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남 교제살인’ 공론화 나선 친구들 “늘 밝게 웃던 내 친구 앗아가”
입력 2024.06.15 (14:07)
수정 2024.06.15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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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로만 접했던 일이 저희 가족에게 일어났습니다."
스스로를 '하남 살인 사건의 피해자 언니'라고 밝힌 글쓴이는 7일 전 너무나 갑작스럽게 동생을 잃은 당시를 이 한 문장에 담아냈습니다.
피해자의 언니는 자신의 SNS에 "믿을 수 없는 이 끔찍한 현실에서 힘겹게 동생을 떠나 보내고, 세상에 이 사건을 좀 더 명확하게 드러내려고 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사건은 '일반적인 살인 사건'이 아닌 '교제 살인'임을 분명히 했습니다.
오랜 고통의 터널을 걸어야 하는 유족들을 대신해, 피해자의 친구들이 먼저 언론에 나섰습니다.
힘겨운 상황 속에서도 이들이 공론화를 결심하게 된 이유, 무엇일까요?
■ 사건 당일 '헤어졌다' 메시지…"교제 살인 맞아"
시작은 언론 보도의 정정이었습니다.
하남 살인 사건의 보도가 최초로 나간 이후 경찰은 "유족 측에서 '피의자'와 '피해자'는 지인 관계일뿐 교제 관계가 아니었으며, 더 이상 언론 보도를 원치 않는다고 경찰에 알려왔다"고 밝혀, 이후 기사가 정정되는 일이 있던 겁니다.
경찰 측에선 유족들의 의사에 따른 설명이었다고 했지만 피해자의 언니도, 친구들도 '교제 살인'임을 명확히 했습니다.
피해자 언니는 SNS에 "동생의 휴대전화 잠금을 풀 수 없어 동생이 친구들과 나눈 대화를, 동생 친구들을 통해 확인한 사실"이라며 "피해자와 가해자는 3주가량 교제한 사이가 맞다"고 했습니다.
취재진이 직접 만난 피해자의 친구 두 명도 같은 설명을 했습니다.
피해자에게 남자친구가 있다는 사실을 친구 A 씨가 알게 된 건 지난 5월 말쯤입니다.
올해로 20살인 이들이 '대학도 들어왔으니 미팅을 나가보자'는 이야기를 나누던 중 피해자가 "나는 남자친구가 있다"며 미팅에 나가지 않겠다고 한 겁니다.
친구 B 씨도 "(5월쯤) 친구(피해자)가 학교 끝나고 가는 길에 너무 신나 보여 물어보니, '오늘 남자친구 만나기로 했다'고 답했다"고 했습니다.
다만 친구들은 평소 남자친구가 폭력적인 성향을 갖고 있다거나, 남자친구 때문에 걱정이 있다는 이야기는 따로 듣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사건이 벌어진 7일 오후 피해자는 다른 친구들에게 '남자친구와 헤어졌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KBS 취재에 따르면 피해자는 당일 저녁 7시 반쯤 한 친구에게 SNS 메시지로 "(남자친구와) 헤어졌다"면서, "근데 다시 만나자고 한다"고 언급했습니다.
친구들은 사건 당일 밤 10시 57분까지도 피해자와 메신저로 소통 중이었습니다. 20분 뒤 사건이 벌어졌고, 지금까지도 피해자와 친구들이 함께 나눈 단체 대화방의 '숫자 1'은 사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 "수차례 흉기 휘둘러...목 등에서 심한 출혈"
피해자의 언니는 SNS 글에서 "(가해자가) 수차례 흉기를 휘둘렀고 목과 안면, 손 등이 심하게 훼손돼 다량의 출혈이 있었다"며 "119 연락을 받고 내려간 가족들은 고통 속에 몸부림치는 제 동생을 직접 목격했다"고 했습니다.
'가족의 트라우마는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물었습니다.
■ "늘 밝게 웃던 내 친구, 앞으로의 대학 생활 기대했는데…"
올해 스무 살 대학 새내기인 피해자, 친구들은 그녀를 '늘 밝게 잘 웃는 친구'로 기억합니다.
이들은 대학교에서 이제 막 법과 행정을 전공하며 세상을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친구 B 씨는 "피해자가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서 가장 먼저 말을 걸어준 친구였다"면서, "방학이 되면 함께 여행을 가자고 하던 중이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첫 여름 방학을 함께 맞지 못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친구들은 가해자에게 엄벌이 처해지길 바라는 마음에 판례를 열심히 찾아봤다고 했습니다. 그리고는 이내 좌절했다고 했습니다.
친구 A 씨는 "판례를 찾아보니 무기징역까지 간 경우는 거의 없었고 형량 자체도 세지 않더라"며, "가해자가 초범일 수 있는 데다가 조현병이라는 주장이 받아들여지면 형량이 더욱 줄어들까봐 가장 걱정된다"고 밝혔습니다.
그래서 이들은 직접 인터뷰에 나서기로 했습니다.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가해자가 몇 년 안에 다시 사회로 나올 수 있겠다'는 우려와 두려움때문이었습니다.
이들의 바람은 아주 단순하고 명료합니다.
"단순히 기사 한 줄로만 끝나지 않고,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 주셨으면 좋겠어요. 관련 법안이 확실히 만들어져서 친구와 같은 일을 누구도 겪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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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남 교제살인’ 공론화 나선 친구들 “늘 밝게 웃던 내 친구 앗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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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4-06-15 14:07:10
- 수정2024-06-15 17:03:12
"뉴스로만 접했던 일이 저희 가족에게 일어났습니다."
스스로를 '하남 살인 사건의 피해자 언니'라고 밝힌 글쓴이는 7일 전 너무나 갑작스럽게 동생을 잃은 당시를 이 한 문장에 담아냈습니다.
피해자의 언니는 자신의 SNS에 "믿을 수 없는 이 끔찍한 현실에서 힘겹게 동생을 떠나 보내고, 세상에 이 사건을 좀 더 명확하게 드러내려고 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사건은 '일반적인 살인 사건'이 아닌 '교제 살인'임을 분명히 했습니다.
오랜 고통의 터널을 걸어야 하는 유족들을 대신해, 피해자의 친구들이 먼저 언론에 나섰습니다.
힘겨운 상황 속에서도 이들이 공론화를 결심하게 된 이유, 무엇일까요?
■ 사건 당일 '헤어졌다' 메시지…"교제 살인 맞아"
시작은 언론 보도의 정정이었습니다.
하남 살인 사건의 보도가 최초로 나간 이후 경찰은 "유족 측에서 '피의자'와 '피해자'는 지인 관계일뿐 교제 관계가 아니었으며, 더 이상 언론 보도를 원치 않는다고 경찰에 알려왔다"고 밝혀, 이후 기사가 정정되는 일이 있던 겁니다.
경찰 측에선 유족들의 의사에 따른 설명이었다고 했지만 피해자의 언니도, 친구들도 '교제 살인'임을 명확히 했습니다.
피해자 언니는 SNS에 "동생의 휴대전화 잠금을 풀 수 없어 동생이 친구들과 나눈 대화를, 동생 친구들을 통해 확인한 사실"이라며 "피해자와 가해자는 3주가량 교제한 사이가 맞다"고 했습니다.
취재진이 직접 만난 피해자의 친구 두 명도 같은 설명을 했습니다.
피해자에게 남자친구가 있다는 사실을 친구 A 씨가 알게 된 건 지난 5월 말쯤입니다.
올해로 20살인 이들이 '대학도 들어왔으니 미팅을 나가보자'는 이야기를 나누던 중 피해자가 "나는 남자친구가 있다"며 미팅에 나가지 않겠다고 한 겁니다.
친구 B 씨도 "(5월쯤) 친구(피해자)가 학교 끝나고 가는 길에 너무 신나 보여 물어보니, '오늘 남자친구 만나기로 했다'고 답했다"고 했습니다.
다만 친구들은 평소 남자친구가 폭력적인 성향을 갖고 있다거나, 남자친구 때문에 걱정이 있다는 이야기는 따로 듣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사건이 벌어진 7일 오후 피해자는 다른 친구들에게 '남자친구와 헤어졌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KBS 취재에 따르면 피해자는 당일 저녁 7시 반쯤 한 친구에게 SNS 메시지로 "(남자친구와) 헤어졌다"면서, "근데 다시 만나자고 한다"고 언급했습니다.
친구들은 사건 당일 밤 10시 57분까지도 피해자와 메신저로 소통 중이었습니다. 20분 뒤 사건이 벌어졌고, 지금까지도 피해자와 친구들이 함께 나눈 단체 대화방의 '숫자 1'은 사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 "수차례 흉기 휘둘러...목 등에서 심한 출혈"
피해자의 언니는 SNS 글에서 "(가해자가) 수차례 흉기를 휘둘렀고 목과 안면, 손 등이 심하게 훼손돼 다량의 출혈이 있었다"며 "119 연락을 받고 내려간 가족들은 고통 속에 몸부림치는 제 동생을 직접 목격했다"고 했습니다.
'가족의 트라우마는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물었습니다.
■ "늘 밝게 웃던 내 친구, 앞으로의 대학 생활 기대했는데…"
올해 스무 살 대학 새내기인 피해자, 친구들은 그녀를 '늘 밝게 잘 웃는 친구'로 기억합니다.
이들은 대학교에서 이제 막 법과 행정을 전공하며 세상을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친구 B 씨는 "피해자가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서 가장 먼저 말을 걸어준 친구였다"면서, "방학이 되면 함께 여행을 가자고 하던 중이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첫 여름 방학을 함께 맞지 못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친구들은 가해자에게 엄벌이 처해지길 바라는 마음에 판례를 열심히 찾아봤다고 했습니다. 그리고는 이내 좌절했다고 했습니다.
친구 A 씨는 "판례를 찾아보니 무기징역까지 간 경우는 거의 없었고 형량 자체도 세지 않더라"며, "가해자가 초범일 수 있는 데다가 조현병이라는 주장이 받아들여지면 형량이 더욱 줄어들까봐 가장 걱정된다"고 밝혔습니다.
그래서 이들은 직접 인터뷰에 나서기로 했습니다.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가해자가 몇 년 안에 다시 사회로 나올 수 있겠다'는 우려와 두려움때문이었습니다.
이들의 바람은 아주 단순하고 명료합니다.
"단순히 기사 한 줄로만 끝나지 않고,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 주셨으면 좋겠어요. 관련 법안이 확실히 만들어져서 친구와 같은 일을 누구도 겪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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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지현 기자 veteran@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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