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분증 확인’ 의무 한 달…현장은 여전히 ‘혼선’

입력 2024.06.21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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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병원 갈 때 반드시 지참해야 하는 게 있습니다. 신분증입니다. 지난달 20일부터 신분증으로 본인 확인을 해야 건강보험이 적용된 진료비를 낼 수 있는 제도가 의무화됐기 때문인데요. 그래서 실물 신분증 대신 모바일 신분증을 발급받는 경우도 많습니다. 통신 3사가 운영하는 모바일 신분증 서비스는 최근 가입자가 천만 명을 돌파할 정도로 인기가 높았는데요. 건강보험공단도 모바일 건강보험증을 발급하고 있습니다.

병원 안내데스크 앞에 설치된 신분증 확인 홍보물병원 안내데스크 앞에 설치된 신분증 확인 홍보물

건강보험 본인 확인제 시행 한 달…여전히 혼란

이처럼 건강보험 본인 확인 제도를 강화해 시행하는 이유는 부정수급이나 진료 오남용을 막기 위해서입니다. 건강보험증을 대여하거나 도용해 적발된 사례는 지난해 4만 418건에 달합니다. 2013년부터 지출된 부당진료비는 76억 원이 넘습니다.

시행 첫날 많은 환자와 병·의원은 혼선을 빚었습니다. 신분증을 가지고 오지 않고도 접수를 해달라는 환자와, 이를 돌려보내느라 진땀을 흘린 병원 직원들 간의 실랑이가 이어졌습니다. 그렇게 시행 한 달, 현장이 과연 달라졌는지 취재했습니다.

우선 가장 눈에 띈 건 종합병원, 일반 병·의원 할 것 없이 신분증 확인 관련 홍보가 많아졌다는 점입니다. 병원 입구부터 신분증을 지참해달라는 홍보물과 문구가 여러 장 붙어있는 데다, 안내데스크에서도 "어디가 아프세요." 대신 "신분증 보여주세요."라는 말이 기계적으로 반복됐습니다.

신분증을 가져오지 않은 환자가 모바일 신분증 발급 도움을 받고 있다.신분증을 가져오지 않은 환자가 모바일 신분증 발급 도움을 받고 있다.

모바일 신분증 발급까지 돕는 병원…노년층은 이마저도 힘들다

그나마 규모가 큰 종합병원은 안내데스크 직원 여러 명이 붙어 신분증을 가져 오지 않은 사람들의 '모바일 신분증'발급까지 돕고 있었습니다. 부산의 한 종합병원 관계자는 "시행 전부터 환자들에게 안내 메시지를 보내고, 직원들이 모두 붙어 모바일 신분증 발급까지 해드리고 있다"고 상황을 설명했는데요.

하지만 노년층의 경우 스마트폰이 아닌 구형 휴대전화를 쓰는 경우가 많아 모바일 신분증 발급도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병원을 찾는데도 디지털 격차가 발생하는 겁니다.

실제 취재진이 병원을 찾은 날 한 환자가 신분증을 가지고 오지 못해 안내 데스크 앞에서 10여 분을 서 있었는데요. 직원들이 붙어 모바일 신분증 발급을 도왔지만, 조회가 되지 않아 환자가 결국 그 자리에서 접수하지 못한 채 돌아가기도 했습니다.

환자들이 병원 안내데스크에서 접수를 하고 있다.환자들이 병원 안내데스크에서 접수를 하고 있다.

민원 핑계로 신분증 확인 생략…"취지는 공감하지만 힘들어"

일부 병·의원들은 아예 신분증 확인을 하지 않기도 합니다. 취재진이 찾은 병원 10여 곳 가운데 1/3이 신분증을 받지 않았습니다. 신분증을 갖고 오지 않은 환자들의 편의를 봐서 그렇게 한다는 건데요. 취재진이라는 사실을 밝히자 병원 직원들은 그간의 고충을 털어놨습니다.

신분증 확인을 하지 않은 한 병원은 "어르신들이 신분증을 잘 가지고 다니지 않으시기도 하고, 귀도 어두워서 설명도 어렵다"며 사정을 토로했는데요. 다른 병원은 "처벌이 8월부터 본격적으로 진행되다 보니 일부는 편의를 봐 드리고 있다"며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병원에서 만난 일부 환자들도 법 도입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초반에는 어려움이 많았다는 의견이 다수였는데요. 또 6개월 이내 재진의 경우 신분증 확인 절차가 생략된다거나, 약국의 경우 처방전으로 신분증이 갈음된다는 등 예외 조항이 많아 헷갈린다는 반응도 많았습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홍보를 강화한다는 방침인데요. 다만 과태료 처분 권한을 가진 보건복지부는 진료기록부나 전산 기록 등을 확인하고 필요할 때 현장방문 확인에도 나선다는 방침입니다. 하지만 모든 병원에 점검을 나서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의견도 있는데요. 현장의 혼선을 줄이는 방안을 놓고 좀 더 세심한 고민이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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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분증 확인’ 의무 한 달…현장은 여전히 ‘혼선’
    • 입력 2024-06-21 14:2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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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병원 갈 때 반드시 지참해야 하는 게 있습니다. 신분증입니다. 지난달 20일부터 신분증으로 본인 확인을 해야 건강보험이 적용된 진료비를 낼 수 있는 제도가 의무화됐기 때문인데요. 그래서 실물 신분증 대신 모바일 신분증을 발급받는 경우도 많습니다. 통신 3사가 운영하는 모바일 신분증 서비스는 최근 가입자가 천만 명을 돌파할 정도로 인기가 높았는데요. 건강보험공단도 모바일 건강보험증을 발급하고 있습니다.

병원 안내데스크 앞에 설치된 신분증 확인 홍보물
건강보험 본인 확인제 시행 한 달…여전히 혼란

이처럼 건강보험 본인 확인 제도를 강화해 시행하는 이유는 부정수급이나 진료 오남용을 막기 위해서입니다. 건강보험증을 대여하거나 도용해 적발된 사례는 지난해 4만 418건에 달합니다. 2013년부터 지출된 부당진료비는 76억 원이 넘습니다.

시행 첫날 많은 환자와 병·의원은 혼선을 빚었습니다. 신분증을 가지고 오지 않고도 접수를 해달라는 환자와, 이를 돌려보내느라 진땀을 흘린 병원 직원들 간의 실랑이가 이어졌습니다. 그렇게 시행 한 달, 현장이 과연 달라졌는지 취재했습니다.

우선 가장 눈에 띈 건 종합병원, 일반 병·의원 할 것 없이 신분증 확인 관련 홍보가 많아졌다는 점입니다. 병원 입구부터 신분증을 지참해달라는 홍보물과 문구가 여러 장 붙어있는 데다, 안내데스크에서도 "어디가 아프세요." 대신 "신분증 보여주세요."라는 말이 기계적으로 반복됐습니다.

신분증을 가져오지 않은 환자가 모바일 신분증 발급 도움을 받고 있다.
모바일 신분증 발급까지 돕는 병원…노년층은 이마저도 힘들다

그나마 규모가 큰 종합병원은 안내데스크 직원 여러 명이 붙어 신분증을 가져 오지 않은 사람들의 '모바일 신분증'발급까지 돕고 있었습니다. 부산의 한 종합병원 관계자는 "시행 전부터 환자들에게 안내 메시지를 보내고, 직원들이 모두 붙어 모바일 신분증 발급까지 해드리고 있다"고 상황을 설명했는데요.

하지만 노년층의 경우 스마트폰이 아닌 구형 휴대전화를 쓰는 경우가 많아 모바일 신분증 발급도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병원을 찾는데도 디지털 격차가 발생하는 겁니다.

실제 취재진이 병원을 찾은 날 한 환자가 신분증을 가지고 오지 못해 안내 데스크 앞에서 10여 분을 서 있었는데요. 직원들이 붙어 모바일 신분증 발급을 도왔지만, 조회가 되지 않아 환자가 결국 그 자리에서 접수하지 못한 채 돌아가기도 했습니다.

환자들이 병원 안내데스크에서 접수를 하고 있다.
민원 핑계로 신분증 확인 생략…"취지는 공감하지만 힘들어"

일부 병·의원들은 아예 신분증 확인을 하지 않기도 합니다. 취재진이 찾은 병원 10여 곳 가운데 1/3이 신분증을 받지 않았습니다. 신분증을 갖고 오지 않은 환자들의 편의를 봐서 그렇게 한다는 건데요. 취재진이라는 사실을 밝히자 병원 직원들은 그간의 고충을 털어놨습니다.

신분증 확인을 하지 않은 한 병원은 "어르신들이 신분증을 잘 가지고 다니지 않으시기도 하고, 귀도 어두워서 설명도 어렵다"며 사정을 토로했는데요. 다른 병원은 "처벌이 8월부터 본격적으로 진행되다 보니 일부는 편의를 봐 드리고 있다"며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병원에서 만난 일부 환자들도 법 도입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초반에는 어려움이 많았다는 의견이 다수였는데요. 또 6개월 이내 재진의 경우 신분증 확인 절차가 생략된다거나, 약국의 경우 처방전으로 신분증이 갈음된다는 등 예외 조항이 많아 헷갈린다는 반응도 많았습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홍보를 강화한다는 방침인데요. 다만 과태료 처분 권한을 가진 보건복지부는 진료기록부나 전산 기록 등을 확인하고 필요할 때 현장방문 확인에도 나선다는 방침입니다. 하지만 모든 병원에 점검을 나서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의견도 있는데요. 현장의 혼선을 줄이는 방안을 놓고 좀 더 세심한 고민이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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