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화재’ 아리셀, 정부 컨설팅서 “안전보건 의지 높다” 평가

입력 2024.06.28 (11:40) 수정 2024.06.28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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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여 명의 사상자를 낸 경기 화성시 리튬 일차전지 제조업체 아리셀은 고용노동부와 안전보건공단의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컨설팅’ 대상 기업이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박해철 의원실과 안전보건공단 등에 따르면, 아리셀은 지난 2월 26일 중대재해처벌법 등에 대비한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컨설팅’ 대상 사업장으로 선정됐습니다.

이후 컨설팅 위탁업체인 '대한산업보건협회'가 화재 석 달 전인 지난 3월 28일 아리셀 공장을 방문해 3시간 동안 1회차 컨설팅을 진행했고, 안전보건담당 임원과의 면담도 이뤄졌는데요.

화재로 인해 남은 2~5회차 컨설팅은 모두 진행되지 못했지만, 석 달 전 진행된 '1회차 컨설팅 결과 보고서'엔 정부 안전 컨설팅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대목들이 있었습니다.

우선 아리셀 공장의 우수한 점으로 '안전보건에 대한 경영 의지가 높다', '근로자의 인식을 높이기 위한 게시판의 활용 및 사업장 내 안전보건표지의 부착 상태가 양호하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는데요.

배터리 화재 위험의 경우, '주요 유해·위험요인'에도 포함되지 않았던 거로 나타났습니다.

[연관 기사] ‘화성 화재’ 아리셀, ‘정부 중대재해 컨설팅’ 받고 있어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7997307

■ '작업 전 안전점검' 미실시…"안전보건 의지 높고 안전표지 부착 양호" 평가

1회차 컨설팅 보고서엔 ▲사업장 개요 ▲재해 발생 현황 ▲위험성 평가 실시 현황 ▲유해위험 기계 기구 보유현황 ▲화학물질 취급현황 ▲경영자 면담결과 등이 담겼습니다.

구체적으로 보면, 아리셀은 이른바 '툴박스 미팅'(TBM)이라고 불리는 '작업 전 안전점검' 실시 여부에 대해 '아니오'라고 답변했습니다.

TBM은 산업안전보건법이나 중대재해처벌법상 의무 사항은 아니지만, 고용노동부는 산재 예방을 위해 매일 작업 전 근로자들의 주의를 환기하고 위험 요인을 알리는 TBM을 진행할 것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다만, 아리셀은 중대재해 위험을 자율 점검하는 '산업안전 대진단'엔 참여했다고 답했습니다.

지난 24일 오전 10시 31분 화성시 서신면 전곡리 소재 일차전지 업체인 아리셀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31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지난 24일 오전 10시 31분 화성시 서신면 전곡리 소재 일차전지 업체인 아리셀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31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더 주목할 만한 부분은 컨설팅 결과 총평에 담긴 내용입니다. 컨설팅 기관은 아리셀 공장의 '우수한 사항'으로 두 가지를 꼽았습니다.

▲안전보건관리임원의 안전보건에 대한 경영의지가 높으며 업무담당자의 참여율이 높고근로자의 인식을 높이기 위한 게시판의 활용 사업장 내 안전보건표지의 부착상태가 양호하다는 겁니다.

하지만 이번 사고 당시 외국인 근로자들이 비상구 반대쪽으로 대피했다가 숨진 정황을 보면, 이들이 건물 내부 구조조차 제대로 숙지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컨설팅 기관의 이 같은 '우수' 평가가 아쉬운 대목입니다.


반대로 미흡한 사항으로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따른 조치사항이 미흡하나 안전보건체계구축 컨설팅 실시로 보완하여 조치 예정'이라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어떤 조치가 미흡한지, 어떤 절차를 거쳐 보완될 수 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없습니다.

컨설팅 결과, 아리셀은 ▲ 안전보건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안전보건에 대한 경영방침과 목표, 세부추진 계획의 작성 ▲안전보건제안, 안전보건 신고 등 근로자의 참여를 유도할 수 있도록 소통창구의 제안 및 설치를 요청받았는데요.

단순히 안전보건에 대한 경영방침을 세우고 공표하는 일이 이번 사고를 막을 수 있었을지, 근로자들에 대한 안전 교육 여부나 불법 파견을 통한 임시·일용직 활용 여부 등을 더 깊게 따져볼 순 없었는지 아쉬움이 남습니다.

■ '배터리 폭발'은 주요 위험요인에서 빠져…정부 지도·감독도 없어

1회차 컨설팅 보고서엔 생산 공정의 주요 유해·위험요인도 담겼습니다. 하지만 끼임 사고나 협착 사고, 근골격계 질환 등에 대한 위험이 적시됐을 뿐, '배터리 폭발 화재'에 대한 위험성은 제기되지 않았습니다.

컨설팅 보고서 어디에도, 리튬전지가 다수 적재돼있는 내부 환경에 대한 위험성이 언급된 부분은 없었습니다.


앞서 알려졌던 대로, 아리셀 공장이 2020년 5월 설립 이후 고용노동부로부터 산업안전보건 감독·점검을 한 차례도 받지 않은 사실도 문제로 보입니다. 이 내용 역시 보고서에 그대로 담겼습니다.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는 “산업안전보건 감독은 한정된 인원, 시간상의 제약 등으로 인해 모든 사업장을 대상으로 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연관 기사] ‘화성 화재’ 아리셀, 지난 5년간 고용부 산업안전감독 ‘0번’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7998376

중대재해처벌법 확대 시행에 따라 정부가 마련한 '안전보건 컨설팅'이 그저 형식적인 절차에 그치지 않으려면, 사업장의 유해·위험요인을 정확히 파악해 개선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그래픽: 권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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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성 화재’ 아리셀, 정부 컨설팅서 “안전보건 의지 높다” 평가
    • 입력 2024-06-28 11:40:19
    • 수정2024-06-28 11:4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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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여 명의 사상자를 낸 경기 화성시 리튬 일차전지 제조업체 아리셀은 고용노동부와 안전보건공단의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컨설팅’ 대상 기업이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박해철 의원실과 안전보건공단 등에 따르면, 아리셀은 지난 2월 26일 중대재해처벌법 등에 대비한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컨설팅’ 대상 사업장으로 선정됐습니다.

이후 컨설팅 위탁업체인 '대한산업보건협회'가 화재 석 달 전인 지난 3월 28일 아리셀 공장을 방문해 3시간 동안 1회차 컨설팅을 진행했고, 안전보건담당 임원과의 면담도 이뤄졌는데요.

화재로 인해 남은 2~5회차 컨설팅은 모두 진행되지 못했지만, 석 달 전 진행된 '1회차 컨설팅 결과 보고서'엔 정부 안전 컨설팅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대목들이 있었습니다.

우선 아리셀 공장의 우수한 점으로 '안전보건에 대한 경영 의지가 높다', '근로자의 인식을 높이기 위한 게시판의 활용 및 사업장 내 안전보건표지의 부착 상태가 양호하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는데요.

배터리 화재 위험의 경우, '주요 유해·위험요인'에도 포함되지 않았던 거로 나타났습니다.

[연관 기사] ‘화성 화재’ 아리셀, ‘정부 중대재해 컨설팅’ 받고 있어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7997307

■ '작업 전 안전점검' 미실시…"안전보건 의지 높고 안전표지 부착 양호" 평가

1회차 컨설팅 보고서엔 ▲사업장 개요 ▲재해 발생 현황 ▲위험성 평가 실시 현황 ▲유해위험 기계 기구 보유현황 ▲화학물질 취급현황 ▲경영자 면담결과 등이 담겼습니다.

구체적으로 보면, 아리셀은 이른바 '툴박스 미팅'(TBM)이라고 불리는 '작업 전 안전점검' 실시 여부에 대해 '아니오'라고 답변했습니다.

TBM은 산업안전보건법이나 중대재해처벌법상 의무 사항은 아니지만, 고용노동부는 산재 예방을 위해 매일 작업 전 근로자들의 주의를 환기하고 위험 요인을 알리는 TBM을 진행할 것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다만, 아리셀은 중대재해 위험을 자율 점검하는 '산업안전 대진단'엔 참여했다고 답했습니다.

지난 24일 오전 10시 31분 화성시 서신면 전곡리 소재 일차전지 업체인 아리셀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31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더 주목할 만한 부분은 컨설팅 결과 총평에 담긴 내용입니다. 컨설팅 기관은 아리셀 공장의 '우수한 사항'으로 두 가지를 꼽았습니다.

▲안전보건관리임원의 안전보건에 대한 경영의지가 높으며 업무담당자의 참여율이 높고근로자의 인식을 높이기 위한 게시판의 활용 사업장 내 안전보건표지의 부착상태가 양호하다는 겁니다.

하지만 이번 사고 당시 외국인 근로자들이 비상구 반대쪽으로 대피했다가 숨진 정황을 보면, 이들이 건물 내부 구조조차 제대로 숙지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컨설팅 기관의 이 같은 '우수' 평가가 아쉬운 대목입니다.


반대로 미흡한 사항으로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따른 조치사항이 미흡하나 안전보건체계구축 컨설팅 실시로 보완하여 조치 예정'이라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어떤 조치가 미흡한지, 어떤 절차를 거쳐 보완될 수 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없습니다.

컨설팅 결과, 아리셀은 ▲ 안전보건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안전보건에 대한 경영방침과 목표, 세부추진 계획의 작성 ▲안전보건제안, 안전보건 신고 등 근로자의 참여를 유도할 수 있도록 소통창구의 제안 및 설치를 요청받았는데요.

단순히 안전보건에 대한 경영방침을 세우고 공표하는 일이 이번 사고를 막을 수 있었을지, 근로자들에 대한 안전 교육 여부나 불법 파견을 통한 임시·일용직 활용 여부 등을 더 깊게 따져볼 순 없었는지 아쉬움이 남습니다.

■ '배터리 폭발'은 주요 위험요인에서 빠져…정부 지도·감독도 없어

1회차 컨설팅 보고서엔 생산 공정의 주요 유해·위험요인도 담겼습니다. 하지만 끼임 사고나 협착 사고, 근골격계 질환 등에 대한 위험이 적시됐을 뿐, '배터리 폭발 화재'에 대한 위험성은 제기되지 않았습니다.

컨설팅 보고서 어디에도, 리튬전지가 다수 적재돼있는 내부 환경에 대한 위험성이 언급된 부분은 없었습니다.


앞서 알려졌던 대로, 아리셀 공장이 2020년 5월 설립 이후 고용노동부로부터 산업안전보건 감독·점검을 한 차례도 받지 않은 사실도 문제로 보입니다. 이 내용 역시 보고서에 그대로 담겼습니다.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는 “산업안전보건 감독은 한정된 인원, 시간상의 제약 등으로 인해 모든 사업장을 대상으로 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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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7998376

중대재해처벌법 확대 시행에 따라 정부가 마련한 '안전보건 컨설팅'이 그저 형식적인 절차에 그치지 않으려면, 사업장의 유해·위험요인을 정확히 파악해 개선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그래픽: 권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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