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전차부대의 신병 유치전…‘재무장선언’ 독일의 고민

입력 2024.07.13 (22:20) 수정 2024.07.13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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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유럽의 안보 위기도 커졌는데요.

독일은 군의 재무장을 선언하고 군사력 증강에 나섰습니다.

그 기본이 되는 병력 확보가 시급한 상황인데요,

주력 전차 부대를 일반인에게 개방하며 신병 유치에 나서고 있습니다.

그 현장을 조빛나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새벽 5시, 기상을 알리는 사이렌이 울립니다.

아침 점호는 필수,

["21, 22 끝!"]

체조와 함께 군대의 하루가 시작됩니다.

["더 천천히 해! 포기하지 말고 계속!"]

오늘은 전차 훈련이 있는 날, 숲 속 훈련장에 들어서자 독일군 주력전차인 '레오파르트 2'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우크라이나가 지원을 요청했던 무기기도 합니다.

["훨씬 더 많은 기술, 훨씬 더 나은 열화상 장비가 가장 큰 변화입니다."]

전차 운전수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제원은 어떤지, 질문이 쏟아집니다.

["(장교 교육 마지막 과정은 얼마나 걸립니까?) 1년입니다."]

[얀/18세 : "예전에 게임 같은 데서 전차를 본 적이 있지만, 실제 크기를 잘 몰랐거든요. 실제로 보니 크고, 매우 인상 깊네요."]

이곳은 독일의 대표적인 기갑부대입니다.

일반인들이 나흘간 군부대에 머물며 훈련을 체험하는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습니다.

북대서양조약기구, 나토군도 이용하는 광활한 훈련장, 다연장 로켓 마르스와 판처하우비체 자주포까지, 군인들의 일사분란한 움직임에 참가자들은 시선을 떼지 못합니다.

자유롭게 촬영하고 소셜미디어에 기록을 담는 것도 허용됩니다.

[마그너스/17세 : "물론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매우 힘든 날도 있었지만, 군 생활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 잘 알게 됐어요."]

독일 북부 군사도시에서 진행되는 군 체험 프로그램은 지난해 10월 시작됐습니다.

기갑, 포병, 항공, 군수 등 여러 부대가 모여있는 만큼 다양한 체험이 가능합니다.

군에 대한 편견을 깨고 새로운 자원을 끌어들이기 위한 노력이었습니다.

[리나 : "킬에서 진행되는 해군 체험프로그램에 참가한 적이 있는데요. 육군도 체험해보고 싶어서 왔어요."]

독일에서 군 입대는 부모 동의를 받으면 17살부터 가능합니다.

훈련 캠프 참가는 15살부터 40살까지, 독일 국적자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습니다.

[롤프/중령/문스터 기갑 부대 체험 프로그램 책임 : "하지만 여성만 초청하는 여성 주간이나 기술자 주간처럼 소위 특별 프로그램도 있습니다. 가능한 한 많은 그룹에게 어필하기 위해서입니다. 우리는 군인들과 많은 대화를 하게 하고 군대의 일상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2차 대전 패전국 독일은 군사력 증강을 자제해 왔습니다.

2011년엔 징병도 중단하고 모병제로 전환했습니다.

하지만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독일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커지는 안보 우려에 독일군 재무장을 선언했습니다. 병력 확보를 위해 징병제를 부활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졌습니다.

현재 18만 4천 병력을 2031년엔 20만 3천 명까지 늘리겠다는 목표지만, 자원병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자원 입대자는 18,800명, 전년보다 27명 늘었을 뿐입니다.

[토마스 오버벡/독일 국방부 언론담당관 : "독일 연방군도 연령 구조상 많은 사람이 곧 군을 떠나야 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모든 고용주가 그렇듯 우리도 새로운 인재가 필요합니다. 독일과 유럽의 변화된 정치 상황으로 인해 당연히 더 많은 인재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숄츠 총리를 비롯한 연립 정부 내에서도 반대가 만만치 않아 징병제 재도입은 일단 보류됐습니다.

대신 18살이 되는 청년에게 군 복무 의사를 묻는 설문지를 보내고 남성은 의무적으로 답하게 하는 병역제도 개편안을 발표했습니다.

[보리스 피스토리우스/독일 국방장관/6월 12일 : "우리에게는 큰 격차가 생겼습니다. 내일, 모레, 내년 혹은 3년 후에 국방 상황이 발생해도 동원조차 할 수 없습니다. 누구를 징병할 수 있을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이건 용납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독일 국방부는 다양한 직업 기회와 연금 혜택 등을 적극 홍보하고 군 체험프로그램도 더 늘릴 계획입니다.

하지만 장기적인 인구 감소 흐름 속에 병력 자원 확보는 쉽지 않은 문젭니다.

독일 문스터에서 조빛나입니다.

촬영:김영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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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일 전차부대의 신병 유치전…‘재무장선언’ 독일의 고민
    • 입력 2024-07-13 22:20:33
    • 수정2024-07-13 22:2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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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유럽의 안보 위기도 커졌는데요.

독일은 군의 재무장을 선언하고 군사력 증강에 나섰습니다.

그 기본이 되는 병력 확보가 시급한 상황인데요,

주력 전차 부대를 일반인에게 개방하며 신병 유치에 나서고 있습니다.

그 현장을 조빛나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새벽 5시, 기상을 알리는 사이렌이 울립니다.

아침 점호는 필수,

["21, 22 끝!"]

체조와 함께 군대의 하루가 시작됩니다.

["더 천천히 해! 포기하지 말고 계속!"]

오늘은 전차 훈련이 있는 날, 숲 속 훈련장에 들어서자 독일군 주력전차인 '레오파르트 2'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우크라이나가 지원을 요청했던 무기기도 합니다.

["훨씬 더 많은 기술, 훨씬 더 나은 열화상 장비가 가장 큰 변화입니다."]

전차 운전수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제원은 어떤지, 질문이 쏟아집니다.

["(장교 교육 마지막 과정은 얼마나 걸립니까?) 1년입니다."]

[얀/18세 : "예전에 게임 같은 데서 전차를 본 적이 있지만, 실제 크기를 잘 몰랐거든요. 실제로 보니 크고, 매우 인상 깊네요."]

이곳은 독일의 대표적인 기갑부대입니다.

일반인들이 나흘간 군부대에 머물며 훈련을 체험하는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습니다.

북대서양조약기구, 나토군도 이용하는 광활한 훈련장, 다연장 로켓 마르스와 판처하우비체 자주포까지, 군인들의 일사분란한 움직임에 참가자들은 시선을 떼지 못합니다.

자유롭게 촬영하고 소셜미디어에 기록을 담는 것도 허용됩니다.

[마그너스/17세 : "물론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매우 힘든 날도 있었지만, 군 생활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 잘 알게 됐어요."]

독일 북부 군사도시에서 진행되는 군 체험 프로그램은 지난해 10월 시작됐습니다.

기갑, 포병, 항공, 군수 등 여러 부대가 모여있는 만큼 다양한 체험이 가능합니다.

군에 대한 편견을 깨고 새로운 자원을 끌어들이기 위한 노력이었습니다.

[리나 : "킬에서 진행되는 해군 체험프로그램에 참가한 적이 있는데요. 육군도 체험해보고 싶어서 왔어요."]

독일에서 군 입대는 부모 동의를 받으면 17살부터 가능합니다.

훈련 캠프 참가는 15살부터 40살까지, 독일 국적자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습니다.

[롤프/중령/문스터 기갑 부대 체험 프로그램 책임 : "하지만 여성만 초청하는 여성 주간이나 기술자 주간처럼 소위 특별 프로그램도 있습니다. 가능한 한 많은 그룹에게 어필하기 위해서입니다. 우리는 군인들과 많은 대화를 하게 하고 군대의 일상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2차 대전 패전국 독일은 군사력 증강을 자제해 왔습니다.

2011년엔 징병도 중단하고 모병제로 전환했습니다.

하지만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독일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커지는 안보 우려에 독일군 재무장을 선언했습니다. 병력 확보를 위해 징병제를 부활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졌습니다.

현재 18만 4천 병력을 2031년엔 20만 3천 명까지 늘리겠다는 목표지만, 자원병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자원 입대자는 18,800명, 전년보다 27명 늘었을 뿐입니다.

[토마스 오버벡/독일 국방부 언론담당관 : "독일 연방군도 연령 구조상 많은 사람이 곧 군을 떠나야 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모든 고용주가 그렇듯 우리도 새로운 인재가 필요합니다. 독일과 유럽의 변화된 정치 상황으로 인해 당연히 더 많은 인재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숄츠 총리를 비롯한 연립 정부 내에서도 반대가 만만치 않아 징병제 재도입은 일단 보류됐습니다.

대신 18살이 되는 청년에게 군 복무 의사를 묻는 설문지를 보내고 남성은 의무적으로 답하게 하는 병역제도 개편안을 발표했습니다.

[보리스 피스토리우스/독일 국방장관/6월 12일 : "우리에게는 큰 격차가 생겼습니다. 내일, 모레, 내년 혹은 3년 후에 국방 상황이 발생해도 동원조차 할 수 없습니다. 누구를 징병할 수 있을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이건 용납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독일 국방부는 다양한 직업 기회와 연금 혜택 등을 적극 홍보하고 군 체험프로그램도 더 늘릴 계획입니다.

하지만 장기적인 인구 감소 흐름 속에 병력 자원 확보는 쉽지 않은 문젭니다.

독일 문스터에서 조빛나입니다.

촬영:김영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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