄 지급이 아니라 취득해야 하는 겁니다. 2020년 기준으로 19세에 운전면허증을 보유하고 있는 비율이 70%가 되지 않습니다. 16세는 네 명 가운데 한 명만 면허증이 있었습니다. 운전면허증을 연령 확인 기준으로 삼는다면 운전면허증이 없으면 온라인 서비스를 제대로 이용할 수 없으니 이를 기준으로 할 수도 없습니다.

뉴욕 주가 새로운 운전면허증 디자인으로 제시한 샘플 이미지. 운전면허증엔 사진과 함께 생년월일(DOB)가 표기돼 연령 확인에 적합한 신분증이다.
태어나서 성인이 될 때까지 자기가 사는 주에서 잘 벗어나지도 않는 미국인들에게 '여권'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운전면허증이나 여권이 없으면, 사진이 있는 신분증으로 학생증이 있지만, 미국엔 학교가 13만 개가 넘고, 통일된 학생증 기준도 없습니다. 그러니 이를 인증할 기술을 개발하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위조 가능성을 막을 길이 없는 겁니다.

우리의 주민등록번호에 해당하는 사회보장번호(SSN)가 있지만, 이 번호만으로는 사는 곳이나 나이 등의 정보를 전혀 담고 있지 않습니다. 다른 정보와 추가로 결합해야만 나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와 별도로 정부의 통합된 디지털 신분증이 거론되기도 하지만, 이 역시 정보 집중의 문제가 발생하고, 이를 어느 기관에서 책임을 지고 담당할지에 대한 여지가 남습니다.

우리보다 개인정보에 훨씬 민감한 미국(실제로는 많은 정보가 떠돌아다닙니다만)에서 SNS 회사가 개인정보를 확인하고 저장하는 것 자체가 문제 되는 겁니다.

X(옛 트위터)의 가입 화면. 생년월일을 임의로 입력해도 확인 없이 다음 단계로 진행된다. 13세 미만으로 생년월일을 입력할 경우 가입이 차단된다.
그래서 연령확인을 위해 신용카드 등을 요구하는 유튜브와 달리 옛 트위터인 X는 (뉴욕 주에서 시도했을 때) 본인이 입력하는 생년월일 정보가 연령 확인 방법입니다. 온전히 가입자에 대한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방식으로, 그만큼 조작의 가능성도 많습니다.

■ 뉴욕의 규제는 시행될 수 있을까?

해당 규제가 실행 단계로 들어가게 되면 뉴욕 주도 다른 주와 마찬가지로 소송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그에 앞서 뉴욕 주가 규제와 관련해 해결해야 할 문제도 남아 있습니다. 규제 내용을 어떻게 구현할지가 아직 불분명하기 때문입니다.

주 법무장관실이 이 문제를 담당할 예정인데 연령 확인 방법, 부모의 동의를 확인하는 방법 등은 아직 드러나지 않았습니다. 다른 주의 사례 등을 비교해 방안을 찾겠지만, 그 과정에서 지속적인 논란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마침 이 기사를 쓰는 중에 미 연방 대법원이 '총기 자동 연발 사격 장치', 즉 '범프 스톡(bump stock)' 금지 조치를 폐기했습니다. 이 장치는 반자동 소총에 자동 연사 기능을 쓸 수 있도록 하는 장치입니다.

2017년 미국 라스베이거스 총격 참사 때 총격범은 이를 이용해 11분간 천 발 이상의 총알을 쐈고 60여 명이 숨졌습니다. 총기 난사 사건의 주범으로 지목됐고, 트럼프 당시 정부가 금지시켰지만 다시 허용된 겁니다.

미국에서 미성년자의 SNS 사용이나 총기 모두 미국 사회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문제를 인식한 만큼 당연히 규제가 이뤄질 것 같지만, 실제 규제 적용은 쉽지 않습니다. 주 의회, 주 정부, 연방 의회, 연방 정부, 법원 등 관련된 기관도 많고 생각도 다 다릅니다. 그래서 미국의 제도 변화는 우리가 보기에 따라 너무 느립니다. 문제가 심각해도 쉽게 고치지 못하는 게 미국의 한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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