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도 마주치지 않는다…‘두 국가’ 외치는 북한이 올림픽에 대처하는 자세

입력 2024.07.28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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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의 스포츠 대제전 '2024 파리 하계 올림픽'이 시작됐습니다.

대한민국 선수단은 21개 종목에 선수 143명만 파견했습니다. 북한은 7개 종목에 16명의 선수를 파견했습니다.

남한과 북한은 2000년 시드니올림픽 개막식에서 공동 입장을 한 이후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도 공동으로 입장했지만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때부터 공동 입장이 무산됐습니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11년 만의 공동입장이 이뤄졌지만 그때뿐이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공동 입장'이 재현되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북한이 '한민족'이란 민족 정체성을 부정하고 적대적 '두 국가'를 선언하고 나섰기 때문입니다.

현지시각 22일 탁구 훈련장에서 만난 뒤 각자 훈련 중인 남한과 북한 대표팀현지시각 22일 탁구 훈련장에서 만난 뒤 각자 훈련 중인 남한과 북한 대표팀

■ 눈도 마주치지 않는다…극도로 경계하는 북한 선수단

현지시각 22일, 한국 탁구대표팀과 북한 탁구대표팀이 탁구 훈련장에서 만났습니다. 양측은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훈련에만 집중했습니다.

북한 선수단은 베이징을 경유해 무려 28시간의 장시간 비행 속 프랑스 파리에 도착했는데 3시간 가까이 입국장에 나타나지 않는 등 폐쇄적인 모습이 여전했습니다.

북한 선수단은 선수촌 외곽 건물에 짐을 풀었는데, 대부분 두문불출하는 거로 전해졌습니다. 간혹 모습을 보이거나 다른 나라 선수단과 대화를 하기도 했는데, 한국 취재진이 다가가면 입을 닫은 채 빠르게 자리를 피하고 있습니다. 유도 문성희 등도 훈련장에서 한국 취재진을 마주쳤지만 아무런 말을 하지 않은 채 사라졌습니다.

한국 취재진이나 선수단과는 일체의 접촉을 피하라는 지령이 내려졌을 가능성이 큽니다. 특히 북한이 '두 국가론'을 최근 대남 담론의 핵심 개념으로 제시한 만큼, 과거보다 더 엄중하게 경계할 것으로 보입니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남북한 첫 공동 입장2000년 시드니 올림픽 남북한 첫 공동 입장

■ "민족주의 넘어 보편주의 토대로 남북 관계 전환해야"

한때는 한민족기를 휘날리며 함께 같은 민족으로서의 정체성을 내세웠던 남북한이지만, 그 사이 '민족 개념'도 크게 변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합니다.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 김병로 교수는 최근 발간한 저서 '한국과 조선-남북한 정통성 경쟁'에서 이러한 흐름을 설명했습니다.

김 교수는 "2000년대 이후 국가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한국의 국가 정체성을 새롭게 규명하려는 노력이 지속되었다"면서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 2002년 월드컵과 '붉은악마' 응원문화를 들었습니다. 북한 역시 '조선민족제일주의'에서 '국가제일주의'로 탈바꿈하고 민족 정체성을 변화해갔다고 김 교수는 분석했습니다.

국제적으로도 남한과 북한이 '국가성'을 인정받은 데다, 각자의 민족 국가적 성격이 완연하게 성숙해서 과거와 확연히 달라진 만큼, 이제는 남북 관계도 민족주의를 넘어서 보편주의를 토대로 전환해야 한다고 김 교수는 지적했습니다.


■ "한민족 지우는 북한…되돌리지 않을 것"

최용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북한은 분단 이후 수십 년 동안 일관되게 북한 주민들에게 통일이념과 민족의식 주입을 시도해왔지만 최근 무리한 정책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며 "기존의 남북한 특수관계론을 뒤집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신각수 전 주일대사는 "남북 경쟁에서 북한이 열세에 놓여서 그에 따른 내부 통제 문제로 (이 같은 두 국가 담론이) 기인했기 때문에 이걸 되돌릴 것 같지 않다"며 "점진적인 북한의 내부 적응 과정으로 봐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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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7-28 07: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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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의 스포츠 대제전 '2024 파리 하계 올림픽'이 시작됐습니다.

대한민국 선수단은 21개 종목에 선수 143명만 파견했습니다. 북한은 7개 종목에 16명의 선수를 파견했습니다.

남한과 북한은 2000년 시드니올림픽 개막식에서 공동 입장을 한 이후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도 공동으로 입장했지만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때부터 공동 입장이 무산됐습니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11년 만의 공동입장이 이뤄졌지만 그때뿐이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공동 입장'이 재현되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북한이 '한민족'이란 민족 정체성을 부정하고 적대적 '두 국가'를 선언하고 나섰기 때문입니다.

현지시각 22일 탁구 훈련장에서 만난 뒤 각자 훈련 중인 남한과 북한 대표팀
■ 눈도 마주치지 않는다…극도로 경계하는 북한 선수단

현지시각 22일, 한국 탁구대표팀과 북한 탁구대표팀이 탁구 훈련장에서 만났습니다. 양측은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훈련에만 집중했습니다.

북한 선수단은 베이징을 경유해 무려 28시간의 장시간 비행 속 프랑스 파리에 도착했는데 3시간 가까이 입국장에 나타나지 않는 등 폐쇄적인 모습이 여전했습니다.

북한 선수단은 선수촌 외곽 건물에 짐을 풀었는데, 대부분 두문불출하는 거로 전해졌습니다. 간혹 모습을 보이거나 다른 나라 선수단과 대화를 하기도 했는데, 한국 취재진이 다가가면 입을 닫은 채 빠르게 자리를 피하고 있습니다. 유도 문성희 등도 훈련장에서 한국 취재진을 마주쳤지만 아무런 말을 하지 않은 채 사라졌습니다.

한국 취재진이나 선수단과는 일체의 접촉을 피하라는 지령이 내려졌을 가능성이 큽니다. 특히 북한이 '두 국가론'을 최근 대남 담론의 핵심 개념으로 제시한 만큼, 과거보다 더 엄중하게 경계할 것으로 보입니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남북한 첫 공동 입장
■ "민족주의 넘어 보편주의 토대로 남북 관계 전환해야"

한때는 한민족기를 휘날리며 함께 같은 민족으로서의 정체성을 내세웠던 남북한이지만, 그 사이 '민족 개념'도 크게 변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합니다.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 김병로 교수는 최근 발간한 저서 '한국과 조선-남북한 정통성 경쟁'에서 이러한 흐름을 설명했습니다.

김 교수는 "2000년대 이후 국가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한국의 국가 정체성을 새롭게 규명하려는 노력이 지속되었다"면서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 2002년 월드컵과 '붉은악마' 응원문화를 들었습니다. 북한 역시 '조선민족제일주의'에서 '국가제일주의'로 탈바꿈하고 민족 정체성을 변화해갔다고 김 교수는 분석했습니다.

국제적으로도 남한과 북한이 '국가성'을 인정받은 데다, 각자의 민족 국가적 성격이 완연하게 성숙해서 과거와 확연히 달라진 만큼, 이제는 남북 관계도 민족주의를 넘어서 보편주의를 토대로 전환해야 한다고 김 교수는 지적했습니다.


■ "한민족 지우는 북한…되돌리지 않을 것"

최용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북한은 분단 이후 수십 년 동안 일관되게 북한 주민들에게 통일이념과 민족의식 주입을 시도해왔지만 최근 무리한 정책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며 "기존의 남북한 특수관계론을 뒤집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신각수 전 주일대사는 "남북 경쟁에서 북한이 열세에 놓여서 그에 따른 내부 통제 문제로 (이 같은 두 국가 담론이) 기인했기 때문에 이걸 되돌릴 것 같지 않다"며 "점진적인 북한의 내부 적응 과정으로 봐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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