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 사이 경찰관 세 명이 숨졌다…“누가 죽음으로 내몰았는가”

입력 2024.07.29 (16:33) 수정 2024.07.29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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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흘 사이 경찰관 세 명이 숨졌다

최근 열흘 사이 알려진 경찰 사망 사건은 모두 3건. 숨진 이들은 모두 업무 과중을 호소하던 일선 경찰관들이었습니다.

지난 18일과 22일 서울 관악경찰서와 충남 예산경찰서에서 근무하던 경찰관 두 명이 각각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특히 관악경찰서에서 일하다 숨진 30대 송 모 경위는 지난 2월, 수사과로 발령된 뒤부터 업무 고충을 호소했습니다. 처음 맡게 된 수사 업무였지만, 송 경위가 전임자로부터 넘겨받은 사건만 50건이 넘었습니다.

사건이 쌓이면서 송 경위는 서울경찰청 수사부 '장기 사건' 점검 대상에 포함됐고, 압박을 느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인사 고충으로 곧 부서 이동을 앞뒀던 송 경위는 생전 동료들에게 "죽을 거 같다. 길이 안 보인다"고 토로했다고 합니다.

지난 26일에는 서울 동작경찰서 간부가 뇌출혈로 쓰려져 숨졌습니다. 지난 19일 사무실에서 뇌출혈 증세로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끝내 숨진 겁니다. 같은 날 서울 혜화경찰서 간부와 경남 양산경찰서 소속 경찰관도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다가 구조됐습니다.

■"누가 죽음으로 내몰았는가…수사관들의 절규는 오래전부터 시작됐다"


젊은 경찰관들의 죽음에 경찰 선배들 20여 명이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으로 모였습니다. 이들은 전국경찰직장협의회(이하 경찰직협) 간부들로, 대책을 촉구하기 위해 긴급 기자회견을 연 겁니다.

경찰직협은 '수사관들의 절규는 오래전부터 시작됐다'며 울분을 토했습니다. 경찰관들의 죽음 이면에 경찰 수사 현장의 구조적인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는 겁니다. 이들이 말하는 문제들과 원인은 무엇일까요?


① 잘못된 조직 개편 → 현장 인력 부족

이들이 지적하는 첫 번째 문제 원인은 지난해 이뤄진 조직 개편입니다. 조직 개편으로 형사기동대와 기동순찰대가 신설되면서, 현장 인력이 부족해졌다는 겁니다.

처리해야 할 112신고나 민원 업무, 그리고 고소·고발 사건이 점점 늘어나는데, 신설 조직으로 현장 인력이 빠져나갔기 때문입니다.

기동순찰대도 112신고를 처리해야 하고, 형사기동대도 민원 업무나 고소·고발 사건을 접수하고 처리하도록 해야 한다고 조직 개편 때 요구했지만, 경찰청에서는 전혀 받아주지 않았습니다.
형사기동대를 고소·고발 사건을 처리 안 하는 인지 부서로 만들었습니다. 이로 인해 현장에서는 인원 보강을 강도 높게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 민관기 경찰직협 위원장

신설 부서들로 인해 일선 수사 부서의 '상대적 박탈감'도 유발됐다고 지적했습니다.

민 위원장은 " “표창과 승진은 신설 부서 위주로 돌아가고 기존 업무자는 박탈감을 느끼게 됐다”며, 형사기동대와 기동순찰대를 폐지해 인력을 원상 복귀시키라고 요구했습니다.

② 실적 위주의 줄 세우기식 평가 → 과도한 실적 압박

경찰 조직이 인력 보강은 해주지 않으면서 과도한 실적 압박만 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경찰직협은 '현장 경찰을 목 조르는 수치와 실적 위주 평가'가 일선 경찰관들과 수사 부서를 업무 과중과 스트레스로 몰아가고 있다고 토로했습니다.

"초임 수사관이 보통 발령과 동시에 약 40∼50건의 사건을 배당받았으며, 아직 수사업무 능력이 부족하지만 국가수사본부로부터 계속해서 사건을 감축하라는 압박만 받아왔다.

과·팀장 역량 평가 강화라는 미명 아래 평가 결과가 부적절할 때 과·팀장을 인사 배제 조치하고 장기사건 처리 하위 10% 팀장 탈락제를 운영해 수사관들에게 과도한 압박을 유발했다 "

장기사건을 줄이고 사건 보유 건수를 관리하라는 명목으로 평가 압박이 이어졌다는 겁니다.

경찰직협은 " 매주 금요일마다 수사 평가 결과를 공개하고 수사 감찰을 강화하는 등 현장 경찰관들의 압박감과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라며 "비번날에도 똑같이 나와 근무하고 휴일을 반납하고 일하는 상황"이라 토로했습니다.

특히, 젊은 초임 수사관들은 수사 능력을 높이기 위한 교육과 시간이 필요한데도, 적응할 시간도 없이 수사 압박에 시달리고 있는 실정이라 덧붙였습니다.

③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고소·반려 제도' 폐지

3년 전부터 시행된 검·경 수사권 조정과 지난해 폐지된 고소·고발 반려 제도 등이 경찰의 업무량 증가에 영향을 줬다는 지적도 잇따릅니다.


검찰이 경찰에게 요구하는 보완 수사량이 만만치 않아 사건 처리가 지연되는 경우가 많은 데다가, 경찰이 1차 수사 종결권을 가지게 되면서 처리 사건 수가 늘어났다는 겁니다.

경찰직협은 경찰 판단만으로 고소·고발 사건을 반려나 이관을 할 수 없게 되면서, 사건이 경찰에 몰리게 되는 환경이 만들어졌다고도 덧붙였습니다.

■ "성과 위한 노력할 수밖에 없었다"는 조지호…1인 시위 나선 경찰들

같은 날 열린 조지호 경찰청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는 경찰관들의 죽음과 관련한 날 선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국민의힘 조은희 의원은 "경찰 업무 강도에 관해 내부에서 '악 소리'가 난다"면서 업무 과중 문제를 짚었고, 민주당 한병도 의원도 "장기 사건 비율이 3개월 동안 4.4% 감소했다지만 일선 경찰서 수사관들을 성과 위주로 압박한 것"이라며, 이에 대한 조 후보자의 대책을 물었습니다.

조 후보자는 "구조적 문제가 있고 성과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할 수밖에 없었다"면서도 "경찰청 실태전담팀 결과를 토대로 정말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원론적인 답변을 내놨습니다.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업무가 가중했고 부실 수사 우려도 있다는 조 의원의 지적에 대해서는 "수사권이 조정된 지 3년 정도 됐고 제도가 여러모로 안착해 가는 과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최근 5년간 스스로 목숨은 끊은 경찰관은 모두 113명. 그리고 최근 잇따르는 젊은 경찰관들의 죽음.

경찰직협은 "동료의 죽음 앞에서 느끼는 슬픔과 무력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아픔"이라며, 기자회견이 끝난 뒤, 1인 시위를 이어갔습니다.


'누가 젊은 경찰관을 죽음으로 내몰았는가?'는 이들의 질문에 경찰 지도부는 어떤 답과 해결책을 내놓을까요.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상담 전화 ☎1393, 정신건강상담 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대문사진 : 박지빈/그래픽 제작 : 권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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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흘 사이 경찰관 세 명이 숨졌다

최근 열흘 사이 알려진 경찰 사망 사건은 모두 3건. 숨진 이들은 모두 업무 과중을 호소하던 일선 경찰관들이었습니다.

지난 18일과 22일 서울 관악경찰서와 충남 예산경찰서에서 근무하던 경찰관 두 명이 각각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특히 관악경찰서에서 일하다 숨진 30대 송 모 경위는 지난 2월, 수사과로 발령된 뒤부터 업무 고충을 호소했습니다. 처음 맡게 된 수사 업무였지만, 송 경위가 전임자로부터 넘겨받은 사건만 50건이 넘었습니다.

사건이 쌓이면서 송 경위는 서울경찰청 수사부 '장기 사건' 점검 대상에 포함됐고, 압박을 느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인사 고충으로 곧 부서 이동을 앞뒀던 송 경위는 생전 동료들에게 "죽을 거 같다. 길이 안 보인다"고 토로했다고 합니다.

지난 26일에는 서울 동작경찰서 간부가 뇌출혈로 쓰려져 숨졌습니다. 지난 19일 사무실에서 뇌출혈 증세로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끝내 숨진 겁니다. 같은 날 서울 혜화경찰서 간부와 경남 양산경찰서 소속 경찰관도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다가 구조됐습니다.

■"누가 죽음으로 내몰았는가…수사관들의 절규는 오래전부터 시작됐다"


젊은 경찰관들의 죽음에 경찰 선배들 20여 명이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으로 모였습니다. 이들은 전국경찰직장협의회(이하 경찰직협) 간부들로, 대책을 촉구하기 위해 긴급 기자회견을 연 겁니다.

경찰직협은 '수사관들의 절규는 오래전부터 시작됐다'며 울분을 토했습니다. 경찰관들의 죽음 이면에 경찰 수사 현장의 구조적인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는 겁니다. 이들이 말하는 문제들과 원인은 무엇일까요?


① 잘못된 조직 개편 → 현장 인력 부족

이들이 지적하는 첫 번째 문제 원인은 지난해 이뤄진 조직 개편입니다. 조직 개편으로 형사기동대와 기동순찰대가 신설되면서, 현장 인력이 부족해졌다는 겁니다.

처리해야 할 112신고나 민원 업무, 그리고 고소·고발 사건이 점점 늘어나는데, 신설 조직으로 현장 인력이 빠져나갔기 때문입니다.

기동순찰대도 112신고를 처리해야 하고, 형사기동대도 민원 업무나 고소·고발 사건을 접수하고 처리하도록 해야 한다고 조직 개편 때 요구했지만, 경찰청에서는 전혀 받아주지 않았습니다.
형사기동대를 고소·고발 사건을 처리 안 하는 인지 부서로 만들었습니다. 이로 인해 현장에서는 인원 보강을 강도 높게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 민관기 경찰직협 위원장

신설 부서들로 인해 일선 수사 부서의 '상대적 박탈감'도 유발됐다고 지적했습니다.

민 위원장은 " “표창과 승진은 신설 부서 위주로 돌아가고 기존 업무자는 박탈감을 느끼게 됐다”며, 형사기동대와 기동순찰대를 폐지해 인력을 원상 복귀시키라고 요구했습니다.

② 실적 위주의 줄 세우기식 평가 → 과도한 실적 압박

경찰 조직이 인력 보강은 해주지 않으면서 과도한 실적 압박만 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경찰직협은 '현장 경찰을 목 조르는 수치와 실적 위주 평가'가 일선 경찰관들과 수사 부서를 업무 과중과 스트레스로 몰아가고 있다고 토로했습니다.

"초임 수사관이 보통 발령과 동시에 약 40∼50건의 사건을 배당받았으며, 아직 수사업무 능력이 부족하지만 국가수사본부로부터 계속해서 사건을 감축하라는 압박만 받아왔다.

과·팀장 역량 평가 강화라는 미명 아래 평가 결과가 부적절할 때 과·팀장을 인사 배제 조치하고 장기사건 처리 하위 10% 팀장 탈락제를 운영해 수사관들에게 과도한 압박을 유발했다 "

장기사건을 줄이고 사건 보유 건수를 관리하라는 명목으로 평가 압박이 이어졌다는 겁니다.

경찰직협은 " 매주 금요일마다 수사 평가 결과를 공개하고 수사 감찰을 강화하는 등 현장 경찰관들의 압박감과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라며 "비번날에도 똑같이 나와 근무하고 휴일을 반납하고 일하는 상황"이라 토로했습니다.

특히, 젊은 초임 수사관들은 수사 능력을 높이기 위한 교육과 시간이 필요한데도, 적응할 시간도 없이 수사 압박에 시달리고 있는 실정이라 덧붙였습니다.

③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고소·반려 제도' 폐지

3년 전부터 시행된 검·경 수사권 조정과 지난해 폐지된 고소·고발 반려 제도 등이 경찰의 업무량 증가에 영향을 줬다는 지적도 잇따릅니다.


검찰이 경찰에게 요구하는 보완 수사량이 만만치 않아 사건 처리가 지연되는 경우가 많은 데다가, 경찰이 1차 수사 종결권을 가지게 되면서 처리 사건 수가 늘어났다는 겁니다.

경찰직협은 경찰 판단만으로 고소·고발 사건을 반려나 이관을 할 수 없게 되면서, 사건이 경찰에 몰리게 되는 환경이 만들어졌다고도 덧붙였습니다.

■ "성과 위한 노력할 수밖에 없었다"는 조지호…1인 시위 나선 경찰들

같은 날 열린 조지호 경찰청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는 경찰관들의 죽음과 관련한 날 선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국민의힘 조은희 의원은 "경찰 업무 강도에 관해 내부에서 '악 소리'가 난다"면서 업무 과중 문제를 짚었고, 민주당 한병도 의원도 "장기 사건 비율이 3개월 동안 4.4% 감소했다지만 일선 경찰서 수사관들을 성과 위주로 압박한 것"이라며, 이에 대한 조 후보자의 대책을 물었습니다.

조 후보자는 "구조적 문제가 있고 성과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할 수밖에 없었다"면서도 "경찰청 실태전담팀 결과를 토대로 정말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원론적인 답변을 내놨습니다.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업무가 가중했고 부실 수사 우려도 있다는 조 의원의 지적에 대해서는 "수사권이 조정된 지 3년 정도 됐고 제도가 여러모로 안착해 가는 과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최근 5년간 스스로 목숨은 끊은 경찰관은 모두 113명. 그리고 최근 잇따르는 젊은 경찰관들의 죽음.

경찰직협은 "동료의 죽음 앞에서 느끼는 슬픔과 무력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아픔"이라며, 기자회견이 끝난 뒤, 1인 시위를 이어갔습니다.


'누가 젊은 경찰관을 죽음으로 내몰았는가?'는 이들의 질문에 경찰 지도부는 어떤 답과 해결책을 내놓을까요.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상담 전화 ☎1393, 정신건강상담 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대문사진 : 박지빈/그래픽 제작 : 권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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