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틱으로 때리고 욕설…유소년 축구 지도자 ‘실형’
입력 2024.07.16 (11:06)
수정 2024.07.16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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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승장구하던 유소년 축구 지도자… '아동학대' 피고인 신분으로
2020년 8월, 충북 청주의 한 실내 축구장.
유소년 축구 클럽을 운영하는 44살 박 모 씨는 당시 8살이던 선수에게 일명 '엎드려 뻗쳐'를 시켰습니다. 이어 훈련 도구인 약 60cm 길이의 스틱으로 아동의 손바닥과 종아리, 정수리 등을 때렸습니다. 이 아동이 '훈련 동작을 잘 수행하지 못한다'는 이유였습니다.
박 씨의 체벌은 이뿐만이 아니었습니다.
2021년 6월, 강원도에서 열린 전국 유소년 축구대회에서 준우승에 그쳤다는 이유로 팀원인 아동 8명을 집합시켜 골대를 선착순으로 뛰어오게 시켰습니다.
이보다 석 달 전에는 단순히 피해 아동들의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X새끼", "X가리 들고 뛰어" 등의 욕설까지 퍼부었습니다.
박 씨는 여러 언론 매체에 소개될 정도로 유소년 축구계에서는 나름 '유명 인사'였습니다. 팀을 이끌고 유소년 축구대회에 출전해 수십 번이나 우승컵을 들어 올렸고 박 씨가 지도한 선수가 K리그 유소년 팀으로 진학하거나 해외 명문 팀에서 입단 초청장을 받았다고 소개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일부 선수들과 학부모들은 박 씨의 지도 방식에 불만을 품었습니다. 결국 박 씨는 2020년부터 1년 동안 11차례에 걸쳐 유소년 축구 선수들에게 신체적·정서적 학대를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 "제왕적 지위로 '그릇된 훈육"… 실형 선고
청주지방법원 형사5단독 정우혁 부장판사는 아동학대 혐의로 기소된 박 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습니다. 또 40시간의 아동학대 치료 프로그램 이수와 아동 관련 기관에 3년간 취업 제한을 명령했습니다.
법원은 박 씨의 이런 행동이 '타당한 지도행위'를 벗어난 학대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정 부장판사는 "경기나 훈련에 임하는 피해 아동들의 태도, 움직임, 준비 상태를 개선할 필요가 있는 상황이었다 해도 피고인이 직접 시범을 보이거나 아직 어린 피해 아동들이 잘 이해할 수 있도록 구체적으로 설명하거나 타이르는 등 다른 교육적 수단을 얼마든지 사용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축구선수를 희망하는 피해 아동들과 부모들에게 피고인은 제왕적 지위에 있었고 이를 과시하기라도 하듯 이 사건 범행 중 상당수는 아무런 죄의식 없이 참관 중인 부모들이 볼 수 있는 장소에서 자행됐다"면서 "피해 아동들의 진로와 미래를 걱정하면서 피고인에게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못한 부모들이 겪었을 고통도 매우 클 것으로 보인다"고 했습니다.
무엇보다 축구 지도자로서 피고인에게는 "사랑과 애정을 담아 제자이자 후배들을 지도하고 보호할 책임과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정 부장판사는 그러면서 "피해 아동들이 잊을 수 없는 고통과 충격을 받았음이 분명한데도 피고인은 수사과정에서는 물론이고 법정에서도 범행 사실 중 대부분을 인정하지 않고, 정당한 체벌 또는 훈육인 것처럼 주장하면서 책임을 전혀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학생 인권이 중요시되면서 체벌이 금기시되고 있는 학교 수업 현장과 달리, 일부 운동부 등에서는 신체적·정서적 훈련을 빙자한 체벌이나 욕설 등이 암묵적으로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최근 축구 국가대표팀 주장 손흥민 선수의 아버지 손웅정 감독도 일부 유소년 선수에 대한 아동 학대 혐의로 피소되기도 했습니다.
아동학대 예방 상담기관인 충북교육권보호센터 관계자는 "어떤 이유로든 도구를 이용한 체벌 행위는 용납될 수 없다"면서 "성인 지도자들이 자랐을 때와는 환경이나 인식이 많이 달라진 만큼, 이제는 훈육의 방법도 예전 방식을 고집하면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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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틱으로 때리고 욕설…유소년 축구 지도자 ‘실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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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4-07-16 11:06:37
- 수정2024-07-16 11:48:17
■ 승승장구하던 유소년 축구 지도자… '아동학대' 피고인 신분으로
2020년 8월, 충북 청주의 한 실내 축구장.
유소년 축구 클럽을 운영하는 44살 박 모 씨는 당시 8살이던 선수에게 일명 '엎드려 뻗쳐'를 시켰습니다. 이어 훈련 도구인 약 60cm 길이의 스틱으로 아동의 손바닥과 종아리, 정수리 등을 때렸습니다. 이 아동이 '훈련 동작을 잘 수행하지 못한다'는 이유였습니다.
박 씨의 체벌은 이뿐만이 아니었습니다.
2021년 6월, 강원도에서 열린 전국 유소년 축구대회에서 준우승에 그쳤다는 이유로 팀원인 아동 8명을 집합시켜 골대를 선착순으로 뛰어오게 시켰습니다.
이보다 석 달 전에는 단순히 피해 아동들의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X새끼", "X가리 들고 뛰어" 등의 욕설까지 퍼부었습니다.
박 씨는 여러 언론 매체에 소개될 정도로 유소년 축구계에서는 나름 '유명 인사'였습니다. 팀을 이끌고 유소년 축구대회에 출전해 수십 번이나 우승컵을 들어 올렸고 박 씨가 지도한 선수가 K리그 유소년 팀으로 진학하거나 해외 명문 팀에서 입단 초청장을 받았다고 소개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일부 선수들과 학부모들은 박 씨의 지도 방식에 불만을 품었습니다. 결국 박 씨는 2020년부터 1년 동안 11차례에 걸쳐 유소년 축구 선수들에게 신체적·정서적 학대를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 "제왕적 지위로 '그릇된 훈육"… 실형 선고
청주지방법원 형사5단독 정우혁 부장판사는 아동학대 혐의로 기소된 박 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습니다. 또 40시간의 아동학대 치료 프로그램 이수와 아동 관련 기관에 3년간 취업 제한을 명령했습니다.
법원은 박 씨의 이런 행동이 '타당한 지도행위'를 벗어난 학대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정 부장판사는 "경기나 훈련에 임하는 피해 아동들의 태도, 움직임, 준비 상태를 개선할 필요가 있는 상황이었다 해도 피고인이 직접 시범을 보이거나 아직 어린 피해 아동들이 잘 이해할 수 있도록 구체적으로 설명하거나 타이르는 등 다른 교육적 수단을 얼마든지 사용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축구선수를 희망하는 피해 아동들과 부모들에게 피고인은 제왕적 지위에 있었고 이를 과시하기라도 하듯 이 사건 범행 중 상당수는 아무런 죄의식 없이 참관 중인 부모들이 볼 수 있는 장소에서 자행됐다"면서 "피해 아동들의 진로와 미래를 걱정하면서 피고인에게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못한 부모들이 겪었을 고통도 매우 클 것으로 보인다"고 했습니다.
무엇보다 축구 지도자로서 피고인에게는 "사랑과 애정을 담아 제자이자 후배들을 지도하고 보호할 책임과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정 부장판사는 그러면서 "피해 아동들이 잊을 수 없는 고통과 충격을 받았음이 분명한데도 피고인은 수사과정에서는 물론이고 법정에서도 범행 사실 중 대부분을 인정하지 않고, 정당한 체벌 또는 훈육인 것처럼 주장하면서 책임을 전혀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학생 인권이 중요시되면서 체벌이 금기시되고 있는 학교 수업 현장과 달리, 일부 운동부 등에서는 신체적·정서적 훈련을 빙자한 체벌이나 욕설 등이 암묵적으로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최근 축구 국가대표팀 주장 손흥민 선수의 아버지 손웅정 감독도 일부 유소년 선수에 대한 아동 학대 혐의로 피소되기도 했습니다.
아동학대 예방 상담기관인 충북교육권보호센터 관계자는 "어떤 이유로든 도구를 이용한 체벌 행위는 용납될 수 없다"면서 "성인 지도자들이 자랐을 때와는 환경이나 인식이 많이 달라진 만큼, 이제는 훈육의 방법도 예전 방식을 고집하면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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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근섭 기자 sks85@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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