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화에 갇히는 빗물들…방재 목표는 제자리

입력 2024.06.26 (21:50) 수정 2024.06.27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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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올해도 어김없이 장마는 시작됐는데 피해를 미리 예방하려면 기후변화가 보내는 경고음에 귀 기울여야 합니다.

기상청은 시간당 72밀리미터 넘는 폭우가 쏟아질 때 '극한 호우 재난문자'를 발송하는데, 이런 비가 오는 날이 40년 전 연평균 2일에서 최근엔 4.1일로 배 이상 늘었습니다.

사람들이 몰려 사는 도시는 극한 호우에 특히 취약합니다.

도시화 때문에 갇히는 빗물이 얼마나 위험한지, 그리고 무섭게 쏟아지는 극한 호우를 어떤 방식으로 처리해야 피해를 줄일 수 있는지 집중 취재했습니다.

먼저 이슬기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경기도 시흥의 한 교차로입니다.

2년 전 장마 때 물난리를 겪고, 배수로 등을 확장했습니다.

[인근 주민 : "차량이 침수될까 봐 (걱정했죠). 바퀴 이상으로 찼던 것 같은데. 비 많이 오는 날 침수가 잘 됐어요."]

당초 이 교차로는 비가 많이 와도 잠기는 일이 없었지만, 근처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면서부터 침수가 잇따랐습니다.

주변 땅을 아스팔트 등으로 포장하자 빗물이 흡수되는 길이 막힌 겁니다.

[시흥시 관계자/음성변조 : "(근처가) 논밭이어서 물을 받아주고 그런 게 됐었는데. 은계지구가 만들어지면서 이제 물을 못 받아준 거죠. 도시화가 돼서."]

국내 주요 도심도 상황은 마찬가지.

잘 포장된 길과 건물이 그릇 역할을 해 흡수되지 않은 빗물이 저지대로 모이게 되고, 2022년 강남역 침수같은 도시 홍수로 이어집니다.

이 때문에 도시 계획에서 빗물을 하천이나 저류조로 얼마나 빼낼지 적정한 방재 목표를 설정하는 게 중요하지만, 최근 늘어나는 극한 호우는 반영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재응/아주대 건설시스템공학과 교수 : "우리가 20년 전에 100년 빈도라고 계산을 해놓은 값을 지금 와서 보면 그게 오히려 한 70년 빈도 이 정도밖에 안 되는 경우가 참 많다는 거예요."]

지난 2월 감사원도 전국 지자체 2백13곳 가운데 3분의 1 이상에서 방재 목표를 넘는 비가 내렸다며, 개선을 권고했습니다.

특히, 최신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적용하면 침수 면적과 피해가 현행 방재 목표의 약 1.5배로 늘어난다고 지적했습니다.

[권현환/세종대 건설환경공학과 교수 : "사회 인프라(기반) 시설들이 한 30~100년 정도 수명을 보고 있기 때문에 미래의 기후 변화를 고려해서 충분한 시설의 용량을 가지고 있는지 평가를 해보라는 취지로…."]

도시 홍수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방재 목표를 상향하고 저류시설 등을 확충해야 하지만 문제는 막대한 비용입니다.

어떤 대안들이 있을지 이어서 이세흠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40미터 지하로 내려가자 지름 10미터, 길이 4.7킬로미터의 거대한 터널이 나옵니다.

도심에서 땅에 흡수되지 않은 빗물을 일단 저장했다가 차차 흘려보내는 저류시설입니다.

최대 32만 톤의 빗물을 가둘 수 있습니다.

[장기철/서울시 대심도사업팀장 : "시간당 100mm의 강우에 대응할 수 있도록 건설되었습니다. 지난 2022년 약 17만 톤의 빗물을 저류해서 침수 피해가 전혀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정부와 서울시는 2022년 강남역 침수 이후 도시 홍수 예방을 위해 도심 3곳에 이런 저류시설을 추가로 짓는 방안을 추진 중입니다.

하지만 설계·시공업체들이 책정된 공사비가 낮다며 응찰조차 꺼리면서 이제야 설계에 들어갔습니다.

완공 시점은 1년가량 늦춰졌습니다.

저류시설은 국가와 지자체가 절반씩 예산을 부담하는데, 빗물 만 톤을 저장하는 시설을 짓는데만 2백억 원 가량이 듭니다.

이러다보니 전국 저류시설 중 당초 정부 목표보다 작은 규모로 지어진 곳도 10곳이나 됩니다.

전문가들은 비용이 많이 드는 저류 시설을 보완하기 위해, 도시의 투수율을 높이자고 제안합니다.

보도블록을 설치할 때 물이 통과해 땅에 스며들 수 있는 투수성 블록을 쓰거나, 도심과 건물 옥상에 녹지를 확대해 빗물을 담을 수 있는 빗물 정원을 조성하는 겁니다.

'빗물 저금통'이라 불리는 소규모 빗물 저장 장치를 개별 주택 등에 설치하는 방안도 거론됩니다.

[김형수/인하대학교 사회인프라학과 교수 : "도시 지역은 특히 불투수층이 많아 유출량이 커서 여러 가지 다양한 방법을 도시에는 다 적용해야 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합니다."]

아스팔트 포장 등으로 빗물을 흡수하지 못하는 불투수면 비율은 서울의 경우 2006년 47.5%에서 2021년 52.3%로 증가했습니다.

KBS 뉴스 이세흠입니다.

촬영기자:최원석 허수곤 하정현/영상제공:환경부/영상편집:한효정/그래픽:고석훈 최창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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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6-26 21:50:17
    • 수정2024-06-27 08:01:30
    뉴스 9
[앵커]

올해도 어김없이 장마는 시작됐는데 피해를 미리 예방하려면 기후변화가 보내는 경고음에 귀 기울여야 합니다.

기상청은 시간당 72밀리미터 넘는 폭우가 쏟아질 때 '극한 호우 재난문자'를 발송하는데, 이런 비가 오는 날이 40년 전 연평균 2일에서 최근엔 4.1일로 배 이상 늘었습니다.

사람들이 몰려 사는 도시는 극한 호우에 특히 취약합니다.

도시화 때문에 갇히는 빗물이 얼마나 위험한지, 그리고 무섭게 쏟아지는 극한 호우를 어떤 방식으로 처리해야 피해를 줄일 수 있는지 집중 취재했습니다.

먼저 이슬기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경기도 시흥의 한 교차로입니다.

2년 전 장마 때 물난리를 겪고, 배수로 등을 확장했습니다.

[인근 주민 : "차량이 침수될까 봐 (걱정했죠). 바퀴 이상으로 찼던 것 같은데. 비 많이 오는 날 침수가 잘 됐어요."]

당초 이 교차로는 비가 많이 와도 잠기는 일이 없었지만, 근처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면서부터 침수가 잇따랐습니다.

주변 땅을 아스팔트 등으로 포장하자 빗물이 흡수되는 길이 막힌 겁니다.

[시흥시 관계자/음성변조 : "(근처가) 논밭이어서 물을 받아주고 그런 게 됐었는데. 은계지구가 만들어지면서 이제 물을 못 받아준 거죠. 도시화가 돼서."]

국내 주요 도심도 상황은 마찬가지.

잘 포장된 길과 건물이 그릇 역할을 해 흡수되지 않은 빗물이 저지대로 모이게 되고, 2022년 강남역 침수같은 도시 홍수로 이어집니다.

이 때문에 도시 계획에서 빗물을 하천이나 저류조로 얼마나 빼낼지 적정한 방재 목표를 설정하는 게 중요하지만, 최근 늘어나는 극한 호우는 반영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재응/아주대 건설시스템공학과 교수 : "우리가 20년 전에 100년 빈도라고 계산을 해놓은 값을 지금 와서 보면 그게 오히려 한 70년 빈도 이 정도밖에 안 되는 경우가 참 많다는 거예요."]

지난 2월 감사원도 전국 지자체 2백13곳 가운데 3분의 1 이상에서 방재 목표를 넘는 비가 내렸다며, 개선을 권고했습니다.

특히, 최신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적용하면 침수 면적과 피해가 현행 방재 목표의 약 1.5배로 늘어난다고 지적했습니다.

[권현환/세종대 건설환경공학과 교수 : "사회 인프라(기반) 시설들이 한 30~100년 정도 수명을 보고 있기 때문에 미래의 기후 변화를 고려해서 충분한 시설의 용량을 가지고 있는지 평가를 해보라는 취지로…."]

도시 홍수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방재 목표를 상향하고 저류시설 등을 확충해야 하지만 문제는 막대한 비용입니다.

어떤 대안들이 있을지 이어서 이세흠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40미터 지하로 내려가자 지름 10미터, 길이 4.7킬로미터의 거대한 터널이 나옵니다.

도심에서 땅에 흡수되지 않은 빗물을 일단 저장했다가 차차 흘려보내는 저류시설입니다.

최대 32만 톤의 빗물을 가둘 수 있습니다.

[장기철/서울시 대심도사업팀장 : "시간당 100mm의 강우에 대응할 수 있도록 건설되었습니다. 지난 2022년 약 17만 톤의 빗물을 저류해서 침수 피해가 전혀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정부와 서울시는 2022년 강남역 침수 이후 도시 홍수 예방을 위해 도심 3곳에 이런 저류시설을 추가로 짓는 방안을 추진 중입니다.

하지만 설계·시공업체들이 책정된 공사비가 낮다며 응찰조차 꺼리면서 이제야 설계에 들어갔습니다.

완공 시점은 1년가량 늦춰졌습니다.

저류시설은 국가와 지자체가 절반씩 예산을 부담하는데, 빗물 만 톤을 저장하는 시설을 짓는데만 2백억 원 가량이 듭니다.

이러다보니 전국 저류시설 중 당초 정부 목표보다 작은 규모로 지어진 곳도 10곳이나 됩니다.

전문가들은 비용이 많이 드는 저류 시설을 보완하기 위해, 도시의 투수율을 높이자고 제안합니다.

보도블록을 설치할 때 물이 통과해 땅에 스며들 수 있는 투수성 블록을 쓰거나, 도심과 건물 옥상에 녹지를 확대해 빗물을 담을 수 있는 빗물 정원을 조성하는 겁니다.

'빗물 저금통'이라 불리는 소규모 빗물 저장 장치를 개별 주택 등에 설치하는 방안도 거론됩니다.

[김형수/인하대학교 사회인프라학과 교수 : "도시 지역은 특히 불투수층이 많아 유출량이 커서 여러 가지 다양한 방법을 도시에는 다 적용해야 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합니다."]

아스팔트 포장 등으로 빗물을 흡수하지 못하는 불투수면 비율은 서울의 경우 2006년 47.5%에서 2021년 52.3%로 증가했습니다.

KBS 뉴스 이세흠입니다.

촬영기자:최원석 허수곤 하정현/영상제공:환경부/영상편집:한효정/그래픽:고석훈 최창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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