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에 부는 한류 열풍

입력 2005.11.18 (10:59) 수정 2005.11.18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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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요즘 한류가 아시아를 넘어 중동의 사막까지 달구고 있습니다. 피라미드와 파라오의 나라로, 멀게만 느껴졌던 이집트에서 지난 겨울 KBS 드라마 가을동화와 겨울연가가 잇따라 방영된 이후 한국문화와 한국어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졌구요,

특히 클레오파트라의 후예인 이집트 여인들에게 한국은 가장 가보고 싶은 나라로 떠오르고 있다고 합니다. 카이로에서 용태영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저녁 7시, 카이로에 사는 마나르씨의 중요한 일과가 시작됩니다. 혼자서 하는 한글 공부입니다.

<녹취>: "당신 사랑해요. It means I love you."

인터넷을 검색한 끝에 영어로 된 한글 학습 자료를 찾아냈습니다.

<녹취>:" 아버지.. 어머니.."

혼자 공부했는데도 읽기뿐만 아니라 쓰기, 말하기도 제법입니다.

<인터뷰>마나르: "한국에 대해서 잘 몰랐었죠. 그러나 한국 드라마겨울 연가를 본 뒤로 한국에 대해 알고 싶었어요. 한국사람들이 참 멋있고 친절해 보였어요"

겨울연가 시리즈 전체를 인터넷으로 내려받아 CD로 소중히 보관하고 있습니다. 몇 번을 보았지만 지금도 감동이 새롭습니다.

<인터뷰>마나르: "어쩌면 저럴 수가 있어요? 저걸 봐요. 처음 봤을 때는 울음을 멈출 수가 없었어요. "

마나르 씨의 어머니도 딸과 함께 드라마를 본 뒤 겨울 연가 팬이 됐습니다.

<인터뷰>마이: "다른 아랍 드라마와는 달랐어요. 정말 좋았어요. 계속 재방송했으면 좋겠어요. 신에게 맹세하건대 정말 좋았어요."

시청자들은 인터넷에 겨울 연가 카페도 만들었습니다. 마나르 씨는 인터넷 카페에 취재진과 겨울 연가 팬들의 만남을 제안하는 글을 띄웠습니다.

처음 만난 사이들이지만 오랜 친구처럼 서로 반깁니다. 인터넷에 뜬 글을 보고 찾아온 사람들입니다. 학교나 직장, 나이도 다르지만 가을 동화와 겨울 연가를 본 감동은 모두 한가지입니다.

<인터뷰>겨울연가 팬: "모든 게 좋았어요. 일부가 좋거나 일부가 나쁜 게 아니에요. 화면과 구성, 배우 등 모든 게 좋았어요."

미국이나 유럽의 드라마와 달리 폭력이나 선정성이 없었던 점이 특히 좋았다고 합니다. 지갑 속에 소중히 간직한 배우들의 사진을 꺼내 놓기도 합니다.

<인터뷰>: "(왜 배용준을 좋아하죠?) 너무 멋있어요. 달과 같아요."

휴대폰에는 겨울 연가 사진과 음악을 담고 있습니다. 미국에 있는 친구에게까지 부탁해서 드라마에 등장한 목걸이를 구입했다는 팬도 있습니다.

<녹취>: "열어 봐도 돼요? 목에 걸고 가도 돼요? (웃음)"

드라마를 통해 한국의 문화도 이해하게 됐다고 합니다. 이제는 모두 한국을 방문해 겨울연가 촬영장소에 가 보는 것이 큰 소원이 됐습니다. 카이로의 한국 대사관에도 드라마의 감동과 고마움을 전하는 시청자들의 전화와 이메일이 잇따랐습니다.

한 신문 칼럼에는 드라마에서 보여준 한국 젊은이들의 품행을 본받자는 글도 실렸습니다. 드라마가 방영된 뒤 40명이 정원인 대사관의 한국어 강좌에는 이례적으로 5백 명의 신청자가 몰렸습니다.

<인터뷰>최승호(주이집트 대사): "드라마에 비치는 장면 장면 모두가 생생한 한국의 현실, 모습을 그대로 보여 주기 때문에 드라마가 한국을 알리는 효과가 대단히 컸습니다."

한국 드라마가 인기를 끌자 이집트 방송국은 드라마의 촬영 장소와 배우 그리고 한국 문화를 소개하는 80분짜리 특집 프로그램을 만들어 방송했습니다.

방송국 측은 이제 겨울연가의 재방송과 다른 한국 드라마의 방송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한국 드라마가 인기를 끈 원인은 작품의 완성도가 뛰어난 데다가 가족관계를 중시하는 중동인들이 드라마에 비친 한국의 가족문화와 공감한 점도 있습니다.

<인터뷰>타릭(아흐람 지 부장): 이집트 인들은 한국의 문화가 어떻게 다르고 어떻게 비슷한지 궁금했지요. 또 새로운 한국의 문화를 알고 싶었고요. 두 드라마는 이런 궁금증을 풀어줬습니다. "

이집트의 명문 아인샴 대학에서 한국어 수업이 한창입니다. 강좌가 시작된 지 한 달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학생들 모두 쓰기나 기초 대화에 능숙합니다.

<인터뷰>학생: "쉽지 않아요. 하지만 교수님이 쉽게 가르쳐줘요."
<인터뷰>학생: "한국이든 이집트든 한국과 관련된 직장에서 일하고 싶어요."

한국어학과로서는 중동에서 처음으로 올해 문을 열었습니다. 32명 학생 모집에 150여 명이 지원해 최고 수준의 학생들만 선발됐습니다.

<인터뷰>학생: "TV에서 한국 드라마를 본 뒤로 한국에 대한 사랑에 빠졌죠. 한 주에 16시간씩 집중 수업으로 1년 뒤엔 상당한 수준에 이를 전망입니다. "

<인터뷰>마카렘(아인샴 외국어대 학장): " 이 학생들이 졸업하면 한국 문학이나 문화를 번역하고 소개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겁니다. 이집트와 한국의 관계를 증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거죠."

중동에서는 처음으로 한국 전문가가 체계적으로 육성되기 시작한 셈입니다.

디자이너인 아말 씨의 사무실에서는 늘 한국 노래가 흘러나옵니다.

<인터뷰> "(이 노래 좋아해요?)그럼요. 너무 좋아해요 음악이 너무 좋아요."

역시 겨울 연가를 본 뒤로 한국 팬이 됐습니다. 중동 지역의 정서와 문화가 대체로 비슷한 만큼 이집트에서 성공한 한국 드라마는 다른 중동 국가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여기서 멀고 낯선 나라였던 한국이 이제는 함께 감동을 나눈 가까운 이웃으로 다가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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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동에 부는 한류 열풍
    • 입력 2005-11-18 10:46:49
    • 수정2005-11-18 11:18:33
    특파원 현장보고
<앵커 멘트> 요즘 한류가 아시아를 넘어 중동의 사막까지 달구고 있습니다. 피라미드와 파라오의 나라로, 멀게만 느껴졌던 이집트에서 지난 겨울 KBS 드라마 가을동화와 겨울연가가 잇따라 방영된 이후 한국문화와 한국어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졌구요, 특히 클레오파트라의 후예인 이집트 여인들에게 한국은 가장 가보고 싶은 나라로 떠오르고 있다고 합니다. 카이로에서 용태영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저녁 7시, 카이로에 사는 마나르씨의 중요한 일과가 시작됩니다. 혼자서 하는 한글 공부입니다. <녹취>: "당신 사랑해요. It means I love you." 인터넷을 검색한 끝에 영어로 된 한글 학습 자료를 찾아냈습니다. <녹취>:" 아버지.. 어머니.." 혼자 공부했는데도 읽기뿐만 아니라 쓰기, 말하기도 제법입니다. <인터뷰>마나르: "한국에 대해서 잘 몰랐었죠. 그러나 한국 드라마겨울 연가를 본 뒤로 한국에 대해 알고 싶었어요. 한국사람들이 참 멋있고 친절해 보였어요" 겨울연가 시리즈 전체를 인터넷으로 내려받아 CD로 소중히 보관하고 있습니다. 몇 번을 보았지만 지금도 감동이 새롭습니다. <인터뷰>마나르: "어쩌면 저럴 수가 있어요? 저걸 봐요. 처음 봤을 때는 울음을 멈출 수가 없었어요. " 마나르 씨의 어머니도 딸과 함께 드라마를 본 뒤 겨울 연가 팬이 됐습니다. <인터뷰>마이: "다른 아랍 드라마와는 달랐어요. 정말 좋았어요. 계속 재방송했으면 좋겠어요. 신에게 맹세하건대 정말 좋았어요." 시청자들은 인터넷에 겨울 연가 카페도 만들었습니다. 마나르 씨는 인터넷 카페에 취재진과 겨울 연가 팬들의 만남을 제안하는 글을 띄웠습니다. 처음 만난 사이들이지만 오랜 친구처럼 서로 반깁니다. 인터넷에 뜬 글을 보고 찾아온 사람들입니다. 학교나 직장, 나이도 다르지만 가을 동화와 겨울 연가를 본 감동은 모두 한가지입니다. <인터뷰>겨울연가 팬: "모든 게 좋았어요. 일부가 좋거나 일부가 나쁜 게 아니에요. 화면과 구성, 배우 등 모든 게 좋았어요." 미국이나 유럽의 드라마와 달리 폭력이나 선정성이 없었던 점이 특히 좋았다고 합니다. 지갑 속에 소중히 간직한 배우들의 사진을 꺼내 놓기도 합니다. <인터뷰>: "(왜 배용준을 좋아하죠?) 너무 멋있어요. 달과 같아요." 휴대폰에는 겨울 연가 사진과 음악을 담고 있습니다. 미국에 있는 친구에게까지 부탁해서 드라마에 등장한 목걸이를 구입했다는 팬도 있습니다. <녹취>: "열어 봐도 돼요? 목에 걸고 가도 돼요? (웃음)" 드라마를 통해 한국의 문화도 이해하게 됐다고 합니다. 이제는 모두 한국을 방문해 겨울연가 촬영장소에 가 보는 것이 큰 소원이 됐습니다. 카이로의 한국 대사관에도 드라마의 감동과 고마움을 전하는 시청자들의 전화와 이메일이 잇따랐습니다. 한 신문 칼럼에는 드라마에서 보여준 한국 젊은이들의 품행을 본받자는 글도 실렸습니다. 드라마가 방영된 뒤 40명이 정원인 대사관의 한국어 강좌에는 이례적으로 5백 명의 신청자가 몰렸습니다. <인터뷰>최승호(주이집트 대사): "드라마에 비치는 장면 장면 모두가 생생한 한국의 현실, 모습을 그대로 보여 주기 때문에 드라마가 한국을 알리는 효과가 대단히 컸습니다." 한국 드라마가 인기를 끌자 이집트 방송국은 드라마의 촬영 장소와 배우 그리고 한국 문화를 소개하는 80분짜리 특집 프로그램을 만들어 방송했습니다. 방송국 측은 이제 겨울연가의 재방송과 다른 한국 드라마의 방송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한국 드라마가 인기를 끈 원인은 작품의 완성도가 뛰어난 데다가 가족관계를 중시하는 중동인들이 드라마에 비친 한국의 가족문화와 공감한 점도 있습니다. <인터뷰>타릭(아흐람 지 부장): 이집트 인들은 한국의 문화가 어떻게 다르고 어떻게 비슷한지 궁금했지요. 또 새로운 한국의 문화를 알고 싶었고요. 두 드라마는 이런 궁금증을 풀어줬습니다. " 이집트의 명문 아인샴 대학에서 한국어 수업이 한창입니다. 강좌가 시작된 지 한 달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학생들 모두 쓰기나 기초 대화에 능숙합니다. <인터뷰>학생: "쉽지 않아요. 하지만 교수님이 쉽게 가르쳐줘요." <인터뷰>학생: "한국이든 이집트든 한국과 관련된 직장에서 일하고 싶어요." 한국어학과로서는 중동에서 처음으로 올해 문을 열었습니다. 32명 학생 모집에 150여 명이 지원해 최고 수준의 학생들만 선발됐습니다. <인터뷰>학생: "TV에서 한국 드라마를 본 뒤로 한국에 대한 사랑에 빠졌죠. 한 주에 16시간씩 집중 수업으로 1년 뒤엔 상당한 수준에 이를 전망입니다. " <인터뷰>마카렘(아인샴 외국어대 학장): " 이 학생들이 졸업하면 한국 문학이나 문화를 번역하고 소개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겁니다. 이집트와 한국의 관계를 증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거죠." 중동에서는 처음으로 한국 전문가가 체계적으로 육성되기 시작한 셈입니다. 디자이너인 아말 씨의 사무실에서는 늘 한국 노래가 흘러나옵니다. <인터뷰> "(이 노래 좋아해요?)그럼요. 너무 좋아해요 음악이 너무 좋아요." 역시 겨울 연가를 본 뒤로 한국 팬이 됐습니다. 중동 지역의 정서와 문화가 대체로 비슷한 만큼 이집트에서 성공한 한국 드라마는 다른 중동 국가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여기서 멀고 낯선 나라였던 한국이 이제는 함께 감동을 나눈 가까운 이웃으로 다가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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