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양궁 선수가 꼽는 ‘한국 양궁 신화’ 비결은? [특파원 리포트]

입력 2024.08.01 (08:00) 수정 2024.08.01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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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양궁 대표팀이 이번 파리올림픽 여자 단체전과 남자 단체전에서 잇따라 우승을 거머쥐자, 프랑스 현지 매체들도 "한국은 너무 강했다"며 관련 소식을 앞다퉈 전했습니다. 특히 프랑스 양궁 남자 대표팀은 상당한 수준의 경기력을 보이고도 한국 대표팀에 패해 은메달에 그쳤는데요. 이후 자국 선수단과 정면 승부를 벌인 한국 양궁 선수들의 독주 비결에 대한 분석 기사도 쏟아지고 있습니다. 프랑스 현지에서는 한국 양궁의 신화, 그 비결을 어떻게 짚고 있을까요?

■ "한국은 힘 빼고 느긋하게 쏴"

현지 매체들은 한국이 양궁의 진정한 벤치마킹 대상이 되면서, 최근 여러 국가에서 한국 코치나 감독을 영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프랑스 역시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입니다. 2012년 런던 올림픽 등에서 한국 대표팀을 지휘했던 오선택 감독이 현재 프랑스 대표팀을 이끌고 있습니다.

프랑스 양궁 대표팀 선수들은 오 감독이 프랑스 양궁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고 말합니다. 이번 파리올림픽 국가대표 선수 중 한 명인 니콜라스 베르나르디는 오 감독이 팀을 이끈 이후 "예전보다 훨씬 더 많이 쏘고, 훈련도 체계적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파리올림픽 양궁 남자 단체전에서 은메달을 딴 프랑스 남자 대표팀. 프랑스가 양궁 단체전에서 메달을 딴 건 처음이다.파리올림픽 양궁 남자 단체전에서 은메달을 딴 프랑스 남자 대표팀. 프랑스가 양궁 단체전에서 메달을 딴 건 처음이다.

특히 "웨이트 트레이닝을 통해 체중을 감량하고 어깨 강화에 훨씬 더 중점을 둬, 더욱 편안한 자세로 활을 쏘게 됐다"고 설명합니다. 그러면서 이전까지 프랑스에서는 주로 힘껏 슛을 쏘곤 했지만, 오히려 한국 선수들은 좀 느긋한 편이라고 베르나르디는 차이점을 비교했습니다. 이어 그렇게 힘을 빼고 여유를 갖고 활시위를 당기는 기술이 한국 양궁의 성공 비결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번 파리올림픽에서 한국 대표팀과 승부 끝에 프랑스 남자 대표팀은 은메달을 목에 걸었는데, 단체전에서 프랑스 팀이 메달을 획득한 건 사상 처음입니다.

■ "한국 양궁의 전능함, 뿌리는 서울올림픽"

현지 매체들은 한국 여자 대표팀이 올림픽에서 10회 연속 우승을 차지한 사실은 놀라운 일이 아니며, 당연한 결과라는 반응입니다. 오랜 시간에 걸쳐 꾸준한 지원과 체계적인 훈련, 선수 양성 시스템 등 여러 요인이 한국을 우승으로 이끌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이를 두고 '한국 양궁의 전능함'이란 표현을 쓰기도 했습니다.

오프라인과 온라인판을 통틀어 프랑스 현지에서 독자 수가 가장 많은, 프랑스 최대 지역 일간 '우에스트 프랑스'는 최근 '2024 올림픽, 한국이 양궁에서 강세를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요?'라는 기사에서 한국 양궁의 신화를 소개합니다.

한국 양궁 남자 대표팀이 단체전 우승이 확정된 순간 환호하고 있다.한국 양궁 남자 대표팀이 단체전 우승이 확정된 순간 환호하고 있다.

이 매체는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 한국이 양궁 패권을 완전히 장악한 점이 인상적이었다고 전합니다. 그러면서 이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한국의 현대 올림픽 역사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며, 한국 양궁의 성공 역사는 서울올림픽 유치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한국 정부가 1980년대 초, 한국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양궁을 비롯한 특정 종목의 발전을 지원하기로 한 결정이 그 출발점이라는 것이죠.

그 외에도 여러 가지 성공 요인이 있다고 이 매체는 분석합니다. 우선, 최고 수준의 양궁 선수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인재를 조기에 발굴하는 점, 또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양궁을 학교 교육 과정에 포함시킨 점을 꼽았습니다. 특히 가장 유망한 선수들에 대해서는 10세부터 많은 시간을 투자해, 준프로 수준의 훈련을 받게 하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현대차를 비롯한 민간 기업들이 양궁팀을 후원하도록 장려하고 있는 점도 성공 요인 중 하나라고 매체는 평가했습니다. 또 한국의 활과 화살 제조업체들이 최고의 장비를 제공하기 위해 연구 개발에 집중하고 있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아울러 고성능 훈련 시설 확산과 전문적인 코칭 시스템 발달에 힘입어 한국 양궁은 더욱 강해졌다고 강조했습니다.

■ 빠른 속도로 따라붙는 외국 선수들 기량

현지 매체들은 지난달 28일 양궁 여자 단체전 결승에서 한국 여자 대표팀이 중국을 꺾고 금메달을 차지하자 한국의 우승은 이미 시작됐다며, 이번 올림픽에서도 예외 없을 한국의 활약을 예견했습니다. 그러면서 지난달 25일 예선에서 세계 신기록을 세운 임시현 선수는 개인전에서도 강력한 우승 후보 중 한 명으로 손꼽힌다고 소개했습니다.

한국이 여전히 세계 최강이기는 하지만, 실력 격차가 점차 줄어들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번 파리올림픽 경기만 봐도, 네덜란드와 맞붙은 여자 단체전 준결승, 또 중국과의 결승전 모두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박빙 승부가 펼쳐졌습니다. 남자 단체전 결승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프랑스 선수단의 기량도 한국 선수들을 위협할 만큼 바짝 쫓아왔습니다. '넘사벽'으로 여겨지던 한국 양궁을 치밀하게 벤치마킹하고, 우수한 코칭 인력을 영입한 결과일 것입니다. 그럼에도, 한국을 왕좌의 자리에 계속 머물게 하는 결정적 2%. 앞서 프랑스 양궁 선수가 말한 "힘을 빼고 느긋하게 쏘는 최강자의 여유"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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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8-01 08: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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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양궁 대표팀이 이번 파리올림픽 여자 단체전과 남자 단체전에서 잇따라 우승을 거머쥐자, 프랑스 현지 매체들도 "한국은 너무 강했다"며 관련 소식을 앞다퉈 전했습니다. 특히 프랑스 양궁 남자 대표팀은 상당한 수준의 경기력을 보이고도 한국 대표팀에 패해 은메달에 그쳤는데요. 이후 자국 선수단과 정면 승부를 벌인 한국 양궁 선수들의 독주 비결에 대한 분석 기사도 쏟아지고 있습니다. 프랑스 현지에서는 한국 양궁의 신화, 그 비결을 어떻게 짚고 있을까요?

■ "한국은 힘 빼고 느긋하게 쏴"

현지 매체들은 한국이 양궁의 진정한 벤치마킹 대상이 되면서, 최근 여러 국가에서 한국 코치나 감독을 영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프랑스 역시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입니다. 2012년 런던 올림픽 등에서 한국 대표팀을 지휘했던 오선택 감독이 현재 프랑스 대표팀을 이끌고 있습니다.

프랑스 양궁 대표팀 선수들은 오 감독이 프랑스 양궁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고 말합니다. 이번 파리올림픽 국가대표 선수 중 한 명인 니콜라스 베르나르디는 오 감독이 팀을 이끈 이후 "예전보다 훨씬 더 많이 쏘고, 훈련도 체계적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파리올림픽 양궁 남자 단체전에서 은메달을 딴 프랑스 남자 대표팀. 프랑스가 양궁 단체전에서 메달을 딴 건 처음이다.
특히 "웨이트 트레이닝을 통해 체중을 감량하고 어깨 강화에 훨씬 더 중점을 둬, 더욱 편안한 자세로 활을 쏘게 됐다"고 설명합니다. 그러면서 이전까지 프랑스에서는 주로 힘껏 슛을 쏘곤 했지만, 오히려 한국 선수들은 좀 느긋한 편이라고 베르나르디는 차이점을 비교했습니다. 이어 그렇게 힘을 빼고 여유를 갖고 활시위를 당기는 기술이 한국 양궁의 성공 비결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번 파리올림픽에서 한국 대표팀과 승부 끝에 프랑스 남자 대표팀은 은메달을 목에 걸었는데, 단체전에서 프랑스 팀이 메달을 획득한 건 사상 처음입니다.

■ "한국 양궁의 전능함, 뿌리는 서울올림픽"

현지 매체들은 한국 여자 대표팀이 올림픽에서 10회 연속 우승을 차지한 사실은 놀라운 일이 아니며, 당연한 결과라는 반응입니다. 오랜 시간에 걸쳐 꾸준한 지원과 체계적인 훈련, 선수 양성 시스템 등 여러 요인이 한국을 우승으로 이끌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이를 두고 '한국 양궁의 전능함'이란 표현을 쓰기도 했습니다.

오프라인과 온라인판을 통틀어 프랑스 현지에서 독자 수가 가장 많은, 프랑스 최대 지역 일간 '우에스트 프랑스'는 최근 '2024 올림픽, 한국이 양궁에서 강세를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요?'라는 기사에서 한국 양궁의 신화를 소개합니다.

한국 양궁 남자 대표팀이 단체전 우승이 확정된 순간 환호하고 있다.
이 매체는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 한국이 양궁 패권을 완전히 장악한 점이 인상적이었다고 전합니다. 그러면서 이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한국의 현대 올림픽 역사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며, 한국 양궁의 성공 역사는 서울올림픽 유치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한국 정부가 1980년대 초, 한국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양궁을 비롯한 특정 종목의 발전을 지원하기로 한 결정이 그 출발점이라는 것이죠.

그 외에도 여러 가지 성공 요인이 있다고 이 매체는 분석합니다. 우선, 최고 수준의 양궁 선수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인재를 조기에 발굴하는 점, 또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양궁을 학교 교육 과정에 포함시킨 점을 꼽았습니다. 특히 가장 유망한 선수들에 대해서는 10세부터 많은 시간을 투자해, 준프로 수준의 훈련을 받게 하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현대차를 비롯한 민간 기업들이 양궁팀을 후원하도록 장려하고 있는 점도 성공 요인 중 하나라고 매체는 평가했습니다. 또 한국의 활과 화살 제조업체들이 최고의 장비를 제공하기 위해 연구 개발에 집중하고 있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아울러 고성능 훈련 시설 확산과 전문적인 코칭 시스템 발달에 힘입어 한국 양궁은 더욱 강해졌다고 강조했습니다.

■ 빠른 속도로 따라붙는 외국 선수들 기량

현지 매체들은 지난달 28일 양궁 여자 단체전 결승에서 한국 여자 대표팀이 중국을 꺾고 금메달을 차지하자 한국의 우승은 이미 시작됐다며, 이번 올림픽에서도 예외 없을 한국의 활약을 예견했습니다. 그러면서 지난달 25일 예선에서 세계 신기록을 세운 임시현 선수는 개인전에서도 강력한 우승 후보 중 한 명으로 손꼽힌다고 소개했습니다.

한국이 여전히 세계 최강이기는 하지만, 실력 격차가 점차 줄어들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번 파리올림픽 경기만 봐도, 네덜란드와 맞붙은 여자 단체전 준결승, 또 중국과의 결승전 모두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박빙 승부가 펼쳐졌습니다. 남자 단체전 결승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프랑스 선수단의 기량도 한국 선수들을 위협할 만큼 바짝 쫓아왔습니다. '넘사벽'으로 여겨지던 한국 양궁을 치밀하게 벤치마킹하고, 우수한 코칭 인력을 영입한 결과일 것입니다. 그럼에도, 한국을 왕좌의 자리에 계속 머물게 하는 결정적 2%. 앞서 프랑스 양궁 선수가 말한 "힘을 빼고 느긋하게 쏘는 최강자의 여유"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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