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온 한국 장관에 뒷짐지고 무대응…‘최선희 대타’ 북 외교관 정체는?

입력 2024.07.27 (10:42) 수정 2024.07.27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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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 연합) 주최 외교장관회의에 참석한 북한 외교관이 한국 측과의 대화를 거부하는 장면이 카메라에 포착됐습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남북한을 '적대적 두 국가'로 선언한 영향이 국제무대에서도 나타난 상황으로 보입니다.

■라오스 주재 북한대사 등장…한국 외교장관이 말 걸었더니

어제(26일) 저녁, 아세안 주최 외교장관회의 만찬이 열리는 라오스 수도 비엔티안 국립컨벤션센터(NCC)에 김일성·김정일 부자 초상 배지를 착용한 남성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2018년부터 라오스에 주재하는 리영철 북한 대사입니다. 취재진에게도 생소한 인물이어서 얼굴과 명찰을 재차 확인해야 했습니다.

26일 라오스 비엔티안에서 열린 아세안 관련 외교장관회의 만찬에 모습을 드러낸 북한 리영철 주라오스 대사26일 라오스 비엔티안에서 열린 아세안 관련 외교장관회의 만찬에 모습을 드러낸 북한 리영철 주라오스 대사

국제회의 참석을 꺼리는 북한도 아세안이 주축이 된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는 2000년부터 남한과 나란히 참석해왔습니다. 외교장관 회의이니 최선희 외무상이 와야 하지만, 북한은 2019년 미국과의 협상 결렬 이후 대사급만을 보내왔습니다. 올해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리 대사는 "최선희 외무상은 왜 안 왔느냐", "러시아와의 군사협력 규탄 여론에 어떤 입장인가"를 묻는 한국 취재진을 대답 없이 지나쳤습니다.

잠시 후 한국 대표로 참석한 조태열 외교부 장관도 만찬 장소로 들어섰습니다.


등 뒤에서 인기척을 느낀 조태열 장관, 리영철 대사를 발견합니다. 리 대사는 시종일관 먼 곳을 응시했는데 눈앞의 한국 외교장관을 쳐다보지 않으려는 모습으로도 보입니다. 조 장관이 고개를 돌려 말을 걸었지만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조태열 장관이 리 대사 자리로 찾아갔습니다.

조 장관은 리 대사 팔에 손을 얹으며 말을 겁니다. 다소 친밀한 접근입니다. 반면 리 대사는 뒷짐을 지고 앞만 봅니다.

반응이 없자 조 장관은 돌아섰습니다. 남북한 외교관의 만남이 일거수일투족 취재되고 있다는 걸 의식해서였을까요? 리 대사는 조 장관이 몸을 돌려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데도 한동안 자세를 바꾸지 않았습니다. 두 번의 짧은 대화 시도는 모두 북한의 거부로 끝났습니다.

조태열 장관은 만찬 종료 후 "북한 대표단과 대화가 됐느냐"고 묻는 취재진에게 "하려고 했는데 안 됐다. 악수를 피하더라. 말을 걸었는데 대답을 안 하더라"라고 답했습니다. "다시 만나면 대화를 할 것인가"라는 질문엔 "상대가 반응을 안 하는데 뭐라고 하겠느냐"고 말했습니다.

앞서 조 장관은 25일 라오스에 입국하며 "대면한다 해도 (북한이) 대화에 응할 지 모르겠다"며 "대화가 된다면 불법 도발과 러시아와의 군사협력을 중단하라는 메시지를 분명히 전하고 우리가 대화에 열려있다는 입장을 밝히겠다"고 했습니다.

■철저한 외면…김정은 '적대적 두 국가' 선언 영향?

이전엔 남북한이 짤막한 인사 정도는 나눴습니다. 2022년 캄보디아 회의에 참석한 북한 안광일 주아세안 대사는 만찬장에서 박진 당시 외교장관이 다가와 조건 없는 남북대화를 제안하자 '여건 조성이 필요하다'고 답했습니다. 안 대사는 이듬해 회의장 밖에서 마주친 박 장관이 미사일 발사 중단을 요구하자 별다른 대답을 하진 않았지만, 박 장관의 발언을 듣기는 했습니다.

라오스에서 포착된 남북의 싸늘한 기류는 지난해 12월 김정은 위원장의 '적대적 두 국가' 선언 영향으로 보입니다. 김정은은 당시 "남북은 더는 동족이 아닌 전쟁 중인 교전국"이라며 "통일은 성사될 수 없다"고 못박았습니다. 이에 따라 북한 외교관이 공개된 자리에서 한국 관료와 최소한의 대화를 나누기도 어려워진 것으로도 보입니다. 북한은 오늘 27개국이 참석하는 ARF 회의에서 핵·미사일 도발과 러시아와의 군사협력을 두고 서방과 대립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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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 연합) 주최 외교장관회의에 참석한 북한 외교관이 한국 측과의 대화를 거부하는 장면이 카메라에 포착됐습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남북한을 '적대적 두 국가'로 선언한 영향이 국제무대에서도 나타난 상황으로 보입니다.

■라오스 주재 북한대사 등장…한국 외교장관이 말 걸었더니

어제(26일) 저녁, 아세안 주최 외교장관회의 만찬이 열리는 라오스 수도 비엔티안 국립컨벤션센터(NCC)에 김일성·김정일 부자 초상 배지를 착용한 남성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2018년부터 라오스에 주재하는 리영철 북한 대사입니다. 취재진에게도 생소한 인물이어서 얼굴과 명찰을 재차 확인해야 했습니다.

26일 라오스 비엔티안에서 열린 아세안 관련 외교장관회의 만찬에 모습을 드러낸 북한 리영철 주라오스 대사
국제회의 참석을 꺼리는 북한도 아세안이 주축이 된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는 2000년부터 남한과 나란히 참석해왔습니다. 외교장관 회의이니 최선희 외무상이 와야 하지만, 북한은 2019년 미국과의 협상 결렬 이후 대사급만을 보내왔습니다. 올해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리 대사는 "최선희 외무상은 왜 안 왔느냐", "러시아와의 군사협력 규탄 여론에 어떤 입장인가"를 묻는 한국 취재진을 대답 없이 지나쳤습니다.

잠시 후 한국 대표로 참석한 조태열 외교부 장관도 만찬 장소로 들어섰습니다.


등 뒤에서 인기척을 느낀 조태열 장관, 리영철 대사를 발견합니다. 리 대사는 시종일관 먼 곳을 응시했는데 눈앞의 한국 외교장관을 쳐다보지 않으려는 모습으로도 보입니다. 조 장관이 고개를 돌려 말을 걸었지만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조태열 장관이 리 대사 자리로 찾아갔습니다.

조 장관은 리 대사 팔에 손을 얹으며 말을 겁니다. 다소 친밀한 접근입니다. 반면 리 대사는 뒷짐을 지고 앞만 봅니다.

반응이 없자 조 장관은 돌아섰습니다. 남북한 외교관의 만남이 일거수일투족 취재되고 있다는 걸 의식해서였을까요? 리 대사는 조 장관이 몸을 돌려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데도 한동안 자세를 바꾸지 않았습니다. 두 번의 짧은 대화 시도는 모두 북한의 거부로 끝났습니다.

조태열 장관은 만찬 종료 후 "북한 대표단과 대화가 됐느냐"고 묻는 취재진에게 "하려고 했는데 안 됐다. 악수를 피하더라. 말을 걸었는데 대답을 안 하더라"라고 답했습니다. "다시 만나면 대화를 할 것인가"라는 질문엔 "상대가 반응을 안 하는데 뭐라고 하겠느냐"고 말했습니다.

앞서 조 장관은 25일 라오스에 입국하며 "대면한다 해도 (북한이) 대화에 응할 지 모르겠다"며 "대화가 된다면 불법 도발과 러시아와의 군사협력을 중단하라는 메시지를 분명히 전하고 우리가 대화에 열려있다는 입장을 밝히겠다"고 했습니다.

■철저한 외면…김정은 '적대적 두 국가' 선언 영향?

이전엔 남북한이 짤막한 인사 정도는 나눴습니다. 2022년 캄보디아 회의에 참석한 북한 안광일 주아세안 대사는 만찬장에서 박진 당시 외교장관이 다가와 조건 없는 남북대화를 제안하자 '여건 조성이 필요하다'고 답했습니다. 안 대사는 이듬해 회의장 밖에서 마주친 박 장관이 미사일 발사 중단을 요구하자 별다른 대답을 하진 않았지만, 박 장관의 발언을 듣기는 했습니다.

라오스에서 포착된 남북의 싸늘한 기류는 지난해 12월 김정은 위원장의 '적대적 두 국가' 선언 영향으로 보입니다. 김정은은 당시 "남북은 더는 동족이 아닌 전쟁 중인 교전국"이라며 "통일은 성사될 수 없다"고 못박았습니다. 이에 따라 북한 외교관이 공개된 자리에서 한국 관료와 최소한의 대화를 나누기도 어려워진 것으로도 보입니다. 북한은 오늘 27개국이 참석하는 ARF 회의에서 핵·미사일 도발과 러시아와의 군사협력을 두고 서방과 대립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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