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원 특검법’ 밤샘 필리버스터…“탄핵 교두보”·“입법부 책무”

입력 2024.07.04 (07:59) 수정 2024.07.04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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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은 국회 본회의에서 ‘해병대원 특검법’ 필리버스터(법안 처리 저지를 위한 무제한 토론)에 돌입했습니다.

법제사법위원회 간사인 유상범 의원은 어제(3일) 오후 3시 39분쯤부터 첫 주자로 연단에 올라 필리버스터를 시작했습니다.

유 의원은 특검법에 대해 “대통령 탄핵의 교두보”라고 비판하며 발언을 시작한 유 의원은 이후 7시 57분까지 4시간 18분 간 단상을 지키며 토론을 이어갔습니다.

유 의원은 여야 합의 없이 이뤄진 특검법 추진 절차와 여당이 제외된 특검 후보자 추천 규정 등 ‘독소조항’을 거론하면서, 야당이 주장하는 ‘수사외압’은 법률적으로 성립하지 않는 정치적 선동이라고 반박했습니다.

유 의원은 “민주당이 셀프 추천권을 행사하기 위한 것”이라며 “대통령의 특별검사 임명권을 실질적으로 침해해 헌법상 삼권분립의 원칙을 위배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유 의원은 “여야 합의가 불발된 ‘BBK 특검’도 이명박 당시 대통령 후보가 수용 의사를 밝혀 사실상 합의로 추진됐다”며 “여야 합의의 전례를 배제하고, 자신의 입맛에 맞는 수사 결과를 내도록 강행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유 의원은 채 상병 영결식에 민주당 의원이 아무도 참석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민주당은 수사외압 의혹이 언급되자 태도를 바꿔 젊은 군인의 고귀한 순직을 선동의 재물로 오염시켰다”고도 비판했습니다.

발언 중에 민주당 서영교 의원이 “부끄러운 줄 알라”고 외치자, 유 의원은 “서영교 의원이 부끄러워하라. 공부 좀 하라 공부 좀”이라고 맞받았습니다.

유 의원의 반대토론이 4시간 넘게 이어지면서 일부 의원들은 본회의장에서 착석한 채로 조는 모습도 포착됐습니다.

유 의원은 오늘 자신의 발언이 길어질 것을 염두에 두고 성인용 기저귀까지 착용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유 의원 다음으로 단상에 선 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56분간 특검법안의 당위성을 주장했습니다.

박 의원은 “(국민의힘은) 공수처 수사 중에 특검법을 통과시키려는 것 자체가 정쟁에 목적이 있다고 하는데, 공수처는 작은 기관이기 때문에 수사 의지가 있어도 수사 자체가 원활하지는 않다”며 “윤석열 대통령이 추천한 공수처장 후보가 직접 인정한 것”이라고 반박했습니다.

국민의힘에서 문제 삼는 ‘여당의 특검추천권 배제’, ‘수시 언론 브리핑 조항’ 등에 대해서는 ‘최순실 특검법’을 소환해 반박했습니다.

박 의원은 그러면서 국민의힘 의원들을 향해 “이런 건 좀 공부를 해주셔야 한다. 그래야 틀린 말씀을 안 한다”고 꼬집었고, 민주당 의원들은 “맞아요”라며 큰소리로 호응했습니다.

박 의원은 ‘수시 언론 브리핑’ 조항에 관해서도 “최순실 특검 때부터 똑같이 들어간 조항인데 지금까지 한 번도 국민의힘에서 문제를 제기한 적이 없다”면서 해당 수사팀 브리핑 장면을 담은 사진 판넬을 꺼내 “윤 대통령이 특검팀에 속해있을 때 브리핑에 같이 배석한 모습이다. 이때 윤 대통령 조차도 아무 문제 제기 안 했다”고 강조했습니다.

박 의원은 필리버스터를 준비하며 650여 명의 시민 의견을 수렴했다며 약 20분에 걸쳐 일부 메시지를 낭독했습니다.

국민의힘 두 번째 주자로는 대통령실 출신의 초선 주진우 의원이 나섰습니다.

주 의원은 “국민께서 ‘박 단장은 수사를 무조건 잘했다’는 민주당의 프레임에 갇혀서, 이 사안을 그쪽의 시각에서만 바라보는 측면이 있다”며 “반대쪽 시각도 함께 살펴봐 달라”고 호소했습니다.

주 의원은 “애국심과 공명심은 종이 한 장 차이”라며 “(박 단장이) 선의로 애국심 발휘했더라도 수사 과정에서 규정을 착각하거나, 균형감각을 잃어서 적법절차를 어긴다고 하면 그 수사는 국가수사기관의 폭력이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주 의원이 토론 중에 ‘대장동 비리 수사’와 민주당 인사들의 ‘입건 조사’를 가정해 언급하자 민주당 측에서는 즉각 사과를 요구하며 반발했습니다. 민주당 서영교 의원은 연단 앞으로 나와 항의하며 주호영 국회부의장과도 언성을 높였습니다.

주 의원에 이어 찬성토론에 나선 조국혁신당 신장식 의원은 야당의 추천만으로 특검을 임명할 수 있어 독소조항이 있다는 여당의 주장에 대해 “야당만의 후보 추천은 처음 있는 일이 아니다”고 했습니다.

신 의원은 “야당만의 후보 추천은 처음 있는 일이 아니다”며 “이명박 정부의 내곡동 사저 부지 특검법,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에 의한 국정농단 사건 특검법도 야당만 추천하도록 돼 있었다. 그것이 대통령의 권력형 비리에 대한 특검이었기 때문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신 의원은 삼권분립 정신에 위배된다는 여당의 주장에는 “이번 사안처럼 대통령실. 국방부 등 행정부를 포함하는 대통령의 행위가 위법하고 부당할 수 있다면 이를 통제, 감독하는 것은 입법부의 책무”라고 주장했습니다.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와 함께 본회의장 앞 로텐더홀에서 밤샘 연좌농성을 벌이고 있습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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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7-04 07:59:50
    • 수정2024-07-04 08: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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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은 국회 본회의에서 ‘해병대원 특검법’ 필리버스터(법안 처리 저지를 위한 무제한 토론)에 돌입했습니다.

법제사법위원회 간사인 유상범 의원은 어제(3일) 오후 3시 39분쯤부터 첫 주자로 연단에 올라 필리버스터를 시작했습니다.

유 의원은 특검법에 대해 “대통령 탄핵의 교두보”라고 비판하며 발언을 시작한 유 의원은 이후 7시 57분까지 4시간 18분 간 단상을 지키며 토론을 이어갔습니다.

유 의원은 여야 합의 없이 이뤄진 특검법 추진 절차와 여당이 제외된 특검 후보자 추천 규정 등 ‘독소조항’을 거론하면서, 야당이 주장하는 ‘수사외압’은 법률적으로 성립하지 않는 정치적 선동이라고 반박했습니다.

유 의원은 “민주당이 셀프 추천권을 행사하기 위한 것”이라며 “대통령의 특별검사 임명권을 실질적으로 침해해 헌법상 삼권분립의 원칙을 위배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유 의원은 “여야 합의가 불발된 ‘BBK 특검’도 이명박 당시 대통령 후보가 수용 의사를 밝혀 사실상 합의로 추진됐다”며 “여야 합의의 전례를 배제하고, 자신의 입맛에 맞는 수사 결과를 내도록 강행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유 의원은 채 상병 영결식에 민주당 의원이 아무도 참석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민주당은 수사외압 의혹이 언급되자 태도를 바꿔 젊은 군인의 고귀한 순직을 선동의 재물로 오염시켰다”고도 비판했습니다.

발언 중에 민주당 서영교 의원이 “부끄러운 줄 알라”고 외치자, 유 의원은 “서영교 의원이 부끄러워하라. 공부 좀 하라 공부 좀”이라고 맞받았습니다.

유 의원의 반대토론이 4시간 넘게 이어지면서 일부 의원들은 본회의장에서 착석한 채로 조는 모습도 포착됐습니다.

유 의원은 오늘 자신의 발언이 길어질 것을 염두에 두고 성인용 기저귀까지 착용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유 의원 다음으로 단상에 선 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56분간 특검법안의 당위성을 주장했습니다.

박 의원은 “(국민의힘은) 공수처 수사 중에 특검법을 통과시키려는 것 자체가 정쟁에 목적이 있다고 하는데, 공수처는 작은 기관이기 때문에 수사 의지가 있어도 수사 자체가 원활하지는 않다”며 “윤석열 대통령이 추천한 공수처장 후보가 직접 인정한 것”이라고 반박했습니다.

국민의힘에서 문제 삼는 ‘여당의 특검추천권 배제’, ‘수시 언론 브리핑 조항’ 등에 대해서는 ‘최순실 특검법’을 소환해 반박했습니다.

박 의원은 그러면서 국민의힘 의원들을 향해 “이런 건 좀 공부를 해주셔야 한다. 그래야 틀린 말씀을 안 한다”고 꼬집었고, 민주당 의원들은 “맞아요”라며 큰소리로 호응했습니다.

박 의원은 ‘수시 언론 브리핑’ 조항에 관해서도 “최순실 특검 때부터 똑같이 들어간 조항인데 지금까지 한 번도 국민의힘에서 문제를 제기한 적이 없다”면서 해당 수사팀 브리핑 장면을 담은 사진 판넬을 꺼내 “윤 대통령이 특검팀에 속해있을 때 브리핑에 같이 배석한 모습이다. 이때 윤 대통령 조차도 아무 문제 제기 안 했다”고 강조했습니다.

박 의원은 필리버스터를 준비하며 650여 명의 시민 의견을 수렴했다며 약 20분에 걸쳐 일부 메시지를 낭독했습니다.

국민의힘 두 번째 주자로는 대통령실 출신의 초선 주진우 의원이 나섰습니다.

주 의원은 “국민께서 ‘박 단장은 수사를 무조건 잘했다’는 민주당의 프레임에 갇혀서, 이 사안을 그쪽의 시각에서만 바라보는 측면이 있다”며 “반대쪽 시각도 함께 살펴봐 달라”고 호소했습니다.

주 의원은 “애국심과 공명심은 종이 한 장 차이”라며 “(박 단장이) 선의로 애국심 발휘했더라도 수사 과정에서 규정을 착각하거나, 균형감각을 잃어서 적법절차를 어긴다고 하면 그 수사는 국가수사기관의 폭력이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주 의원이 토론 중에 ‘대장동 비리 수사’와 민주당 인사들의 ‘입건 조사’를 가정해 언급하자 민주당 측에서는 즉각 사과를 요구하며 반발했습니다. 민주당 서영교 의원은 연단 앞으로 나와 항의하며 주호영 국회부의장과도 언성을 높였습니다.

주 의원에 이어 찬성토론에 나선 조국혁신당 신장식 의원은 야당의 추천만으로 특검을 임명할 수 있어 독소조항이 있다는 여당의 주장에 대해 “야당만의 후보 추천은 처음 있는 일이 아니다”고 했습니다.

신 의원은 “야당만의 후보 추천은 처음 있는 일이 아니다”며 “이명박 정부의 내곡동 사저 부지 특검법,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에 의한 국정농단 사건 특검법도 야당만 추천하도록 돼 있었다. 그것이 대통령의 권력형 비리에 대한 특검이었기 때문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신 의원은 삼권분립 정신에 위배된다는 여당의 주장에는 “이번 사안처럼 대통령실. 국방부 등 행정부를 포함하는 대통령의 행위가 위법하고 부당할 수 있다면 이를 통제, 감독하는 것은 입법부의 책무”라고 주장했습니다.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와 함께 본회의장 앞 로텐더홀에서 밤샘 연좌농성을 벌이고 있습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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