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살에게 매일 성관계 하자던 30대…“인터뷰 나가면 명예훼손” 주장

입력 2024.07.16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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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이나 X(트위터), 카카오톡 오픈채팅엔 가출 중인 아이들에게 식사와 잠자리를 제공할 테니 연락하라는 글이 많습니다. 이른바 '헬퍼'들의 글입니다. SNS에서 주로 쓰는 헬프(Help), 헬퍼(Helper)라는 말이 있습니다. 헬프는 도움을 바라는 가출 청소년, 헬퍼는 아이들을 돕겠다는 사람들입니다.


■ 잘 곳 찾는 16살에게 "한 달에 70만 원 줄 테니 매일 성관계 원해"

취재진은 16살 여성 청소년으로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카카오톡 오픈채팅에서 50여 명, 트위터에선 30여 명이 메시지를 보내왔습니다. 그 중 몇 사람을 만났습니다.

본인을 30살이라고 한 남성은 16살로 설정해 대화하고 있는 취재진에게 성관계를 할 수 있냐고 물어왔습니다.


돈이 없어서 사는 곳까지 갈 수 없다고 하자 그는 아동(취재진)을 데리러 퇴근 후 차를 몰고 왔습니다. 주변을 몹시 경계하며 인증 사진을 수차례 요구한 뒤에야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성관계를 요구했던 채팅 내용에 대해 다시 한번 묻자 녹음을 의심하더니 갑자기 카페를 뛰쳐나갔습니다. 뒤쫓아나간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그는 '미성년자임을 알고도 왜 대화를 멈추지 않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 판단이 안 섰다, 고민을 했는데 성욕에 졌다'라고 답했습니다.

며칠 후 방송을 준비하고 있는 취채진에게 법무실에서 '방송금지가처분신청서를 받았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해당 남성은 '평상시 검은 옷을 즐겨 입기 때문에 실루엣만 봐도 자신이 누구인지 알 수 있다'며 방송을 금지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그는 인터뷰가 방송될 경우 " 소중한 인간관계가 물거품이 된다"며 " 극심한 불안, 불면에 시달리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시사기획 창> 제작진이 자신의 "신상을 밝히고, 명예를 실추시키려는 목적"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자신의 행동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보다, 오로지 자신의 정체가 드러날 것을 염려한 것입니다.

*방송금지가처분신청서

*결정문

법원은 "아동·청소년에게 성을 팔도록 권유하는 행위"는 " 형사처벌의 대상"이라며 "가출 청소년이 직면하는 성착취 피해 등 위험을 조명하기 위한" 프로그램의 취지를 고려할 때, " 인터뷰의 방영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 해당한다"며 신청을 기각했습니다.

■ 혹시 실종신고 되어 있는지?...아동 임의 보호는 '불법'

취재진이 만난 또 다른 헬퍼는 자신의 선의를 강조했습니다. 여러 지역에서 아이들이 자신을 다시 찾아오기도 한다며 '아무것도 하지 말고 편히 있으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실종신고가 되어있는지 여러 번 물었습니다. '보호자가 실종신고를 했느냐'는 헬퍼들의 공통적인 질문이었습니다. 혹시 잡혀갈까 봐 걱정된다고 했습니다. 실종아동법에 따르면 가출한 청소년도 실종아동에 포함되고 아동을 임의로 보호하는 건 불법입니다.


"어떤 상황이든지 아동·청소년이 집 밖을 나왔을 때 범죄나 성 착취 위험에 노출되지 않을 권리가 있고 사회는 보호할 책임이 있는 거잖아요. 이 부분을 중심으로 이야기돼야 되는게 맞지, '아이가 왜'로 질문이 될 건 아닌 것 같고요. 본인을 헬퍼라고 부르면서 안전한 사람처럼 여기게 하는 사람들한테 '왜 그러니'라고 물어볼 수 있는 사회가 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권주리/십대여성인권센터 사무총장-

이번 취재 중 '헬퍼'라며 취재진과 대화를 나눈 이들 가운데 누구도 청소년을 지원하는 기관이나 단체 등을 권하거나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대면, 인증' 강요 말고 공적 체계 안에서 도움받을 수 있도록
헬퍼라는 이들이 SNS에 올린 글을 보면 '비대면은 사기꾼이 많으니 반드시 대면(만나서) 도와주겠다, 컵라면 기프티콘을 보냈으니 진짜 사 먹었는지 인증하라' 등 대면과 인증을 끝없이 요구합니다. 아이들에게 제공했던 식사나 기프티콘 사진, 또는 청소년들이 보낸 감사 메시지를 경쟁하듯 SNS에 올리기도 합니다. 심지어 이 아이는 내게 사기를 쳤다며 신상정보나 사진을 올려두는 경우도 있습니다.

본인들이 위험한 사람이라는 걸 드러내지 않기 위한 본인들이 선택해서 본인들을 지칭하는 거잖아요. 사회에서 그 사람들을 헬퍼라고 부르지 않거든요. 사실 정말로 선의로 아동 청소년 도우시려고 하는 분들 같은 경우도 개인이 돕는 방식이 아니라 사회적 체계, 공적 체계 내에서 도울 수 있도록 안내를 해주시는 게 가장 최선의 방법이거든요.
-권주리/십대여성인권센터 사무총장-

노골적인 성관계 요구를 한 뒤 방송금지를 요청해 온 사람, 범죄자가 문제지 도와 주는 게 문제냐는 사람, 내가 준 바나나우유 기프티콘을 정해진 시간 안에 쓰라는 강요를 하는 사람까지 다양한 '헬퍼'와 그들을 찾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오늘 밤 <시사기획 창-나쁜 헬퍼>편에서 볼 수 있습니다.


2024년 7월 16일(화) 밤 10시 KBS 1TV <시사기획 창> 나쁜 헬퍼

'시사기획 창' 홈페이지 https://news.kbs.co.kr/vod/program.do?bcd=0039&ref=pMenu
유튜브 https://www.youtube.com/channel/UCEb31RoX5RnfYENmnyokN8A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chang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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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6살에게 매일 성관계 하자던 30대…“인터뷰 나가면 명예훼손” 주장
    • 입력 2024-07-16 07:02:08
    사회
페이스북이나 X(트위터), 카카오톡 오픈채팅엔 가출 중인 아이들에게 식사와 잠자리를 제공할 테니 연락하라는 글이 많습니다. 이른바 '헬퍼'들의 글입니다. SNS에서 주로 쓰는 헬프(Help), 헬퍼(Helper)라는 말이 있습니다. 헬프는 도움을 바라는 가출 청소년, 헬퍼는 아이들을 돕겠다는 사람들입니다.


■ 잘 곳 찾는 16살에게 "한 달에 70만 원 줄 테니 매일 성관계 원해"

취재진은 16살 여성 청소년으로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카카오톡 오픈채팅에서 50여 명, 트위터에선 30여 명이 메시지를 보내왔습니다. 그 중 몇 사람을 만났습니다.

본인을 30살이라고 한 남성은 16살로 설정해 대화하고 있는 취재진에게 성관계를 할 수 있냐고 물어왔습니다.


돈이 없어서 사는 곳까지 갈 수 없다고 하자 그는 아동(취재진)을 데리러 퇴근 후 차를 몰고 왔습니다. 주변을 몹시 경계하며 인증 사진을 수차례 요구한 뒤에야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성관계를 요구했던 채팅 내용에 대해 다시 한번 묻자 녹음을 의심하더니 갑자기 카페를 뛰쳐나갔습니다. 뒤쫓아나간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그는 '미성년자임을 알고도 왜 대화를 멈추지 않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 판단이 안 섰다, 고민을 했는데 성욕에 졌다'라고 답했습니다.

며칠 후 방송을 준비하고 있는 취채진에게 법무실에서 '방송금지가처분신청서를 받았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해당 남성은 '평상시 검은 옷을 즐겨 입기 때문에 실루엣만 봐도 자신이 누구인지 알 수 있다'며 방송을 금지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그는 인터뷰가 방송될 경우 " 소중한 인간관계가 물거품이 된다"며 " 극심한 불안, 불면에 시달리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시사기획 창> 제작진이 자신의 "신상을 밝히고, 명예를 실추시키려는 목적"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자신의 행동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보다, 오로지 자신의 정체가 드러날 것을 염려한 것입니다.

*방송금지가처분신청서

*결정문

법원은 "아동·청소년에게 성을 팔도록 권유하는 행위"는 " 형사처벌의 대상"이라며 "가출 청소년이 직면하는 성착취 피해 등 위험을 조명하기 위한" 프로그램의 취지를 고려할 때, " 인터뷰의 방영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 해당한다"며 신청을 기각했습니다.

■ 혹시 실종신고 되어 있는지?...아동 임의 보호는 '불법'

취재진이 만난 또 다른 헬퍼는 자신의 선의를 강조했습니다. 여러 지역에서 아이들이 자신을 다시 찾아오기도 한다며 '아무것도 하지 말고 편히 있으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실종신고가 되어있는지 여러 번 물었습니다. '보호자가 실종신고를 했느냐'는 헬퍼들의 공통적인 질문이었습니다. 혹시 잡혀갈까 봐 걱정된다고 했습니다. 실종아동법에 따르면 가출한 청소년도 실종아동에 포함되고 아동을 임의로 보호하는 건 불법입니다.


"어떤 상황이든지 아동·청소년이 집 밖을 나왔을 때 범죄나 성 착취 위험에 노출되지 않을 권리가 있고 사회는 보호할 책임이 있는 거잖아요. 이 부분을 중심으로 이야기돼야 되는게 맞지, '아이가 왜'로 질문이 될 건 아닌 것 같고요. 본인을 헬퍼라고 부르면서 안전한 사람처럼 여기게 하는 사람들한테 '왜 그러니'라고 물어볼 수 있는 사회가 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권주리/십대여성인권센터 사무총장-

이번 취재 중 '헬퍼'라며 취재진과 대화를 나눈 이들 가운데 누구도 청소년을 지원하는 기관이나 단체 등을 권하거나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대면, 인증' 강요 말고 공적 체계 안에서 도움받을 수 있도록
헬퍼라는 이들이 SNS에 올린 글을 보면 '비대면은 사기꾼이 많으니 반드시 대면(만나서) 도와주겠다, 컵라면 기프티콘을 보냈으니 진짜 사 먹었는지 인증하라' 등 대면과 인증을 끝없이 요구합니다. 아이들에게 제공했던 식사나 기프티콘 사진, 또는 청소년들이 보낸 감사 메시지를 경쟁하듯 SNS에 올리기도 합니다. 심지어 이 아이는 내게 사기를 쳤다며 신상정보나 사진을 올려두는 경우도 있습니다.

본인들이 위험한 사람이라는 걸 드러내지 않기 위한 본인들이 선택해서 본인들을 지칭하는 거잖아요. 사회에서 그 사람들을 헬퍼라고 부르지 않거든요. 사실 정말로 선의로 아동 청소년 도우시려고 하는 분들 같은 경우도 개인이 돕는 방식이 아니라 사회적 체계, 공적 체계 내에서 도울 수 있도록 안내를 해주시는 게 가장 최선의 방법이거든요.
-권주리/십대여성인권센터 사무총장-

노골적인 성관계 요구를 한 뒤 방송금지를 요청해 온 사람, 범죄자가 문제지 도와 주는 게 문제냐는 사람, 내가 준 바나나우유 기프티콘을 정해진 시간 안에 쓰라는 강요를 하는 사람까지 다양한 '헬퍼'와 그들을 찾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오늘 밤 <시사기획 창-나쁜 헬퍼>편에서 볼 수 있습니다.


2024년 7월 16일(화) 밤 10시 KBS 1TV <시사기획 창> 나쁜 헬퍼

'시사기획 창' 홈페이지 https://news.kbs.co.kr/vod/program.do?bcd=0039&ref=pMenu
유튜브 https://www.youtube.com/channel/UCEb31RoX5RnfYENmnyokN8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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