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해설]교수사회 변해야

입력 2005.11.22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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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봉호 객원해설위원]

최근 정운찬 총장이 서울대에는 일주일에 하루만 출근하고, 주중에 골프를 치면서 강의는 게을리 하는 교수들이 있다고 폭로하고 언론의 따끔한 채찍질을 요청했습니다. 교수사회를 아는 사람이면 모두 정총장의 지적과 비판에 공감할 것입니다. 그것은 물론 서울대에만 국한되는 일은 아닙니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교육열에 우리 교육계가 제대로 부응하지 못하고 있음은 이미 알려졌지만, 그 동안 초, 중, 고등학교 교사들만 포화를 맞았지, 대학 교수들은 무풍지대에서 안주하고 있었습니다. 그 결과 우리나라 대학은 세계에서 공부를 가장 많이 한 고등학생들을 받아 세계에서 상대적으로 뒤떨어진 졸업생을 배출하게 됐습니다.

스위스 국제경영대학원은 한국 대학이 사회 요구에 부응하고 있는 정도가 60개국 가운데 52위라고 평가했습니다. 우리 교수들이 정말 부끄러워해야 할 평갑니다.

그 동안 대학 숫자가 급격하게 늘어났고 채용과정이 불합리해서 무자격자가 많이 교수로 임용된 것이 화근이었습니다. 시간만 보내면 정년이 보장돼 강의와 연구를 게을리 해도 제재 받지 않고 상당한 잘못에도 해고되지 않았습니다.

교수의 자질과 기본적인 품위도 갖추지 못해 인성교육은커녕 오히려 학생들에게 나쁜 영향을 끼치는 교수가 있는가 하면 교수직의 명예를 이용해 정계나 정부의 고위직을 넘나보는 교수들도 더러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과분한 처우와 특권을 요구하고, 마치 자신들을 위해서 대학이 있는 것으로 착각하는 이들이 없지 않습니다. 우리나라 대학을 합리성과 도덕성이 지배하는 지성인의 전당이라 하기는 어렵습니다.

연구와 교육 환경을 탓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기본적인 여건도 갖추지 못한 대학들이 없진 않지만 연구비가 부족해서 좋은 과제를 수행할 수 없을 정도는 아닙니다. 오히려 연구비를 유용하는 일부 교수들의 도덕성이 더 큰 문젭니다.

그러나 돈과, 명예, 권력 같은 것에 초연해서 연구와 교육에만 몰두하는 교수들도 많이 있습니다. 최근 채용경쟁이 높아지고 그 과정이 공정해져서 유능한 학자들이 많이 임용되고, 교수평가제가 강화돼 젊은 교수들의 연구는 매우 활발해졌습니다. 다만 그 평가가 연구실적에 편중돼 교육 부분이 상대적으로 무시되고, 평가의 객관성 때문에 연구의 질보다는 양이 강조되는 부작용이 있습니다.

한국의 교수사회가 위기에 처했습니다. 입학지원자의 수가 줄어들어 대학 간의 생존경쟁이 치열해지고, 교수에 대한 학생들과 사회의 비판도 거세지므로 무사안일의 태도로는 생존할 수 없을 것입니다. 외부의 비판과 압력에 앞서 교수들이 스스로 지성인답게 자성하고 본분에 충실해야 지금 누리는 존경과 특권을 유지하고, 한국 대학의 경쟁력이 살아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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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해설]교수사회 변해야
    • 입력 2005-11-22 07:5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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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봉호 객원해설위원] 최근 정운찬 총장이 서울대에는 일주일에 하루만 출근하고, 주중에 골프를 치면서 강의는 게을리 하는 교수들이 있다고 폭로하고 언론의 따끔한 채찍질을 요청했습니다. 교수사회를 아는 사람이면 모두 정총장의 지적과 비판에 공감할 것입니다. 그것은 물론 서울대에만 국한되는 일은 아닙니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교육열에 우리 교육계가 제대로 부응하지 못하고 있음은 이미 알려졌지만, 그 동안 초, 중, 고등학교 교사들만 포화를 맞았지, 대학 교수들은 무풍지대에서 안주하고 있었습니다. 그 결과 우리나라 대학은 세계에서 공부를 가장 많이 한 고등학생들을 받아 세계에서 상대적으로 뒤떨어진 졸업생을 배출하게 됐습니다. 스위스 국제경영대학원은 한국 대학이 사회 요구에 부응하고 있는 정도가 60개국 가운데 52위라고 평가했습니다. 우리 교수들이 정말 부끄러워해야 할 평갑니다. 그 동안 대학 숫자가 급격하게 늘어났고 채용과정이 불합리해서 무자격자가 많이 교수로 임용된 것이 화근이었습니다. 시간만 보내면 정년이 보장돼 강의와 연구를 게을리 해도 제재 받지 않고 상당한 잘못에도 해고되지 않았습니다. 교수의 자질과 기본적인 품위도 갖추지 못해 인성교육은커녕 오히려 학생들에게 나쁜 영향을 끼치는 교수가 있는가 하면 교수직의 명예를 이용해 정계나 정부의 고위직을 넘나보는 교수들도 더러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과분한 처우와 특권을 요구하고, 마치 자신들을 위해서 대학이 있는 것으로 착각하는 이들이 없지 않습니다. 우리나라 대학을 합리성과 도덕성이 지배하는 지성인의 전당이라 하기는 어렵습니다. 연구와 교육 환경을 탓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기본적인 여건도 갖추지 못한 대학들이 없진 않지만 연구비가 부족해서 좋은 과제를 수행할 수 없을 정도는 아닙니다. 오히려 연구비를 유용하는 일부 교수들의 도덕성이 더 큰 문젭니다. 그러나 돈과, 명예, 권력 같은 것에 초연해서 연구와 교육에만 몰두하는 교수들도 많이 있습니다. 최근 채용경쟁이 높아지고 그 과정이 공정해져서 유능한 학자들이 많이 임용되고, 교수평가제가 강화돼 젊은 교수들의 연구는 매우 활발해졌습니다. 다만 그 평가가 연구실적에 편중돼 교육 부분이 상대적으로 무시되고, 평가의 객관성 때문에 연구의 질보다는 양이 강조되는 부작용이 있습니다. 한국의 교수사회가 위기에 처했습니다. 입학지원자의 수가 줄어들어 대학 간의 생존경쟁이 치열해지고, 교수에 대한 학생들과 사회의 비판도 거세지므로 무사안일의 태도로는 생존할 수 없을 것입니다. 외부의 비판과 압력에 앞서 교수들이 스스로 지성인답게 자성하고 본분에 충실해야 지금 누리는 존경과 특권을 유지하고, 한국 대학의 경쟁력이 살아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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