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터리 통장 발급,보상은 나 몰라라

입력 2005.11.22 (07:45) 수정 2005.11.22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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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이런 일도 있습니다.

통장과 도장을 잃어버리지도 않았는데 누군가가 가짜 통장으로 쉽게 돈을 빼내 갔습니다.

그런데도 해당 금융기관은 과실은 없다며 보상에 대해선 나몰라라 하고 있습니다.

송창언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경기도 고양시의 한 농협 지점 창구입니다.

안경을 낀 양복 차림의 50대 남자가 통장을 들고 와 거래내역이 다 찼다며 새 통장으로 바꿔 달라고 요구합니다.

여직원은 별다른 의심 없이 통장을 재발급해 줍니다.

이 남자는 이렇게 재발급받은 통장으로 인근의 농협지점에서 5400만원을 인출했습니다.

하지만 남자가 가지고 온 통장은 가짜였습니다.

한 시간 뒤 이 남자는 다른 농협 지점에서도 같은 수법으로 또 다른 고객돈 6천5백만원을 빼내 갔습니다.

임대아파트 잔금 5천여만 원을 고스란히 날린 고객은 황당할 뿐입니다.

<녹취> 김모 씨(피해 예금주 딸): "도장하고 통장하고는 제가 다 가지고 있는데 어떻게 통장이 만들어지는지 그게 너무 의아해요."

통장 재발급 과정에서 농협 측이 신원 확인을 제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가짜 통장에 찍힌 도장과 예금통장 주인의 인감입니다.

통장 주인의 인감은 한글로 '최화순'으로 돼 있지만 가짜 통장의 도장은 한자로 된 '이우형'입니다.

또 다른 금융기관과 달리 통장 뒷면의 마그네틱 부분을 단말기에 집어넣어 위조 여부를 확인하지도 않았습니다.

이런데도 농협 측은 업무 관행상 과실은 없었다며 피해자들에게 민사 소송을 통해 돈을 받아가라며 버티고 있습니다.

<녹취> 농협 관계자: "만약에 소송을 안하고 막연히 조르면 우리가 해 줄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그랬어요."

농협의 무책임한 태도에 피해 고객들은 분통을 터뜨립니다.

<녹취> 박모 씨(피해 고객): "고객이 왕이라고 했으면서 막상 사고가 나니까 다들 나몰라라 하고 아무도 도와 주려고 하지 않더라구요."

허술한 통장 재발급 탓에 사기를 당한 농협이 정작 금융사고의 책음을 고객에게 돌리고 있습니다.

KBS뉴스 송창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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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엉터리 통장 발급,보상은 나 몰라라
    • 입력 2005-11-22 07:18:51
    • 수정2005-11-22 07:5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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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이런 일도 있습니다. 통장과 도장을 잃어버리지도 않았는데 누군가가 가짜 통장으로 쉽게 돈을 빼내 갔습니다. 그런데도 해당 금융기관은 과실은 없다며 보상에 대해선 나몰라라 하고 있습니다. 송창언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경기도 고양시의 한 농협 지점 창구입니다. 안경을 낀 양복 차림의 50대 남자가 통장을 들고 와 거래내역이 다 찼다며 새 통장으로 바꿔 달라고 요구합니다. 여직원은 별다른 의심 없이 통장을 재발급해 줍니다. 이 남자는 이렇게 재발급받은 통장으로 인근의 농협지점에서 5400만원을 인출했습니다. 하지만 남자가 가지고 온 통장은 가짜였습니다. 한 시간 뒤 이 남자는 다른 농협 지점에서도 같은 수법으로 또 다른 고객돈 6천5백만원을 빼내 갔습니다. 임대아파트 잔금 5천여만 원을 고스란히 날린 고객은 황당할 뿐입니다. <녹취> 김모 씨(피해 예금주 딸): "도장하고 통장하고는 제가 다 가지고 있는데 어떻게 통장이 만들어지는지 그게 너무 의아해요." 통장 재발급 과정에서 농협 측이 신원 확인을 제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가짜 통장에 찍힌 도장과 예금통장 주인의 인감입니다. 통장 주인의 인감은 한글로 '최화순'으로 돼 있지만 가짜 통장의 도장은 한자로 된 '이우형'입니다. 또 다른 금융기관과 달리 통장 뒷면의 마그네틱 부분을 단말기에 집어넣어 위조 여부를 확인하지도 않았습니다. 이런데도 농협 측은 업무 관행상 과실은 없었다며 피해자들에게 민사 소송을 통해 돈을 받아가라며 버티고 있습니다. <녹취> 농협 관계자: "만약에 소송을 안하고 막연히 조르면 우리가 해 줄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그랬어요." 농협의 무책임한 태도에 피해 고객들은 분통을 터뜨립니다. <녹취> 박모 씨(피해 고객): "고객이 왕이라고 했으면서 막상 사고가 나니까 다들 나몰라라 하고 아무도 도와 주려고 하지 않더라구요." 허술한 통장 재발급 탓에 사기를 당한 농협이 정작 금융사고의 책음을 고객에게 돌리고 있습니다. KBS뉴스 송창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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