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뚱한 계좌 알려주고 보증금 가로채”…부동산 중개보조원 덜미

입력 2024.07.27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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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게 개업 미룬 청년 상인… "월세 보증금 사라져"

'내 가게를 가질 수 있다'는 부푼 꿈을 안고 조그마한 상가를 빌려 미용실 개업을 준비하던 20대 임차인. 임대인과 월세 계약을 맺고 불과 며칠 뒤 황당한 일을 겪어야 했습니다. 임대인 계좌에 입금한 월세 보증금 1,800만 원이 고스란히 사라진 겁니다. 해당 계좌는 누구인지 알지도 못하는 제3자 명의의 계좌였습니다. 임대인도 보증금을 받지 못했습니다.

보증금 입금을 재촉하며 문자로 계좌 번호를 알려준 사람은 자신에게 상가 매물을 소개해 준 부동산 중개인이었습니다. 그 계좌가 실제 임대차 계약서상의 임대인 계좌와 다르다는 걸 알게 됐지만 이미 부동산 중개인과 연락이 끊긴 뒤였습니다.

한 푼 두 푼 모아서 보증금을 마련했던 이 임차인은 결국 급하게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다시 잔금을 치러야 했습니다.

전세보증금 사기 피해를 당한 30대 임차인이 KBS 취재진과 대화하고 있다.전세보증금 사기 피해를 당한 30대 임차인이 KBS 취재진과 대화하고 있다.

"전세 보증금 8,500만 원 가로채"

석 달 전, 전세 계약을 맺은 30대 임차인도 이 중개인에게 비슷한 피해를 봤습니다. "계좌 이체 한도 문제로 전세 보증금 8,500만 원을 나눠서 임대인에게 보내도 되느냐"고 중개인에게 물었던 게 화근이었습니다. 자신이 받아서 한꺼번에 전달해주겠다는 중개인의 말에 안심하고 보증금을 입금했던 겁니다.

그 뒤로 중개인과 연락이 끊어졌고, 보증금을 되찾을 수 있을 지도 막막해졌습니다. 이 임차인은 잃어버린 보증금 8천5백만 원에 대한 대출 이자와 원금을 매달 120만 원씩 갚고 있습니다.

현재 해당 공인중개사무소는 영업 정지 통보를 받은 상태이다.현재 해당 공인중개사무소는 영업 정지 통보를 받은 상태이다.

알고 보니 중개보조원… "도박 빚 막으려고 범행"

확인 결과, 이 부동산 중개인은 충북 충주의 한 부동산 공인중개사무소에서 일하는 30대 중개보조원으로 드러났습니다. 공인중개사 자격이 없어 부동산 계약 업무를 할 수 없는 보조원이었습니다.

이 중개보조원에게 전세나 월세 보증금을 뺏겼다는 상가나 다세대주택 임대인과 임차인들은 확인된 것만 14명, 경찰이 확인한 피해 금액은 2억 7천여만 원에 이릅니다. 피해자 대부분은 영세 상인이나 사회 초년생 등 청년들이었습니다.

같은 피해를 봤다며 민사 소송을 준비하는 이들까지 합치면 피해를 호소하는 임대인과 임차인은 30명 안팎인 것으로 추정됩니다.

경찰은 중개보조원을 사기 혐의로 체포하고 범행 동기를 조사하고 있다.경찰은 중개보조원을 사기 혐의로 체포하고 범행 동기를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피해 신고가 잇따르자 보증금을 가로채고 잠적한 중개보조원을 사기 혐의로 체포해 정확한 범행 동기를 조사하고 있습니다. 이 중개보조원은 경찰 조사에서 "생활비 마련과 도박 빚을 막으려고 범행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충주시는 "공인중개사 자격이 없는 중개보조원이 대리 계약 업무를 진행하다 사고가 난 것"이라면서 "공인중개사무소에 6개월의 업무 정지를 통보했고, 의견 제출이 없으면 다음 달 7일부터 효력이 발생한다"고 밝혔습니다.

업무 정지 통보를 받은 해당 공인중개사 대표는 이 중개보조원과 가족 관계로 확인됐습니다.

월세 보증금 사기 피해를 당한 20대 임차인이 KBS 취재진과 대화하고 있다.월세 보증금 사기 피해를 당한 20대 임차인이 KBS 취재진과 대화하고 있다.

■ "임대인 계좌인지 확인하고 보증금 직접 전달해야"

공인중개사법에 명시된 중개보조원은 '중개 대상물에 대한 현장 안내와 일반 서무 등 공인중개사의 중개 업무와 관련된 단순 업무를 보조하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일부 중개보조원이 공공연하게 중개를 하며 사기 범행에 가담하는 등 관련 사건이 잇따르면서 국토교통부는 최근 중개보조원과 공인중개사의 직업 윤리 교육과 신분 고지 의무 등의 교육을 강화하는 '공인중개사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는데요.

현재 중개보조원은 관련법 상 현장 안내를 할 경우 중개 의뢰인에게 본인이 중개보조원이라는 사실을 미리 알려야 하는데, 이를 어길 경우 과태료 500만 원이 부과될 수 있습니다.

각 지방자치단체는 임대차 계약을 맺을 때 해당 중개인이 공인중개사인지 중개보조원인지 확인해야 한다고 안내하고 있습니다.
또, 보증금을 입금할 때는 반드시 계약서에 명시된 임대인 계좌와 동일한지 확인하고 임대인에게 직접 전달해야 한다면서 이체 직전에도 예금주가 임대인이 맞는지 확인할 것을 재차 강조했습니다.

[연관 기사] 전·월세 보증금 들고 달아난 중개보조원 체포 (2024. 7. 25. KBS 보도)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8021422&ref=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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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엉뚱한 계좌 알려주고 보증금 가로채”…부동산 중개보조원 덜미
    • 입력 2024-07-27 10: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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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게 개업 미룬 청년 상인… "월세 보증금 사라져"

'내 가게를 가질 수 있다'는 부푼 꿈을 안고 조그마한 상가를 빌려 미용실 개업을 준비하던 20대 임차인. 임대인과 월세 계약을 맺고 불과 며칠 뒤 황당한 일을 겪어야 했습니다. 임대인 계좌에 입금한 월세 보증금 1,800만 원이 고스란히 사라진 겁니다. 해당 계좌는 누구인지 알지도 못하는 제3자 명의의 계좌였습니다. 임대인도 보증금을 받지 못했습니다.

보증금 입금을 재촉하며 문자로 계좌 번호를 알려준 사람은 자신에게 상가 매물을 소개해 준 부동산 중개인이었습니다. 그 계좌가 실제 임대차 계약서상의 임대인 계좌와 다르다는 걸 알게 됐지만 이미 부동산 중개인과 연락이 끊긴 뒤였습니다.

한 푼 두 푼 모아서 보증금을 마련했던 이 임차인은 결국 급하게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다시 잔금을 치러야 했습니다.

전세보증금 사기 피해를 당한 30대 임차인이 KBS 취재진과 대화하고 있다.
"전세 보증금 8,500만 원 가로채"

석 달 전, 전세 계약을 맺은 30대 임차인도 이 중개인에게 비슷한 피해를 봤습니다. "계좌 이체 한도 문제로 전세 보증금 8,500만 원을 나눠서 임대인에게 보내도 되느냐"고 중개인에게 물었던 게 화근이었습니다. 자신이 받아서 한꺼번에 전달해주겠다는 중개인의 말에 안심하고 보증금을 입금했던 겁니다.

그 뒤로 중개인과 연락이 끊어졌고, 보증금을 되찾을 수 있을 지도 막막해졌습니다. 이 임차인은 잃어버린 보증금 8천5백만 원에 대한 대출 이자와 원금을 매달 120만 원씩 갚고 있습니다.

현재 해당 공인중개사무소는 영업 정지 통보를 받은 상태이다.
알고 보니 중개보조원… "도박 빚 막으려고 범행"

확인 결과, 이 부동산 중개인은 충북 충주의 한 부동산 공인중개사무소에서 일하는 30대 중개보조원으로 드러났습니다. 공인중개사 자격이 없어 부동산 계약 업무를 할 수 없는 보조원이었습니다.

이 중개보조원에게 전세나 월세 보증금을 뺏겼다는 상가나 다세대주택 임대인과 임차인들은 확인된 것만 14명, 경찰이 확인한 피해 금액은 2억 7천여만 원에 이릅니다. 피해자 대부분은 영세 상인이나 사회 초년생 등 청년들이었습니다.

같은 피해를 봤다며 민사 소송을 준비하는 이들까지 합치면 피해를 호소하는 임대인과 임차인은 30명 안팎인 것으로 추정됩니다.

경찰은 중개보조원을 사기 혐의로 체포하고 범행 동기를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피해 신고가 잇따르자 보증금을 가로채고 잠적한 중개보조원을 사기 혐의로 체포해 정확한 범행 동기를 조사하고 있습니다. 이 중개보조원은 경찰 조사에서 "생활비 마련과 도박 빚을 막으려고 범행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충주시는 "공인중개사 자격이 없는 중개보조원이 대리 계약 업무를 진행하다 사고가 난 것"이라면서 "공인중개사무소에 6개월의 업무 정지를 통보했고, 의견 제출이 없으면 다음 달 7일부터 효력이 발생한다"고 밝혔습니다.

업무 정지 통보를 받은 해당 공인중개사 대표는 이 중개보조원과 가족 관계로 확인됐습니다.

월세 보증금 사기 피해를 당한 20대 임차인이 KBS 취재진과 대화하고 있다.
■ "임대인 계좌인지 확인하고 보증금 직접 전달해야"

공인중개사법에 명시된 중개보조원은 '중개 대상물에 대한 현장 안내와 일반 서무 등 공인중개사의 중개 업무와 관련된 단순 업무를 보조하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일부 중개보조원이 공공연하게 중개를 하며 사기 범행에 가담하는 등 관련 사건이 잇따르면서 국토교통부는 최근 중개보조원과 공인중개사의 직업 윤리 교육과 신분 고지 의무 등의 교육을 강화하는 '공인중개사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는데요.

현재 중개보조원은 관련법 상 현장 안내를 할 경우 중개 의뢰인에게 본인이 중개보조원이라는 사실을 미리 알려야 하는데, 이를 어길 경우 과태료 500만 원이 부과될 수 있습니다.

각 지방자치단체는 임대차 계약을 맺을 때 해당 중개인이 공인중개사인지 중개보조원인지 확인해야 한다고 안내하고 있습니다.
또, 보증금을 입금할 때는 반드시 계약서에 명시된 임대인 계좌와 동일한지 확인하고 임대인에게 직접 전달해야 한다면서 이체 직전에도 예금주가 임대인이 맞는지 확인할 것을 재차 강조했습니다.

[연관 기사] 전·월세 보증금 들고 달아난 중개보조원 체포 (2024. 7. 25. KBS 보도)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8021422&ref=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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