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강해진 ‘노란봉투법’이 왔다?…“노조공화국” vs “노동기본권”

입력 2024.06.25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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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 이른바 '노란봉투법'을 둘러싼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습니다.

앞서 21대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주도로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이후 최종 부결돼 폐기됐죠.

하지만 22대 국회 개원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아, 벌써 새로운 개정안 3개가 발의됐습니다.

①민주당 박해철 의원안 ②민주당 김태선 의원안에 더해, ③민주당 이용우·조국혁신당 신장식·진보당 윤종오 의원안이 야 6당 의원 87명의 서명을 받아 공동 발의됐습니다.

3개 법안은 여당과 정부 불참 속에 지난 20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상정됐고, 모레(27일) 오후 입법청문회를 앞두고 있습니다.

노동계는 노란봉투법을 22대 핵심 입법과제로 꼽으며 법안 통과를 압박하고 있지만, 정부와 경영계는 일제히 "파업 만능주의를 부를 것", "노조 공화국이 될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 21대 국회 통과안과 비교했더니…더 강해졌다?

'노란봉투법'은 2014년 쌍용차 파업에 참여했던 노동자들에게 47억 원의 손해배상 판결이 내려지자, 시민들이 언론사에 4만 7,000원이 담긴 노란 봉투를 보내온 데서 유래된 이름입니다.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고, 하도급 노동자에 대한 원청 기업의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이 핵심이죠.

22대 국회 발의안 가운데 박해철 의원안은 21대 국회 통과안과 똑같습니다. 하지만 김태선 의원안과 이용우·신장식·윤종오 의원안(야 6당 공동발의안)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간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더 강해진 노조법 개정안'이란 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먼저, 개정안엔 '근로자' 개념과 '사용자' 개념부터 크게 확장하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노무 제공자, 더 나아가 노조에 가입한 자를 근로자로 추정할 경우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는 물론 자영업자까지 법 테두리 안에 포함될 수 있게 됩니다.

사용자를 근로조건 등에 관해 실질적 지배력이 있는 자, 심지어는 노조 상대방 지위에 있는 자로 정한다면, 원청의 책임 범위가 넓어질 수 있습니다.


개정안엔 '손해배상 청구' 제한의 폭을 넓히는 내용도 담겼습니다.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 등 불법행위로 인한 노조의 쟁의행위에 대해선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고, 노조의 의사결정에 따른 경우 근로자 개인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금지하는 내용입니다.

손해배상 청구가 노조 활동을 위축시키고, 근로자의 괴롭힘 수단으로 활용된다면 청구할 수 없다는 내용도 있습니다.

■ 경총 "노조공화국 전락할 것"…정부 "파업만능주의 부를 것"

경영계와 정부는 개정안에 강하게 반발하며 '입법 추진 중단'을 요구했습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이동근 상근부회장은 오늘(25일) 서울 마포구 경총회관에서 '노조법 개정 반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대한민국이 그야말로 노조공화국, 파업공화국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 부회장은 특히 ▲'근로자'·'사용자' 개념 확대▲손해배상 청구 제한 부분을 '악법'으로 꼽으며, 외국인 투자기업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도 국내 '노조 리스크'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근로자·사용자·노동조합의 범위를 무분별하게 확대함으로써 노조법을 형해화하고 노사관계 근간을 무너뜨릴 것"이라며 "결국 자영업자를 비롯한 모든 사람이 노동조합을 조직해 거의 모든 의제에 대해 자신들이 원하는 상대에게 교섭을 요구하고 파업을 할 수 있게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불법쟁의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사실상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개정안은 헌법상 재산권을 침해하고 민사상 손해배상 법리에 반하는 전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법안"이라고 했습니다.

경총은 앞으로 국회의 입법 진행 상황에 따라 국내 6개 경제단체장의 국회 방문부터 대통령 거부권 행사 건의까지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오늘(25일) 서울 마포구 경총회관에서 ‘노조법 개정 반대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오늘(25일) 서울 마포구 경총회관에서 ‘노조법 개정 반대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도 어제(2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불법행위에 면죄부를 주는 세상에 그런 법이 어딨느냐"며 "파업만능주의가 될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습니다.

이 장관은 "이전에 거부권이 행사된 법안보다 독소조항이 더 많다"며 "건전한 노사관계와 법 집행이 어려워지고 일자리 문제가 심각해질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 민주노총 "특고·플랫폼 등 비정규직 노동자 노동기본권 강화"

반면, 민주노총은 오늘 서울 영등포구 국회 본청 앞에서 '노조법 2·3조 개정안 통과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법안 즉각 통과를 촉구했습니다.

이들은 "노조법 2·3조 개정안은 파견, 용역, 사내하청, 특수고용, 플랫폼 등 하청비정규직노동자의 노동3권을 보장하고 모든 노동자의 노동기본권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민주노총은 오늘(25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본청 앞에서 ‘노조법 2·3조 개정안 통과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민주노총은 오늘(25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본청 앞에서 ‘노조법 2·3조 개정안 통과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특히 '사용자'·'근로자' 개념 확대에 대해선 "간접고용 관계에 있는 하청노동자의 단체교섭권을 보장하기 위한 것", "특수고용·플랫폼노동자가 정부와 사용자로부터 부당하게 단결권과 단체교섭권을 침해받지 않도록 보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노동조합법상 노동자로 인정돼 정당한 노조 활동을 한 건설기계노동자와 화물운송노동자를 부당하게 탄압하고 노동자를 '사업자'로 자의적으로 규정하는 폭거를 반복하지 않기 위함"이라고도 지적했습니다.

민주노총은 "노동3권은 간접고용, 특수고용 등 고용형태에 따라 차별받는 권리가 아니라 모든 노동자에게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기본권"이라며 "22대 국회는 더는 머뭇거리지 말고 민주노총의 노조법 2·3조 개정안을 즉각 통과시켜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국회 환노위 관계자는 "21대 국회 처리안을 기초에 놓고, 추가적인 내용을 어느 정도까지 반영할지에 대한 논의를 아직 하고 있는 단계"라며 "국민의힘이 상임위원회에 복귀했기 때문에 조금 더 논의과정을 거칠 수도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래픽: 이재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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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 이른바 '노란봉투법'을 둘러싼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습니다.

앞서 21대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주도로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이후 최종 부결돼 폐기됐죠.

하지만 22대 국회 개원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아, 벌써 새로운 개정안 3개가 발의됐습니다.

①민주당 박해철 의원안 ②민주당 김태선 의원안에 더해, ③민주당 이용우·조국혁신당 신장식·진보당 윤종오 의원안이 야 6당 의원 87명의 서명을 받아 공동 발의됐습니다.

3개 법안은 여당과 정부 불참 속에 지난 20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상정됐고, 모레(27일) 오후 입법청문회를 앞두고 있습니다.

노동계는 노란봉투법을 22대 핵심 입법과제로 꼽으며 법안 통과를 압박하고 있지만, 정부와 경영계는 일제히 "파업 만능주의를 부를 것", "노조 공화국이 될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 21대 국회 통과안과 비교했더니…더 강해졌다?

'노란봉투법'은 2014년 쌍용차 파업에 참여했던 노동자들에게 47억 원의 손해배상 판결이 내려지자, 시민들이 언론사에 4만 7,000원이 담긴 노란 봉투를 보내온 데서 유래된 이름입니다.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고, 하도급 노동자에 대한 원청 기업의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이 핵심이죠.

22대 국회 발의안 가운데 박해철 의원안은 21대 국회 통과안과 똑같습니다. 하지만 김태선 의원안과 이용우·신장식·윤종오 의원안(야 6당 공동발의안)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간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더 강해진 노조법 개정안'이란 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먼저, 개정안엔 '근로자' 개념과 '사용자' 개념부터 크게 확장하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노무 제공자, 더 나아가 노조에 가입한 자를 근로자로 추정할 경우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는 물론 자영업자까지 법 테두리 안에 포함될 수 있게 됩니다.

사용자를 근로조건 등에 관해 실질적 지배력이 있는 자, 심지어는 노조 상대방 지위에 있는 자로 정한다면, 원청의 책임 범위가 넓어질 수 있습니다.


개정안엔 '손해배상 청구' 제한의 폭을 넓히는 내용도 담겼습니다.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 등 불법행위로 인한 노조의 쟁의행위에 대해선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고, 노조의 의사결정에 따른 경우 근로자 개인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금지하는 내용입니다.

손해배상 청구가 노조 활동을 위축시키고, 근로자의 괴롭힘 수단으로 활용된다면 청구할 수 없다는 내용도 있습니다.

■ 경총 "노조공화국 전락할 것"…정부 "파업만능주의 부를 것"

경영계와 정부는 개정안에 강하게 반발하며 '입법 추진 중단'을 요구했습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이동근 상근부회장은 오늘(25일) 서울 마포구 경총회관에서 '노조법 개정 반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대한민국이 그야말로 노조공화국, 파업공화국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 부회장은 특히 ▲'근로자'·'사용자' 개념 확대▲손해배상 청구 제한 부분을 '악법'으로 꼽으며, 외국인 투자기업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도 국내 '노조 리스크'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근로자·사용자·노동조합의 범위를 무분별하게 확대함으로써 노조법을 형해화하고 노사관계 근간을 무너뜨릴 것"이라며 "결국 자영업자를 비롯한 모든 사람이 노동조합을 조직해 거의 모든 의제에 대해 자신들이 원하는 상대에게 교섭을 요구하고 파업을 할 수 있게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불법쟁의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사실상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개정안은 헌법상 재산권을 침해하고 민사상 손해배상 법리에 반하는 전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법안"이라고 했습니다.

경총은 앞으로 국회의 입법 진행 상황에 따라 국내 6개 경제단체장의 국회 방문부터 대통령 거부권 행사 건의까지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오늘(25일) 서울 마포구 경총회관에서 ‘노조법 개정 반대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도 어제(2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불법행위에 면죄부를 주는 세상에 그런 법이 어딨느냐"며 "파업만능주의가 될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습니다.

이 장관은 "이전에 거부권이 행사된 법안보다 독소조항이 더 많다"며 "건전한 노사관계와 법 집행이 어려워지고 일자리 문제가 심각해질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 민주노총 "특고·플랫폼 등 비정규직 노동자 노동기본권 강화"

반면, 민주노총은 오늘 서울 영등포구 국회 본청 앞에서 '노조법 2·3조 개정안 통과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법안 즉각 통과를 촉구했습니다.

이들은 "노조법 2·3조 개정안은 파견, 용역, 사내하청, 특수고용, 플랫폼 등 하청비정규직노동자의 노동3권을 보장하고 모든 노동자의 노동기본권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민주노총은 오늘(25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본청 앞에서 ‘노조법 2·3조 개정안 통과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특히 '사용자'·'근로자' 개념 확대에 대해선 "간접고용 관계에 있는 하청노동자의 단체교섭권을 보장하기 위한 것", "특수고용·플랫폼노동자가 정부와 사용자로부터 부당하게 단결권과 단체교섭권을 침해받지 않도록 보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노동조합법상 노동자로 인정돼 정당한 노조 활동을 한 건설기계노동자와 화물운송노동자를 부당하게 탄압하고 노동자를 '사업자'로 자의적으로 규정하는 폭거를 반복하지 않기 위함"이라고도 지적했습니다.

민주노총은 "노동3권은 간접고용, 특수고용 등 고용형태에 따라 차별받는 권리가 아니라 모든 노동자에게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기본권"이라며 "22대 국회는 더는 머뭇거리지 말고 민주노총의 노조법 2·3조 개정안을 즉각 통과시켜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국회 환노위 관계자는 "21대 국회 처리안을 기초에 놓고, 추가적인 내용을 어느 정도까지 반영할지에 대한 논의를 아직 하고 있는 단계"라며 "국민의힘이 상임위원회에 복귀했기 때문에 조금 더 논의과정을 거칠 수도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래픽: 이재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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