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 배우자’ 피부양자 자격 인정됐지만…가족 통계엔 ‘아직’

입력 2024.07.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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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 피부양자 인정 동성 커플 소성욱·김용민 씨건강보험 피부양자 인정 동성 커플 소성욱·김용민 씨

일주일 전, 사실혼 관계인 동성 배우자를 건강보험 피부양자로 등록할 수 있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판결이 나왔습니다.

민법상 인정되지 않는 동성 부부도 '피부양자 자격' 등 현재 이성 부부가 누리는 권리의 일부라도 보장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법원이 사실혼 관계 동성 배우자의 권리를 일부 인정한만큼 앞으로 관련 논의가 더 많아질 걸로 보이는데, 아직 국가 인구 통계에는 동성 결합 규모를 파악할 항목조차 없습니다.

지난 4월, 여성가족부가  전국 12,044가구를 대상으로 실시한 「2023년 가족실태조사」결과를 발표했다.지난 4월, 여성가족부가 전국 12,044가구를 대상으로 실시한 「2023년 가족실태조사」결과를 발표했다.

법원행정처 자료를 보면, 지난 2022년부터 지난달까지 전국 지자체에서 반려된 동성 동거인의 혼인 신고 건수는 33건입니다.

혼인 신고를 시도하지 않은 경우까지 포함하면 사실혼 관계의 동성 동거인은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통계청에서 5년 단위로 실시하는 '인구주택총조사'에는 동성 동거인이 '기타 동거인'으로 분류돼 있습니다.

조사 과정에서 응답자가 배우자 성별을 동성이라고 답하면, 배우자 대신 기타 동거인으로 기록되기 때문입니다.

기타 동거인은 8촌 이내 친족이 아닌 비친족으로 구성된 가구를 뜻합니다. 고용인이나 하숙인도 여기에 포함됩니다.

지난 2020년 인구주택총조사 당시 '기타 동거인'은 47만 2,660가구(전체 가구의 약 2%)로 조사됐는데, 이 가운데 동성 부부가 얼마나 포함됐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인구주택총조사는 우리나라의 모든 국민과 가족 공동체 형태, 주택의 규모와 그 특징을 파악하기 위한 국가 기본 통계 조사지만, 이 조사를 통해서는 동성 부부의 규모를 파악하기 어려운 겁니다.

여성가족부에서 3년마다 실시하는 '가족실태조사'에서도 '삶의 방식과 가족 가치관에 대한 생각'에 독신과 출산, 자녀 양육, 이성 결합과 별거 등 9개 항목이 포함돼 있지만, 동성 결합에 대한 방식과 가치관 항목은 없습니다.

■ 통계 기관들 "법제화 이후에야 인구 통계 가능"

통계 조사를 진행하는 정부 기관들은 동성혼 법제화가 먼저라고 말합니다.

통계청 관계자는 "동성혼이 법제화가 안 된 상태에서 인구 조사를 하면 공표를 못 할 수준의 통계가 나올 수 있고, 전수조사가 아니다 보니 부분 조사 결과에 가중치를 두어 공표하면 신빙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미국과 스페인 등 외국 또한 동성혼이 합법화되기 전에 인구 통계에 관련 문항을 넣었지만 법제화 되기 전이라 정책 결정에 유의미한 수치가 나오지 못했다"며 "양성화가 되어야 표본도 늘고 왜곡 없는 공표가 가능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현행 통계 문항 상 가구주와 배우자가 성별이 같으면 혼인 관계로 보지 못한다"며 "이렇게 응답할 경우 다시 전화 면접을 실시하는데 동성 배우자라고 하면 기타 동거인으로 처리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여성가족부 관계자도 "아직 법제화되기 전이라 가족 조사 이전에 사회적 합의가 먼저 필요하다"며 "다만 지자체에 있는 가족센터 등에서 다문화 가족 인식 개선 사업을 홍보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 "통계가 없으면 정책도 없다."

전문가들은 의료와 교육, 양육, 요양 등 모든 사회복지 정책이 인구조사를 바탕으로 수립되는 것을 고려하면 변화하는 가족 형태와 의미에 대한 정부의 통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국가 통계에 잡히지 않으면,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 알 수 없으니 정부 정책의 대상이 되기도 어렵기 때문입니다.

지난 정부 초대 여성가족부 장관을 지낸 정현백 전 장관은 " 정부가 국민 보호 차원에서 모든 삶의 형태를 통계에 포함하도록 노력해야 하는 건 당연하다"며 "당사자들은 자신들의 권익을 위해 계속 목소리를 내야 하고, 정부는 최대한 오류와 비약이 없는 통계를 낼 수 있도록 실태 연구 조사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2022년 국회 기획재정위 국정감사 당시 통계청장에게 성 소수자 통계를 반영하라고 질의했던 정의당 장혜영 전 의원 또한 "통계 오류가 날까봐 이미 존재하는 국민들을 외면하는 건 순서가 바뀌었다"며 "정부가 먼저 실태 파악을 위해 노력해야 (동성 부부에게도) 배우자로서 공통적으로 누릴 수 있는 법적 지원과 보호가 가능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국가인권위는 지난 2022년 국무총리에게 각종 국가승인통계조사에서 성 소수자의 존재를 파악하도록 하는 지침을 마련하라고 권고했고, 보건복지부·행정안전부·여성가족부 장관과 통계청장에게도 각 기관의 인구조사에 관련 항목을 신설할 것 또한 권고한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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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7-25 06: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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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 피부양자 인정 동성 커플 소성욱·김용민 씨
일주일 전, 사실혼 관계인 동성 배우자를 건강보험 피부양자로 등록할 수 있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판결이 나왔습니다.

민법상 인정되지 않는 동성 부부도 '피부양자 자격' 등 현재 이성 부부가 누리는 권리의 일부라도 보장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법원이 사실혼 관계 동성 배우자의 권리를 일부 인정한만큼 앞으로 관련 논의가 더 많아질 걸로 보이는데, 아직 국가 인구 통계에는 동성 결합 규모를 파악할 항목조차 없습니다.

지난 4월, 여성가족부가  전국 12,044가구를 대상으로 실시한 「2023년 가족실태조사」결과를 발표했다.
법원행정처 자료를 보면, 지난 2022년부터 지난달까지 전국 지자체에서 반려된 동성 동거인의 혼인 신고 건수는 33건입니다.

혼인 신고를 시도하지 않은 경우까지 포함하면 사실혼 관계의 동성 동거인은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통계청에서 5년 단위로 실시하는 '인구주택총조사'에는 동성 동거인이 '기타 동거인'으로 분류돼 있습니다.

조사 과정에서 응답자가 배우자 성별을 동성이라고 답하면, 배우자 대신 기타 동거인으로 기록되기 때문입니다.

기타 동거인은 8촌 이내 친족이 아닌 비친족으로 구성된 가구를 뜻합니다. 고용인이나 하숙인도 여기에 포함됩니다.

지난 2020년 인구주택총조사 당시 '기타 동거인'은 47만 2,660가구(전체 가구의 약 2%)로 조사됐는데, 이 가운데 동성 부부가 얼마나 포함됐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인구주택총조사는 우리나라의 모든 국민과 가족 공동체 형태, 주택의 규모와 그 특징을 파악하기 위한 국가 기본 통계 조사지만, 이 조사를 통해서는 동성 부부의 규모를 파악하기 어려운 겁니다.

여성가족부에서 3년마다 실시하는 '가족실태조사'에서도 '삶의 방식과 가족 가치관에 대한 생각'에 독신과 출산, 자녀 양육, 이성 결합과 별거 등 9개 항목이 포함돼 있지만, 동성 결합에 대한 방식과 가치관 항목은 없습니다.

■ 통계 기관들 "법제화 이후에야 인구 통계 가능"

통계 조사를 진행하는 정부 기관들은 동성혼 법제화가 먼저라고 말합니다.

통계청 관계자는 "동성혼이 법제화가 안 된 상태에서 인구 조사를 하면 공표를 못 할 수준의 통계가 나올 수 있고, 전수조사가 아니다 보니 부분 조사 결과에 가중치를 두어 공표하면 신빙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미국과 스페인 등 외국 또한 동성혼이 합법화되기 전에 인구 통계에 관련 문항을 넣었지만 법제화 되기 전이라 정책 결정에 유의미한 수치가 나오지 못했다"며 "양성화가 되어야 표본도 늘고 왜곡 없는 공표가 가능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현행 통계 문항 상 가구주와 배우자가 성별이 같으면 혼인 관계로 보지 못한다"며 "이렇게 응답할 경우 다시 전화 면접을 실시하는데 동성 배우자라고 하면 기타 동거인으로 처리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여성가족부 관계자도 "아직 법제화되기 전이라 가족 조사 이전에 사회적 합의가 먼저 필요하다"며 "다만 지자체에 있는 가족센터 등에서 다문화 가족 인식 개선 사업을 홍보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 "통계가 없으면 정책도 없다."

전문가들은 의료와 교육, 양육, 요양 등 모든 사회복지 정책이 인구조사를 바탕으로 수립되는 것을 고려하면 변화하는 가족 형태와 의미에 대한 정부의 통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국가 통계에 잡히지 않으면,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 알 수 없으니 정부 정책의 대상이 되기도 어렵기 때문입니다.

지난 정부 초대 여성가족부 장관을 지낸 정현백 전 장관은 " 정부가 국민 보호 차원에서 모든 삶의 형태를 통계에 포함하도록 노력해야 하는 건 당연하다"며 "당사자들은 자신들의 권익을 위해 계속 목소리를 내야 하고, 정부는 최대한 오류와 비약이 없는 통계를 낼 수 있도록 실태 연구 조사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2022년 국회 기획재정위 국정감사 당시 통계청장에게 성 소수자 통계를 반영하라고 질의했던 정의당 장혜영 전 의원 또한 "통계 오류가 날까봐 이미 존재하는 국민들을 외면하는 건 순서가 바뀌었다"며 "정부가 먼저 실태 파악을 위해 노력해야 (동성 부부에게도) 배우자로서 공통적으로 누릴 수 있는 법적 지원과 보호가 가능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국가인권위는 지난 2022년 국무총리에게 각종 국가승인통계조사에서 성 소수자의 존재를 파악하도록 하는 지침을 마련하라고 권고했고, 보건복지부·행정안전부·여성가족부 장관과 통계청장에게도 각 기관의 인구조사에 관련 항목을 신설할 것 또한 권고한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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