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는 말한다] 도시화에 갇히는 빗물들…방재 목표는 제자리

입력 2024.06.27 (12:34) 수정 2024.06.28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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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번 주말 전국에 장맛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된 가운데, 비 피해를 우려하는 분들 많습니다.

최근엔 기후변화 탓에 좁은 지역에 강하게 쏟아지는 극한 호우가 더 잦아지고 있어 불안감을 키우고 있습니다.

극한 호우에 특히 취약한 도시 지역의 침수 대비 실태를 이슬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경기도 시흥의 한 교차로입니다.

2년 전 장마 때 물난리를 겪고, 배수로 등을 확장했습니다.

[인근 주민 : "차량이 침수될까 봐 (걱정했죠). 바퀴 이상으로 찼던 것 같은데. 비 많이 오는 날 침수가 잘 됐어요."]

당초 이 교차로는 비가 많이 와도 잠기는 일이 없었지만, 근처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면서부터 침수가 잇따랐습니다.

주변 땅을 아스팔트 등으로 포장하자 빗물이 흡수되는 길이 막힌 겁니다.

[시흥시 관계자/음성변조 : "(근처가) 논밭이어서 물을 받아주고 그런 게 됐었는데. 은계지구가 만들어지면서 이제 물을 못 받아준 거죠. 도시화가 돼서."]

국내 주요 도심도 상황은 마찬가지.

잘 포장된 길과 건물이 그릇 역할을 해 흡수되지 않은 빗물이 저지대로 모이게 되고, 2022년 강남역 침수같은 도시 홍수로 이어집니다.

이 때문에 도시 계획에서 빗물을 하천이나 저류조로 얼마나 빼낼지 적정한 방재 목표를 설정하는 게 중요하지만, 최근 늘어나는 극한 호우는 반영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재응/아주대 건설시스템공학과 교수 : "우리가 20년 전에 100년 빈도라고 계산을 해놓은 값을 지금 와서 보면 그게 오히려 한 70년 빈도 이 정도밖에 안 되는 경우가 참 많다는 거예요."]

지난 2월 감사원도 전국 지자체 2백13곳 가운데 3분의 1 이상에서 방재 목표를 넘는 비가 내렸다며, 개선을 권고했습니다.

특히, 최신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적용하면 침수 면적과 피해가 현행 방재 목표의 약 1.5배로 늘어난다고 지적했습니다.

[권현환/세종대 건설환경공학과 교수 : "사회 인프라(기반) 시설들이 한 30~100년 정도 수명을 보고 있기 때문에 미래의 기후 변화를 고려해서 충분한 시설의 용량을 가지고 있는지 평가를 해보라는 취지로…."]

도시 홍수를 예방하기 위해 침수 위험에 대한 정밀한 평가와 방재 목표 상향이 시급해보입니다.

KBS 뉴스 이슬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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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후는 말한다] 도시화에 갇히는 빗물들…방재 목표는 제자리
    • 입력 2024-06-27 12:34:16
    • 수정2024-06-28 09:39:15
    뉴스 12
[앵커]

이번 주말 전국에 장맛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된 가운데, 비 피해를 우려하는 분들 많습니다.

최근엔 기후변화 탓에 좁은 지역에 강하게 쏟아지는 극한 호우가 더 잦아지고 있어 불안감을 키우고 있습니다.

극한 호우에 특히 취약한 도시 지역의 침수 대비 실태를 이슬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경기도 시흥의 한 교차로입니다.

2년 전 장마 때 물난리를 겪고, 배수로 등을 확장했습니다.

[인근 주민 : "차량이 침수될까 봐 (걱정했죠). 바퀴 이상으로 찼던 것 같은데. 비 많이 오는 날 침수가 잘 됐어요."]

당초 이 교차로는 비가 많이 와도 잠기는 일이 없었지만, 근처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면서부터 침수가 잇따랐습니다.

주변 땅을 아스팔트 등으로 포장하자 빗물이 흡수되는 길이 막힌 겁니다.

[시흥시 관계자/음성변조 : "(근처가) 논밭이어서 물을 받아주고 그런 게 됐었는데. 은계지구가 만들어지면서 이제 물을 못 받아준 거죠. 도시화가 돼서."]

국내 주요 도심도 상황은 마찬가지.

잘 포장된 길과 건물이 그릇 역할을 해 흡수되지 않은 빗물이 저지대로 모이게 되고, 2022년 강남역 침수같은 도시 홍수로 이어집니다.

이 때문에 도시 계획에서 빗물을 하천이나 저류조로 얼마나 빼낼지 적정한 방재 목표를 설정하는 게 중요하지만, 최근 늘어나는 극한 호우는 반영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재응/아주대 건설시스템공학과 교수 : "우리가 20년 전에 100년 빈도라고 계산을 해놓은 값을 지금 와서 보면 그게 오히려 한 70년 빈도 이 정도밖에 안 되는 경우가 참 많다는 거예요."]

지난 2월 감사원도 전국 지자체 2백13곳 가운데 3분의 1 이상에서 방재 목표를 넘는 비가 내렸다며, 개선을 권고했습니다.

특히, 최신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적용하면 침수 면적과 피해가 현행 방재 목표의 약 1.5배로 늘어난다고 지적했습니다.

[권현환/세종대 건설환경공학과 교수 : "사회 인프라(기반) 시설들이 한 30~100년 정도 수명을 보고 있기 때문에 미래의 기후 변화를 고려해서 충분한 시설의 용량을 가지고 있는지 평가를 해보라는 취지로…."]

도시 홍수를 예방하기 위해 침수 위험에 대한 정밀한 평가와 방재 목표 상향이 시급해보입니다.

KBS 뉴스 이슬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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