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도 경기도 나아진다는데 내 삶은 팍팍…“이유는 ○○○○”

입력 2024.06.18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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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한국 경제 1분기 1.3% '깜짝' 성장. 소비자물가 두 달째 2%대 상승해 하락세 지속. 한국 1인당 국민소득 사상 처음 일본 제쳐…. 최근 한두 달 새 쏟아진 소식들입니다. 소득은 오르고 물가는 잡히고 경기는 순풍이라는데, 내 지갑 사정만 딴 세상 같다고 느껴지시나요? 나만 그런 게 아닙니다. 다 이유가 있었습니다.


■ 전체 물가는 선진국 평균…'의식주'만 따지면 1.5배↑

한국은행이 오늘(18일) 내놓은 '우리나라 물가수준의 특징과 시사점: 주요국 비교를 중심으로'라는 보고서를 보면 '경제 지표'와 '내 지갑' 사이의 괴리가 이해됩니다.

먼저 지난해 기준 소득을 감안한 우리나라 전체의 물가수준은 주요 선진국 평균 정도가 맞습니다.

하지만 더 자세히 쪼개보면 다른 나라보다 품목별 '가격격차'가 컸습니다. 한국은 특히 의류, 식료품, 주거 등 말 그대로 '의식주' 비용이 OECD 평균보다 1.5배가량 높았습니다.

OECD 평균의 2배를 넘는 품목을 보면, 의류 중엔 티셔츠와 남성 정장 및 겉옷이 있었고, 식료품은 사과, 식빵, 돼지고기, 감자, 당근 등이 있었습니다. 장바구니에 자주 담는 품목들이죠.

서울에 살려면 거주비도 만만치 않습니다. 세계 주요 도시 30곳 중 서울의 거주비(소득 대비 월세)는 상하이, 호찌민, 마닐라, 베이징, 방콕, 홍콩에 이어 7위였습니다.

높은 의식주 비용에도 전체 물가가 '선진국 평균 수준'에 수렴하는 이유는 공공요금이 낮기 때문입니다. 전기·가스·수도 요금과 대중교통비 등 공공요금은 OECD 평균의 73% 수준에 불과했습니다. 보고서는 "가계 부담을 감안한 정부의 정책적 노력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 낮은 생산성·비효율적 유통 구조…브랜드 따지는 한국엔 '더 비싸게'

보고서는 이런 '가격 격차'의 원인을 다양하게 짚었습니다.

과일 같은 먹거리의 경우, 농경지가 적고 노동력도 고령화해 공급이 줄어드는데, 수입 비중도 적다 보니 가격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였습니다. 주요국의 과일 수입 비중을 보면, 미국(약 70%), 유로존(약 50%) 수준이었지만, 한국은 40%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농산물 유통비용도 갈수록 비싸졌습니다. 유통비용을 소비자가격으로 나눈 유통 비용률은 2019년 33%에서 2022년 50% 수준으로 올랐습니다.

비효율적인 유통구조는 의류 가격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었습니다. 수수료를 많이 떼는 백화점 판매 비중이 컸지만, 중간단계를 줄인 직매입은 적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브랜드'를 좋아하는 한국의 소비 성향까지 의류 물가를 올리는 요인으로 꼽혔습니다.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의 '명품 소비 분석보고서'를 보면, 2022년 한국의 1인당 명품소비는 324달러로 세계 1위입니다. 이런 분위기 속에 유명 해외 브랜드들이 같은 상품을 한국에서만 비싸게 파는 경우가 많고, 의류 물가를 끌어올린다는 분석입니다.


"식료품·의류 가격 OECD 평균 되면 소비여력 7%↑"

'평균적으로' 경제 지표가 좋아진다 해도, 이런 '가격격차'를 해소하지 못하면 체감 경기와의 괴리는 여전할 겁니다. 의식주 비용이 많이 들수록 저소득 가구 등 취약계층 중심으로 타격을 입게 됩니다. 정부 노력으로 공공요금을 누르는 것도 한계가 있습니다.

특히 보고서는 "식료품과 의류 가격이 OECD 평균 수준까지만 낮아져도 가계의 평균 소비 여력이 약 7% 늘어날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이를 위해 식량안보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농산물 수입을 늘리고, 생산 품종도 다양화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먹거리, 의류 모두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유통 경로를 줄이는 게 가격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란 조언도 나왔습니다.

반대로 공공요금은 OECD 평균 수준으로 '정상화'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소비 여력이 약 3% 줄어들 것"으로 보고서는 내다봤습니다. 특히 공공요금 지출 비중이 큰 저소득층이 더 크게 타격을 받을 우려가 있는 만큼, 선별적 지원도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오늘 열린 한은의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설명회'에서 이창용 한은 총재는 "높은 생활비 수준을 낮추려는 구조 개선을 고민할 때"라고 표현했습니다. 이 총재는 "인플레이션은 통화정책으로 대응할 수 있지만 다른 나라에 비해 높은 생활비 수준은 통화정책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라며, "우리 인플레이션이 지난해 초 5.0%에서 올해 5월 2.7%로 낮아졌지만, 국민들께서 피부로 잘 느끼시지 못하는 이유"라고 짚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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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6-18 17:3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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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 1분기 1.3% '깜짝' 성장. 소비자물가 두 달째 2%대 상승해 하락세 지속. 한국 1인당 국민소득 사상 처음 일본 제쳐…. 최근 한두 달 새 쏟아진 소식들입니다. 소득은 오르고 물가는 잡히고 경기는 순풍이라는데, 내 지갑 사정만 딴 세상 같다고 느껴지시나요? 나만 그런 게 아닙니다. 다 이유가 있었습니다.

■ 전체 물가는 선진국 평균…'의식주'만 따지면 1.5배↑

한국은행이 오늘(18일) 내놓은 '우리나라 물가수준의 특징과 시사점: 주요국 비교를 중심으로'라는 보고서를 보면 '경제 지표'와 '내 지갑' 사이의 괴리가 이해됩니다.

먼저 지난해 기준 소득을 감안한 우리나라 전체의 물가수준은 주요 선진국 평균 정도가 맞습니다.

하지만 더 자세히 쪼개보면 다른 나라보다 품목별 '가격격차'가 컸습니다. 한국은 특히 의류, 식료품, 주거 등 말 그대로 '의식주' 비용이 OECD 평균보다 1.5배가량 높았습니다.

OECD 평균의 2배를 넘는 품목을 보면, 의류 중엔 티셔츠와 남성 정장 및 겉옷이 있었고, 식료품은 사과, 식빵, 돼지고기, 감자, 당근 등이 있었습니다. 장바구니에 자주 담는 품목들이죠.

서울에 살려면 거주비도 만만치 않습니다. 세계 주요 도시 30곳 중 서울의 거주비(소득 대비 월세)는 상하이, 호찌민, 마닐라, 베이징, 방콕, 홍콩에 이어 7위였습니다.

높은 의식주 비용에도 전체 물가가 '선진국 평균 수준'에 수렴하는 이유는 공공요금이 낮기 때문입니다. 전기·가스·수도 요금과 대중교통비 등 공공요금은 OECD 평균의 73% 수준에 불과했습니다. 보고서는 "가계 부담을 감안한 정부의 정책적 노력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 낮은 생산성·비효율적 유통 구조…브랜드 따지는 한국엔 '더 비싸게'

보고서는 이런 '가격 격차'의 원인을 다양하게 짚었습니다.

과일 같은 먹거리의 경우, 농경지가 적고 노동력도 고령화해 공급이 줄어드는데, 수입 비중도 적다 보니 가격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였습니다. 주요국의 과일 수입 비중을 보면, 미국(약 70%), 유로존(약 50%) 수준이었지만, 한국은 40%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농산물 유통비용도 갈수록 비싸졌습니다. 유통비용을 소비자가격으로 나눈 유통 비용률은 2019년 33%에서 2022년 50% 수준으로 올랐습니다.

비효율적인 유통구조는 의류 가격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었습니다. 수수료를 많이 떼는 백화점 판매 비중이 컸지만, 중간단계를 줄인 직매입은 적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브랜드'를 좋아하는 한국의 소비 성향까지 의류 물가를 올리는 요인으로 꼽혔습니다.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의 '명품 소비 분석보고서'를 보면, 2022년 한국의 1인당 명품소비는 324달러로 세계 1위입니다. 이런 분위기 속에 유명 해외 브랜드들이 같은 상품을 한국에서만 비싸게 파는 경우가 많고, 의류 물가를 끌어올린다는 분석입니다.


"식료품·의류 가격 OECD 평균 되면 소비여력 7%↑"

'평균적으로' 경제 지표가 좋아진다 해도, 이런 '가격격차'를 해소하지 못하면 체감 경기와의 괴리는 여전할 겁니다. 의식주 비용이 많이 들수록 저소득 가구 등 취약계층 중심으로 타격을 입게 됩니다. 정부 노력으로 공공요금을 누르는 것도 한계가 있습니다.

특히 보고서는 "식료품과 의류 가격이 OECD 평균 수준까지만 낮아져도 가계의 평균 소비 여력이 약 7% 늘어날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이를 위해 식량안보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농산물 수입을 늘리고, 생산 품종도 다양화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먹거리, 의류 모두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유통 경로를 줄이는 게 가격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란 조언도 나왔습니다.

반대로 공공요금은 OECD 평균 수준으로 '정상화'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소비 여력이 약 3% 줄어들 것"으로 보고서는 내다봤습니다. 특히 공공요금 지출 비중이 큰 저소득층이 더 크게 타격을 받을 우려가 있는 만큼, 선별적 지원도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오늘 열린 한은의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설명회'에서 이창용 한은 총재는 "높은 생활비 수준을 낮추려는 구조 개선을 고민할 때"라고 표현했습니다. 이 총재는 "인플레이션은 통화정책으로 대응할 수 있지만 다른 나라에 비해 높은 생활비 수준은 통화정책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라며, "우리 인플레이션이 지난해 초 5.0%에서 올해 5월 2.7%로 낮아졌지만, 국민들께서 피부로 잘 느끼시지 못하는 이유"라고 짚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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