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대면한 북한 외교관의 증언…“얼굴 새빨갛고, 숨 가빠” ② [뒷北뉴스]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KBS는 북한 관련 소식을 심층적으로 들여다 보는 [뒷北뉴스]를 연재합니다. 한주 가장 화제가 됐던 북한 관련 소식을 '앞면'이 아닌 '뒷면', 즉 이면까지 들여다 봄으로써 북한발 보도의 숨은 의도를 짚고, 쏟아지는 북한 뉴스를 팩트체크해 보다 깊이 있는 정보를 제공하고자 합니다.
지난해 11월 탈북한 쿠바 주재 북한 대사관의 리일규 전 참사는 KBS와의 인터뷰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도 만난 적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김 위원장은 공개 석상에서는 술을 전혀 마시지 않는데도 얼굴이 붉고, 숨차 한다고 기억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과 대면한 적이 있는가? =계기는 2번 정도, 횟수는 많다. 2018년 9월 9일 공화국 창건 70돌에 외국 대표들 초대해서 잔치를 했다. 쿠바에선 부대통령이 왔다. 총책을 제가 했다. 사업 토의나, 자꾸 뭘 물어보잖아, 어떤 걸 주의해야 하냐, 그 친구들 뭘 좋아하냐, 이런 거에 대한 답변을 준비했다. 실무 보좌한단 의미. 절대 권력이란 건 다 알아야 하는 사람, 실수할 수도 없는 사람, 신과 같은 사람이다. 근데 실지로 그렇진 않아. 2018년 11월 디아스카넬 (당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 방북. 국가 수반급으로 가장 큰 거였다. 행사 총괄을 제가 했다. 자연스레 접촉할 기회가 있었다. 일반 간부들이 발언 참고자료를 준다. 제기될 수 있는 문제엔 이렇게 말하라고 하고, 이거 외엔 무시하라고 한다. '경애하는 최고 영도자 동지께서 대외 혁명 활동을 하실 때 참고하실 문건' 이라고 해서 보고만 말하면 회담 다 이뤄질 수 있게끔 두껍게, 몇밤을 새면서 만든다. 쿠바 상황 종합적으로 반영하고, 예상 질문 등 답변 어떻게 할지 이런 식으로 문건 다 만들어서 한다. 쿠바 사람들은 못먹는 음식 뭐야, 이런 건 반영할 수 없는 문제인데 그것까지도 다 파악을 해야 한다. 디아스카넬이 현재 살고 있는 부인은 후처인데, 데리고 온 자식이 후처의 자식, 전처와 왜 이혼했고, 왜 이 사람 왜 데리고 왔는지 말짱 다 파악해야 한다. '이건 뭐야' 물어볼 때 제때 답변 못하면 '왜 이런 걸 데려왔어' 해서 무너진 사람 많다. -김정은 위원장이 뭘 궁금해했나? =크게 말은 안했다. 대체적으로 보면 면담 하잖아. 그러면 '반응 어때? 좋아했어? 내가 이렇게 해줬는데 효과 컸지?' 이 정도였다. -김정은 위원장한테 받았던 인상? =그냥 평범한 사람이었다. 나 자체가 너무 평범한 사람이니까 중대한 정책적 문제 논하는 게 아니니까. 그도 역시 평범한 인간이고, 평범한 아버지고. 기분 좋으면 굉장히 잘해준다. 황송할 정도로 잘해준다. 건강상 문제로 보면 얼굴이 너무 새빨갛다. 술마신 사람 같더라. 근데 술을 잘 안 마시더라. 연회장 같은 데선 술 한모금도 안 마신다. 숨을 너무 가쁘게 쉬니까 옆에 있으니 같이 숨이 찬다. 그러니 뭔가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냥 앉아서 접촉한 기회가 있는데 그때도 굉장히 숨 가빠한다. 말하면서 숨소리가 들려올 정도였다. |
김정은 위원장의 딸 김주애나, 여동생 김여정에 대한 내부 평가도 궁금했습니다.
-김주애에 대한 노출 많았다. 4대 세습의 대상인가? =북한 사회는 백두혈통이 기본이다. 김정은 위원장이 최고지도자로 될 때 업적이 있었나? 김정일 아들이란 거 외엔 아무 업적 없었다. 북한 주민들은 몰랐다. 딱 한가지 백두혈통이란 거. 황장엽 선생도 주체사상 썼다고 하는데, 주체사상 맨 뒷부분이 후계자론. 당 중앙위 조직지도부가 관리하는 부분이다. 김주애는 백두혈통일까, 아닐까? 아니다. 김일성 주석 때 김성혜 사건 있었잖아. 곁가지를 다 쳐버렸잖아. 나무가 기본 몸통이고 가지를 쳐버리고 몸통만 따르라는 거. 몸통은 장자 승계 원칙. 곁가지에 김경희도 속해 있었다. 김정일 친동생이니 치진 않고, 그 주변 모이는 건 항시 감시를 받았다. 김여정이 한국에선 파워에 대해서 많이 얘기하는데 실지 그렇지 않다. 그 사람 주변엔 사람이 없다. 권력 쓰려면 사람이 있어야 권한을 쓸 수 있는데 사람이 없다. 이 사람도 항시적으로 잠재적 위협이다. 절대 권력이 유지되는 데 있어서 잠재적 위협들. 김주애도 역시 같다. 다음 세대로 넘어갈 때 아들인 경우엔 저 사람도 곁가지가 되고 감시대상이 되는 거다. 김주애까진 백두혈통으로 프레임 만들어서 씌운다고 하자. 김주애가 세습 받아서 가면 일생 홀로 살진 않을 거 아니냐. 언젠가 결혼도 하고, 자식도 낳지 않겠나. 그 자식은 백두혈통인가? 아니다. 그 다음 사람은 뭘 한 게 있어서 백두혈통도 아니고, 왜 너까지 우리가 받들어야 하나, 거부감이 든다. 그게 더 나아가 체제 붕괴로 이어진다. 체제는 모래성과 같다. 겉으로 보기엔 현란해 보여도 한 고리 잘못 뽑히면 무너지는 건 순간이다. 저 사람이 모르나. 알기 때문에 공포 정치 강화하는 거다. 북한에서 절대 권력은 신이다, 신. 그 어떤 경우도 실수할 수 없다. 사람들이 볼 때 신비로움이 있어야 한다. 처음엔 연출을 했다. 아, 자식이로구나. 역대 자식 공개한 적이 없다. 처음 공개하니까, 못 보던 상황 보니까 신비로웠다. 그게 지속되다 보니까 쟤는 학교갈 나이인데 왜 이런데 따라다녀? 퀘스천 마크(물음표) 붙기 시작했다. 김정은 위원장도 아버지고 자식 사랑 마음 같겠지만, 국가 행사까지 데려와서 뽀뽀하고 간부들 앞에 내세워서 간부들 벌벌 기게 만들고 이건 너무 하지 않냐. 우리가 힘들게, 그래도 이 체제가 다음 세대로 넘어가면 낫겠지, 김정은 유학했다 하니까 낫겠지, 이런 기대 다 허물어졌잖아. 그런데 또 이렇게 나왔어, 이 사람을 숭배해야 되냐, 비관, 절망하는 거다. 신비로움이나 이런 게 생기겠나. 북한에 수령은 정치적 생명체의 뇌수라고 한다. 그런데 인민의 어버이고, 자애로운 어버이라 하는데 누가 어버이로 믿고 따르겠나. 당 중앙위 조직지도부가 이걸 모르겠나. 절대로 공개를 시키면 안 되는 거다. 김정은이 그냥 '모르겠다, 얘한테 넘겨주고 가겠다' 이렇게 막 간다면 후계자 될 수도 있다. 그런데 지금 김정은에게 가장 중요한 건 본인이 수령이 되는 거다. 태양절 지우기나 본인 배지 등 다 수령이 되기 위한 거다. 내가 수령이 될 때가 됐다는 거다. 인민들한테 업적이 있어야 하는데, 업적이 없으니 보여줄 게 20x10 정책. 10년 시간 달란 거다. 수령이 되는 게 급선무다. -김여정 주변에 사람이 없단 의미는? =북한엔 3대 권한이 있다. 인사권, 상권, 벌권. 사람을 움직이는 권한이다. 이 권한 있냐 없냐에 따라 내 지위가 올라가느냐 판가름 된다. 이 권한 쓰는 데 가장 위험한 게 주변에 사람이 몰린다는 거다. 잠재적 위협이니 제거를 한다. 이 3가지 안 쓰는 사람은 오래 간다. 당에 충실한 사람들이니. 북한은 법으로 움직이는 게 아니라 방침, 제도로 움직인다. 법도 다 무시한다. 피라미드 시스템으로 움직이는 게 북한 사회인데 피라미드 정점에 김정은 있고, 별개로 김여정이 따로 있다? 말도 안된다. 김여정한테 다 보고가 되고, 김정은은 사인만 하는 허수아비가 된다고 하면 어느 순간 처형이 된다. 김여정이 부부장 됐을 때 외무성 와서 외무상 됐으면 좋겠다 생각했던 적이 있다. 누가 간부 되냐에 따라서 기관 힘이 세지잖아. 근데 김여정이 선전선동 담당 부부장 이름만 걸어놓고 선전선동부로도 안갔다. 그럼 왜 이름만 빌리나? 이것도 미스터리. 외무성은 김여정 이름을 안 빌린다. 외무성은 국가적 입장이니, 원색적 발언도 잘 안 쓴다. 후에 국가적 책임을 져야한다. 뭔가 이슈는 커야 되겠다, 근데 국가적 입장이 되면 안 돼, 하니까 김여정은 민간인이거든. 저 사람 이름 빌리기 좋아, 저 사람은 김정은 동생이야, 이보다 발언 수위 높은 사람 어딨겠어 하니까 이름 빌리는 거다. 오물풍선 같은 거 발표할 때 이미 짜여진 각본대로 문건 올리고 사인나면 발표하고, 김정은 동생이니 한 부 보낸다. 김여정 명의로 담화 나갔다고 한 부 보내면 보는 걸로 끝난다. 내 이름으로 나가는데 왜 안 보내냐 하는 순간 위태로워지니 그런 얘기 안 한다. |
그럼에도 김정은 위원장 신변에 문제가 생길 경우 급격한 북한 체제 붕괴까지는 가지 않을 거로 예상됐습니다. 내부 주민들의 인식은 어떤지 궁금했습니다.
-김정은 건강에 문제가 있어서 제 역할을 못 한다면 북한 체제가 존속 가능할까? =북한 시스템은 한 사람을 위해서 움직이는 사회는 맞다. 그렇지만 단정하면 안 된다. 시스템 유지하는 내부 체제, 견고한 체제, 시스템이 있다. 그 시스템대로 가고 있고, 김정은도 그에 따라 가고 있다. 그게 당 중앙위 조직지도부다. 평양뿐 아니라 지방도 다 장악했다. 조직지도부 지휘봉에 따라 사회가 간다. 개인의 유고나 건강상 문제로 체제가 붕괴된다 했으면 김정은이 권력 승계 못 했다. 시스템적으로 짜여 있으니 이 사람이 안정적으로 승계한 거다. 붕괴까지 가지 않은 건 붕괴되지 않게끔 조직지도부라는 견고한 망을 구축했기 때문이다. 반신불구가 돼서 말 못할 정도가 된다고 해도 우리는 대체로 당 중앙위 서기실에 보고한다. 전자사인이다 보니 우리는 김정은 사인 못 본다. 그런 식으로 다 흘러간다. 본부 서기실을 관리하는 것도 조직지도부고. 시스템은 거미줄처럼 형성돼있고 그대로 가는 거다. -정찰위성 개발 등에 대한 북한 내부 인식은 어떤가? =민생이 정말 열악하다. 3년 동안 국경 봉쇄하면서 아마 처참할 거다. 그처럼 힘든데 쌀이 기차로 한 깡통 들어왔다 이게 주민들한테 반가운 소리지, 정말 힘들고 못살고 '일제 때도 이렇게 힘들지 않았다'고 한다. 이렇게 힘든데 주민들이 사고가 바뀌기 시작한다. 우리가 지키려는 제도가 맞나? 90년대부터 한류 들어오고 한국사회 발전상 보고 하면서 저 사회는 썩고 병든 사회라고 교양 받았는데, 우리 사회가 썩고 병든 사회였구나, 저 사회는 국제사회와 소통하고 경제적 발전 누리고 하는데 그 사회에서 못 사는 최하층 사람이 우리와 대비해보면 천지차이로구나, 이런 생각을 다 한다. 민심은 점차 돌아선다. 미사일 쐈다, 성공했다 보도하지만 귀 기울이는 사람 없다. 짧은 혀 때문에 긴 목이 이렇게(손으로 목을 긋는 제스처를 취하며) 될 수 있으니까 말은 못한다. 최소 반갑진 않다. 박수를 친다 이건 거짓이다. 할 수 없으니 하는 거고. |
철저히 김정은 위원장만을 위해 돌아가는 북한 사회, 간부들은 김정은 말 한마디에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최선희 외무상은 왜 김정은 신임을 받는가? =김정은 위원장이 김평해 비서한테 과업을 준 적이 있다. 여자들 등용하는 게 국제사회 진출에 반드시 필요하다, 능력있는 여자들 많이 등용하라고 했다. 그러다 2018년 2월 16일 김정일 생일 계기로 국가 행사를 했다. 외무성에서 수고한 사람들을 불렀는데, 당시 외무상 부상인 한성렬이 문책당했던 시기여서 국장인 최선희가 갔다. 최선희 순서돼서 술을 마시는데, 김정은이 그때 삼촌뻘인 김평해 데려다가 '우리나라에서 남존여비 사상이 제일 짙은 게 김평해 쟤'라고, '능력있는 여자들 많이 등용하라고 했는데, 최선희 얼마나 능력있는 사람이야 왜 아직도 국장 자리에 있어' 그러더라. 다음날인 17일날 최선희가 외무성 부상으로 됐다. 부상 임명돼서 고초도 많이 겪었어. 리선권하고 붙어서 죽을 뻔도 했다. 그 과정 겪으면서 최선희 부상이 김정은 눈에 들어온 건 하노이 회담 실패하고 나서 외무성 아닌 통전부가 주관해서 회담 실패했다, 국가 외교는 외무성 아니면 안되겠다 하면서 최선희한테 힘 실어줬다. 최선희한테 좋은 게 있다. 보스 기질이 있다. 최선희 자체는 책략 내놓는 스타일은 아닌데, 자기 옆에 능력 있는 사람들 앉히는 능력이 있다. 그리고 자기 사람을 끝까지 책임져 준다. 외무성은 역시 얘가 끌고 갈 수 있는 적임자라고 생각했을 거다. -하노이 회담 이후 대미 라인이 대폭 물러난 걸로 안다. =북한에선 그런 인물들 빠졌기 때문에 대미 협상이 주도 용의하게 잘된다고 평가할 수 있다. 북한 내 대미 전문가들 많다. 북한은 미국과 대화적 싸움했을 때 절대 밀린다고 생각 안 한다. 미국하고 싸운 인력 다 있고, 오랫동안 싸웠고, 자료 다 있고. 외려 미국이 정권 바뀔 때마다 대북 전문가 바뀌어서 혼란이 있다고 북한은 생각한다. 전문가팀이 모든 전술 기획해놓고 이 방향으로 간다고 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이게 다 통전부로 건너갔다. 외무성에서 자료 주겠나. 통전부 김성혜 과장 그 사람이 외무성의 미국 담당 전문가가 사업 토의할 때 얘기하니 '동무는 속이 좁고 편협하니까 원수님이 신임 안 준다, 더 대담하게 생각 못하냐'고 질책했다. 질책당한 사람은 '외교에 대해서 얼마나 안다고 주제넘게 얘기하냐, 잘해봐' 이렇게 생각하지. 그러니 결과가 어떻게 됐냐. 남포 우라늄 농축 문제도 제대로 답변도 못 했다. 다 튕겨져 나갔다. 그 책임 고스란히 다 졌다. 김영철, 김혁철, 김성혜 이 세 사람 전문성과 관련된 문제였다. 최고지도부 판단이 잘못된 거였다. 지금쯤 상당히 많은 부분이 준비되고 있을 거다. -김성혜 등의 인물들 수용소로 갔단 소문도 있었다. =그냥 혁명화 갔다가 다시 다 복귀했다. |
리일규 전 참사는 2013년 장성택 처형 당시 쿠바 대사관에서 장성택의 매형이었던 전영진 쿠바 대사와 함께 일했습니다. 장성택 처형을 계기로 전영진 대사도 평양으로 소환당해 숙청당한 거로 알려졌는데, 그 과정에 대해서도 자세히 설명했습니다.
-전영진 전 쿠바 대사 숙청 과정이 궁금하다. =전영진 대사를 북한으로 호송하는 임무를 내가 맡았다. 장성택 사건 있었을 때 해외로 나간 장성택 일가를 북한으로 끌어들일 때 잘못하면 탈북할 수 있으니 철저히 속였다. '청천강호' 사건 해결 위해 파나마 들락날락할 때인데, 청천강호 해결을 위해 협의할 게 있으니 조국에 언제까지 들어오란 지시가 내려졌다. 사실 몰랐다. 아무것도 모르고 가라니까 갔고, 평양 가서 장성택 사건을 알게 됐다. 전영진 대사를 같이 데리고 들어갔고, 말레이시아 장용철 대사(장성택의 조카)도 그때 같은 비행기 타고 들어갔다. 장 대사는 베이징에서 아시아 대사들 회의한다고 속여서 베이징까지 데리고 갔다. 평양에 들어가서 전영진 대사 집에 갔다. 외무성 갔는데 '대사네 집에 가서 여권 좀 걷어와야 되겠다' 하더라. 내가 왜 가야 하냐니까 부탁을 해서 전 대사를 만났다. 만났는데 '이상하다, 어디서 왔냐' 따지면서 전 대사가 그러더라. '장성택 일 때문이다. 시련 겪은 게 한두 번이냐, 이번에도 그러고 말겠지' 말씀하셨다. 불이익 있을까봐 들어만 주고 여권 회수해서 돌아갔다. 그렇게 깊이 갈 줄은 몰랐다. -장성택 건으로 소환되는 줄 알고 있었나? =서로 불안해했다. 전 대사는 '청천강호 사건 해결하면서 잘못한 거 없냐', 나는 '전 대사 동지는 뭐 잘못한 거 없냐'고 서로 상대방 때문이 아니냐고 불안해했다. 근데 직감은 했을 거다. 장성택 매부 정도 되면, 정권 최상위에 있는 분들은 불안 속에 산다. 언제 숙청될지 모르니까. 매일 동선 체크한다. 인터넷 보고 조선중앙통신 보면서 장성택이 김정은 갈 때 수행했다, 안 했다. 한 20일 동안 모습 안 보였다고 했다. 그때부터 상당히 불안해했다. -숙청은 어떤 방식으로 이뤄졌나? =상대적으로 피비린내 나는 숙청했다고 하는데, 그 정도까진 아니고 상당히 유연하게 했다. 장성택 일가도 직계만 처리했고, 장성택 연루된 분들 꽤 많았는데 다른 분들은 현직에 두거나 해임시키는 정도로 끝났다. 형제, 매부 등은 그냥 없어졌다. 없어졌으면 관리소(정치범 수용소) 갔겠지. 이후 행적에 대해선 알 수도 없거니와, 알려고도 안 한다. |
리일규 전 참사의 인터뷰는 모두 3편으로 나눠서 게재합니다.
"새 여권 나왔다, 6시간 뒤 뜨자"...잘 나가던 북한 외교관은 왜? ①
김정은 대면한 북한 외교관의 증언..."얼굴 새빨갛고, 숨 가빠" ②
"북한은 뇌물 공화국"...사선 넘어온 북한 외교관의 폭로 ③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김정은 대면한 북한 외교관의 증언…“얼굴 새빨갛고, 숨 가빠” ② [뒷北뉴스]
-
- 입력 2024-07-20 14:00:45
지난해 11월 탈북한 쿠바 주재 북한 대사관의 리일규 전 참사는 KBS와의 인터뷰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도 만난 적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김 위원장은 공개 석상에서는 술을 전혀 마시지 않는데도 얼굴이 붉고, 숨차 한다고 기억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과 대면한 적이 있는가? =계기는 2번 정도, 횟수는 많다. 2018년 9월 9일 공화국 창건 70돌에 외국 대표들 초대해서 잔치를 했다. 쿠바에선 부대통령이 왔다. 총책을 제가 했다. 사업 토의나, 자꾸 뭘 물어보잖아, 어떤 걸 주의해야 하냐, 그 친구들 뭘 좋아하냐, 이런 거에 대한 답변을 준비했다. 실무 보좌한단 의미. 절대 권력이란 건 다 알아야 하는 사람, 실수할 수도 없는 사람, 신과 같은 사람이다. 근데 실지로 그렇진 않아. 2018년 11월 디아스카넬 (당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 방북. 국가 수반급으로 가장 큰 거였다. 행사 총괄을 제가 했다. 자연스레 접촉할 기회가 있었다. 일반 간부들이 발언 참고자료를 준다. 제기될 수 있는 문제엔 이렇게 말하라고 하고, 이거 외엔 무시하라고 한다. '경애하는 최고 영도자 동지께서 대외 혁명 활동을 하실 때 참고하실 문건' 이라고 해서 보고만 말하면 회담 다 이뤄질 수 있게끔 두껍게, 몇밤을 새면서 만든다. 쿠바 상황 종합적으로 반영하고, 예상 질문 등 답변 어떻게 할지 이런 식으로 문건 다 만들어서 한다. 쿠바 사람들은 못먹는 음식 뭐야, 이런 건 반영할 수 없는 문제인데 그것까지도 다 파악을 해야 한다. 디아스카넬이 현재 살고 있는 부인은 후처인데, 데리고 온 자식이 후처의 자식, 전처와 왜 이혼했고, 왜 이 사람 왜 데리고 왔는지 말짱 다 파악해야 한다. '이건 뭐야' 물어볼 때 제때 답변 못하면 '왜 이런 걸 데려왔어' 해서 무너진 사람 많다. -김정은 위원장이 뭘 궁금해했나? =크게 말은 안했다. 대체적으로 보면 면담 하잖아. 그러면 '반응 어때? 좋아했어? 내가 이렇게 해줬는데 효과 컸지?' 이 정도였다. -김정은 위원장한테 받았던 인상? =그냥 평범한 사람이었다. 나 자체가 너무 평범한 사람이니까 중대한 정책적 문제 논하는 게 아니니까. 그도 역시 평범한 인간이고, 평범한 아버지고. 기분 좋으면 굉장히 잘해준다. 황송할 정도로 잘해준다. 건강상 문제로 보면 얼굴이 너무 새빨갛다. 술마신 사람 같더라. 근데 술을 잘 안 마시더라. 연회장 같은 데선 술 한모금도 안 마신다. 숨을 너무 가쁘게 쉬니까 옆에 있으니 같이 숨이 찬다. 그러니 뭔가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냥 앉아서 접촉한 기회가 있는데 그때도 굉장히 숨 가빠한다. 말하면서 숨소리가 들려올 정도였다. |
김정은 위원장의 딸 김주애나, 여동생 김여정에 대한 내부 평가도 궁금했습니다.
-김주애에 대한 노출 많았다. 4대 세습의 대상인가? =북한 사회는 백두혈통이 기본이다. 김정은 위원장이 최고지도자로 될 때 업적이 있었나? 김정일 아들이란 거 외엔 아무 업적 없었다. 북한 주민들은 몰랐다. 딱 한가지 백두혈통이란 거. 황장엽 선생도 주체사상 썼다고 하는데, 주체사상 맨 뒷부분이 후계자론. 당 중앙위 조직지도부가 관리하는 부분이다. 김주애는 백두혈통일까, 아닐까? 아니다. 김일성 주석 때 김성혜 사건 있었잖아. 곁가지를 다 쳐버렸잖아. 나무가 기본 몸통이고 가지를 쳐버리고 몸통만 따르라는 거. 몸통은 장자 승계 원칙. 곁가지에 김경희도 속해 있었다. 김정일 친동생이니 치진 않고, 그 주변 모이는 건 항시 감시를 받았다. 김여정이 한국에선 파워에 대해서 많이 얘기하는데 실지 그렇지 않다. 그 사람 주변엔 사람이 없다. 권력 쓰려면 사람이 있어야 권한을 쓸 수 있는데 사람이 없다. 이 사람도 항시적으로 잠재적 위협이다. 절대 권력이 유지되는 데 있어서 잠재적 위협들. 김주애도 역시 같다. 다음 세대로 넘어갈 때 아들인 경우엔 저 사람도 곁가지가 되고 감시대상이 되는 거다. 김주애까진 백두혈통으로 프레임 만들어서 씌운다고 하자. 김주애가 세습 받아서 가면 일생 홀로 살진 않을 거 아니냐. 언젠가 결혼도 하고, 자식도 낳지 않겠나. 그 자식은 백두혈통인가? 아니다. 그 다음 사람은 뭘 한 게 있어서 백두혈통도 아니고, 왜 너까지 우리가 받들어야 하나, 거부감이 든다. 그게 더 나아가 체제 붕괴로 이어진다. 체제는 모래성과 같다. 겉으로 보기엔 현란해 보여도 한 고리 잘못 뽑히면 무너지는 건 순간이다. 저 사람이 모르나. 알기 때문에 공포 정치 강화하는 거다. 북한에서 절대 권력은 신이다, 신. 그 어떤 경우도 실수할 수 없다. 사람들이 볼 때 신비로움이 있어야 한다. 처음엔 연출을 했다. 아, 자식이로구나. 역대 자식 공개한 적이 없다. 처음 공개하니까, 못 보던 상황 보니까 신비로웠다. 그게 지속되다 보니까 쟤는 학교갈 나이인데 왜 이런데 따라다녀? 퀘스천 마크(물음표) 붙기 시작했다. 김정은 위원장도 아버지고 자식 사랑 마음 같겠지만, 국가 행사까지 데려와서 뽀뽀하고 간부들 앞에 내세워서 간부들 벌벌 기게 만들고 이건 너무 하지 않냐. 우리가 힘들게, 그래도 이 체제가 다음 세대로 넘어가면 낫겠지, 김정은 유학했다 하니까 낫겠지, 이런 기대 다 허물어졌잖아. 그런데 또 이렇게 나왔어, 이 사람을 숭배해야 되냐, 비관, 절망하는 거다. 신비로움이나 이런 게 생기겠나. 북한에 수령은 정치적 생명체의 뇌수라고 한다. 그런데 인민의 어버이고, 자애로운 어버이라 하는데 누가 어버이로 믿고 따르겠나. 당 중앙위 조직지도부가 이걸 모르겠나. 절대로 공개를 시키면 안 되는 거다. 김정은이 그냥 '모르겠다, 얘한테 넘겨주고 가겠다' 이렇게 막 간다면 후계자 될 수도 있다. 그런데 지금 김정은에게 가장 중요한 건 본인이 수령이 되는 거다. 태양절 지우기나 본인 배지 등 다 수령이 되기 위한 거다. 내가 수령이 될 때가 됐다는 거다. 인민들한테 업적이 있어야 하는데, 업적이 없으니 보여줄 게 20x10 정책. 10년 시간 달란 거다. 수령이 되는 게 급선무다. -김여정 주변에 사람이 없단 의미는? =북한엔 3대 권한이 있다. 인사권, 상권, 벌권. 사람을 움직이는 권한이다. 이 권한 있냐 없냐에 따라 내 지위가 올라가느냐 판가름 된다. 이 권한 쓰는 데 가장 위험한 게 주변에 사람이 몰린다는 거다. 잠재적 위협이니 제거를 한다. 이 3가지 안 쓰는 사람은 오래 간다. 당에 충실한 사람들이니. 북한은 법으로 움직이는 게 아니라 방침, 제도로 움직인다. 법도 다 무시한다. 피라미드 시스템으로 움직이는 게 북한 사회인데 피라미드 정점에 김정은 있고, 별개로 김여정이 따로 있다? 말도 안된다. 김여정한테 다 보고가 되고, 김정은은 사인만 하는 허수아비가 된다고 하면 어느 순간 처형이 된다. 김여정이 부부장 됐을 때 외무성 와서 외무상 됐으면 좋겠다 생각했던 적이 있다. 누가 간부 되냐에 따라서 기관 힘이 세지잖아. 근데 김여정이 선전선동 담당 부부장 이름만 걸어놓고 선전선동부로도 안갔다. 그럼 왜 이름만 빌리나? 이것도 미스터리. 외무성은 김여정 이름을 안 빌린다. 외무성은 국가적 입장이니, 원색적 발언도 잘 안 쓴다. 후에 국가적 책임을 져야한다. 뭔가 이슈는 커야 되겠다, 근데 국가적 입장이 되면 안 돼, 하니까 김여정은 민간인이거든. 저 사람 이름 빌리기 좋아, 저 사람은 김정은 동생이야, 이보다 발언 수위 높은 사람 어딨겠어 하니까 이름 빌리는 거다. 오물풍선 같은 거 발표할 때 이미 짜여진 각본대로 문건 올리고 사인나면 발표하고, 김정은 동생이니 한 부 보낸다. 김여정 명의로 담화 나갔다고 한 부 보내면 보는 걸로 끝난다. 내 이름으로 나가는데 왜 안 보내냐 하는 순간 위태로워지니 그런 얘기 안 한다. |
그럼에도 김정은 위원장 신변에 문제가 생길 경우 급격한 북한 체제 붕괴까지는 가지 않을 거로 예상됐습니다. 내부 주민들의 인식은 어떤지 궁금했습니다.
-김정은 건강에 문제가 있어서 제 역할을 못 한다면 북한 체제가 존속 가능할까? =북한 시스템은 한 사람을 위해서 움직이는 사회는 맞다. 그렇지만 단정하면 안 된다. 시스템 유지하는 내부 체제, 견고한 체제, 시스템이 있다. 그 시스템대로 가고 있고, 김정은도 그에 따라 가고 있다. 그게 당 중앙위 조직지도부다. 평양뿐 아니라 지방도 다 장악했다. 조직지도부 지휘봉에 따라 사회가 간다. 개인의 유고나 건강상 문제로 체제가 붕괴된다 했으면 김정은이 권력 승계 못 했다. 시스템적으로 짜여 있으니 이 사람이 안정적으로 승계한 거다. 붕괴까지 가지 않은 건 붕괴되지 않게끔 조직지도부라는 견고한 망을 구축했기 때문이다. 반신불구가 돼서 말 못할 정도가 된다고 해도 우리는 대체로 당 중앙위 서기실에 보고한다. 전자사인이다 보니 우리는 김정은 사인 못 본다. 그런 식으로 다 흘러간다. 본부 서기실을 관리하는 것도 조직지도부고. 시스템은 거미줄처럼 형성돼있고 그대로 가는 거다. -정찰위성 개발 등에 대한 북한 내부 인식은 어떤가? =민생이 정말 열악하다. 3년 동안 국경 봉쇄하면서 아마 처참할 거다. 그처럼 힘든데 쌀이 기차로 한 깡통 들어왔다 이게 주민들한테 반가운 소리지, 정말 힘들고 못살고 '일제 때도 이렇게 힘들지 않았다'고 한다. 이렇게 힘든데 주민들이 사고가 바뀌기 시작한다. 우리가 지키려는 제도가 맞나? 90년대부터 한류 들어오고 한국사회 발전상 보고 하면서 저 사회는 썩고 병든 사회라고 교양 받았는데, 우리 사회가 썩고 병든 사회였구나, 저 사회는 국제사회와 소통하고 경제적 발전 누리고 하는데 그 사회에서 못 사는 최하층 사람이 우리와 대비해보면 천지차이로구나, 이런 생각을 다 한다. 민심은 점차 돌아선다. 미사일 쐈다, 성공했다 보도하지만 귀 기울이는 사람 없다. 짧은 혀 때문에 긴 목이 이렇게(손으로 목을 긋는 제스처를 취하며) 될 수 있으니까 말은 못한다. 최소 반갑진 않다. 박수를 친다 이건 거짓이다. 할 수 없으니 하는 거고. |
철저히 김정은 위원장만을 위해 돌아가는 북한 사회, 간부들은 김정은 말 한마디에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최선희 외무상은 왜 김정은 신임을 받는가? =김정은 위원장이 김평해 비서한테 과업을 준 적이 있다. 여자들 등용하는 게 국제사회 진출에 반드시 필요하다, 능력있는 여자들 많이 등용하라고 했다. 그러다 2018년 2월 16일 김정일 생일 계기로 국가 행사를 했다. 외무성에서 수고한 사람들을 불렀는데, 당시 외무상 부상인 한성렬이 문책당했던 시기여서 국장인 최선희가 갔다. 최선희 순서돼서 술을 마시는데, 김정은이 그때 삼촌뻘인 김평해 데려다가 '우리나라에서 남존여비 사상이 제일 짙은 게 김평해 쟤'라고, '능력있는 여자들 많이 등용하라고 했는데, 최선희 얼마나 능력있는 사람이야 왜 아직도 국장 자리에 있어' 그러더라. 다음날인 17일날 최선희가 외무성 부상으로 됐다. 부상 임명돼서 고초도 많이 겪었어. 리선권하고 붙어서 죽을 뻔도 했다. 그 과정 겪으면서 최선희 부상이 김정은 눈에 들어온 건 하노이 회담 실패하고 나서 외무성 아닌 통전부가 주관해서 회담 실패했다, 국가 외교는 외무성 아니면 안되겠다 하면서 최선희한테 힘 실어줬다. 최선희한테 좋은 게 있다. 보스 기질이 있다. 최선희 자체는 책략 내놓는 스타일은 아닌데, 자기 옆에 능력 있는 사람들 앉히는 능력이 있다. 그리고 자기 사람을 끝까지 책임져 준다. 외무성은 역시 얘가 끌고 갈 수 있는 적임자라고 생각했을 거다. -하노이 회담 이후 대미 라인이 대폭 물러난 걸로 안다. =북한에선 그런 인물들 빠졌기 때문에 대미 협상이 주도 용의하게 잘된다고 평가할 수 있다. 북한 내 대미 전문가들 많다. 북한은 미국과 대화적 싸움했을 때 절대 밀린다고 생각 안 한다. 미국하고 싸운 인력 다 있고, 오랫동안 싸웠고, 자료 다 있고. 외려 미국이 정권 바뀔 때마다 대북 전문가 바뀌어서 혼란이 있다고 북한은 생각한다. 전문가팀이 모든 전술 기획해놓고 이 방향으로 간다고 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이게 다 통전부로 건너갔다. 외무성에서 자료 주겠나. 통전부 김성혜 과장 그 사람이 외무성의 미국 담당 전문가가 사업 토의할 때 얘기하니 '동무는 속이 좁고 편협하니까 원수님이 신임 안 준다, 더 대담하게 생각 못하냐'고 질책했다. 질책당한 사람은 '외교에 대해서 얼마나 안다고 주제넘게 얘기하냐, 잘해봐' 이렇게 생각하지. 그러니 결과가 어떻게 됐냐. 남포 우라늄 농축 문제도 제대로 답변도 못 했다. 다 튕겨져 나갔다. 그 책임 고스란히 다 졌다. 김영철, 김혁철, 김성혜 이 세 사람 전문성과 관련된 문제였다. 최고지도부 판단이 잘못된 거였다. 지금쯤 상당히 많은 부분이 준비되고 있을 거다. -김성혜 등의 인물들 수용소로 갔단 소문도 있었다. =그냥 혁명화 갔다가 다시 다 복귀했다. |
리일규 전 참사는 2013년 장성택 처형 당시 쿠바 대사관에서 장성택의 매형이었던 전영진 쿠바 대사와 함께 일했습니다. 장성택 처형을 계기로 전영진 대사도 평양으로 소환당해 숙청당한 거로 알려졌는데, 그 과정에 대해서도 자세히 설명했습니다.
-전영진 전 쿠바 대사 숙청 과정이 궁금하다. =전영진 대사를 북한으로 호송하는 임무를 내가 맡았다. 장성택 사건 있었을 때 해외로 나간 장성택 일가를 북한으로 끌어들일 때 잘못하면 탈북할 수 있으니 철저히 속였다. '청천강호' 사건 해결 위해 파나마 들락날락할 때인데, 청천강호 해결을 위해 협의할 게 있으니 조국에 언제까지 들어오란 지시가 내려졌다. 사실 몰랐다. 아무것도 모르고 가라니까 갔고, 평양 가서 장성택 사건을 알게 됐다. 전영진 대사를 같이 데리고 들어갔고, 말레이시아 장용철 대사(장성택의 조카)도 그때 같은 비행기 타고 들어갔다. 장 대사는 베이징에서 아시아 대사들 회의한다고 속여서 베이징까지 데리고 갔다. 평양에 들어가서 전영진 대사 집에 갔다. 외무성 갔는데 '대사네 집에 가서 여권 좀 걷어와야 되겠다' 하더라. 내가 왜 가야 하냐니까 부탁을 해서 전 대사를 만났다. 만났는데 '이상하다, 어디서 왔냐' 따지면서 전 대사가 그러더라. '장성택 일 때문이다. 시련 겪은 게 한두 번이냐, 이번에도 그러고 말겠지' 말씀하셨다. 불이익 있을까봐 들어만 주고 여권 회수해서 돌아갔다. 그렇게 깊이 갈 줄은 몰랐다. -장성택 건으로 소환되는 줄 알고 있었나? =서로 불안해했다. 전 대사는 '청천강호 사건 해결하면서 잘못한 거 없냐', 나는 '전 대사 동지는 뭐 잘못한 거 없냐'고 서로 상대방 때문이 아니냐고 불안해했다. 근데 직감은 했을 거다. 장성택 매부 정도 되면, 정권 최상위에 있는 분들은 불안 속에 산다. 언제 숙청될지 모르니까. 매일 동선 체크한다. 인터넷 보고 조선중앙통신 보면서 장성택이 김정은 갈 때 수행했다, 안 했다. 한 20일 동안 모습 안 보였다고 했다. 그때부터 상당히 불안해했다. -숙청은 어떤 방식으로 이뤄졌나? =상대적으로 피비린내 나는 숙청했다고 하는데, 그 정도까진 아니고 상당히 유연하게 했다. 장성택 일가도 직계만 처리했고, 장성택 연루된 분들 꽤 많았는데 다른 분들은 현직에 두거나 해임시키는 정도로 끝났다. 형제, 매부 등은 그냥 없어졌다. 없어졌으면 관리소(정치범 수용소) 갔겠지. 이후 행적에 대해선 알 수도 없거니와, 알려고도 안 한다. |
리일규 전 참사의 인터뷰는 모두 3편으로 나눠서 게재합니다.
"새 여권 나왔다, 6시간 뒤 뜨자"...잘 나가던 북한 외교관은 왜? ①
김정은 대면한 북한 외교관의 증언..."얼굴 새빨갛고, 숨 가빠" ②
"북한은 뇌물 공화국"...사선 넘어온 북한 외교관의 폭로 ③
-
-
고은희 기자 ginger@kbs.co.kr
고은희 기자의 기사 모음
-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
좋아요
0
-
응원해요
0
-
후속 원해요
0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