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생, 반등하는 선진국도 있는데…한국은 왜? [뉴스in뉴스]

입력 2024.07.11 (12:34) 수정 2024.07.11 (13:06)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국회예산정책처가 지난달 말 '지속성장을 위한 한국경제의 과제'라는 보고서를 냈습니다.

지속성장이라는 명제가 나타내듯 이 보고서는 투자 활성화와 생산성 확충 등 한국 경제가 풀어가야 할 여러 이슈를 다뤘습니다.

또한, 한국이 왜 이렇게 출산율이 낮은 나라가 되었는지를 분석해보기도 했습니다.

오늘은, 김태형 해설위원과 함께 저출생 보고서에 나온 내용을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한국의 저출생, 얼마나 심각한지부터 볼까요?

[기자]

예,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 회원국들 가운데 가장 낮은 출산율을 보이고 있다는 사실,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죠.

2021년 기준으로 OECD 회원국들의 평균 합계출산율이 1.58명이었습니다.

이 수치만 보면, OECD 나라들도 대체적으로 출산율이 낮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은 낮아도 너무 낮다고 할 수 있습니다.

OECD 평균이 1.58명일 때 0.81명이었습니다.

계속 낮아져서, 지난해에는 0.72명까지 떨어졌습니다.

[앵커]

이러한 저출생 문제는 사회, 경제에 갖가지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없을 텐데, 국회예산정책처가 '출산율 반등 요인' 찾아봤다고요?

[기자]

네, 그 내용은, 22대 국회 개원을 맞아 발간한 '지속성장을 위한 한국경제의 과제' 연구 보고서 안에 들어있습니다.

180여 쪽에 이르는 보고서의 다섯 번째 장이 저출생 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이 보고서는 특히, 출산율이 한국의 성장잠재력을 결정하는 핵심 요인이라며, 다른 나라 사례를 소개했습니다.

[앵커]

그렇죠.

지금은 한국의 출산율이 세계 최저 수준이지만, 알고 보면, 여러 선진국이 우리보다 먼저 저출생 시대를 맞이한 것 아닌가요?

[기자]

네, 보고서는 많은 선진국이 1970년대와 80년대에 이미 저출생 시대로 들어섰다며, 이들 나라의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여러 선진국의 경우, 수십 년 전부터 이 문제에 대처하고 있어서 한국이 참고할만한 내용도 적지 않다는 겁니다.

[앵커]

그 부분이 관심이 가기는 합니다.

무엇보다, 한국보다 먼저 저출생을 경험한 나라들을 보면, 대부분의 경우 경제가 발전하면서 출산율이 떨어진 것 아닌가요?

[기자]

네, 그런 면이 있다고 봐야죠.

이와 같은 현상이 왜 일어났는지를 경제학적으로 풀어낸 이론도 있는 데요.

잘 사는 나라가 될수록 일반적으로 교육에 대한 투자에 집중하면서 자녀 한 명을 기르는 데 필요한 각종 비용이 증가하기 때문에, 부모는 자녀 수를 늘리기보다는 자녀에 대한 투자를 늘린다, 그래서 경제가 발전할수록 출산율은 떨어지기 마련이다, 이런 이론이 있습니다.

1992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게리 베커의 연구 결과인데요.

그런데, 이번에 국회예산정책처에서 나온 보고서는 경제 수준이 높아질수록 꼭 출산율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라는데 주목하고 있습니다.

수십 년을 죽 지켜보니까, 몇몇 선진국의 경우 하락했던 출산율이 반등하거나 유지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는 거죠.

국회예산정책처의 보고서가 강조하고 있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앵커]

그렇군요.

출산율이 계속 떨어졌다가, 하락세가 멈춘 나라, 예를 들면, 어디가 있나요?

[기자]

네, 네덜란드 같은 경우 1983년 합계출산율이 1.47명이었지만, 2010년에는 1.8명까지 올라갔고요.

최근에는 다시 하락세를 보여 2021년 기준 1.62명을 기록했으나, 그래도 1983년보다는 여전히 높은 출산율을 보이고 있다고 합니다.

[앵커]

그렇다면, 출산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나라들은 무엇이 다른 걸까요?

[기자]

일률적으로 어떻다고 딱 잘라 얘기하기는 힘들겠지만, 연구 보고서는 나름의 공통점이 발견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영국과 프랑스, 독일, 미국, 호주 등 12개 나라의 경우를 대상으로 정부의 교육 지출을 비교해봤는데요.

사교육비를 제외한 학생 1인당 정부의 교육 지출이 많은 선진국일수록 출산율이 높은 경향을 보였습니다.

일반적으로, 정부가 공교육에 대한 투자를 많이 할수록 출산율이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는 뜻입니다.

또 남성의 가사노동참가율이 높은 나라에서 출산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집안일을 남녀가 같이 하는 나라에서 출산율이 높게 나오는 경향이 있다, 이런 의미라 할 수 있겠죠.

[앵커]

그렇군요.

그런데 공교육에 대한 투자는 우리나라도 많이 하지 않습니까?

그렇지만 저출생 문제는 심해지고 있는데, 한국은 사교육비가 많이 드는 특수성이 있기 때문일까요?

[기자]

네, 그 부분을 따져봐야 할 겁니다.

정부의 학생 1인당 교육 지출비는 한국도 많은 것으로 나옵니다.

다만, 한국은 사교육비를 무시할 수가 없죠.

통계만 봐도, 코로나19의 영향이 컸던 2020년을 제외하고는 지난 10년 사교육비가 계속 늘었고요.

2023년에는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가 43만 원대로 조사됐습니다.

또 하나 돌아봐야 할 점은, 제도를 도입하면 실제 현장에서 혜택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는 거죠.

이번 보고서를 작성하는데 참여한 국회예산처 김상용 경제분석관의 얘기 들어보시죠.

[김상용/국회예산정책처 경제분석관 : "예를 들면, 우리나라 같은 경우 법적으로 인정하는 남성의 유급휴직 기간이 OECD 국가 중에서 제일 깁니다. 하지만, 실제로 유급 휴직을 사용하는 남성의 비율은 그렇게 높지 않거든요. 따라서 정책을 잘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많은 시민이 해당 정책을 잘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그런 노력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앵커]

그렇게 보면, 과도한 사교육비나 긴 근로 시간 등 한국이 안고 있는 문제점을 면밀히 파악하는 것도 중요할 것 같아요.

[기자]

네, 보고서도 해외의 경험을 참고하면서, 동시에 나라마다 사정이 다른 점을 감안해, 한국이 안고 있는 고유의 문제점을 파악해야 한다고 얘기하고 있습니다.

사교육비 문제는 물론, 긴 근로 시간, 높은 주거 비용, 가부장적 분위기, 수도권 집중 문제 등 한국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요인, 하나의 요인이 아닌 다양한 요인을 파악하는 일 또한 중요하다는 겁니다.

[앵커]

네, 해외 사례도 잘 참고하고, 한국 사회의 여러 문제점도 잘 살펴보면서, 이 문제 풀어나가야 할 것 같습니다.

오늘 얘기 잘 들었습니다.

김태형 해설위원이었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저출생, 반등하는 선진국도 있는데…한국은 왜? [뉴스in뉴스]
    • 입력 2024-07-11 12:34:00
    • 수정2024-07-11 13:06:40
    뉴스 12
[앵커]

국회예산정책처가 지난달 말 '지속성장을 위한 한국경제의 과제'라는 보고서를 냈습니다.

지속성장이라는 명제가 나타내듯 이 보고서는 투자 활성화와 생산성 확충 등 한국 경제가 풀어가야 할 여러 이슈를 다뤘습니다.

또한, 한국이 왜 이렇게 출산율이 낮은 나라가 되었는지를 분석해보기도 했습니다.

오늘은, 김태형 해설위원과 함께 저출생 보고서에 나온 내용을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한국의 저출생, 얼마나 심각한지부터 볼까요?

[기자]

예,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 회원국들 가운데 가장 낮은 출산율을 보이고 있다는 사실,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죠.

2021년 기준으로 OECD 회원국들의 평균 합계출산율이 1.58명이었습니다.

이 수치만 보면, OECD 나라들도 대체적으로 출산율이 낮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은 낮아도 너무 낮다고 할 수 있습니다.

OECD 평균이 1.58명일 때 0.81명이었습니다.

계속 낮아져서, 지난해에는 0.72명까지 떨어졌습니다.

[앵커]

이러한 저출생 문제는 사회, 경제에 갖가지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없을 텐데, 국회예산정책처가 '출산율 반등 요인' 찾아봤다고요?

[기자]

네, 그 내용은, 22대 국회 개원을 맞아 발간한 '지속성장을 위한 한국경제의 과제' 연구 보고서 안에 들어있습니다.

180여 쪽에 이르는 보고서의 다섯 번째 장이 저출생 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이 보고서는 특히, 출산율이 한국의 성장잠재력을 결정하는 핵심 요인이라며, 다른 나라 사례를 소개했습니다.

[앵커]

그렇죠.

지금은 한국의 출산율이 세계 최저 수준이지만, 알고 보면, 여러 선진국이 우리보다 먼저 저출생 시대를 맞이한 것 아닌가요?

[기자]

네, 보고서는 많은 선진국이 1970년대와 80년대에 이미 저출생 시대로 들어섰다며, 이들 나라의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여러 선진국의 경우, 수십 년 전부터 이 문제에 대처하고 있어서 한국이 참고할만한 내용도 적지 않다는 겁니다.

[앵커]

그 부분이 관심이 가기는 합니다.

무엇보다, 한국보다 먼저 저출생을 경험한 나라들을 보면, 대부분의 경우 경제가 발전하면서 출산율이 떨어진 것 아닌가요?

[기자]

네, 그런 면이 있다고 봐야죠.

이와 같은 현상이 왜 일어났는지를 경제학적으로 풀어낸 이론도 있는 데요.

잘 사는 나라가 될수록 일반적으로 교육에 대한 투자에 집중하면서 자녀 한 명을 기르는 데 필요한 각종 비용이 증가하기 때문에, 부모는 자녀 수를 늘리기보다는 자녀에 대한 투자를 늘린다, 그래서 경제가 발전할수록 출산율은 떨어지기 마련이다, 이런 이론이 있습니다.

1992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게리 베커의 연구 결과인데요.

그런데, 이번에 국회예산정책처에서 나온 보고서는 경제 수준이 높아질수록 꼭 출산율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라는데 주목하고 있습니다.

수십 년을 죽 지켜보니까, 몇몇 선진국의 경우 하락했던 출산율이 반등하거나 유지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는 거죠.

국회예산정책처의 보고서가 강조하고 있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앵커]

그렇군요.

출산율이 계속 떨어졌다가, 하락세가 멈춘 나라, 예를 들면, 어디가 있나요?

[기자]

네, 네덜란드 같은 경우 1983년 합계출산율이 1.47명이었지만, 2010년에는 1.8명까지 올라갔고요.

최근에는 다시 하락세를 보여 2021년 기준 1.62명을 기록했으나, 그래도 1983년보다는 여전히 높은 출산율을 보이고 있다고 합니다.

[앵커]

그렇다면, 출산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나라들은 무엇이 다른 걸까요?

[기자]

일률적으로 어떻다고 딱 잘라 얘기하기는 힘들겠지만, 연구 보고서는 나름의 공통점이 발견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영국과 프랑스, 독일, 미국, 호주 등 12개 나라의 경우를 대상으로 정부의 교육 지출을 비교해봤는데요.

사교육비를 제외한 학생 1인당 정부의 교육 지출이 많은 선진국일수록 출산율이 높은 경향을 보였습니다.

일반적으로, 정부가 공교육에 대한 투자를 많이 할수록 출산율이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는 뜻입니다.

또 남성의 가사노동참가율이 높은 나라에서 출산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집안일을 남녀가 같이 하는 나라에서 출산율이 높게 나오는 경향이 있다, 이런 의미라 할 수 있겠죠.

[앵커]

그렇군요.

그런데 공교육에 대한 투자는 우리나라도 많이 하지 않습니까?

그렇지만 저출생 문제는 심해지고 있는데, 한국은 사교육비가 많이 드는 특수성이 있기 때문일까요?

[기자]

네, 그 부분을 따져봐야 할 겁니다.

정부의 학생 1인당 교육 지출비는 한국도 많은 것으로 나옵니다.

다만, 한국은 사교육비를 무시할 수가 없죠.

통계만 봐도, 코로나19의 영향이 컸던 2020년을 제외하고는 지난 10년 사교육비가 계속 늘었고요.

2023년에는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가 43만 원대로 조사됐습니다.

또 하나 돌아봐야 할 점은, 제도를 도입하면 실제 현장에서 혜택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는 거죠.

이번 보고서를 작성하는데 참여한 국회예산처 김상용 경제분석관의 얘기 들어보시죠.

[김상용/국회예산정책처 경제분석관 : "예를 들면, 우리나라 같은 경우 법적으로 인정하는 남성의 유급휴직 기간이 OECD 국가 중에서 제일 깁니다. 하지만, 실제로 유급 휴직을 사용하는 남성의 비율은 그렇게 높지 않거든요. 따라서 정책을 잘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많은 시민이 해당 정책을 잘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그런 노력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앵커]

그렇게 보면, 과도한 사교육비나 긴 근로 시간 등 한국이 안고 있는 문제점을 면밀히 파악하는 것도 중요할 것 같아요.

[기자]

네, 보고서도 해외의 경험을 참고하면서, 동시에 나라마다 사정이 다른 점을 감안해, 한국이 안고 있는 고유의 문제점을 파악해야 한다고 얘기하고 있습니다.

사교육비 문제는 물론, 긴 근로 시간, 높은 주거 비용, 가부장적 분위기, 수도권 집중 문제 등 한국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요인, 하나의 요인이 아닌 다양한 요인을 파악하는 일 또한 중요하다는 겁니다.

[앵커]

네, 해외 사례도 잘 참고하고, 한국 사회의 여러 문제점도 잘 살펴보면서, 이 문제 풀어나가야 할 것 같습니다.

오늘 얘기 잘 들었습니다.

김태형 해설위원이었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