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 남기고 떠나는 싱하이밍…‘늑대 외교’ 끝나고 한중관계 개선 속도 낼까

입력 2024.07.04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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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임을 앞둔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가 오늘(4일) 조태열 외교부 장관을 예방했습니다.

싱 대사는 오늘 오전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약 30분에 걸쳐 조 장관을 예방했습니다.

조태열 장관은 "지난 4년 반 동안 주한대사로서 수고가 많았다"고 말하며 싱 대사가 30년 전 한중 수교협상에도 직접 참여했다는 점을 함께 언급했다고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이 전했습니다.

■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 "돌아가도 양국 관계 발전 위해 노력"

싱 대사는 접견 직후 나오면서 취재진에게 "한국 정부나 각계각층에서 많이 도와줘서 고맙게 생각한다"며 "돌아가도 무슨 일을 하든 계속해서 좋은 경험을 마음속에 간직하고 양국 관계 발전을 위해서 노력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싱 대사는 대사로서 잘한 점을 묻는 질문에는 양국 관계를 잘 발전시키기 위해서 열심히 노력했다"고 답했고, 대사로서 후회되는 점을 묻자 침묵했습니다.

2020년 1월 한국에 부임한 싱 대사는 이달 중순 이임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모두가 인정하는 '한반도 전문가'로 기대 모았지만…

싱 대사는 약 20년간 남북 관련 업무를 해온 외교 전문가로, 한국어에 능통하고 한국 내 인맥도 풍부한 것으로 알려져 기대를 모았습니다.

그러나 싱 대사도 중국의 이른바 '전랑외교' 기조를 벗어나진 못했습니다.

미중 전략 경쟁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한국이 미국과의 동맹 강화에 더 힘을 싣는 모습을 보이자 중국은 불쾌감을 표시했고 싱하이밍 대사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수평적 대중 관계'를 언급하자 싱 대사는 "윤석열 인터뷰에 대한 반론 : '한중관계는 한미관계의 부속품이 아니다' "라는 기고를 실어 직접 반박하기도 했습니다.

■ '베팅' 발언 이후 '외교적 기피인물' 지정 논란까지

특히 지난해 6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중국 패배에 베팅하는 이들은 반드시 후회한다'고 발언해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형식도 문제였습니다.

당시 싱하이밍 대사는 관저에 야당 대표를 초청한 뒤, 다수의 언론 매체 앞에서 준비된 원고를 꺼내 읽으며 강경한 어조로, 한중 관계 경색은 중국의 책임이 아니라며 현 정부 정책을 비판했습니다.

당시 외교부는 싱 대사를 초치해 외교 관례에 어긋나는 비상식적인 표현이라고 엄중 경고했고, 윤석열 대통령도 "부적절한 처신에 국민들이 불쾌해 한다"고 비판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내정 간섭을 했던 청나라의 위안스카이에 비유하기도 한 거로 전해졌습니다.

여당에선 싱 대사를 '외교적 기피 인물(페르소나 논 그라타)'로 지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왔습니다.


■ 대외 행보 없이 1년 간 대사직 유지하다 예고 없이 귀임

이후 싱 대사는 대외 행보가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베팅 발언' 이후 우리 정부 인사와 공식 접촉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전해집니다.

싱 대사가 오늘 이임 인사를 하며 조태열 장관을 만났는데, 조 장관도 취임 이후 처음 만나는 거로 전해졌습니다.

1년 전부터 싱 대사가 본국으로 돌아갈 거란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나왔지만, 별다른 변화 없이 1년 넘게 대사직을 이어갔습니다. 그러다 지난달 말 다소 갑작스럽게 대사의 귀임이 정해졌다고 외교 소식통들은 전했습니다.

아직 후임은 정해지지 않았고, 싱 대사가 귀국하면 팡쿤 주한중국대사관 공사가 대사대리를 맡을 것으로 보입니다.


■ '늑대 외교' 가고 한중 관계 개선 속도 낼까

싱 대사가 4년 넘게 대사로 일하긴 했지만, 그래도 귀임은 다소 갑작스럽게 정해졌습니다. 이는 최근의 한중 관계 개선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북러 정상회담 이후 북러 간 밀착이 더 공고해지자 중국이 한국과의 관계 개선에 더 공을 들이고 있다는 겁니다.

실제로 북러 정상회담이 이뤄질 때 한중 고위 당국자들은 서울에 모여 외교전략대화를 진행했습니다. 최근 중국 장쑤성 당서기와 랴오닝성 당서기가 잇따라 방한하는 등 고위급 교류도 계속됐습니다.

앞으로 본격적인 한중 관계 개선을 위해서는 '페르소나 논 그라타'로 언급됐던 싱 대사 보다는 새 인물이 오는 게 낫다는 판단을 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아울러 중국이 최근 공격적인 형태의 '전랑외교' 행태를 멈추고 '관여 외교'로 돌아선 분위기와도 무관치 않다는 분석입니다. 실제로 지난 4년 동안 '전랑외교' 전면에 섰던 왕원빈 외교부 대변인은 자리에서 물러나 주캄보디아 대사에 임명됐습니다.

시 주석이 미중 전략 경쟁 상황에서 서구에 할 말을 해야 한다는 취지로 '전랑(늑대 전사)' 외교를 내세웠지만, 최근 북러 밀착 등 정세 변화와 미국 대선 등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다시 주변국과의 '관여'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신임 주한중국대사로는 한반도 경험이 풍부한 외교관들이 경합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는데, 신임 대사 부임을 계기로 한중 관계 개선에 속도가 붙을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특히 시진핑 주석의 방한 등 최고위급 교류가 본격적으로 추진될 수 있을지 지켜봐야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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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7-04 16:4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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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임을 앞둔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가 오늘(4일) 조태열 외교부 장관을 예방했습니다.

싱 대사는 오늘 오전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약 30분에 걸쳐 조 장관을 예방했습니다.

조태열 장관은 "지난 4년 반 동안 주한대사로서 수고가 많았다"고 말하며 싱 대사가 30년 전 한중 수교협상에도 직접 참여했다는 점을 함께 언급했다고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이 전했습니다.

■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 "돌아가도 양국 관계 발전 위해 노력"

싱 대사는 접견 직후 나오면서 취재진에게 "한국 정부나 각계각층에서 많이 도와줘서 고맙게 생각한다"며 "돌아가도 무슨 일을 하든 계속해서 좋은 경험을 마음속에 간직하고 양국 관계 발전을 위해서 노력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싱 대사는 대사로서 잘한 점을 묻는 질문에는 양국 관계를 잘 발전시키기 위해서 열심히 노력했다"고 답했고, 대사로서 후회되는 점을 묻자 침묵했습니다.

2020년 1월 한국에 부임한 싱 대사는 이달 중순 이임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모두가 인정하는 '한반도 전문가'로 기대 모았지만…

싱 대사는 약 20년간 남북 관련 업무를 해온 외교 전문가로, 한국어에 능통하고 한국 내 인맥도 풍부한 것으로 알려져 기대를 모았습니다.

그러나 싱 대사도 중국의 이른바 '전랑외교' 기조를 벗어나진 못했습니다.

미중 전략 경쟁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한국이 미국과의 동맹 강화에 더 힘을 싣는 모습을 보이자 중국은 불쾌감을 표시했고 싱하이밍 대사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수평적 대중 관계'를 언급하자 싱 대사는 "윤석열 인터뷰에 대한 반론 : '한중관계는 한미관계의 부속품이 아니다' "라는 기고를 실어 직접 반박하기도 했습니다.

■ '베팅' 발언 이후 '외교적 기피인물' 지정 논란까지

특히 지난해 6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중국 패배에 베팅하는 이들은 반드시 후회한다'고 발언해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형식도 문제였습니다.

당시 싱하이밍 대사는 관저에 야당 대표를 초청한 뒤, 다수의 언론 매체 앞에서 준비된 원고를 꺼내 읽으며 강경한 어조로, 한중 관계 경색은 중국의 책임이 아니라며 현 정부 정책을 비판했습니다.

당시 외교부는 싱 대사를 초치해 외교 관례에 어긋나는 비상식적인 표현이라고 엄중 경고했고, 윤석열 대통령도 "부적절한 처신에 국민들이 불쾌해 한다"고 비판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내정 간섭을 했던 청나라의 위안스카이에 비유하기도 한 거로 전해졌습니다.

여당에선 싱 대사를 '외교적 기피 인물(페르소나 논 그라타)'로 지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왔습니다.


■ 대외 행보 없이 1년 간 대사직 유지하다 예고 없이 귀임

이후 싱 대사는 대외 행보가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베팅 발언' 이후 우리 정부 인사와 공식 접촉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전해집니다.

싱 대사가 오늘 이임 인사를 하며 조태열 장관을 만났는데, 조 장관도 취임 이후 처음 만나는 거로 전해졌습니다.

1년 전부터 싱 대사가 본국으로 돌아갈 거란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나왔지만, 별다른 변화 없이 1년 넘게 대사직을 이어갔습니다. 그러다 지난달 말 다소 갑작스럽게 대사의 귀임이 정해졌다고 외교 소식통들은 전했습니다.

아직 후임은 정해지지 않았고, 싱 대사가 귀국하면 팡쿤 주한중국대사관 공사가 대사대리를 맡을 것으로 보입니다.


■ '늑대 외교' 가고 한중 관계 개선 속도 낼까

싱 대사가 4년 넘게 대사로 일하긴 했지만, 그래도 귀임은 다소 갑작스럽게 정해졌습니다. 이는 최근의 한중 관계 개선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북러 정상회담 이후 북러 간 밀착이 더 공고해지자 중국이 한국과의 관계 개선에 더 공을 들이고 있다는 겁니다.

실제로 북러 정상회담이 이뤄질 때 한중 고위 당국자들은 서울에 모여 외교전략대화를 진행했습니다. 최근 중국 장쑤성 당서기와 랴오닝성 당서기가 잇따라 방한하는 등 고위급 교류도 계속됐습니다.

앞으로 본격적인 한중 관계 개선을 위해서는 '페르소나 논 그라타'로 언급됐던 싱 대사 보다는 새 인물이 오는 게 낫다는 판단을 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아울러 중국이 최근 공격적인 형태의 '전랑외교' 행태를 멈추고 '관여 외교'로 돌아선 분위기와도 무관치 않다는 분석입니다. 실제로 지난 4년 동안 '전랑외교' 전면에 섰던 왕원빈 외교부 대변인은 자리에서 물러나 주캄보디아 대사에 임명됐습니다.

시 주석이 미중 전략 경쟁 상황에서 서구에 할 말을 해야 한다는 취지로 '전랑(늑대 전사)' 외교를 내세웠지만, 최근 북러 밀착 등 정세 변화와 미국 대선 등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다시 주변국과의 '관여'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신임 주한중국대사로는 한반도 경험이 풍부한 외교관들이 경합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는데, 신임 대사 부임을 계기로 한중 관계 개선에 속도가 붙을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특히 시진핑 주석의 방한 등 최고위급 교류가 본격적으로 추진될 수 있을지 지켜봐야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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