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 죽인 형 2년 만에 덜미…집 철거 직전 찾아낸 ‘결정적 증거’

입력 2024.07.26 (17:53) 수정 2024.07.26 (17:54)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A 씨 형제가 살던 충북 청주시 사직동의 한 주택.A 씨 형제가 살던 충북 청주시 사직동의 한 주택.

■ 친동생 사망사건 용의 선상 오른 형… "증거 불충분" 불송치

2022년 6월 3일, 충북 청주시 사직동의 한 주택에서 59살 남성 A 씨가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이 남성의 친형인 63살 B 씨는 "자고 일어나보니 동생이 죽어있다"고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숨진 A 씨의 몸에서는 피멍이 발견됐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도 "타살이 의심된다"는 부검 결과를 내놨습니다.

경찰은 친형 B 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상해치사 혐의로 입건해 1년가량 수사를 진행했지만, 별다른 증거를 찾지 못하자 지난해 7월 불송치 결정을 내렸습니다. 사실상 B 씨를 무혐의 처분하고, 단순 변사로 사건을 종결시키려 한 겁니다.

하지만 검찰은 사건에 미심쩍은 점이 많다고 보고, 경찰에 재수사를 요청했습니다. 형제 주변인에 대한 추가 탐문과 B 씨의 진술 분석을 진행하고, 법의학자 등 전문가의 의견을 추가로 들어봐야 한다는 구체적인 사항까지 전달했습니다.

지난 2일, 법원에서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받고 나온 B 씨.지난 2일, 법원에서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받고 나온 B 씨.

■ 재수사에도 '단순 변사'… 검찰 보완수사로 혐의 입증

경찰은 다시 9개월가량 재수사를 진행했지만, 이번에도 결과는 같았습니다. 검찰의 재수사 요청사항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사건 발생 이후 1년 동안 유력한 용의자였던 B 씨의 옷이나 휴대전화, 주변 CCTV, 통화내역 등 중요한 증거조차 확보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지난 3월에는 사건의 목격자일 수도 있었던 형제의 어머니마저 사망했습니다. 형제가 살던 집은 재개발 구역에 포함돼, 주민 이주와 건물 철거 작업이 한창이었습니다. 이 사건과 관련 있는 모든 목격자와 증거가 사라지게 된 겁니다.

결국, 지난 5월, 검찰은 수사 기록 등 사건을 송치하라고 요구했고, 교체된 경찰 수사팀과 함께 보완 수사에 나섰습니다. 이후 주변인 탐문 등을 다시 실시한 결과, 사건 당일 술에 취한 B 씨가 집 마당에서 A 씨를 폭행하는 모습을 목격했다는 증언을 확보했습니다.

경찰은 이런 진술 등을 토대로 지난 1일 B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법원에서 영장이 발부되면서 재수사에 탄력이 붙기 시작했습니다.


■ 철거 앞둔 집에서 '비산혈흔' 발견… 상해치사 혐의 기소

특히 검찰과 경찰 과학수사대가 재개발 사업으로 철거 직전인 형제의 집에서 '스모킹건', 결정적인 증거를 찾아냈습니다.
집안에서 현장 검증을 하던 중, 외력에 의해 핏방울이 주변으로 튀는 '비산 혈흔'을 발견한 겁니다.
일반적인 혈흔과 달리 비산 혈흔은 폭행 등 강한 외부 충격이 있어야 생깁니다. 자해 등으로는 발생할 수 없는 만큼, A 씨가 누군가의 폭행으로 숨졌다는 사실을 뒷받침할 수 있는 결정적인 증거였습니다.

검찰은 비산 혈흔의 형태와 DNA 분석 등을 통해 B 씨가 A 씨의 머리를 여러 차례 때린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또 B 씨의 1년간 술 구매 내역과 이웃 주민 진술 등을 토대로 평소에도 술에 취한 상태에서 동생 등에게 폭력적인 모습을 보였다는 것도 파악했습니다.

청주지방검찰청 형사2부는 이런 수사 결과를 토대로 오늘(26일) B 씨를 상해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겼습니다.

검찰 관계자는 "앞으로도 경찰과의 상호 협력과 사법 통제를 통해 억울하게 묻히는 사건이 없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동생 죽인 형 2년 만에 덜미…집 철거 직전 찾아낸 ‘결정적 증거’
    • 입력 2024-07-26 17:53:58
    • 수정2024-07-26 17:54:08
    심층K
A 씨 형제가 살던 충북 청주시 사직동의 한 주택.
■ 친동생 사망사건 용의 선상 오른 형… "증거 불충분" 불송치

2022년 6월 3일, 충북 청주시 사직동의 한 주택에서 59살 남성 A 씨가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이 남성의 친형인 63살 B 씨는 "자고 일어나보니 동생이 죽어있다"고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숨진 A 씨의 몸에서는 피멍이 발견됐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도 "타살이 의심된다"는 부검 결과를 내놨습니다.

경찰은 친형 B 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상해치사 혐의로 입건해 1년가량 수사를 진행했지만, 별다른 증거를 찾지 못하자 지난해 7월 불송치 결정을 내렸습니다. 사실상 B 씨를 무혐의 처분하고, 단순 변사로 사건을 종결시키려 한 겁니다.

하지만 검찰은 사건에 미심쩍은 점이 많다고 보고, 경찰에 재수사를 요청했습니다. 형제 주변인에 대한 추가 탐문과 B 씨의 진술 분석을 진행하고, 법의학자 등 전문가의 의견을 추가로 들어봐야 한다는 구체적인 사항까지 전달했습니다.

지난 2일, 법원에서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받고 나온 B 씨.
■ 재수사에도 '단순 변사'… 검찰 보완수사로 혐의 입증

경찰은 다시 9개월가량 재수사를 진행했지만, 이번에도 결과는 같았습니다. 검찰의 재수사 요청사항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사건 발생 이후 1년 동안 유력한 용의자였던 B 씨의 옷이나 휴대전화, 주변 CCTV, 통화내역 등 중요한 증거조차 확보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지난 3월에는 사건의 목격자일 수도 있었던 형제의 어머니마저 사망했습니다. 형제가 살던 집은 재개발 구역에 포함돼, 주민 이주와 건물 철거 작업이 한창이었습니다. 이 사건과 관련 있는 모든 목격자와 증거가 사라지게 된 겁니다.

결국, 지난 5월, 검찰은 수사 기록 등 사건을 송치하라고 요구했고, 교체된 경찰 수사팀과 함께 보완 수사에 나섰습니다. 이후 주변인 탐문 등을 다시 실시한 결과, 사건 당일 술에 취한 B 씨가 집 마당에서 A 씨를 폭행하는 모습을 목격했다는 증언을 확보했습니다.

경찰은 이런 진술 등을 토대로 지난 1일 B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법원에서 영장이 발부되면서 재수사에 탄력이 붙기 시작했습니다.


■ 철거 앞둔 집에서 '비산혈흔' 발견… 상해치사 혐의 기소

특히 검찰과 경찰 과학수사대가 재개발 사업으로 철거 직전인 형제의 집에서 '스모킹건', 결정적인 증거를 찾아냈습니다.
집안에서 현장 검증을 하던 중, 외력에 의해 핏방울이 주변으로 튀는 '비산 혈흔'을 발견한 겁니다.
일반적인 혈흔과 달리 비산 혈흔은 폭행 등 강한 외부 충격이 있어야 생깁니다. 자해 등으로는 발생할 수 없는 만큼, A 씨가 누군가의 폭행으로 숨졌다는 사실을 뒷받침할 수 있는 결정적인 증거였습니다.

검찰은 비산 혈흔의 형태와 DNA 분석 등을 통해 B 씨가 A 씨의 머리를 여러 차례 때린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또 B 씨의 1년간 술 구매 내역과 이웃 주민 진술 등을 토대로 평소에도 술에 취한 상태에서 동생 등에게 폭력적인 모습을 보였다는 것도 파악했습니다.

청주지방검찰청 형사2부는 이런 수사 결과를 토대로 오늘(26일) B 씨를 상해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겼습니다.

검찰 관계자는 "앞으로도 경찰과의 상호 협력과 사법 통제를 통해 억울하게 묻히는 사건이 없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2024 파리 올림픽 배너 이미지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