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떻게 마련한 돈인데"… 140억 원 전세 보증금 가로챈 모녀
2억 6천만 원. 사회 초년생인 청년들에게는 가족의 도움이나 대출 없이는 쉽게 만져보기 어려운 큰 돈입니다.
요즘 수도권에서 전셋집을 구하려면 이마저도 부족할 수 있는 게 현실입니다.
그런데 어렵게 마련한 전세 보증금을 가로챈 집주인이 검찰에 잡혔습니다. 무려 140억 원 규모의 전세 사기 행각을 벌인 이른바 '빌라왕' 모녀입니다.
■ 피해자 1명으로 시작된 사건… 수사해보니 140억 원대
청주지방검찰청 제천지청은 지난해 4월, 경찰에서 송치받은 전세 사기 사건을 수사하게 됐습니다. 2022년, 경기도 부천의 한 빌라에 살던 세입자가 전세 보증금 2억 6천만 원을 돌려받지 못했다며 집주인을 고소한 사건입니다.
그런데 사건 기록을 살펴보던 검사와 수사관들에게 미심쩍은 정황이 발견됐습니다. 송치된 피의자는 물론, 그의 딸 앞으로 수백 채의 임대 부동산이 있었던 겁니다.
검찰은 국토교통부 등을 통해 모녀의 전체 임대 부동산 목록과 등기부 등본, 임대차 계약서 등을 확보했습니다. 또 세입자들에게 일일이 피해 여부를 확인하고, 모녀의 계좌 22개를 찾아 7년 치 거래내역을 분석했습니다.
수사 결과 드러난 전모는 140억 원대 전세 사기였습니다. 이들 모녀로부터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피해자는 모두 60명이었고, 피해 금액은 140억 원으로 집계됐습니다.
범행을 주도한 것은 처음 고소당한 피의자가 아니라, 그의 딸이었다는 사실도 검찰 수사로 확인됐습니다. 검찰의 집요한 수사로 추가 피해자를 확인하고, 진범까지 드러난 겁니다.
■ 검사도 당했던 전세 사기… '무자본 갭투자' 주의보
이들 모녀의 범행 수법은 이른바 '무자본 갭투자'였습니다. 주로 수도권 지역의 신축 빌라를 사들이면서, 건축주에게 매매 대금을 건네기 전 세입자부터 구했습니다.
세입자에게는 실제 매매 대금보다 높은 금액으로 임대차 계약을 맺어 보증금을 받고, 이보다 적은 금액을 건축주에게 건네 매매 절차를 마무리했습니다. 이 과정에 모녀의 자본금은 사실상 한 푼도 들지 않았습니다.
이런 수법으로 351채의 빌라를 사들인 모녀는 임대차 계약 기간이 끝난 뒤에도 피해자들에게 돈을 돌려주지 않고, 연락도 받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수억 원의 돈을 떼인 피해자들 가운데 일부는 보증보험 등을 통해 일부 금액을 돌려받았습니다. 하지만 피해자 대부분은 다음 세입자를 직접 찾아 보증금을 돌려받는 '폭탄 돌리기'를 하거나, 아예 보증금 회수를 포기하고 계속 거주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내 집 한 채 마련하기도 어려운데, '전세 사기'까지 당하고도 기댈 곳이 없는 청년들의 현실입니다. 정부가 나서 전세 사기 근절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이런 수법의 범죄는 전국 곳곳에서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심지어 이 사건을 수사한 검사도 비슷한 피해를 본 적이 있다고 취재진에게 털어놨습니다. 김지윤 검사는 "저도 인천에서 제천으로 발령받아 오면서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왔던 일이 있었다"면서 "그래서 피해자분들의 마음을 많이 공감할 수 있었고, 수많은 피해자가 발생한 사건이어서 더 책임감을 느끼고 수사에 임했다"고 말했습니다.
청주지방검찰청 제천지청은 처음 송치된 피의자가 아닌, 실제 범행을 주도한 딸을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겼습니다. 또 이들 모녀의 추가 범행이 있는지 수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래픽: 박소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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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사에게 딱 걸린 140억 원 전세 사기 모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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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4-07-12 08:00:17
■ "어떻게 마련한 돈인데"… 140억 원 전세 보증금 가로챈 모녀
2억 6천만 원. 사회 초년생인 청년들에게는 가족의 도움이나 대출 없이는 쉽게 만져보기 어려운 큰 돈입니다.
요즘 수도권에서 전셋집을 구하려면 이마저도 부족할 수 있는 게 현실입니다.
그런데 어렵게 마련한 전세 보증금을 가로챈 집주인이 검찰에 잡혔습니다. 무려 140억 원 규모의 전세 사기 행각을 벌인 이른바 '빌라왕' 모녀입니다.
■ 피해자 1명으로 시작된 사건… 수사해보니 140억 원대
청주지방검찰청 제천지청은 지난해 4월, 경찰에서 송치받은 전세 사기 사건을 수사하게 됐습니다. 2022년, 경기도 부천의 한 빌라에 살던 세입자가 전세 보증금 2억 6천만 원을 돌려받지 못했다며 집주인을 고소한 사건입니다.
그런데 사건 기록을 살펴보던 검사와 수사관들에게 미심쩍은 정황이 발견됐습니다. 송치된 피의자는 물론, 그의 딸 앞으로 수백 채의 임대 부동산이 있었던 겁니다.
검찰은 국토교통부 등을 통해 모녀의 전체 임대 부동산 목록과 등기부 등본, 임대차 계약서 등을 확보했습니다. 또 세입자들에게 일일이 피해 여부를 확인하고, 모녀의 계좌 22개를 찾아 7년 치 거래내역을 분석했습니다.
수사 결과 드러난 전모는 140억 원대 전세 사기였습니다. 이들 모녀로부터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피해자는 모두 60명이었고, 피해 금액은 140억 원으로 집계됐습니다.
범행을 주도한 것은 처음 고소당한 피의자가 아니라, 그의 딸이었다는 사실도 검찰 수사로 확인됐습니다. 검찰의 집요한 수사로 추가 피해자를 확인하고, 진범까지 드러난 겁니다.
■ 검사도 당했던 전세 사기… '무자본 갭투자' 주의보
이들 모녀의 범행 수법은 이른바 '무자본 갭투자'였습니다. 주로 수도권 지역의 신축 빌라를 사들이면서, 건축주에게 매매 대금을 건네기 전 세입자부터 구했습니다.
세입자에게는 실제 매매 대금보다 높은 금액으로 임대차 계약을 맺어 보증금을 받고, 이보다 적은 금액을 건축주에게 건네 매매 절차를 마무리했습니다. 이 과정에 모녀의 자본금은 사실상 한 푼도 들지 않았습니다.
이런 수법으로 351채의 빌라를 사들인 모녀는 임대차 계약 기간이 끝난 뒤에도 피해자들에게 돈을 돌려주지 않고, 연락도 받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수억 원의 돈을 떼인 피해자들 가운데 일부는 보증보험 등을 통해 일부 금액을 돌려받았습니다. 하지만 피해자 대부분은 다음 세입자를 직접 찾아 보증금을 돌려받는 '폭탄 돌리기'를 하거나, 아예 보증금 회수를 포기하고 계속 거주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내 집 한 채 마련하기도 어려운데, '전세 사기'까지 당하고도 기댈 곳이 없는 청년들의 현실입니다. 정부가 나서 전세 사기 근절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이런 수법의 범죄는 전국 곳곳에서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심지어 이 사건을 수사한 검사도 비슷한 피해를 본 적이 있다고 취재진에게 털어놨습니다. 김지윤 검사는 "저도 인천에서 제천으로 발령받아 오면서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왔던 일이 있었다"면서 "그래서 피해자분들의 마음을 많이 공감할 수 있었고, 수많은 피해자가 발생한 사건이어서 더 책임감을 느끼고 수사에 임했다"고 말했습니다.
청주지방검찰청 제천지청은 처음 송치된 피의자가 아닌, 실제 범행을 주도한 딸을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겼습니다. 또 이들 모녀의 추가 범행이 있는지 수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래픽: 박소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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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근섭 기자 sks85@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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