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해설]불법도청, 교훈이 되려면

입력 2005.11.17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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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삼 해설위원]

국가정보기관이 국민의 사생활을 감시하는 사회가 소설 속의 얘기만이 아니라 바로 우리의 현실이었습니다. 국민의 정부시절 사실상 전국민을 상대로 불법도청이 이뤄져 왔다는 사실에 충격과 배신감을 느낍니다.

불법도청을 주도한 혐의로 구속된 두 전직 국정원장은 그동안 도청 사실 자체를 부인해왔습니다. 지금도 마찬가집니다. 조직이 일상적으로 불법도청을 했는데도 책임자들은 몰랐다고 하니 어이 없습니다.

진실은 법정에서 가려질 일이지만 검찰 조사내용은 국정원의 불법도청이 얼마나 조직적이고 광범위하게 이뤄졌는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는 국가권력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매우 중대한 사안입니다. 여기에 누구도 이른바 토를 달 수 없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어떻습니까? 먼저 김대중 전 대통령 측이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청와대와 여당도 불만스럽다는 반응입니다. 야당은 당연하다와 부당하다는 입장으로 엇갈렸습니다. 정치적 득실을 염두에 둔 태도들로 해석됩니다.

그런 분위기가 고조되면서 정작 피해자인 국민은 또 분통이 터집니다. 사건이 정치화 될 듯한 조짐을 보이기 때문입니다.

이 사건의 본질은 국가권력이 국민의 통화내용을 몰래 엿들어왔다는 추악한 범죕니다. 그동안 짐작은 됐지만 검찰의 조사로 실상이 자세히 드러났다는 점과 그 책임자들이 심판을 받게 됐다는 점을 직시해야 합니다.

국민은 여기서 눈을 절대로 뗄 수가 없습니다. 이 사건에 대한 단죄는 다시는 그런 일이 재발돼서는 안 된다는 국민적인 합의를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수사는 일단 중대고비를 넘었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이제부텁니다. 도청 정보들이 어떻게 활용됐는지 밝혀져야 합니다. 당시 정권의 실세들에게 제공됐거나 외부 유출 여부가 그것입니다. 따라서 이 문제는 앞으로 가늠하기 어려운 폭발력을 갖고 있습니다.

이 사건 수사는 공소시효가 지난 문민정부에서의 도청은 물론 최근 강교수 사건 등과의 형평성 논란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미묘한 차이는 도청 사건을 ‘조직적인 국가범죄’로 판단한 영장전담재판부의 결정을 음미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번 파문은 국가 기관의 인권침해를 막을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는 계기로 이어져야 할 것입니다. 검찰수사에 국민이 눈을 뗄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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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해설]불법도청, 교훈이 되려면
    • 입력 2005-11-17 08: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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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삼 해설위원] 국가정보기관이 국민의 사생활을 감시하는 사회가 소설 속의 얘기만이 아니라 바로 우리의 현실이었습니다. 국민의 정부시절 사실상 전국민을 상대로 불법도청이 이뤄져 왔다는 사실에 충격과 배신감을 느낍니다. 불법도청을 주도한 혐의로 구속된 두 전직 국정원장은 그동안 도청 사실 자체를 부인해왔습니다. 지금도 마찬가집니다. 조직이 일상적으로 불법도청을 했는데도 책임자들은 몰랐다고 하니 어이 없습니다. 진실은 법정에서 가려질 일이지만 검찰 조사내용은 국정원의 불법도청이 얼마나 조직적이고 광범위하게 이뤄졌는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는 국가권력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매우 중대한 사안입니다. 여기에 누구도 이른바 토를 달 수 없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어떻습니까? 먼저 김대중 전 대통령 측이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청와대와 여당도 불만스럽다는 반응입니다. 야당은 당연하다와 부당하다는 입장으로 엇갈렸습니다. 정치적 득실을 염두에 둔 태도들로 해석됩니다. 그런 분위기가 고조되면서 정작 피해자인 국민은 또 분통이 터집니다. 사건이 정치화 될 듯한 조짐을 보이기 때문입니다. 이 사건의 본질은 국가권력이 국민의 통화내용을 몰래 엿들어왔다는 추악한 범죕니다. 그동안 짐작은 됐지만 검찰의 조사로 실상이 자세히 드러났다는 점과 그 책임자들이 심판을 받게 됐다는 점을 직시해야 합니다. 국민은 여기서 눈을 절대로 뗄 수가 없습니다. 이 사건에 대한 단죄는 다시는 그런 일이 재발돼서는 안 된다는 국민적인 합의를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수사는 일단 중대고비를 넘었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이제부텁니다. 도청 정보들이 어떻게 활용됐는지 밝혀져야 합니다. 당시 정권의 실세들에게 제공됐거나 외부 유출 여부가 그것입니다. 따라서 이 문제는 앞으로 가늠하기 어려운 폭발력을 갖고 있습니다. 이 사건 수사는 공소시효가 지난 문민정부에서의 도청은 물론 최근 강교수 사건 등과의 형평성 논란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미묘한 차이는 도청 사건을 ‘조직적인 국가범죄’로 판단한 영장전담재판부의 결정을 음미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번 파문은 국가 기관의 인권침해를 막을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는 계기로 이어져야 할 것입니다. 검찰수사에 국민이 눈을 뗄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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