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이슈] “시위로 163명 사망”…가사도우미가 470억 원?

입력 2024.07.23 (20:45) 수정 2024.07.23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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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방글라데시에서 학생 시위가 격화되면서 백 명이 넘게 숨진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경찰은 시위대를 향해 실탄을 사용했다는 목격담도 들리고 있는데요.

월드이슈에서 홍희정 기자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방글라데시 시위가 심각한 상황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죠?

사망자가 백 명이 넘었다고 하던데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가요?

[기자]

방글라데시 정부는 시위대를 막기 위해 통행금지령을 실시하고 경찰력을 지원하기 위해 군 병력도 배치했습니다.

거리 곳곳에 군 장갑차가 순찰을 하고 있고 주민들을 상대로 검문 검색도 실시되고 있는데요.

방글라데시 국기를 들고 구호를 외치는 학생들이 거리를 가득 메웠습니다.

최루탄이 곳곳에서 발사되고 있는 가운데 학생들이 돌멩이를 던지며 거리로 뛰어나갑니다.

경찰이 시위대를 조준해 고무탄을 발사하기도 하는데요.

인근 병원은 이미 아수라장입니다.

크게 다친 부상자들이 병원에 속속 도착하고 오열하는 시민들의 모습이 포착됐습니다.

[방글라데시 시민 : "왜 이렇게 많은 사람이 죽나요? 신이시여. 도대체 어떤 나라에 우리들이 지금 살고 있는 건가요?"]

시위대는 국영 방송사와 경찰서 등에 불을 질렀는데요.

교도소를 습격해 수감자를 탈출시키고, 중앙은행과 총리실 인터넷 사이트를 해킹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앵커]

전국적으로 대규모 시위가 일어났는데, 이 같은 시위를 촉발한건 공무원 할당제 때문이었죠?

[기자]

방글라데시에서 대학생들의 시위가 시작된 건 정부가 공무원의 30%를 독립 유공자 자녀로 뽑겠다는 정책이 추진되면서부터였습니다.

공무원 할당제가 시행되면 일반 학생들은 공무원이 될 기회가 줄어드는 만큼 크게 반발하고 있는 건데요.

방글라데시의 청년 실업률은 40%에 가까워서 청년 일자리 문제가 심각한 수준입니다.

취업을 앞두고 있는 대학생들은 일자리 문제에 매우 민감할 수밖에 없는데요.

특히 공무원의 경우 매년 3천여 명을 뽑는데 40만 명이 지원할 만큼 인기가 높다고 합니다.

시위가 확산되면서 일반인도 참여하고 있고, 할당제 폐지를 넘어 하시나 총리의 퇴진 요구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공무원 할당제뿐 아니라 높은 인플레이션과 실업률 증가 등 어려운 경제 상황도 반정부 시위를 확산시키는데 큰 이유가 된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우리나라도 유공자 자녀에게 혜택을 주는 제도가 있긴 한데, 이렇게 많은 사람이 반발하는데는 다른 이유가 또 있겠죠?

[기자]

그동안 쌓여왔던 하시나 총리의 권위주의적인 통치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왔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하시나 총리는 파키스탄으로부터의 독립 전쟁을 이끈 방글라데시 초대 대통령 셰이크 무지부르 라흐만의 딸이기도 한데요.

올해 1월 선거에서 하시나 총리는 야권의 불참 속에 4연임을 달성했고, 15년 동안 총리직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독립전쟁 영웅의 딸로 지지를 받았지만, 오랜 기간 집권하면서 측근들의 부패 스캔들도 잇따르고 있는데요.

하시나 총리의 전 가사 도우미가 470억 원이나 되는 막대한 재산을 모은 것으로 알려져 방글라데시 국민들을 경악하게 했습니다.

이 가사도우미는 각종 로비와 입찰 조작, 뇌물 수수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또 총리의 최측근인 전 경찰청장 등의 부패 혐의가 잇따라 드러났습니다.

이들뿐 아니라 방글라데시 공무원들의 부패는 심각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시위대는 큰 돈을 벌 수 있는 공무원 자리를 할당제를 통해 총리의 지지세력이 차지하려 하는 것으로 의심하고 있습니다.

[앵커]

경찰이 시위대를 향해 실탄을 사용했다는 목격담도 나오고 있는데, 절충안이 나왔다는 소식도 전해졌죠?

[기자]

시위가 점차 격화되자 방글라데시 대법원은 5%만 독립 유공자 자녀에게 할당하도록 하는 절충안을 내놨습니다.

30퍼센트에서 5퍼센트로 줄인 건데 이 절충안이 나오자 시위가 다소 진정되는 분위기라고 합니다.

방글라데시 정부는 현지 시간으로 22일을 임시 공휴일로 지정하고 통행금지령을 유지하고 있는데요.

시위대는 구금된 시위 지도자의 석방과 통금, 휴교령 해제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번 시위는 방글라데시에 깊은 상처를 남겼는데요.

AFP통신은 자체 집계한 결과 163명이 사망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시위대를 향해 실탄이 발사됐다는 목격담도 나오고 있는데요.

[조르나 베굼/방글라데시 시민 : "우리 같은 평범한 가정의 학생들이 오늘 이렇게 시신이 된 걸 보면요, 헬기에서 총격을 하거나, 폭탄을 던지면서 이렇게 우리 아이들을 죽이면 이 세상에 더는 살고 싶지가 않아요."]

[리아드/방글라데시 학생 : "공개적으로 총을 쏘고 있어요. 우리 형제 중 세 명은 이미 마이트리 병원에서 숨졌고, 또 다른 형제가 머리에 총을 맞았어요."]

하시나 총리는 시위대를 과거 독립전쟁 때 파키스탄에 협력했던 사람들에 비유하기도 하면서, 이번 시위의 폭력은 야당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영상편집:이은빈 구자람/자료조사:백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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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7-23 20:45:58
    • 수정2024-07-23 20:5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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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글라데시에서 학생 시위가 격화되면서 백 명이 넘게 숨진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경찰은 시위대를 향해 실탄을 사용했다는 목격담도 들리고 있는데요.

월드이슈에서 홍희정 기자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방글라데시 시위가 심각한 상황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죠?

사망자가 백 명이 넘었다고 하던데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가요?

[기자]

방글라데시 정부는 시위대를 막기 위해 통행금지령을 실시하고 경찰력을 지원하기 위해 군 병력도 배치했습니다.

거리 곳곳에 군 장갑차가 순찰을 하고 있고 주민들을 상대로 검문 검색도 실시되고 있는데요.

방글라데시 국기를 들고 구호를 외치는 학생들이 거리를 가득 메웠습니다.

최루탄이 곳곳에서 발사되고 있는 가운데 학생들이 돌멩이를 던지며 거리로 뛰어나갑니다.

경찰이 시위대를 조준해 고무탄을 발사하기도 하는데요.

인근 병원은 이미 아수라장입니다.

크게 다친 부상자들이 병원에 속속 도착하고 오열하는 시민들의 모습이 포착됐습니다.

[방글라데시 시민 : "왜 이렇게 많은 사람이 죽나요? 신이시여. 도대체 어떤 나라에 우리들이 지금 살고 있는 건가요?"]

시위대는 국영 방송사와 경찰서 등에 불을 질렀는데요.

교도소를 습격해 수감자를 탈출시키고, 중앙은행과 총리실 인터넷 사이트를 해킹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앵커]

전국적으로 대규모 시위가 일어났는데, 이 같은 시위를 촉발한건 공무원 할당제 때문이었죠?

[기자]

방글라데시에서 대학생들의 시위가 시작된 건 정부가 공무원의 30%를 독립 유공자 자녀로 뽑겠다는 정책이 추진되면서부터였습니다.

공무원 할당제가 시행되면 일반 학생들은 공무원이 될 기회가 줄어드는 만큼 크게 반발하고 있는 건데요.

방글라데시의 청년 실업률은 40%에 가까워서 청년 일자리 문제가 심각한 수준입니다.

취업을 앞두고 있는 대학생들은 일자리 문제에 매우 민감할 수밖에 없는데요.

특히 공무원의 경우 매년 3천여 명을 뽑는데 40만 명이 지원할 만큼 인기가 높다고 합니다.

시위가 확산되면서 일반인도 참여하고 있고, 할당제 폐지를 넘어 하시나 총리의 퇴진 요구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공무원 할당제뿐 아니라 높은 인플레이션과 실업률 증가 등 어려운 경제 상황도 반정부 시위를 확산시키는데 큰 이유가 된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우리나라도 유공자 자녀에게 혜택을 주는 제도가 있긴 한데, 이렇게 많은 사람이 반발하는데는 다른 이유가 또 있겠죠?

[기자]

그동안 쌓여왔던 하시나 총리의 권위주의적인 통치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왔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하시나 총리는 파키스탄으로부터의 독립 전쟁을 이끈 방글라데시 초대 대통령 셰이크 무지부르 라흐만의 딸이기도 한데요.

올해 1월 선거에서 하시나 총리는 야권의 불참 속에 4연임을 달성했고, 15년 동안 총리직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독립전쟁 영웅의 딸로 지지를 받았지만, 오랜 기간 집권하면서 측근들의 부패 스캔들도 잇따르고 있는데요.

하시나 총리의 전 가사 도우미가 470억 원이나 되는 막대한 재산을 모은 것으로 알려져 방글라데시 국민들을 경악하게 했습니다.

이 가사도우미는 각종 로비와 입찰 조작, 뇌물 수수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또 총리의 최측근인 전 경찰청장 등의 부패 혐의가 잇따라 드러났습니다.

이들뿐 아니라 방글라데시 공무원들의 부패는 심각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시위대는 큰 돈을 벌 수 있는 공무원 자리를 할당제를 통해 총리의 지지세력이 차지하려 하는 것으로 의심하고 있습니다.

[앵커]

경찰이 시위대를 향해 실탄을 사용했다는 목격담도 나오고 있는데, 절충안이 나왔다는 소식도 전해졌죠?

[기자]

시위가 점차 격화되자 방글라데시 대법원은 5%만 독립 유공자 자녀에게 할당하도록 하는 절충안을 내놨습니다.

30퍼센트에서 5퍼센트로 줄인 건데 이 절충안이 나오자 시위가 다소 진정되는 분위기라고 합니다.

방글라데시 정부는 현지 시간으로 22일을 임시 공휴일로 지정하고 통행금지령을 유지하고 있는데요.

시위대는 구금된 시위 지도자의 석방과 통금, 휴교령 해제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번 시위는 방글라데시에 깊은 상처를 남겼는데요.

AFP통신은 자체 집계한 결과 163명이 사망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시위대를 향해 실탄이 발사됐다는 목격담도 나오고 있는데요.

[조르나 베굼/방글라데시 시민 : "우리 같은 평범한 가정의 학생들이 오늘 이렇게 시신이 된 걸 보면요, 헬기에서 총격을 하거나, 폭탄을 던지면서 이렇게 우리 아이들을 죽이면 이 세상에 더는 살고 싶지가 않아요."]

[리아드/방글라데시 학생 : "공개적으로 총을 쏘고 있어요. 우리 형제 중 세 명은 이미 마이트리 병원에서 숨졌고, 또 다른 형제가 머리에 총을 맞았어요."]

하시나 총리는 시위대를 과거 독립전쟁 때 파키스탄에 협력했던 사람들에 비유하기도 하면서, 이번 시위의 폭력은 야당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영상편집:이은빈 구자람/자료조사:백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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