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엔] 신발 벗고 마룻바닥에 앉아 온몸으로 듣는 연주?

입력 2024.07.13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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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공연 관람’하면 어떤 느낌이 먼저 떠오르시나요?

‘클래식 초보자’ 입장에선, 웅장한 대형 홀에서, 양복을 갖춰 입고, 공연 예절을 지키며, 엄숙하게 연주를 감상하는 걸 먼저 떠올리게 됩니다.

나도 모르게 스르륵 눈이 감길 때도 있고, 기침이라도 나오려고 하면 속으로 꿀꺽 삼키거나, 박수를 언제 쳐야 할 지 몰라 눈치 봤던 경험들, 다들 있으실 겁니다.

이렇게 어렵고 멀게만 느껴지는 클래식 공연 관람...

하지만 이런 거리감을 좁히려는 시도를 20여 년 동안 해왔던 사람들이 있습니다.

‘집’에서 클래식 공연을 즐기는 ‘더 하우스 콘서트’, 일명 ‘하콘’을 만드는 사람들입니다.


■ 집에서 클래식 공연을 한다고?


작곡가이자 콘서트 기획자인 박창수 씨는 학창시절 친구네 '집'에 놀러 가서 음악을 듣다가 새로운 경험을 했습니다.

합주하던 친구들의 음악 소리와 마룻바닥을 통해 오는 진동을 온몸으로 함께 느끼면서 평소보다 더 큰 감명을 받은 겁니다.

그 놀라웠던 경험을 언젠가는 대중들에게 선보이고 싶다는 바람으로, 20여 년 전 본인의 집을 개방해 하우스 콘서트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하콘의 관객들은 신발을 벗고 들어가 마룻바닥에 방석을 깔고 앉아 코앞에서 연주자들의 숨소리와 연주를 함께 듣고, 악기에서 나오는 진동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습니다.

연주자 입장에서도 무대와 객석의 경계가 없고, 연주자와 관객이 함께 음악을 만들어간다는 점에서 특별하고 매력적인 공간입니다.


■하콘의 성공 이면에는 성공한 '덕후(마니아)' 가 있었다?


박창수 씨에 이어 현재 하우스콘서트의 운영을 맡고 있는 강선애 대표.

대학에서 작곡을 전공한 그녀는 대학생 시절 우연히 하우스 콘서트를 알게 된 이후, 오로지 가까이에서 음악을 듣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관객들의 신발 정리를 하는 자원봉사자가 됩니다.

대학 졸업 후 대기업소속의 문화재단에서 기획자로 일하던 그녀는 미래가 보장된 직장을 뒤로하고 하우스 콘서트의 유일한 직원이 되는 길을 선택했습니다.

그 후 10여 년간 좋은 공연을 올리겠다는 소명감 하나로 하우스 콘서트를 발전시켜왔고, 지금은 대표가 되어 마침내 성공한 덕후가 되었습니다.

10여 년 동안 발전을 거듭한 하우스 콘서트는 집에서 전용 공연장으로 장소를 옮겼지만, 초창기의 콘셉트, 즉 바닥에 앉아서 연주자 바로 앞에서 공연을 즐기는 방식은 지금도 계속 유지하고 있습니다.


■ 하우스콘서트의 힘은 꾸준함과 실험정신


하우스 콘서트라는 콘셉트 때문에 초기에는 연주자들을 섭외하는 것조차 매우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박 대표와 강 대표의 꾸준한 노력들이 쌓여 수많은 유명 연주자들이 그동안 하우스 콘서트를 거쳐 갔습니다.

2006년 18세의 나이로 한국인 최초이자 대회 최연소로 영국 리즈 콩쿠르에서 입상한 김선욱부터, 2015년 한국인 최초로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했던 조성진, 그리고 2022년 혜성처럼 등장한 반클라이번 국제 콩쿠르 우승자 임윤찬까지, 모두 대중에게 알려지기 전 하우스 콘서트 무대를 거쳐 간 것이 재조명되며 이른바 ‘콩쿠르 명당’으로 입소문을 타기도 했습니다.

또한 하우스 콘서트는 저명한 작곡가의 숨겨진 명곡들부터, 한 작곡가의 소나타를 13시간 동안 릴레이로 연주하는 등 실험적인 공연들을 꾸준히 선보이고 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 이전부터 유튜브 중계를 통한 공연 방식도 선제적으로 도입해, 코로나 시절 관객들의 문화적 갈증을 해소해주기도 했습니다.

이런 실험적인 공연들은 연주자들로 하여금 도전정신을 불러 일으키고, 관객들에게는 하우스 콘서트에서만 관람할 수 있는 공연이라는 차별성이 더해져 선순환을 만들어냈습니다.

그 결과 하우스 콘서트는 현재 1년에 70여 회의 연주회를 꾸준히 무대에 올리고 있습니다.


■ 더 가깝고, 더 쉽고, 더 감동적인 클래식 공연


현재 하우스 콘서트는 매년 7월, 한 작곡가를 선정해, 한 달 동안 그의 음악을 듣는 ‘줄라이페스티벌’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2020년 첫 줄라이페스티벌에서는 32명의 연주자들이 베토벤 소나타 32곡 전곡을 13시간 동안 릴레이로 연주했습니다.

당시 연주를 마친 연주자들은 자신의 연주가 끝나도 돌아가지 않고 객석으로 내려와 앉아 한 명의 관객이 되어 다른 연주자의 연주를 함께 즐기기도 했습니다.

이렇듯 무대가 객석이 되고, 객석이 무대가 되는 하우스콘서트.

기존의 클래식 공연 관람이 어렵게 느껴지는 분들은 이 작지만 위대한 더 하우스 콘서트부터 먼저 경험해 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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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말엔] 신발 벗고 마룻바닥에 앉아 온몸으로 듣는 연주?
    • 입력 2024-07-13 09:01:16
    주말엔

‘클래식 공연 관람’하면 어떤 느낌이 먼저 떠오르시나요?

‘클래식 초보자’ 입장에선, 웅장한 대형 홀에서, 양복을 갖춰 입고, 공연 예절을 지키며, 엄숙하게 연주를 감상하는 걸 먼저 떠올리게 됩니다.

나도 모르게 스르륵 눈이 감길 때도 있고, 기침이라도 나오려고 하면 속으로 꿀꺽 삼키거나, 박수를 언제 쳐야 할 지 몰라 눈치 봤던 경험들, 다들 있으실 겁니다.

이렇게 어렵고 멀게만 느껴지는 클래식 공연 관람...

하지만 이런 거리감을 좁히려는 시도를 20여 년 동안 해왔던 사람들이 있습니다.

‘집’에서 클래식 공연을 즐기는 ‘더 하우스 콘서트’, 일명 ‘하콘’을 만드는 사람들입니다.


■ 집에서 클래식 공연을 한다고?


작곡가이자 콘서트 기획자인 박창수 씨는 학창시절 친구네 '집'에 놀러 가서 음악을 듣다가 새로운 경험을 했습니다.

합주하던 친구들의 음악 소리와 마룻바닥을 통해 오는 진동을 온몸으로 함께 느끼면서 평소보다 더 큰 감명을 받은 겁니다.

그 놀라웠던 경험을 언젠가는 대중들에게 선보이고 싶다는 바람으로, 20여 년 전 본인의 집을 개방해 하우스 콘서트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하콘의 관객들은 신발을 벗고 들어가 마룻바닥에 방석을 깔고 앉아 코앞에서 연주자들의 숨소리와 연주를 함께 듣고, 악기에서 나오는 진동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습니다.

연주자 입장에서도 무대와 객석의 경계가 없고, 연주자와 관객이 함께 음악을 만들어간다는 점에서 특별하고 매력적인 공간입니다.


■하콘의 성공 이면에는 성공한 '덕후(마니아)' 가 있었다?


박창수 씨에 이어 현재 하우스콘서트의 운영을 맡고 있는 강선애 대표.

대학에서 작곡을 전공한 그녀는 대학생 시절 우연히 하우스 콘서트를 알게 된 이후, 오로지 가까이에서 음악을 듣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관객들의 신발 정리를 하는 자원봉사자가 됩니다.

대학 졸업 후 대기업소속의 문화재단에서 기획자로 일하던 그녀는 미래가 보장된 직장을 뒤로하고 하우스 콘서트의 유일한 직원이 되는 길을 선택했습니다.

그 후 10여 년간 좋은 공연을 올리겠다는 소명감 하나로 하우스 콘서트를 발전시켜왔고, 지금은 대표가 되어 마침내 성공한 덕후가 되었습니다.

10여 년 동안 발전을 거듭한 하우스 콘서트는 집에서 전용 공연장으로 장소를 옮겼지만, 초창기의 콘셉트, 즉 바닥에 앉아서 연주자 바로 앞에서 공연을 즐기는 방식은 지금도 계속 유지하고 있습니다.


■ 하우스콘서트의 힘은 꾸준함과 실험정신


하우스 콘서트라는 콘셉트 때문에 초기에는 연주자들을 섭외하는 것조차 매우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박 대표와 강 대표의 꾸준한 노력들이 쌓여 수많은 유명 연주자들이 그동안 하우스 콘서트를 거쳐 갔습니다.

2006년 18세의 나이로 한국인 최초이자 대회 최연소로 영국 리즈 콩쿠르에서 입상한 김선욱부터, 2015년 한국인 최초로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했던 조성진, 그리고 2022년 혜성처럼 등장한 반클라이번 국제 콩쿠르 우승자 임윤찬까지, 모두 대중에게 알려지기 전 하우스 콘서트 무대를 거쳐 간 것이 재조명되며 이른바 ‘콩쿠르 명당’으로 입소문을 타기도 했습니다.

또한 하우스 콘서트는 저명한 작곡가의 숨겨진 명곡들부터, 한 작곡가의 소나타를 13시간 동안 릴레이로 연주하는 등 실험적인 공연들을 꾸준히 선보이고 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 이전부터 유튜브 중계를 통한 공연 방식도 선제적으로 도입해, 코로나 시절 관객들의 문화적 갈증을 해소해주기도 했습니다.

이런 실험적인 공연들은 연주자들로 하여금 도전정신을 불러 일으키고, 관객들에게는 하우스 콘서트에서만 관람할 수 있는 공연이라는 차별성이 더해져 선순환을 만들어냈습니다.

그 결과 하우스 콘서트는 현재 1년에 70여 회의 연주회를 꾸준히 무대에 올리고 있습니다.


■ 더 가깝고, 더 쉽고, 더 감동적인 클래식 공연


현재 하우스 콘서트는 매년 7월, 한 작곡가를 선정해, 한 달 동안 그의 음악을 듣는 ‘줄라이페스티벌’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2020년 첫 줄라이페스티벌에서는 32명의 연주자들이 베토벤 소나타 32곡 전곡을 13시간 동안 릴레이로 연주했습니다.

당시 연주를 마친 연주자들은 자신의 연주가 끝나도 돌아가지 않고 객석으로 내려와 앉아 한 명의 관객이 되어 다른 연주자의 연주를 함께 즐기기도 했습니다.

이렇듯 무대가 객석이 되고, 객석이 무대가 되는 하우스콘서트.

기존의 클래식 공연 관람이 어렵게 느껴지는 분들은 이 작지만 위대한 더 하우스 콘서트부터 먼저 경험해 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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