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개혁'하자는 정치인, 알고보니 현직 검사
"그야말로 검찰 공화국입니다. 검찰은 국민의 공복으로 다시 태어나야만 합니다"
이규원 조국혁신당 대변인이 정치에 입문하며 내지른 첫 일성입니다.
이 대변인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누구보다 강조하며, 조국혁신당의 검찰개혁 4법 발표에도 관여했습니다.
그런데 이 대변인은 여전히 '현직 검사' 입니다.
한 건의 재판을 받고 있고 두 건의 감찰을 받고 있으며 2년 넘게 출근하지 않았지만 검사로서 월급은 받고 있습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요.
■"비위행위 공무원에 책임 더 묻자"…퇴직제한 규정의 등장
국가공무원법 제78조4는 징계사유가 있거나 형사사건으로 기소당한 공무원에 대한 퇴직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국가공무원법 발췌 제78조의4(퇴직을 희망하는 공무원의 징계사유 확인 및 퇴직 제한 등) ① 임용권자는 공무원이 퇴직을 희망하는 경우에는 징계사유가 있는지 및 제2항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확인하여야 한다. 1. 비위(非違)와 관련하여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때 2. 징계위원회에 파면ㆍ해임ㆍ강등 또는 정직에 해당하는 징계 의결이 요구 중인 때 3. 조사 및 수사기관에서 비위와 관련하여 조사 또는 수사 중인 때 4. 각급 행정기관의 감사부서 등에서 비위와 관련하여 내부 감사 또는 조사 중인 때 [본조신설 2015. 12. 24.] |
중대한 비위를 저질렀음에도 별다른 제재 없이 사표만 내고 떠나는 고위공무원들에 대해 '봐주기 논란'이 일자 이를 막고자 2015년 말 신설된 조항입니다.
검찰도 예외는 아닙니다.
2014년엔 '음란행위 의혹'이 제기됐던 김수창 전 제주지검장이, 2015년엔 부하에게 성희롱을 한 의혹을 받던 김 모 부장검사가 감찰 전 사표를 내고 옷을 벗었습니다.
그러자 검사징계법에도 유사한 조항이 생겼습니다.
검사징계법 발췌 7조의4(퇴직 희망 검사의 징계 사유 확인 등) ① 법무부장관은 검사가 퇴직을 희망하는 경우에는 징계 사유가 있는지 여부를 대검찰청에 확인하여야 한다. ② 제1항에 따른 확인 결과 해임, 면직 또는 정직에 해당하는 징계 사유가 있는 경우 검찰총장은 지체 없이 징계 등을 청구하여야 한다. |
법안이 도입될 당시에는 이 조항이 비위행위자들에게 상당한 강력한 불이익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봤습니다. 징계가 의결된 이후에야 옷을 벗을 수 있는데, 검사징계법상 최고 수위 징계인 '해임' 처분이 내려진다면 3년간 변호사 활동이 제한되기 때문입니다.
■늘어지는 징계절차 그리고 '황운하 판례'
문제는 징계도 시간이 오래걸린다는 겁니다.
검사징계법은 명백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형사재판이 끝날때까지 징계심의를 정지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검사징계법 발췌 제24조(징계심의의 정지) 징계 사유에 관하여 탄핵의 소추 또는 공소의 제기가 있을 때에는 그 사건이 완결될 때까지 징계심의를 정지한다. 다만, 징계 사유에 관하여 명백한 증명자료가 있거나, 징계혐의자의 심신상실(心神喪失) 또는 질병 등의 사유로 형사재판 절차가 진행되지 아니할 때에는 징계심의를 진행할 수 있다. |
이 검사가 사표를 처음 제출한 시기는 2022년 3월이었지만 당시 법무부는 이를 수리하지 않았습니다. 이 검사가 '김학의 불법출금 의혹'으로 기소돼 형사재판을 받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검사는 2022년 4월 질병을 이유로 1년의 휴직을 신청했고 다시 1년 연장해 2년을 쉬었습니다. 국가공무원법에 따라 첫 1년 동안은 급여의 70%를, 이후에는 50%를 받았습니다.
복직 시기가 다가오자 이 검사는 2024년 3월 다시 사표를 냈습니다. 하지만 법무부는 이 역시도
수리할 수 없었죠. 이 검사의 재판은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입니다.
이 검사는 1심서 징역 4월의 선고유예형을 선고받았습니다. 하지만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고 대법원 확정판결이 언제 내려질지는 기약이 없습니다. 징계 절차는 여전히 중단된 상태입니다.
여기에 '현직 검사'인 이 검사에게 정치활동의 길을 열어준 것은 '황운하 판례'입니다. 대법원은 공무원이 사표를 내기만 한다면 수리 없이도 정치활동을 해도 된다고 판시했죠.
공교롭게도 해당 판례의 주인공 황운하 의원은 현재 조국혁신당 소속입니다.
■조국도 박은정도 '불로소득'…"합법적인 돈"
감찰과 수사 또는 재판을 받으면서도 신분을 유지하며 오랜 기간 월급을 타간 사람은 또 있습니다.
조국혁신당 박은정 의원은 2022년 검사 시절 '윤석열 검찰총장 찍어내기 감찰 의혹'으로 감찰을 받았습니다.
박 의원은 이 직후 2개월의 병가와 1년의 질병휴직을 냈습니다. 질병휴직 연장을 거부당하자 복직명령을 취소해달라며 행정소송을 내기도 했습니다.
박 의원은 올해 초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서 해임의 징계가 의결되면서 검찰을 떠났지만, 이 때까지는 검찰에서 월급을 받았습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2020년 1월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에서 직위해제 된 후 2023년 서울대 교수직에서 파면되기까지 3년 5개월 동안 규정대로 월급을 수령했습니다.
조 대표는 이에 대해 "‘직위해제’된 교수에게 월급의 일부를 주는 것이 현행 법규"라고 강조하기도 했죠.
당초 비위 의혹 공무원들에게 적절한 책임을 묻겠다고 도입된 제도가 신분과 월급을 보장하는 제도로 전락해 버린 셈입니다.
■"사표 수리 재량권 늘려야…'이규원법' 도입 필요"
대검찰청은 이 검사에 대해 추가 감찰에 착수했습니다.
대검 관계자는 "이 검사의 결근 등 여러 상황에 대해 전반적으로 감찰을 벌이고 있다"고 했습니다. 대검 감찰부는 국회의원 신분이 아닌 이 검사에게도 '황운하 판례'를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에 대해 이 검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직선거법에 따라 사직원 수리로 간주되었다"면서 "공무원 지위가 현 상태에서는 부존재해 이를 전제로 한 출근 의무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검사는 현재 법무부의 복직명령에 불복해 서울행정법원에 복직 명령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한 상태입니다.
대검과 이 검사의 법적 다툼의 결과는 예단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감찰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이 검사에 대해 언제 징계를 의결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인데다가 제2 제3의 이규원을 막을 방도도 없습니다.
때문에 법조계에선 이른바 '이규원법' 제정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읍니다.
감찰 부서에서 오랫동안 일했던 전 검찰 고위 관계자는 "징계를 해도 무의미하거나, 징계 절차가 늘어져 되려 비위행위자가 이익을 보는 상황이라면 사표 수리를 할 수 있도록 예외규정을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공무원의 사표 수리에 인사권자의 재량권을 넓혀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이 검사는 오늘도 검찰청에 출근하지 않고 10여만원의 월급(일할계산)을 받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검사의 월급은 곧 국민의 세금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일은 국회서, 월급은 검찰서…현직 검사의 ‘이중생활’
-
- 입력 2024-08-02 11:31:10
■'검찰개혁'하자는 정치인, 알고보니 현직 검사
"그야말로 검찰 공화국입니다. 검찰은 국민의 공복으로 다시 태어나야만 합니다"
이규원 조국혁신당 대변인이 정치에 입문하며 내지른 첫 일성입니다.
이 대변인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누구보다 강조하며, 조국혁신당의 검찰개혁 4법 발표에도 관여했습니다.
그런데 이 대변인은 여전히 '현직 검사' 입니다.
한 건의 재판을 받고 있고 두 건의 감찰을 받고 있으며 2년 넘게 출근하지 않았지만 검사로서 월급은 받고 있습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요.
■"비위행위 공무원에 책임 더 묻자"…퇴직제한 규정의 등장
국가공무원법 제78조4는 징계사유가 있거나 형사사건으로 기소당한 공무원에 대한 퇴직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국가공무원법 발췌 제78조의4(퇴직을 희망하는 공무원의 징계사유 확인 및 퇴직 제한 등) ① 임용권자는 공무원이 퇴직을 희망하는 경우에는 징계사유가 있는지 및 제2항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확인하여야 한다. 1. 비위(非違)와 관련하여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때 2. 징계위원회에 파면ㆍ해임ㆍ강등 또는 정직에 해당하는 징계 의결이 요구 중인 때 3. 조사 및 수사기관에서 비위와 관련하여 조사 또는 수사 중인 때 4. 각급 행정기관의 감사부서 등에서 비위와 관련하여 내부 감사 또는 조사 중인 때 [본조신설 2015. 12. 24.] |
중대한 비위를 저질렀음에도 별다른 제재 없이 사표만 내고 떠나는 고위공무원들에 대해 '봐주기 논란'이 일자 이를 막고자 2015년 말 신설된 조항입니다.
검찰도 예외는 아닙니다.
2014년엔 '음란행위 의혹'이 제기됐던 김수창 전 제주지검장이, 2015년엔 부하에게 성희롱을 한 의혹을 받던 김 모 부장검사가 감찰 전 사표를 내고 옷을 벗었습니다.
그러자 검사징계법에도 유사한 조항이 생겼습니다.
검사징계법 발췌 7조의4(퇴직 희망 검사의 징계 사유 확인 등) ① 법무부장관은 검사가 퇴직을 희망하는 경우에는 징계 사유가 있는지 여부를 대검찰청에 확인하여야 한다. ② 제1항에 따른 확인 결과 해임, 면직 또는 정직에 해당하는 징계 사유가 있는 경우 검찰총장은 지체 없이 징계 등을 청구하여야 한다. |
법안이 도입될 당시에는 이 조항이 비위행위자들에게 상당한 강력한 불이익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봤습니다. 징계가 의결된 이후에야 옷을 벗을 수 있는데, 검사징계법상 최고 수위 징계인 '해임' 처분이 내려진다면 3년간 변호사 활동이 제한되기 때문입니다.
■늘어지는 징계절차 그리고 '황운하 판례'
문제는 징계도 시간이 오래걸린다는 겁니다.
검사징계법은 명백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형사재판이 끝날때까지 징계심의를 정지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검사징계법 발췌 제24조(징계심의의 정지) 징계 사유에 관하여 탄핵의 소추 또는 공소의 제기가 있을 때에는 그 사건이 완결될 때까지 징계심의를 정지한다. 다만, 징계 사유에 관하여 명백한 증명자료가 있거나, 징계혐의자의 심신상실(心神喪失) 또는 질병 등의 사유로 형사재판 절차가 진행되지 아니할 때에는 징계심의를 진행할 수 있다. |
이 검사가 사표를 처음 제출한 시기는 2022년 3월이었지만 당시 법무부는 이를 수리하지 않았습니다. 이 검사가 '김학의 불법출금 의혹'으로 기소돼 형사재판을 받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검사는 2022년 4월 질병을 이유로 1년의 휴직을 신청했고 다시 1년 연장해 2년을 쉬었습니다. 국가공무원법에 따라 첫 1년 동안은 급여의 70%를, 이후에는 50%를 받았습니다.
복직 시기가 다가오자 이 검사는 2024년 3월 다시 사표를 냈습니다. 하지만 법무부는 이 역시도
수리할 수 없었죠. 이 검사의 재판은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입니다.
이 검사는 1심서 징역 4월의 선고유예형을 선고받았습니다. 하지만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고 대법원 확정판결이 언제 내려질지는 기약이 없습니다. 징계 절차는 여전히 중단된 상태입니다.
여기에 '현직 검사'인 이 검사에게 정치활동의 길을 열어준 것은 '황운하 판례'입니다. 대법원은 공무원이 사표를 내기만 한다면 수리 없이도 정치활동을 해도 된다고 판시했죠.
공교롭게도 해당 판례의 주인공 황운하 의원은 현재 조국혁신당 소속입니다.
■조국도 박은정도 '불로소득'…"합법적인 돈"
감찰과 수사 또는 재판을 받으면서도 신분을 유지하며 오랜 기간 월급을 타간 사람은 또 있습니다.
조국혁신당 박은정 의원은 2022년 검사 시절 '윤석열 검찰총장 찍어내기 감찰 의혹'으로 감찰을 받았습니다.
박 의원은 이 직후 2개월의 병가와 1년의 질병휴직을 냈습니다. 질병휴직 연장을 거부당하자 복직명령을 취소해달라며 행정소송을 내기도 했습니다.
박 의원은 올해 초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서 해임의 징계가 의결되면서 검찰을 떠났지만, 이 때까지는 검찰에서 월급을 받았습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2020년 1월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에서 직위해제 된 후 2023년 서울대 교수직에서 파면되기까지 3년 5개월 동안 규정대로 월급을 수령했습니다.
조 대표는 이에 대해 "‘직위해제’된 교수에게 월급의 일부를 주는 것이 현행 법규"라고 강조하기도 했죠.
당초 비위 의혹 공무원들에게 적절한 책임을 묻겠다고 도입된 제도가 신분과 월급을 보장하는 제도로 전락해 버린 셈입니다.
■"사표 수리 재량권 늘려야…'이규원법' 도입 필요"
대검찰청은 이 검사에 대해 추가 감찰에 착수했습니다.
대검 관계자는 "이 검사의 결근 등 여러 상황에 대해 전반적으로 감찰을 벌이고 있다"고 했습니다. 대검 감찰부는 국회의원 신분이 아닌 이 검사에게도 '황운하 판례'를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에 대해 이 검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직선거법에 따라 사직원 수리로 간주되었다"면서 "공무원 지위가 현 상태에서는 부존재해 이를 전제로 한 출근 의무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검사는 현재 법무부의 복직명령에 불복해 서울행정법원에 복직 명령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한 상태입니다.
대검과 이 검사의 법적 다툼의 결과는 예단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감찰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이 검사에 대해 언제 징계를 의결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인데다가 제2 제3의 이규원을 막을 방도도 없습니다.
때문에 법조계에선 이른바 '이규원법' 제정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읍니다.
감찰 부서에서 오랫동안 일했던 전 검찰 고위 관계자는 "징계를 해도 무의미하거나, 징계 절차가 늘어져 되려 비위행위자가 이익을 보는 상황이라면 사표 수리를 할 수 있도록 예외규정을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공무원의 사표 수리에 인사권자의 재량권을 넓혀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이 검사는 오늘도 검찰청에 출근하지 않고 10여만원의 월급(일할계산)을 받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검사의 월급은 곧 국민의 세금입니다.
-
-
김태훈 기자 abc@kbs.co.kr
김태훈 기자의 기사 모음
-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
좋아요
0
-
응원해요
0
-
후속 원해요
0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