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인 척 공항 면세점 장사”…특례 악용한 사업자 ‘벌금형’

입력 2024.06.20 (15:25) 수정 2024.06.20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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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공항 국제선 면세점김해공항 국제선 면세점

코로나19 사태 이후, 김해공항 국제선은 다시 활기를 찾고 있습니다. 올해 5월까지 김해공항 국제선 여객수는 355만 명으로, 인천공항 다음으로 많습니다. 김해공항 국제선 면세점에선 지난 2월부터 롯데 면세점이 주류와 담배 면세점을 '임시' 운영하고 있습니다. 국제선 출국장 주류와 담배 면세점 입찰이 진행 중이기 때문인데요. 여기에는 나름의 속사정이 있습니다.

대기업 지분 낮다더니…관세청 "실제론 70% 지분 가져"

김해공항 국제선 구역에선 2014년부터 '듀프리토마스줄리코리아'라는 업체가 10년간 수익률이 높은 주류와 담배를 독점 판매해 왔습니다. 이 업체는 2013년 세계 2위 스위스 면세기업 '듀프리'와 국내 회사 '토마스줄리앤컴퍼니'가 합작 투자해 설립한 회사입니다. 하지만 지난 1월 관세청과 김해세관이 이 회사의 면세점 특허를 취소하고, 회사 대표 등을 관세법 위반 혐의로 부산지방검찰청에 고발, 송치했습니다. 해당 업체가 2019년 특허를 다시 얻는 과정에서 지분을 속여 입찰했다는 혐의입니다.

관세청은 듀프리토마스줄리코리아가 대기업 지분이 낮은 것처럼 속이고 수년 동안 김해공항에서 면세점을 부정하게 영업했다고 봤습니다. 대기업인 듀프리의 지분이 얼마 안되는 마치 중소기업인 것처럼 꾸며 면세점 운영권을 따냈다는 건데요. 2018년 신고된 이 업체의 듀프리 지분은 45%. 하지만 관세청은 실제는 70%의 지분을 가지고 있었다고 판단했습니다.

'대기업 지분이 일정 범위를 넘어서면 위법하다.' 관세청이 이런 판단을 한 건 2014년 개정된 관세법 때문입니다. 개정 관세법은 중소·중견기업에 보세판매점 진출 기회를 주기 위해 일정규모 이하의 기업에 특허를 우대해서 주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중견기업의 출자 관계 등의 범위도 새롭게 정해졌는데요. 자산총액 1조 원 이상인 법인이 주식 또는 출자지분의 30% 이상을 소유하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법원, "서류상으로만 토마스줄리, 실제로는 듀프리가 장악"

해당 사건은 결국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부산지법 서부지원 형사2단독(백광균 부장판사)은 "2013년 당시 지분 관계가 듀프리 70%, 토마스줄리가 30%였던 상황에서도 토마스줄리가 해당 지분을 단독으로 처분도 못 하게 계약을 맺었다"고 봤습니다. 처분권조차 없는 회사를 서류상으로만 30% 소유해 형식적으로 설립에 참여했다는 겁니다.

재판부는 지난해 토마스줄리가 회사 소유 지분을 최대 71%까지 늘렸지만, 실제로는 한 푼도 출자한 적이 없다고도 지적했습니다. 반면 대기업인 듀프리는 소유 지분이 29%까지 줄었지만 실제로는 전액을 출자하고, 2천만 달러가 넘는 영업 적자도 메워줬습니다. 결국 서류상으로만 토마스줄리가 최다출자자였지, 실제로는 듀프리가 장악한 회사였다는 겁니다.

재판부는 "국가에서 특별히 중견기업을 배려한 특례 제도를 악용해 면세점 특허를 받아내고, 장기간 면세점을 운영하며 막대한 매출과 이익을 얻었지만, 법정에서 눈물까지 흘려가며 억울하게 처벌받는다고만 말했다"며 해당 회사와 대표에게 각각 벌금 천5백만 원을 선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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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공항 국제선 면세점
코로나19 사태 이후, 김해공항 국제선은 다시 활기를 찾고 있습니다. 올해 5월까지 김해공항 국제선 여객수는 355만 명으로, 인천공항 다음으로 많습니다. 김해공항 국제선 면세점에선 지난 2월부터 롯데 면세점이 주류와 담배 면세점을 '임시' 운영하고 있습니다. 국제선 출국장 주류와 담배 면세점 입찰이 진행 중이기 때문인데요. 여기에는 나름의 속사정이 있습니다.

대기업 지분 낮다더니…관세청 "실제론 70% 지분 가져"

김해공항 국제선 구역에선 2014년부터 '듀프리토마스줄리코리아'라는 업체가 10년간 수익률이 높은 주류와 담배를 독점 판매해 왔습니다. 이 업체는 2013년 세계 2위 스위스 면세기업 '듀프리'와 국내 회사 '토마스줄리앤컴퍼니'가 합작 투자해 설립한 회사입니다. 하지만 지난 1월 관세청과 김해세관이 이 회사의 면세점 특허를 취소하고, 회사 대표 등을 관세법 위반 혐의로 부산지방검찰청에 고발, 송치했습니다. 해당 업체가 2019년 특허를 다시 얻는 과정에서 지분을 속여 입찰했다는 혐의입니다.

관세청은 듀프리토마스줄리코리아가 대기업 지분이 낮은 것처럼 속이고 수년 동안 김해공항에서 면세점을 부정하게 영업했다고 봤습니다. 대기업인 듀프리의 지분이 얼마 안되는 마치 중소기업인 것처럼 꾸며 면세점 운영권을 따냈다는 건데요. 2018년 신고된 이 업체의 듀프리 지분은 45%. 하지만 관세청은 실제는 70%의 지분을 가지고 있었다고 판단했습니다.

'대기업 지분이 일정 범위를 넘어서면 위법하다.' 관세청이 이런 판단을 한 건 2014년 개정된 관세법 때문입니다. 개정 관세법은 중소·중견기업에 보세판매점 진출 기회를 주기 위해 일정규모 이하의 기업에 특허를 우대해서 주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중견기업의 출자 관계 등의 범위도 새롭게 정해졌는데요. 자산총액 1조 원 이상인 법인이 주식 또는 출자지분의 30% 이상을 소유하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법원, "서류상으로만 토마스줄리, 실제로는 듀프리가 장악"

해당 사건은 결국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부산지법 서부지원 형사2단독(백광균 부장판사)은 "2013년 당시 지분 관계가 듀프리 70%, 토마스줄리가 30%였던 상황에서도 토마스줄리가 해당 지분을 단독으로 처분도 못 하게 계약을 맺었다"고 봤습니다. 처분권조차 없는 회사를 서류상으로만 30% 소유해 형식적으로 설립에 참여했다는 겁니다.

재판부는 지난해 토마스줄리가 회사 소유 지분을 최대 71%까지 늘렸지만, 실제로는 한 푼도 출자한 적이 없다고도 지적했습니다. 반면 대기업인 듀프리는 소유 지분이 29%까지 줄었지만 실제로는 전액을 출자하고, 2천만 달러가 넘는 영업 적자도 메워줬습니다. 결국 서류상으로만 토마스줄리가 최다출자자였지, 실제로는 듀프리가 장악한 회사였다는 겁니다.

재판부는 "국가에서 특별히 중견기업을 배려한 특례 제도를 악용해 면세점 특허를 받아내고, 장기간 면세점을 운영하며 막대한 매출과 이익을 얻었지만, 법정에서 눈물까지 흘려가며 억울하게 처벌받는다고만 말했다"며 해당 회사와 대표에게 각각 벌금 천5백만 원을 선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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