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길 먼 ‘난민 면접 녹화 제도’…녹화는 의무, 제공은 거부

입력 2024.06.24 (12:16) 수정 2024.06.24 (13:21)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출입국관리소 직원들이 난민 신청자들의 진술을 조작해 난민 지위를 인정 받지 못한 이른바 '난민 면접 조작 사건' 기억하십니까?

이 사건을 계기로 난민 신청자의 면접 영상 녹화가 의무화됐는데요.

정작 난민 신청인이 녹화된 영상을 받을 수는 없어, 사실상 있으나 마나한 제도가 되고 있습니다.

무엇이 문제인지 최혜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알렉스 씨는 2012년, 고국 예멘을 떠나 한국에 왔습니다.

이슬람 교리를 따르지 않는다는 이유로 목숨에 위협을 받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알렉스/가명/난민 신청자/음성변조 : "그들은 제가 이슬람을 모욕했다면서 '명예살인'을 하려고 했습니다."]

두 차례나 난민 심사를 받았지만, 통과하지 못한 알렉스 씨.

이의 신청을 하려 면접 녹화 영상 제공을 신청했지만, 법무부는 거절했습니다.

영상 열람만으로 내용을 확인할 수 있고, 면접에 동석한 통역사의 개인정보를 보호해야 한단 이유였습니다.

하지만 해당 면접 영상의 길이는 10시간이 넘는 상황.

변호사와 통역사를 동반해 출입국 사무소를 매번 찾아 직접 내용을 확인하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실제로 면접 영상을 열람한 사례는 일년에 10건도 되지 않습니다.

[이한재/사단법인 두루 변호사 : "(난민 신청) 기각을 받은 사람들도 사실은 납득을 할 수 있어야 이게 운영될 거잖아요. 영상을 통해 면접관의 질문이 적절했는지 통역이 제대로 이뤄졌는지…."]

알렉스 씨 측은 법무부를 상대로 녹화 영상을 제공하라는 소송을 내 1심에서 이겼지만, 법무부가 항소해 현재 2심이 진행 중입니다.

지난해 기준 난민 신청자 만 8천여 명 가운데 난민으로 인정된 사람은 101명.

난민 인정율은 2%도 되지 않습니다.

난민 인정을 받기가 어려운 만큼, 이의 신청을 위한 제도라도 제대로 운영됐으면 하는 게 난민 신청자들의 바람입니다.

[알렉스/가명/난민 신청자/음성변조 : "제가 원하는 건 다른 사람들처럼 평범하게 사는 겁니다. 내일이 보장되는 삶을 살고 싶어요."]

KBS 뉴스 최혜림입니다.

촬영기자:홍병국 김형준/영상편집:조완기/ 그래픽:김지혜 최창준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갈 길 먼 ‘난민 면접 녹화 제도’…녹화는 의무, 제공은 거부
    • 입력 2024-06-24 12:16:25
    • 수정2024-06-24 13:21:33
    뉴스 12
[앵커]

출입국관리소 직원들이 난민 신청자들의 진술을 조작해 난민 지위를 인정 받지 못한 이른바 '난민 면접 조작 사건' 기억하십니까?

이 사건을 계기로 난민 신청자의 면접 영상 녹화가 의무화됐는데요.

정작 난민 신청인이 녹화된 영상을 받을 수는 없어, 사실상 있으나 마나한 제도가 되고 있습니다.

무엇이 문제인지 최혜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알렉스 씨는 2012년, 고국 예멘을 떠나 한국에 왔습니다.

이슬람 교리를 따르지 않는다는 이유로 목숨에 위협을 받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알렉스/가명/난민 신청자/음성변조 : "그들은 제가 이슬람을 모욕했다면서 '명예살인'을 하려고 했습니다."]

두 차례나 난민 심사를 받았지만, 통과하지 못한 알렉스 씨.

이의 신청을 하려 면접 녹화 영상 제공을 신청했지만, 법무부는 거절했습니다.

영상 열람만으로 내용을 확인할 수 있고, 면접에 동석한 통역사의 개인정보를 보호해야 한단 이유였습니다.

하지만 해당 면접 영상의 길이는 10시간이 넘는 상황.

변호사와 통역사를 동반해 출입국 사무소를 매번 찾아 직접 내용을 확인하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실제로 면접 영상을 열람한 사례는 일년에 10건도 되지 않습니다.

[이한재/사단법인 두루 변호사 : "(난민 신청) 기각을 받은 사람들도 사실은 납득을 할 수 있어야 이게 운영될 거잖아요. 영상을 통해 면접관의 질문이 적절했는지 통역이 제대로 이뤄졌는지…."]

알렉스 씨 측은 법무부를 상대로 녹화 영상을 제공하라는 소송을 내 1심에서 이겼지만, 법무부가 항소해 현재 2심이 진행 중입니다.

지난해 기준 난민 신청자 만 8천여 명 가운데 난민으로 인정된 사람은 101명.

난민 인정율은 2%도 되지 않습니다.

난민 인정을 받기가 어려운 만큼, 이의 신청을 위한 제도라도 제대로 운영됐으면 하는 게 난민 신청자들의 바람입니다.

[알렉스/가명/난민 신청자/음성변조 : "제가 원하는 건 다른 사람들처럼 평범하게 사는 겁니다. 내일이 보장되는 삶을 살고 싶어요."]

KBS 뉴스 최혜림입니다.

촬영기자:홍병국 김형준/영상편집:조완기/ 그래픽:김지혜 최창준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