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7] ‘악성 임대인’ 또 임대 사업…어떻게 가능?

입력 2024.07.24 (19:31) 수정 2024.07.24 (20:27)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KBS는 지난주 전세 사기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임대인이 허술한 법망을 악용해 또다시 임대사업을 한다는 보도, 전해드렸습니다.

오늘 취재파일에서는 이 내용 취재한 이청초 기자와 자세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이청초 기자, 먼저 전세사기 혐의를 받고 있는 임대인 어떤 인물인가요?

[기자]

네, 이번 취재뿐만 아니라, 지난달(6월)에도 한 차례 보도됐던 사람입니다.

원주에 사는 32살 손 모 씨입니다.

손 씨는 주택도시보증공사, 허그에서 공개한 '악성임대인' 127명 가운데 한 명입니다.

그 중에서도 떼어먹은 보증금이 707억 원으로, 전국에서 가장 큰 규모였습니다.

보증보험에 들지 않은 것까지 합치면 손 씨의 채무액은 800억 원대인 것으로 추산됩니다.

손 씨는 이른바 '구리 빌라왕' 사건 가담자입니다.

전세사기 일당에게 자신의 명의를 빌려준 '바지 집주인'이었던 겁니다.

이 과정에서 손 씨 명의로 돼 있는 집이 서울 강서구와 인천 등 수도권에 450채가 넘습니다.

손 씨는 이 사건으로 현재 재판을 받고 있고 올해 9월 1심 선고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앵커]

네, 그렇군요.

이미 많은 분들이 전세사기로 고통을 받고 있는데요.

그렇다면, 이 악성임대인이 또다시 임대사업을 하고 있다는 사실 믿기지가 않는데, 어떻게 알게 된 건가요?

[기자]

네, 손 씨를 취재하는 과정에서 여러 사람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손 씨로 인해 전세사기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피해자를 비롯해 함께 일한 사람 등입니다.

특히, 전직 직장 동료를 통해 손 씨의 행보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 제보자를 통해 손 씨 소유의 집 450채 가운데 370채 정도가 지금 어떻게 관리되고 있는지 상세하게 정리된 자료를 입수했습니다.

자료에는 주소와 전용면적, 계약일은 물론 임차인의 신상과 월세, 현관 비밀번호까지 나와있었습니다.

직접 찾아가보기도 했는데요.

기존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주택도시보증공사, 허그의 변제를 통해 이사를 나간 상태고 집에는 가압류도 걸려있었습니다.

그곳엔 올해 초부터 신규 세입자들이 들어와있었습니다.

이들은 6달이나 1년치 월세를 한 번에는 내는 이른바 '깔세'로 들어왔다고 전했습니다.

비용은 1년에 200만 원에서 800만 원.

주변 시세보다 말도 안 되게 저렴한 수준입니다.

하지만 워낙 물건이 많다보니 이렇게 모인 돈은 10억 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됩니다.

[앵커]

네, 참 황당한 일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거죠?

[기자]

앞서 손 씨의 집의 경우, 허그가 보증금을 대신 갚아주면서 가압류를 걸어놨다고 말씀드렸죠.

가압류, 말 그대로 임시로 압류됐다는 뜻입니다.

이런 물건은 경매 낙찰 전까지 기존 소유권자가 재산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법의 허점을 손 씨 일당은 노렸습니다.

경매에 들어가도 유찰까지 생각하면 시간이 꽤 걸리고, 낙찰되기 전까지 수익을 올리는 게 가능하다고 본 것입니다.

심지어 일부는 세금 체납으로 국세청으로부터 압류돼, 재산권 행사를 못하는 것도 있었습니다.

이들은 위험성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신규 세입자들에게는 "전세사기 물건이어서 경매에 들어갈 수 있다"며 "이로 인한 퇴거조치에는 책임을 지지 않는다"라는 각서를 받기도 했습니다.

현재 임대인 손 씨와 신규 임대사업을 추진한 부동산관리업체는 수익 배분을 두고 다투고 있습니다.

손 씨는 부동산관리업체의 독단적 행동이라고 해명했고, 부동산관리업체는 손 씨 탓을 하고 있는데요.

하지만, 그 사이에서 피해를 보는 건 기존 전세사기 피해자, 언제 또 쫓겨날지 모르는 세입자들입니다.

최근 2년 새만 해도 전세사기에 연루된 집이 전국적으로 수 만채가 쏟아져나왔습니다.

그만큼 관리 공백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악성 임대인만 다시 배불리는 구조인데, 이를 바로잡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해보입니다.

[앵커]

네 잘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이청초 기자였습니다.

감사합니다.

영상편집:신정철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취재파일7] ‘악성 임대인’ 또 임대 사업…어떻게 가능?
    • 입력 2024-07-24 19:31:25
    • 수정2024-07-24 20:27:27
    뉴스7(춘천)
[앵커]

KBS는 지난주 전세 사기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임대인이 허술한 법망을 악용해 또다시 임대사업을 한다는 보도, 전해드렸습니다.

오늘 취재파일에서는 이 내용 취재한 이청초 기자와 자세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이청초 기자, 먼저 전세사기 혐의를 받고 있는 임대인 어떤 인물인가요?

[기자]

네, 이번 취재뿐만 아니라, 지난달(6월)에도 한 차례 보도됐던 사람입니다.

원주에 사는 32살 손 모 씨입니다.

손 씨는 주택도시보증공사, 허그에서 공개한 '악성임대인' 127명 가운데 한 명입니다.

그 중에서도 떼어먹은 보증금이 707억 원으로, 전국에서 가장 큰 규모였습니다.

보증보험에 들지 않은 것까지 합치면 손 씨의 채무액은 800억 원대인 것으로 추산됩니다.

손 씨는 이른바 '구리 빌라왕' 사건 가담자입니다.

전세사기 일당에게 자신의 명의를 빌려준 '바지 집주인'이었던 겁니다.

이 과정에서 손 씨 명의로 돼 있는 집이 서울 강서구와 인천 등 수도권에 450채가 넘습니다.

손 씨는 이 사건으로 현재 재판을 받고 있고 올해 9월 1심 선고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앵커]

네, 그렇군요.

이미 많은 분들이 전세사기로 고통을 받고 있는데요.

그렇다면, 이 악성임대인이 또다시 임대사업을 하고 있다는 사실 믿기지가 않는데, 어떻게 알게 된 건가요?

[기자]

네, 손 씨를 취재하는 과정에서 여러 사람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손 씨로 인해 전세사기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피해자를 비롯해 함께 일한 사람 등입니다.

특히, 전직 직장 동료를 통해 손 씨의 행보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 제보자를 통해 손 씨 소유의 집 450채 가운데 370채 정도가 지금 어떻게 관리되고 있는지 상세하게 정리된 자료를 입수했습니다.

자료에는 주소와 전용면적, 계약일은 물론 임차인의 신상과 월세, 현관 비밀번호까지 나와있었습니다.

직접 찾아가보기도 했는데요.

기존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주택도시보증공사, 허그의 변제를 통해 이사를 나간 상태고 집에는 가압류도 걸려있었습니다.

그곳엔 올해 초부터 신규 세입자들이 들어와있었습니다.

이들은 6달이나 1년치 월세를 한 번에는 내는 이른바 '깔세'로 들어왔다고 전했습니다.

비용은 1년에 200만 원에서 800만 원.

주변 시세보다 말도 안 되게 저렴한 수준입니다.

하지만 워낙 물건이 많다보니 이렇게 모인 돈은 10억 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됩니다.

[앵커]

네, 참 황당한 일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거죠?

[기자]

앞서 손 씨의 집의 경우, 허그가 보증금을 대신 갚아주면서 가압류를 걸어놨다고 말씀드렸죠.

가압류, 말 그대로 임시로 압류됐다는 뜻입니다.

이런 물건은 경매 낙찰 전까지 기존 소유권자가 재산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법의 허점을 손 씨 일당은 노렸습니다.

경매에 들어가도 유찰까지 생각하면 시간이 꽤 걸리고, 낙찰되기 전까지 수익을 올리는 게 가능하다고 본 것입니다.

심지어 일부는 세금 체납으로 국세청으로부터 압류돼, 재산권 행사를 못하는 것도 있었습니다.

이들은 위험성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신규 세입자들에게는 "전세사기 물건이어서 경매에 들어갈 수 있다"며 "이로 인한 퇴거조치에는 책임을 지지 않는다"라는 각서를 받기도 했습니다.

현재 임대인 손 씨와 신규 임대사업을 추진한 부동산관리업체는 수익 배분을 두고 다투고 있습니다.

손 씨는 부동산관리업체의 독단적 행동이라고 해명했고, 부동산관리업체는 손 씨 탓을 하고 있는데요.

하지만, 그 사이에서 피해를 보는 건 기존 전세사기 피해자, 언제 또 쫓겨날지 모르는 세입자들입니다.

최근 2년 새만 해도 전세사기에 연루된 집이 전국적으로 수 만채가 쏟아져나왔습니다.

그만큼 관리 공백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악성 임대인만 다시 배불리는 구조인데, 이를 바로잡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해보입니다.

[앵커]

네 잘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이청초 기자였습니다.

감사합니다.

영상편집:신정철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춘천-주요뉴스

더보기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