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중 관계 소설쓰지 말라”는 중국…그런데 관광객은? [뒷北뉴스]

입력 2024.07.13 (07:01) 수정 2024.07.13 (0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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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KBS는 북한 관련 소식을 심층적으로 들여다 보는 [뒷北뉴스]를 연재합니다. 한주 가장 화제가 됐던 북한 관련 소식을 '앞면'이 아닌 '뒷면', 즉 이면까지 들여다 봄으로써 북한발 보도의 숨은 의도를 짚고, 쏟아지는 북한 뉴스를 팩트체크해 보다 깊이 있는 정보를 제공하고자 합니다.


■ '북중관계 이상설'에 불편한 중국..."소설 쓰지마"

지난 9일 중국 외교부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 노동자 관련 질문이 나왔습니다. 앞서 한 국내 언론이 중국이 북한에 파견 중인 북한 노동자 전원 귀국을 요구했다고 보도했는데, 해당 기사가 사실인지 확인을 요청한 겁니다.

린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언급된 상황을 들은 바 없다"고 답했습니다. 그러면서 최근 일부 한국 매체가 북중 관계에 대해 '실체 없는 억측' 과 '과장된 선전'을 하고 있다며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습니다.

그는 "중조(중북)는 산과 물이 이어진 이웃으로, 줄곧 전통적 우호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며 "최근 한국 일부 매체는 수시로 중조 관계가 어떻다, 어떻다 하는 소식을 내보내면서 몇몇 실체 없는 억측과 과장된 선전을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 관련 매체가 전문적 수준을 견지한 채 사실에 근거해 객관적으로 보도하고, 뉴스를 소설처럼 쓰지 않기를 바란다"고 강조했습니다. 최근 불거지고 있는 '북중 관계 이상설'에 대해 국내 언론의 '소설'이라고 주장한 겁니다.

■억측이라는데...'북중 친선의 해' 속 낯선 장면

북한과 중국은 올해 수교 75주년을 맞아 '조중(북중) 우호의 해'로 지정했습니다. 북한은 정주년(5년 단위로 꺽어지는 해)을 특별하게 생각합니다. 그래서 어떤 행사가 정주년에 해당하며 행사 규모도 키우고 인력도 대규모로 동원합니다. 그런데 북중 수교 75주년인 올해 두 나라는 관계가 소원해진 모습이 확연히 포착됩니다.

그걸 단적으로 보여준 게 지난 11일 '북중우호조약' 체결 63주년 기념일이었습니다. 북중 우호조약은 1961년 7월 11일 김일성 당시 북한 주석이 중국을 방문해 저우언라이 당시 총리와 체결한 것으로, 상대가 무력 침공을 받으면 전쟁에 자동 개입하는 조항을 담고 있어 양국 간 ‘혈맹’을 상징하는 조약입니다.

해당 조약이 두 나라 간 '특별한 관계'를 함축하고 있다 보니 양국 관영매체들은 매년 7월 11일이 되면은 북중 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기사와 사설을 게재합니다. 하지만 지난 11일에는 북한 노동신문과 중국 인민일보 모두 관련 보도를 전혀 하지 않았습니다.

하루 뒤인 12일 북한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이 전날 평양에서 북한 주재 중국대사관이 우호조약 체결 63주년 기념하는 연회가 열렸다는 소식을 짧게 보도했습니다. 그런데 해당 연회는 이전에는 남측의 국회 격인 최고인민회의 부위원장이 참석했는데, 올해는 조중(북중)친선의원단 위원장인 김승찬 김일성종합대학 총장으로 참석자의 급이 낮아졌습니다. 또 북한매체는 이날 행사에 '연설이 있었다'면서도 정작 어떤 내용인지도 전하지 않았습니다.


북중 관계 이상설이 감지되는 모습은 또 있습니다. 중국 다롄의 방추이섬 해변에는 2018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시진핑 국가주석과 함께 산책했던 자리에 당시 두 사람의 발자국을 본떠 만든 동판이 있었습니다. '양국 우호의 상징'으로 만든 기념물인데, 올해 철거됐습니다. '조중(북중) 우호의 해'에 벌어진 일입니다.

중국 다롄의 방추이섬  김정은 위원장 - 시진핑 주석 발자국 동판중국 다롄의 방추이섬 김정은 위원장 - 시진핑 주석 발자국 동판

중국 다롄의 방이섬  김정은 위원장 - 시진핑 주석 발자국 동판 철거중국 다롄의 방이섬 김정은 위원장 - 시진핑 주석 발자국 동판 철거

한 대북 소식통은 취재진에게 "북한 주민들을 대하는 중국 세관 직원들의 태도부터 올해부터 달라졌다는 북한 주민들의 이야기가 많이 들린다"며 "예전보다 세관 통과 과정에서 짐 검사도 매우 빡빡해졌다"고 전했습니다.

■ '우호 협력' 유지한다면서…관광객 안 보내는 중국

껄끄러운 북중 관계를 가장 단적으로 보여주는 건 바로 '중국 관광객'입니다. 지난해 8월 23일 코로나 19로 끊겼던 북중간 하늘길이 3년 7개월 만에 열렸는데 아직 중국은 북한에 관광객을 보내지 않고 있습니다. 올해 자국 관광객을 북한으로 보낸 러시아와 대조되는 모습입니다.

코로나 19가 발생하기 전인 2019년에는 중국 관광객 약 30만 명 정도가 굉장히 다양한 루트로 북한 관광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대북 제재로 외화벌이가 쉽지 않은 북한 입장에선 30만 명의 중국 관광객은 매우 중요한 손님입니다. 이 때문에 북한은 중국 관광객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지만, 중국은 관광 재개를 허락하지 않고 있는 겁니다.

조봉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경제분과 위원장은 "대북 제재에 중국이 다소 느슨해진 측면이 있었는데 최근에 와서 중국이 다시 원칙을 지키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며 그 원인을 북중 간에 보이지 않는 갈등으로 지목했습니다. 불법 군사교류를 바탕으로 이뤄지는 북러 간 밀착이 중국은 달갑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과거에도 북한이 핵실험이나 장성택 처형 등 중국 입장에서 불편한 행동을 했을 때 북중 관계엔 냉기류가 흘렀습니다.

이처럼 양국 간 껄끄러운 모습이 반복되면서 중국이 소설로 치부하는 '북중 관계이상설'에 점점 힘이 실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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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7-13 07:01:03
    • 수정2024-07-13 07:4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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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중관계 이상설'에 불편한 중국..."소설 쓰지마"

지난 9일 중국 외교부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 노동자 관련 질문이 나왔습니다. 앞서 한 국내 언론이 중국이 북한에 파견 중인 북한 노동자 전원 귀국을 요구했다고 보도했는데, 해당 기사가 사실인지 확인을 요청한 겁니다.

린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언급된 상황을 들은 바 없다"고 답했습니다. 그러면서 최근 일부 한국 매체가 북중 관계에 대해 '실체 없는 억측' 과 '과장된 선전'을 하고 있다며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습니다.

그는 "중조(중북)는 산과 물이 이어진 이웃으로, 줄곧 전통적 우호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며 "최근 한국 일부 매체는 수시로 중조 관계가 어떻다, 어떻다 하는 소식을 내보내면서 몇몇 실체 없는 억측과 과장된 선전을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 관련 매체가 전문적 수준을 견지한 채 사실에 근거해 객관적으로 보도하고, 뉴스를 소설처럼 쓰지 않기를 바란다"고 강조했습니다. 최근 불거지고 있는 '북중 관계 이상설'에 대해 국내 언론의 '소설'이라고 주장한 겁니다.

■억측이라는데...'북중 친선의 해' 속 낯선 장면

북한과 중국은 올해 수교 75주년을 맞아 '조중(북중) 우호의 해'로 지정했습니다. 북한은 정주년(5년 단위로 꺽어지는 해)을 특별하게 생각합니다. 그래서 어떤 행사가 정주년에 해당하며 행사 규모도 키우고 인력도 대규모로 동원합니다. 그런데 북중 수교 75주년인 올해 두 나라는 관계가 소원해진 모습이 확연히 포착됩니다.

그걸 단적으로 보여준 게 지난 11일 '북중우호조약' 체결 63주년 기념일이었습니다. 북중 우호조약은 1961년 7월 11일 김일성 당시 북한 주석이 중국을 방문해 저우언라이 당시 총리와 체결한 것으로, 상대가 무력 침공을 받으면 전쟁에 자동 개입하는 조항을 담고 있어 양국 간 ‘혈맹’을 상징하는 조약입니다.

해당 조약이 두 나라 간 '특별한 관계'를 함축하고 있다 보니 양국 관영매체들은 매년 7월 11일이 되면은 북중 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기사와 사설을 게재합니다. 하지만 지난 11일에는 북한 노동신문과 중국 인민일보 모두 관련 보도를 전혀 하지 않았습니다.

하루 뒤인 12일 북한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이 전날 평양에서 북한 주재 중국대사관이 우호조약 체결 63주년 기념하는 연회가 열렸다는 소식을 짧게 보도했습니다. 그런데 해당 연회는 이전에는 남측의 국회 격인 최고인민회의 부위원장이 참석했는데, 올해는 조중(북중)친선의원단 위원장인 김승찬 김일성종합대학 총장으로 참석자의 급이 낮아졌습니다. 또 북한매체는 이날 행사에 '연설이 있었다'면서도 정작 어떤 내용인지도 전하지 않았습니다.


북중 관계 이상설이 감지되는 모습은 또 있습니다. 중국 다롄의 방추이섬 해변에는 2018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시진핑 국가주석과 함께 산책했던 자리에 당시 두 사람의 발자국을 본떠 만든 동판이 있었습니다. '양국 우호의 상징'으로 만든 기념물인데, 올해 철거됐습니다. '조중(북중) 우호의 해'에 벌어진 일입니다.

중국 다롄의 방추이섬  김정은 위원장 - 시진핑 주석 발자국 동판
중국 다롄의 방이섬  김정은 위원장 - 시진핑 주석 발자국 동판 철거
한 대북 소식통은 취재진에게 "북한 주민들을 대하는 중국 세관 직원들의 태도부터 올해부터 달라졌다는 북한 주민들의 이야기가 많이 들린다"며 "예전보다 세관 통과 과정에서 짐 검사도 매우 빡빡해졌다"고 전했습니다.

■ '우호 협력' 유지한다면서…관광객 안 보내는 중국

껄끄러운 북중 관계를 가장 단적으로 보여주는 건 바로 '중국 관광객'입니다. 지난해 8월 23일 코로나 19로 끊겼던 북중간 하늘길이 3년 7개월 만에 열렸는데 아직 중국은 북한에 관광객을 보내지 않고 있습니다. 올해 자국 관광객을 북한으로 보낸 러시아와 대조되는 모습입니다.

코로나 19가 발생하기 전인 2019년에는 중국 관광객 약 30만 명 정도가 굉장히 다양한 루트로 북한 관광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대북 제재로 외화벌이가 쉽지 않은 북한 입장에선 30만 명의 중국 관광객은 매우 중요한 손님입니다. 이 때문에 북한은 중국 관광객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지만, 중국은 관광 재개를 허락하지 않고 있는 겁니다.

조봉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경제분과 위원장은 "대북 제재에 중국이 다소 느슨해진 측면이 있었는데 최근에 와서 중국이 다시 원칙을 지키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며 그 원인을 북중 간에 보이지 않는 갈등으로 지목했습니다. 불법 군사교류를 바탕으로 이뤄지는 북러 간 밀착이 중국은 달갑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과거에도 북한이 핵실험이나 장성택 처형 등 중국 입장에서 불편한 행동을 했을 때 북중 관계엔 냉기류가 흘렀습니다.

이처럼 양국 간 껄끄러운 모습이 반복되면서 중국이 소설로 치부하는 '북중 관계이상설'에 점점 힘이 실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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