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덤 대중화”…불법 도박판 개설, 유명 아마바둑기사 구속
입력 2024.07.30 (15:51)
수정 2024.07.30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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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덤협회 홈페이지 회장 인사말. 부산경찰청 제공
■ 건전한 마인드 스포츠 육성? …홀덤협회 설립했지만
비영리 체육법인인 한 홀덤협회의 인터넷 홈페이지입니다. 협회장 인사말에선 "국내 홀덤 문화의 건강한 정착과 확산, 홀덤 산업의 발전과 관련 제도 개선을 목적으로 설립됐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특히 "출범 이후 지난 3년간 홀덤 경기가 가진 '사행성'의 오명을 벗고, 건전한 '마인드 스포츠'로 자리매김하는 목표를 가지고 크고 작은 일을 해왔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이 협회장, 세계적인 홀덤 대회 참가는 물론, 국내 한 인기 드라마에서 바둑기사 역할을 맡은 배우에게 바둑 개인지도까지 했던 아마 6단의 유명 바둑기사입니다. 협회장은 "카지노 게임인 홀덤이 바둑과 같은 심리스포츠로 자리 잡고 있어 대중화가 필요하다"며 2022년 11월 서울시로부터 협회 설립을 허가받고 협회를 운영해왔습니다.
협회-업소 공모 구조. 부산경찰청 제공
■ 협회가 환전상 역할…불법 도박판 일당 무더기 검거
협회장을 비롯한 홀덤 업주들은 이렇게 만든 협회를 범죄에 이용했습니다. 협회를 '불법 환전상'처럼 활용해 홀덤 업소에서 도박판을 연 업주와 딜러 등 일당 150여 명이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부산경찰청은 관광진흥법 위반과 도박장 개설 등의 혐의로 스포츠 홀덤협회 협회장 등 3명을 구속하고, 홀덤 업소 업주들과 딜러 등 156명을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습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022년 11월 서울 강남구에 홀덤협회를 설립한 뒤 부산과 경남 등 전국 154개 홀덤펍과 회원사 협약을 맺고, 이 가운데 52개 업소 업주들과 공모해 지난 4월까지 손님들을 상대로 불법 도박장을 운영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홀덤펍'은 포커 게임의 한 종류인 '홀덤'을 즐기면서 주류 등을 마실 수 있는 장소입니다. 주로 대학가와 번화가 등에서 운영되는데, 이때 게임을 통해 획득한 칩을 현금이나 현물 등으로 환전하는건 불법 도박에 해당합니다.
지난 3월 경찰이 부산진구의 한 홀덤펍을 압수수색하는 모습. 부산경찰청 제공
■ "판돈 최대 6백억 원 추정…업소 100억 원 부당 이득"
경찰 조사 결과, 업주들은 손님에게 6~10만 원씩 '참가비'를 받고, 이 돈을 '기부금' 명목으로 협회에 보내 '판돈'으로 활용했습니다. 게임에서 이긴 사람에게는 '상금' 명목으로 최고 300만 원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불법 도박을 운영했습니다.
전국 홀덤 업주들은 업소가 협회 회원사로 등록된 점을 내세워 도박 참가자들을 모았습니다. 업소가 협회에 등록돼있어 금전 사고 위험이 적고, 수사기관의 단속도 피할 수 있다며 협회를 방패로 삼았습니다. 유명 바둑기사가 협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는 점도 활용했습니다.
협회는 2년 동안 64억 원 상당의 도박 자금을 '기부금' 명목으로 받고, 수수료로 일부를 공제한 뒤 도박 참가자들에게 지급했습니다. 4천여 명에게 우승 상금 총 31억 원을 지급하고, 나머지 금액 가운데 6%에 해당하는 2억 원가량을 협회가 수수료 명목으로 챙긴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전국 업소에서 오고 간 판돈은 500억~600억 원 정도로 추산된다"며 "업소별로 따로 도박판을 벌이기도 해 업소에서 챙겨간 수익금도 100억 원 정도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경찰은 피의자를 상대로 범죄 수익금 추징 보전을 신청해 15억 원 상당을 확보하는 한편, 서울시에 홀덤협회에 대한 체육법인 설립 허가 취소를 요청했습니다. 경찰은 또, 협회를 통해 상금을 받은 도박 참가자 4천여 명에 대해서도 수사를 이어갈 방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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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홀덤 대중화”…불법 도박판 개설, 유명 아마바둑기사 구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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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4-07-30 15:51:14
- 수정2024-07-30 16:26:35
■ 건전한 마인드 스포츠 육성? …홀덤협회 설립했지만
비영리 체육법인인 한 홀덤협회의 인터넷 홈페이지입니다. 협회장 인사말에선 "국내 홀덤 문화의 건강한 정착과 확산, 홀덤 산업의 발전과 관련 제도 개선을 목적으로 설립됐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특히 "출범 이후 지난 3년간 홀덤 경기가 가진 '사행성'의 오명을 벗고, 건전한 '마인드 스포츠'로 자리매김하는 목표를 가지고 크고 작은 일을 해왔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이 협회장, 세계적인 홀덤 대회 참가는 물론, 국내 한 인기 드라마에서 바둑기사 역할을 맡은 배우에게 바둑 개인지도까지 했던 아마 6단의 유명 바둑기사입니다. 협회장은 "카지노 게임인 홀덤이 바둑과 같은 심리스포츠로 자리 잡고 있어 대중화가 필요하다"며 2022년 11월 서울시로부터 협회 설립을 허가받고 협회를 운영해왔습니다.
■ 협회가 환전상 역할…불법 도박판 일당 무더기 검거
협회장을 비롯한 홀덤 업주들은 이렇게 만든 협회를 범죄에 이용했습니다. 협회를 '불법 환전상'처럼 활용해 홀덤 업소에서 도박판을 연 업주와 딜러 등 일당 150여 명이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부산경찰청은 관광진흥법 위반과 도박장 개설 등의 혐의로 스포츠 홀덤협회 협회장 등 3명을 구속하고, 홀덤 업소 업주들과 딜러 등 156명을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습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022년 11월 서울 강남구에 홀덤협회를 설립한 뒤 부산과 경남 등 전국 154개 홀덤펍과 회원사 협약을 맺고, 이 가운데 52개 업소 업주들과 공모해 지난 4월까지 손님들을 상대로 불법 도박장을 운영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홀덤펍'은 포커 게임의 한 종류인 '홀덤'을 즐기면서 주류 등을 마실 수 있는 장소입니다. 주로 대학가와 번화가 등에서 운영되는데, 이때 게임을 통해 획득한 칩을 현금이나 현물 등으로 환전하는건 불법 도박에 해당합니다.
■ "판돈 최대 6백억 원 추정…업소 100억 원 부당 이득"
경찰 조사 결과, 업주들은 손님에게 6~10만 원씩 '참가비'를 받고, 이 돈을 '기부금' 명목으로 협회에 보내 '판돈'으로 활용했습니다. 게임에서 이긴 사람에게는 '상금' 명목으로 최고 300만 원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불법 도박을 운영했습니다.
전국 홀덤 업주들은 업소가 협회 회원사로 등록된 점을 내세워 도박 참가자들을 모았습니다. 업소가 협회에 등록돼있어 금전 사고 위험이 적고, 수사기관의 단속도 피할 수 있다며 협회를 방패로 삼았습니다. 유명 바둑기사가 협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는 점도 활용했습니다.
협회는 2년 동안 64억 원 상당의 도박 자금을 '기부금' 명목으로 받고, 수수료로 일부를 공제한 뒤 도박 참가자들에게 지급했습니다. 4천여 명에게 우승 상금 총 31억 원을 지급하고, 나머지 금액 가운데 6%에 해당하는 2억 원가량을 협회가 수수료 명목으로 챙긴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전국 업소에서 오고 간 판돈은 500억~600억 원 정도로 추산된다"며 "업소별로 따로 도박판을 벌이기도 해 업소에서 챙겨간 수익금도 100억 원 정도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경찰은 피의자를 상대로 범죄 수익금 추징 보전을 신청해 15억 원 상당을 확보하는 한편, 서울시에 홀덤협회에 대한 체육법인 설립 허가 취소를 요청했습니다. 경찰은 또, 협회를 통해 상금을 받은 도박 참가자 4천여 명에 대해서도 수사를 이어갈 방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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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록 기자 kiyuro@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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