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행에 위치추적기까지…감시대상 된 단속차량

입력 2024.07.24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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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입국사무소 단속 차량(회색)을 검은 승합차 한 대가 미행하고 있다.출입국사무소 단속 차량(회색)을 검은 승합차 한 대가 미행하고 있다.

■“출입국사무소 떴다!”…단속 차량 따라붙은 수상한 승합차

지난 3월 7일, 충북 음성군의 한 도로에서 한낮의 추격전이 벌어졌습니다.

출입국사무소의 단속 차량인 회색 승용차를 계속해서 쫓는 검은 승합차. 단속 차량이 차선을 변경하고 급히 방향을 바꿔보지만, 추격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이날 승합차는 충북 증평에서 진천, 그리고 음성까지 50km 넘게 단속 차량을 쫓아갔습니다.

출입국사무소의 단속 차량을 미행한 검은 승합차의 주인은 다름 아닌 음성군의 한 직업소개소 대표 41살 A 씨였습니다.

A 씨는 단속 차량을 뒤쫓으며 자신이 미등록 외국인 고용을 알선한 사업장에 "단속반이 근처에 왔다"고 실시간으로 위치를 알렸습니다.

단속을 피하기 위해 이동 중인 미등록 외국인들.단속을 피하기 위해 이동 중인 미등록 외국인들.

연락을 받은 업주는 미등록 외국인들을 사업장 내 비밀 공간에 숨게 하거나, 미리 도망가게 해 출입국사무소의 단속을 피했습니다.

A 씨를 비롯한 음성군과 진천군 소재 직업소개소 운영자 10여 명은 1년 반 전 '미행 모임'까지 구성해 조직적으로 단속을 방해했습니다.

이들은 출입국사무소 단속 차량의 번호를 공유하고, 별도의 운전기사까지 고용해 사무소 앞을 지켰습니다.

A 씨의 직업소개소 내에서 발견된 출입국사무소 단속 차량 번호.A 씨의 직업소개소 내에서 발견된 출입국사무소 단속 차량 번호.

충북 청주에 있는 출입국사무소 앞을 지키던 운전기사가 단속 차량이 음성이나 진천으로 향하면 모임에 알렸고, 차량이 음성 혹은 진천에 진입하면 운영자들은 그때부터 직접 미행에 나섰습니다.

법무부 청주출입국·외국인사무소는 직업소개소 대표 A 씨와 미등록 외국인을 고용한 음식점 업주 B 씨를 출입국관리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송치했습니다.

A 씨는 올해 2월부터 4월까지 미등록외국인 11명의 불법 고용을 알선한 혐의를 받습니다.

음식점 대표 B는 A 씨로부터 알선받은 외국인을 포함해 총 15명의 외국인을 고용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출입국사무소는 또, 불법 체류·취업한 외국인 8명을 본국으로 강제 퇴거 조치했다고 밝혔습니다.

최우식 변호사는 출입국사무소 차량을 미행해 단속을 피해온 A 씨의 행위에 대해 "단순한 미행에서 나아가서 관리소 직원에게 잘못된 정보를 주거나, 적극적인 단속을 방해하는 행위가 있다면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할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충북 충주시청 암행단속차 하부에서 위치추적기가 발견되기도 했다.충북 충주시청 암행단속차 하부에서 위치추적기가 발견되기도 했다.

■암행단속차 하부에 '위치추적기'까지…6개월 실형 선고

각종 위법 행위를 불시에 감시하기 위한 단속 차량이 '감시의 대상'으로 바뀐 사례는 또 있습니다.

지난 2022년 11월, 암행단속 업무 때 사용하는 충북 충주시청 관용차량 하부에 수상한 물체가 발견됐습니다.

케이블 타이로 묶여있는 사각형의 검은 물체, 다름 아닌 '위치추적기'였습니다.

경찰 조사 결과 위치추적기를 설치한 범인은 충주의 한 골재 채취 업체 관계자들이었습니다.

업체 운영자 김 모 씨는 충주시청의 단속에 불만을 품고, 투자자 심 모 씨에게 위치추적기를 구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그리고 2022년 2월, 충주시청 주차장에 잠입해 암행 단속 차량에 위치추적기를 설치했습니다.

이때부터 단속 차량의 이동 동선은 이들에게 실시간으로 공유됐습니다.

이들은 중간에 위치추적기 배터리가 떨어지면, 다시 충주시청에 가서 배터리를 교체하는 등 무려 9개월 가까이 대담한 범행을 이어갔습니다.

이들의 범행은 단속을 나갔던 충주시청 공무원이 차량을 점검하는 과정에서 들통났습니다.


청주지방법원 충주지원은 위치정보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 씨와 심 씨에게 각각 징역 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골재 채취 현장의 불법행위 단속을 피하기 위해 단속 차량에 몰래 위치추적기를 설치하고 공무원들의 위치정보를 수집했다"며 "범행수법이나 내용, 경위 및 범행 기간 등에 비춰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공무원의 단속 업무를 방해하는 범행에 대해서는 국가의 법 질서를 확립하고, 공권력 경시 풍조를 근절하기 위한 차원에서 엄하게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습니다.

투자자 심 씨는 양형 부당을 이유로 항소했지만, 2심 재판부도 최근 징역 6개월의 원심 판결을 유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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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행에 위치추적기까지…감시대상 된 단속차량
    • 입력 2024-07-24 14:5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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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입국사무소 단속 차량(회색)을 검은 승합차 한 대가 미행하고 있다.
■“출입국사무소 떴다!”…단속 차량 따라붙은 수상한 승합차

지난 3월 7일, 충북 음성군의 한 도로에서 한낮의 추격전이 벌어졌습니다.

출입국사무소의 단속 차량인 회색 승용차를 계속해서 쫓는 검은 승합차. 단속 차량이 차선을 변경하고 급히 방향을 바꿔보지만, 추격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이날 승합차는 충북 증평에서 진천, 그리고 음성까지 50km 넘게 단속 차량을 쫓아갔습니다.

출입국사무소의 단속 차량을 미행한 검은 승합차의 주인은 다름 아닌 음성군의 한 직업소개소 대표 41살 A 씨였습니다.

A 씨는 단속 차량을 뒤쫓으며 자신이 미등록 외국인 고용을 알선한 사업장에 "단속반이 근처에 왔다"고 실시간으로 위치를 알렸습니다.

단속을 피하기 위해 이동 중인 미등록 외국인들.
연락을 받은 업주는 미등록 외국인들을 사업장 내 비밀 공간에 숨게 하거나, 미리 도망가게 해 출입국사무소의 단속을 피했습니다.

A 씨를 비롯한 음성군과 진천군 소재 직업소개소 운영자 10여 명은 1년 반 전 '미행 모임'까지 구성해 조직적으로 단속을 방해했습니다.

이들은 출입국사무소 단속 차량의 번호를 공유하고, 별도의 운전기사까지 고용해 사무소 앞을 지켰습니다.

A 씨의 직업소개소 내에서 발견된 출입국사무소 단속 차량 번호.
충북 청주에 있는 출입국사무소 앞을 지키던 운전기사가 단속 차량이 음성이나 진천으로 향하면 모임에 알렸고, 차량이 음성 혹은 진천에 진입하면 운영자들은 그때부터 직접 미행에 나섰습니다.

법무부 청주출입국·외국인사무소는 직업소개소 대표 A 씨와 미등록 외국인을 고용한 음식점 업주 B 씨를 출입국관리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송치했습니다.

A 씨는 올해 2월부터 4월까지 미등록외국인 11명의 불법 고용을 알선한 혐의를 받습니다.

음식점 대표 B는 A 씨로부터 알선받은 외국인을 포함해 총 15명의 외국인을 고용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출입국사무소는 또, 불법 체류·취업한 외국인 8명을 본국으로 강제 퇴거 조치했다고 밝혔습니다.

최우식 변호사는 출입국사무소 차량을 미행해 단속을 피해온 A 씨의 행위에 대해 "단순한 미행에서 나아가서 관리소 직원에게 잘못된 정보를 주거나, 적극적인 단속을 방해하는 행위가 있다면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할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충북 충주시청 암행단속차 하부에서 위치추적기가 발견되기도 했다.
■암행단속차 하부에 '위치추적기'까지…6개월 실형 선고

각종 위법 행위를 불시에 감시하기 위한 단속 차량이 '감시의 대상'으로 바뀐 사례는 또 있습니다.

지난 2022년 11월, 암행단속 업무 때 사용하는 충북 충주시청 관용차량 하부에 수상한 물체가 발견됐습니다.

케이블 타이로 묶여있는 사각형의 검은 물체, 다름 아닌 '위치추적기'였습니다.

경찰 조사 결과 위치추적기를 설치한 범인은 충주의 한 골재 채취 업체 관계자들이었습니다.

업체 운영자 김 모 씨는 충주시청의 단속에 불만을 품고, 투자자 심 모 씨에게 위치추적기를 구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그리고 2022년 2월, 충주시청 주차장에 잠입해 암행 단속 차량에 위치추적기를 설치했습니다.

이때부터 단속 차량의 이동 동선은 이들에게 실시간으로 공유됐습니다.

이들은 중간에 위치추적기 배터리가 떨어지면, 다시 충주시청에 가서 배터리를 교체하는 등 무려 9개월 가까이 대담한 범행을 이어갔습니다.

이들의 범행은 단속을 나갔던 충주시청 공무원이 차량을 점검하는 과정에서 들통났습니다.


청주지방법원 충주지원은 위치정보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 씨와 심 씨에게 각각 징역 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골재 채취 현장의 불법행위 단속을 피하기 위해 단속 차량에 몰래 위치추적기를 설치하고 공무원들의 위치정보를 수집했다"며 "범행수법이나 내용, 경위 및 범행 기간 등에 비춰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공무원의 단속 업무를 방해하는 범행에 대해서는 국가의 법 질서를 확립하고, 공권력 경시 풍조를 근절하기 위한 차원에서 엄하게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습니다.

투자자 심 씨는 양형 부당을 이유로 항소했지만, 2심 재판부도 최근 징역 6개월의 원심 판결을 유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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