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나간 범죄수익 인터폴 통해 첫 ‘동결’…비결은 ‘아이그립’

입력 2024.07.29 (09:00) 수정 2024.07.29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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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꾼에게 속아 돈을 보낸 피해자가 범인을 잡고 싶은 가장 큰 이유는 대부분 돈을 돌려받기 위해서일 겁니다. 처벌도 처벌인데 당장에 받은 불합리한 피해를 복구하는 게 개인 입장에서는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겠죠.

수사 당국 입장에서도 범죄 수익 환수는 피해자의 권익 회복 측면에서 중요합니다. 동시에 금융 범죄의 주요 동기가 되는 '경제적 이익'을 박탈할 수 있다는 면에서 주요한 예방 전략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실질적인 범죄 수익 환수율은 낮은 게 현실입니다. 기술의 발전으로 보이스피싱, 무역 사기, 취업 사기 등은 국경을 넘나들고, 타인의 정보 뒤에서 빼돌린 돈을 마구 돌려 출처를 가립니다. 이 때문에 세계적으로 범죄 수익 환수율은 2~3%대에 머무는 거로 알려졌습니다.

특히 사기 피해금이 해외로 빠져나갈 경우, 환수 방법은 더욱 막막해집니다. 해외에서는 자국의 수사망이 작동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대신 경찰은 국제 공조로 보완 방법을 강구해 왔습니다.


■ 인터폴 '아이그립' 통한 첫 범죄수익 동결

지난 4월 국내 한 중소기업 대표가 무역 사기 피해를 당했다는 신고가 경찰에 접수됐습니다.

피해금은 2억 3천만 원.

경찰청은 담당 수사 관서의 요청을 받아 국제 공조를 거쳐 피해액 중 일부인 8만 달러, 약 1억 천만 여 원을 동결 조치했다고 최근 밝혔습니다.

피해자에게 돈이 돌아가려면 미국 금융 당국과의 협의가 필요한 상황이긴 하지만, 추가 출금으로 출처가 불분명해져 추적 단서가 막히는 건 일단 저지한 셈입니다.

이번 조치는 국제형사기구, 인터폴 사무총국이 신설한 'I-GRIB(INTERPOL Global Rapid Intervention of Payments, 아이그립)'에 우리 수사당국이 참여해 이뤄낸 첫 성과입니다.

아이그립은 국제 사기 피해가 늘자 인터폴에서 2022년 11월 신설한 제도로, 전기 통신을 이용한 금융범죄로 인해 돈이 나간 것으로 의심되는 국가의 계좌 등 정보를 즉시 공유하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각 나라의 계좌 동결 및 환수를 담당하는 기관과 근거 법 등이 모두 다른 상황에서 인터폴이 공조 과정에 개입해 범죄 수익을 빠르게 동결하고 조치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지난달 인터폴은 지금까지 아이그립을 통해 전 세계에서 2억 5,700만 달러 규모의 범죄수익을 동결, 환수했다고 집계한 바 있습니다.

■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 참여..전국 수사 부서 공문도

인터폴 회원국인 우리나라도 지난해 11월부터 본격적으로 이 제도에 참여하기 시작했습니다.

국내에서 발생한 국제 사기 사건 중 해외 송금 사실이 확인된 48건의 정보가 아이그립에 공유됐습니다.

경찰청은 특히 금전 피해가 발생한 뒤 일주일 이내 아이그립을 신청했을 때 성과가 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지난 5월에는 전국 수사 부서에 일주일 이내 사건에 대한 긴급 요청 절차를 안내하기도 했습니다.

반대로 해외에서 우리나라에 정보를 요청한 건도 1건 있습니다.

포르투갈에서 국내에 범죄 사용 의심 계좌가 있다며 정보를 요청한 겁니다. 다행히 범죄 연루 계좌는 아니었지만, 이처럼 공조는 '상호적이며 임의적인 조치'입니다. 주는 게 있어야 오는 것도 있다는 이야깁니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도 계좌 지급 정지 등이 신속하게 이뤄질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보완될 필요도 있다고, 경찰 관계자는 설명했습니다. 경찰은 앞으로도 국제 사기가 빈발할 거로 보고 국제 공조를 강화한단 방침입니다. 사기꾼들의 도주 경로가 다양해지는 만큼, 동시에 추적자들의 도구도 진화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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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24-07-29 09:0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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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 당국 입장에서도 범죄 수익 환수는 피해자의 권익 회복 측면에서 중요합니다. 동시에 금융 범죄의 주요 동기가 되는 '경제적 이익'을 박탈할 수 있다는 면에서 주요한 예방 전략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실질적인 범죄 수익 환수율은 낮은 게 현실입니다. 기술의 발전으로 보이스피싱, 무역 사기, 취업 사기 등은 국경을 넘나들고, 타인의 정보 뒤에서 빼돌린 돈을 마구 돌려 출처를 가립니다. 이 때문에 세계적으로 범죄 수익 환수율은 2~3%대에 머무는 거로 알려졌습니다.

특히 사기 피해금이 해외로 빠져나갈 경우, 환수 방법은 더욱 막막해집니다. 해외에서는 자국의 수사망이 작동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대신 경찰은 국제 공조로 보완 방법을 강구해 왔습니다.


■ 인터폴 '아이그립' 통한 첫 범죄수익 동결

지난 4월 국내 한 중소기업 대표가 무역 사기 피해를 당했다는 신고가 경찰에 접수됐습니다.

피해금은 2억 3천만 원.

경찰청은 담당 수사 관서의 요청을 받아 국제 공조를 거쳐 피해액 중 일부인 8만 달러, 약 1억 천만 여 원을 동결 조치했다고 최근 밝혔습니다.

피해자에게 돈이 돌아가려면 미국 금융 당국과의 협의가 필요한 상황이긴 하지만, 추가 출금으로 출처가 불분명해져 추적 단서가 막히는 건 일단 저지한 셈입니다.

이번 조치는 국제형사기구, 인터폴 사무총국이 신설한 'I-GRIB(INTERPOL Global Rapid Intervention of Payments, 아이그립)'에 우리 수사당국이 참여해 이뤄낸 첫 성과입니다.

아이그립은 국제 사기 피해가 늘자 인터폴에서 2022년 11월 신설한 제도로, 전기 통신을 이용한 금융범죄로 인해 돈이 나간 것으로 의심되는 국가의 계좌 등 정보를 즉시 공유하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각 나라의 계좌 동결 및 환수를 담당하는 기관과 근거 법 등이 모두 다른 상황에서 인터폴이 공조 과정에 개입해 범죄 수익을 빠르게 동결하고 조치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지난달 인터폴은 지금까지 아이그립을 통해 전 세계에서 2억 5,700만 달러 규모의 범죄수익을 동결, 환수했다고 집계한 바 있습니다.

■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 참여..전국 수사 부서 공문도

인터폴 회원국인 우리나라도 지난해 11월부터 본격적으로 이 제도에 참여하기 시작했습니다.

국내에서 발생한 국제 사기 사건 중 해외 송금 사실이 확인된 48건의 정보가 아이그립에 공유됐습니다.

경찰청은 특히 금전 피해가 발생한 뒤 일주일 이내 아이그립을 신청했을 때 성과가 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지난 5월에는 전국 수사 부서에 일주일 이내 사건에 대한 긴급 요청 절차를 안내하기도 했습니다.

반대로 해외에서 우리나라에 정보를 요청한 건도 1건 있습니다.

포르투갈에서 국내에 범죄 사용 의심 계좌가 있다며 정보를 요청한 겁니다. 다행히 범죄 연루 계좌는 아니었지만, 이처럼 공조는 '상호적이며 임의적인 조치'입니다. 주는 게 있어야 오는 것도 있다는 이야깁니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도 계좌 지급 정지 등이 신속하게 이뤄질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보완될 필요도 있다고, 경찰 관계자는 설명했습니다. 경찰은 앞으로도 국제 사기가 빈발할 거로 보고 국제 공조를 강화한단 방침입니다. 사기꾼들의 도주 경로가 다양해지는 만큼, 동시에 추적자들의 도구도 진화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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