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1억 명의 꿈을 안고, 파리올림픽으로 향하는 시리아 난민 태권청년

입력 2024.06.20 (14:19) 수정 2024.06.20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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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세계 1억 명의 난민을 대표하는 난민올림픽팀(EOR, Équipe Olympique des réfuguiés)

국제올림픽위원회 (IOC)가 확정한 2024 파리올림픽에 출전할 난민 올림픽 선수 36명국제올림픽위원회 (IOC)가 확정한 2024 파리올림픽에 출전할 난민 올림픽 선수 36명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36명의 프로필 사진을 한 장에 모아 공식 홈페이지에 올렸습니다. 이 사진과 같이 올린 동영상에는 ‘ 1억 명을 대표하는 하나(1 in 100 million)’라는 타이틀이 붙어있습니다. 1억 명은 전 세계에서 집계된 난민(Refugee)의 숫자, 하나는 이들을 대표해 파리올림픽에 출전하는 난민올림픽팀(EOR Équipe Olympique des réfuguiés, Refugees Olympic Team)을 상징합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홈페이지를 통해 상영중인 난민올림픽팀 홍보영상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홈페이지를 통해 상영중인 난민올림픽팀 홍보영상

지난 2016년 리우올림픽에서 10명으로 시작된 선수단이 36명으로 늘었습니다. 시리아, 이란 등 11개 나라 출신의 선수들은 파리올림픽에서 태권도, 육상, 배드민턴, 복싱, 카누, 유도, 사격 등 모두 12종목에 출전할 예정입니다.

■ 파리올림픽으로 향하는 시리아 난민 태권청년, 야히야 알 고타니(Yehya Al Ghotani)

이 가운데 마지막 사진 주인공을 주목해 볼 만합니다. 2003년생 올해 21살인 야히야 알 고타니(Yehya Al Ghotani), 시리아 난민입니다. 만 8살이던 2011년 내전으로 가족들 모두 요르단 아즈락 난민캠프(Azraq Refugee Camp)로 피신해 왔습니다. 그리고, 10년 넘게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다른 곳으로 옮겨가는 것이 쉽지 않아 거대한 감옥 같은 난민 캠프에 갇혀 지냈습니다.

요르단 아즈락 난민캠프에서 훈련중인 시리아 난민 야히야 알 고타니요르단 아즈락 난민캠프에서 훈련중인 시리아 난민 야히야 알 고타니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도, 새로운 것을 꿈꾸는 것도 쉽지 않은 그곳에서, 14살 알 고타니에게 한국의 태권도가 운명처럼 다가왔습니다. 우연히 세계태권도연맹의 지원프로그램을 통해 접한 태권도는 단순한 스포츠 이상의 의미로 다가왔고, 난민, 전쟁고아, 자연재해 피해 어린이들과 청소년들을 위해 태권도를 통한 무료 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하던 태권도박애재단(THF, Taekwondo Humanitarian Foundation)이 2018년부터 아즈락 난민캠프에서 시작한 교육프로그램의 혜택까지 받을 수 있었습니다.

알 고타니에게 태권도는 난민캠프의 울타리를 벗어나 세계를 배우고, 세계와 통할 수 있는 창과 같았습니다. 체계적으로 태권도를 수련해 5년 만에 2단을 따는 데 성공했고, 놀라운 집중력과 수련 시간이 늘어난 만큼 기량도 국제적 수준으로 성장했습니다. 지난해에는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 초청선수 자격으로 출전할 수 있었습니다. 남자 –63kg급에 출전해 메달권에는 진입하지 못했지만, 당시 인터뷰에는 올림픽과 세계무대를 꿈꾸는 알 고타니의 새로운 꿈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나의 목표는 언제가 올림픽에 출전하는 것입니다. 지금부터 파리올림픽을 출전권을 획득하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파리올림픽에 갈 수 없다면, LA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게 계속 훈련할 것입니다.”
(My goal is to be in the Olympic Games one day. Now my goal is to prepare to try and qualify for Paris but if I don’t have the chance for Paris I will keep working hard for Los Angeles.)

토마스 바흐 IOC위원장(오른쪽 첫번째)로 부터 파리올림픽 출전 장학금을 받은 알 고타니 (왼쪽 두번째)토마스 바흐 IOC위원장(오른쪽 첫번째)로 부터 파리올림픽 출전 장학금을 받은 알 고타니 (왼쪽 두번째)

그리고 올해, 알 고타니는 파리올림픽 난민팀 선수단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습니다. 알 고타니는 아프가니스탄 난민, 파르자드 만수리(Farzad Mansouri) 등 4명의 태권도 선수와 함께 올림픽 출전의 꿈을 이루었습니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이 알 고타니를 포함한 출전선수 36명의 꿈을 응원하기 위해 훈련비용을 장학금 형식으로 지원했고, IOC 후원사인 워너브라더스와 디스커버리 등도 이들을 지원하기 위한 클라우드 펀딩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국가이름 대신 THF(태권도박애재단)대표로 세계선수권대회 출전한 알 고타니 (오른쪽 파란 도복)국가이름 대신 THF(태권도박애재단)대표로 세계선수권대회 출전한 알 고타니 (오른쪽 파란 도복)

■ 난민 지위로 국가이름을 도복에 새길 수 없지만, 올림피언의 꿈이뤄

파란색 보호대를 찬 알 고타니의 도복을 보면, 다른 선수들이 국가 이름을 새긴 것과 달리, THF, 태권도박애재단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난민 지위로 특정국가를 대표할 수 없기 때문에, 다른 선수들처럼 국가 이름을 도복에 새기지는 못하고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했기 때문입니다. 이번 파리올림픽에도 국적 시리아가 아닌 난민올림픽팀 자격으로 출전하게 됩니다. 또 태권도 올림픽 체급은 다르기 때문에 남자 –68kg급으로 출전할 예정입니다.

태권도는 우리나라 스포츠 가운데 유일한 올림픽 종목이고, 많은 금메달을 안겨준 효자종목입니다. 파리의 명소, 그랑팔레(Grand Palais)를 수놓을 파리올림픽 태권도 경기는 우리 선수들의 맹활약을 지켜보면서, 태권도 종주국 국민으로서, 또 세계시민으로서 새로운 꿈을 꾸는 난민 선수, 알 고타니 등 5명의 선수를 응원하는 기회가 될 것 같습니다.

태권도를 통해 꿈을 이루려는 난민 선수들과 그들에게 스포츠 이상의 가치로 다가간 태권도를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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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세계 1억 명의 꿈을 안고, 파리올림픽으로 향하는 시리아 난민 태권청년
    • 입력 2024-06-20 14:19:27
    • 수정2024-06-20 18:41:43
    스포츠K
■ 전 세계 1억 명의 난민을 대표하는 난민올림픽팀(EOR, Équipe Olympique des réfuguiés)

국제올림픽위원회 (IOC)가 확정한 2024 파리올림픽에 출전할 난민 올림픽 선수 36명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36명의 프로필 사진을 한 장에 모아 공식 홈페이지에 올렸습니다. 이 사진과 같이 올린 동영상에는 ‘ 1억 명을 대표하는 하나(1 in 100 million)’라는 타이틀이 붙어있습니다. 1억 명은 전 세계에서 집계된 난민(Refugee)의 숫자, 하나는 이들을 대표해 파리올림픽에 출전하는 난민올림픽팀(EOR Équipe Olympique des réfuguiés, Refugees Olympic Team)을 상징합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홈페이지를 통해 상영중인 난민올림픽팀 홍보영상
지난 2016년 리우올림픽에서 10명으로 시작된 선수단이 36명으로 늘었습니다. 시리아, 이란 등 11개 나라 출신의 선수들은 파리올림픽에서 태권도, 육상, 배드민턴, 복싱, 카누, 유도, 사격 등 모두 12종목에 출전할 예정입니다.

■ 파리올림픽으로 향하는 시리아 난민 태권청년, 야히야 알 고타니(Yehya Al Ghotani)

이 가운데 마지막 사진 주인공을 주목해 볼 만합니다. 2003년생 올해 21살인 야히야 알 고타니(Yehya Al Ghotani), 시리아 난민입니다. 만 8살이던 2011년 내전으로 가족들 모두 요르단 아즈락 난민캠프(Azraq Refugee Camp)로 피신해 왔습니다. 그리고, 10년 넘게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다른 곳으로 옮겨가는 것이 쉽지 않아 거대한 감옥 같은 난민 캠프에 갇혀 지냈습니다.

요르단 아즈락 난민캠프에서 훈련중인 시리아 난민 야히야 알 고타니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도, 새로운 것을 꿈꾸는 것도 쉽지 않은 그곳에서, 14살 알 고타니에게 한국의 태권도가 운명처럼 다가왔습니다. 우연히 세계태권도연맹의 지원프로그램을 통해 접한 태권도는 단순한 스포츠 이상의 의미로 다가왔고, 난민, 전쟁고아, 자연재해 피해 어린이들과 청소년들을 위해 태권도를 통한 무료 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하던 태권도박애재단(THF, Taekwondo Humanitarian Foundation)이 2018년부터 아즈락 난민캠프에서 시작한 교육프로그램의 혜택까지 받을 수 있었습니다.

알 고타니에게 태권도는 난민캠프의 울타리를 벗어나 세계를 배우고, 세계와 통할 수 있는 창과 같았습니다. 체계적으로 태권도를 수련해 5년 만에 2단을 따는 데 성공했고, 놀라운 집중력과 수련 시간이 늘어난 만큼 기량도 국제적 수준으로 성장했습니다. 지난해에는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 초청선수 자격으로 출전할 수 있었습니다. 남자 –63kg급에 출전해 메달권에는 진입하지 못했지만, 당시 인터뷰에는 올림픽과 세계무대를 꿈꾸는 알 고타니의 새로운 꿈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나의 목표는 언제가 올림픽에 출전하는 것입니다. 지금부터 파리올림픽을 출전권을 획득하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파리올림픽에 갈 수 없다면, LA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게 계속 훈련할 것입니다.”
(My goal is to be in the Olympic Games one day. Now my goal is to prepare to try and qualify for Paris but if I don’t have the chance for Paris I will keep working hard for Los Angeles.)

토마스 바흐 IOC위원장(오른쪽 첫번째)로 부터 파리올림픽 출전 장학금을 받은 알 고타니 (왼쪽 두번째)
그리고 올해, 알 고타니는 파리올림픽 난민팀 선수단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습니다. 알 고타니는 아프가니스탄 난민, 파르자드 만수리(Farzad Mansouri) 등 4명의 태권도 선수와 함께 올림픽 출전의 꿈을 이루었습니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이 알 고타니를 포함한 출전선수 36명의 꿈을 응원하기 위해 훈련비용을 장학금 형식으로 지원했고, IOC 후원사인 워너브라더스와 디스커버리 등도 이들을 지원하기 위한 클라우드 펀딩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국가이름 대신 THF(태권도박애재단)대표로 세계선수권대회 출전한 알 고타니 (오른쪽 파란 도복)
■ 난민 지위로 국가이름을 도복에 새길 수 없지만, 올림피언의 꿈이뤄

파란색 보호대를 찬 알 고타니의 도복을 보면, 다른 선수들이 국가 이름을 새긴 것과 달리, THF, 태권도박애재단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난민 지위로 특정국가를 대표할 수 없기 때문에, 다른 선수들처럼 국가 이름을 도복에 새기지는 못하고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했기 때문입니다. 이번 파리올림픽에도 국적 시리아가 아닌 난민올림픽팀 자격으로 출전하게 됩니다. 또 태권도 올림픽 체급은 다르기 때문에 남자 –68kg급으로 출전할 예정입니다.

태권도는 우리나라 스포츠 가운데 유일한 올림픽 종목이고, 많은 금메달을 안겨준 효자종목입니다. 파리의 명소, 그랑팔레(Grand Palais)를 수놓을 파리올림픽 태권도 경기는 우리 선수들의 맹활약을 지켜보면서, 태권도 종주국 국민으로서, 또 세계시민으로서 새로운 꿈을 꾸는 난민 선수, 알 고타니 등 5명의 선수를 응원하는 기회가 될 것 같습니다.

태권도를 통해 꿈을 이루려는 난민 선수들과 그들에게 스포츠 이상의 가치로 다가간 태권도를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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