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시간에 146mm ‘물폭탄’…‘극한 폭우’ 시작됐다 [친절한 뉴스K]

입력 2024.07.11 (12:41) 수정 2024.07.12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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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어제 내린 폭우는 과거 기록을 넘어선 엄청난 양이었습니다.

폭우의 원인은 무엇인지 기상청의 예보는 왜 빗나간 건지, 친절한 뉴스에서 전해드립니다.

김세희 기자입니다.

[리포트]

어제 자정 무렵 주민 4백여 명이 사는 군산 어청도에 시간당 146mm의 폭우가 쏟아졌습니다.

자동 기상 관측장비 기록이어서 기후 통계로 사용하진 않지만, 1998년 순천에서 나온 공식 기록인 시간당 145mm를 넘어섰습니다.

일반적으로 시간당 30mm 이상의 비가 내리면 집중호우라고 부르는데, 이제는 극한 폭우로 불러야 될 정도입니다.

지난 며칠간 남쪽을 중심으로 엄청난 양의 비가 한순간에 쏟아졌습니다.

보라색으로 보이는 강한 비구름은 어청도를 시작으로 전북 군산과 익산, 충남 부여와 서천에도 시간당 100mm가 넘는 폭우를 퍼부었습니다.

매우 강한 비구름이 서로 다른 공기의 경계면에서 동서로 길게 뻗은 채 내륙으로 연달아 들어온 겁니다.

비구름을 더 폭발적으로 키운 건 대기의 하층에서 부는 강한 바람인 '하층제트'에 실려 온 수증기였습니다.

중국 내륙에서 붉은색의 수증기대가 강물처럼 우리나라로 흘러왔습니다.

[손석우/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 "강한 수증기 띠가 발생하는 지역이 어딘가에 걸리면 그 지역은 다 폭우가 오게 되는 경우거든요. 대규모의 밴드 형태의 이런 수증기 수송들이 최근에 되게 빈번해지고 있어요."]

실제로 지난 60년간 하루 100mm 이상 집중호우 빈도는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데, 동아시아의 중국이나 일본과 비교해 한반도의 증가세가 가장 두드러집니다.

[정지훈/전남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 "하층에 중국으로부터의 수증기 수송이 강화되고 전선에 의해서 강우가 엄청나게 증가하는 현상은 이미 규명이 됐어요. 이게 그냥 지구 온난화입니다."]

이번 폭우는 기상청의 예측과 다소 차이가 있었습니다.

비가 시작된 지 불과 3시간 만에 충남과 전북 지역은 200mm를 넘어섰고, 어제 하루만 최대 260mm가 넘는 강수량을 기록했습니다.

당초 예측이었던 150mm를 크게 웃돈 겁니다.

반면 120mm 이상 폭우를 예상했던 서울의 강수량은 실제 9mm에 그쳤습니다.

비구름이 예상보다 남쪽으로 치우쳤기 때문입니다.

남쪽 무더운 고기압과 북쪽 공기 사이로 강한 비구름이 유입되는데, 북쪽 공기가 더 밀어붙여 50km 남짓 남쪽으로 들어온 겁니다.

그만큼 통로는 좁아지며 비구름을 내리누르듯 압축해 예상보다 '더 좁은 지역'에 '더 강력한 폭우'를 만들어냈습니다.

이 때문에 인접 지역에서도 강수량은 극과 극이었습니다.

폭우가 내린 익산에서 20km 남쪽의 김제는 22mm, 인근 부안의 강수량은 4mm에 불과했습니다.

한반도의 강수 패턴이 돌변했다는 건 이번 비로 다시 한번 증명됐습니다.

전문가들은 인명 피해를 줄이는 방안 위주의 대책이 절실하다고 강조합니다.

KBS 뉴스 김세희입니다.

영상편집:신선미/그래픽:정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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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시간에 146mm ‘물폭탄’…‘극한 폭우’ 시작됐다 [친절한 뉴스K]
    • 입력 2024-07-11 12:41:05
    • 수정2024-07-12 10:06:17
    뉴스 12
[앵커]

어제 내린 폭우는 과거 기록을 넘어선 엄청난 양이었습니다.

폭우의 원인은 무엇인지 기상청의 예보는 왜 빗나간 건지, 친절한 뉴스에서 전해드립니다.

김세희 기자입니다.

[리포트]

어제 자정 무렵 주민 4백여 명이 사는 군산 어청도에 시간당 146mm의 폭우가 쏟아졌습니다.

자동 기상 관측장비 기록이어서 기후 통계로 사용하진 않지만, 1998년 순천에서 나온 공식 기록인 시간당 145mm를 넘어섰습니다.

일반적으로 시간당 30mm 이상의 비가 내리면 집중호우라고 부르는데, 이제는 극한 폭우로 불러야 될 정도입니다.

지난 며칠간 남쪽을 중심으로 엄청난 양의 비가 한순간에 쏟아졌습니다.

보라색으로 보이는 강한 비구름은 어청도를 시작으로 전북 군산과 익산, 충남 부여와 서천에도 시간당 100mm가 넘는 폭우를 퍼부었습니다.

매우 강한 비구름이 서로 다른 공기의 경계면에서 동서로 길게 뻗은 채 내륙으로 연달아 들어온 겁니다.

비구름을 더 폭발적으로 키운 건 대기의 하층에서 부는 강한 바람인 '하층제트'에 실려 온 수증기였습니다.

중국 내륙에서 붉은색의 수증기대가 강물처럼 우리나라로 흘러왔습니다.

[손석우/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 "강한 수증기 띠가 발생하는 지역이 어딘가에 걸리면 그 지역은 다 폭우가 오게 되는 경우거든요. 대규모의 밴드 형태의 이런 수증기 수송들이 최근에 되게 빈번해지고 있어요."]

실제로 지난 60년간 하루 100mm 이상 집중호우 빈도는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데, 동아시아의 중국이나 일본과 비교해 한반도의 증가세가 가장 두드러집니다.

[정지훈/전남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 "하층에 중국으로부터의 수증기 수송이 강화되고 전선에 의해서 강우가 엄청나게 증가하는 현상은 이미 규명이 됐어요. 이게 그냥 지구 온난화입니다."]

이번 폭우는 기상청의 예측과 다소 차이가 있었습니다.

비가 시작된 지 불과 3시간 만에 충남과 전북 지역은 200mm를 넘어섰고, 어제 하루만 최대 260mm가 넘는 강수량을 기록했습니다.

당초 예측이었던 150mm를 크게 웃돈 겁니다.

반면 120mm 이상 폭우를 예상했던 서울의 강수량은 실제 9mm에 그쳤습니다.

비구름이 예상보다 남쪽으로 치우쳤기 때문입니다.

남쪽 무더운 고기압과 북쪽 공기 사이로 강한 비구름이 유입되는데, 북쪽 공기가 더 밀어붙여 50km 남짓 남쪽으로 들어온 겁니다.

그만큼 통로는 좁아지며 비구름을 내리누르듯 압축해 예상보다 '더 좁은 지역'에 '더 강력한 폭우'를 만들어냈습니다.

이 때문에 인접 지역에서도 강수량은 극과 극이었습니다.

폭우가 내린 익산에서 20km 남쪽의 김제는 22mm, 인근 부안의 강수량은 4mm에 불과했습니다.

한반도의 강수 패턴이 돌변했다는 건 이번 비로 다시 한번 증명됐습니다.

전문가들은 인명 피해를 줄이는 방안 위주의 대책이 절실하다고 강조합니다.

KBS 뉴스 김세희입니다.

영상편집:신선미/그래픽:정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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